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64
38. 밝혀지는 비밀들.
종말세력의 대의를 들었으나 달라질 것은 없었다.
어차피 수뇌부 대다수는 대의 따위를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걸 스테인 역시 잘 알기에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수뇌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붉은 마녀가 스테인이 들고 있는 심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열쇠가 지옥을 불러들이는 건가요?”
크리나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지옥의 문은 일곱 번째 멸망이 여는 것. 마찬가지로 아홉 번째 멸망이 있는 문을 여는 것 역시 지옥의 왕이 할 일이다.”
“그럼 당신은···.”
“멸망의 사도가 보다 빨리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뿐. 물론 그 과정에서 그대들에게 약간의 도움은 줄 수 있을 거야.”
그것이 무엇인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종말세력의 수장인 그 역시 알렉시안을 죽이기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하나둘 회의장을 나가고, 마지막까지 남은 크리나가 나가려다 말고 스테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태껏 숨겨왔던 진실을 알려주는 이유가 뭔가요?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요.”
“···제국에 고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자가 남아있다면 알려질 일이다.”
신화시대의 문자를 해석할 수 있는 이들이 아직까지 남아있으리라 생각지는 않지만, 왠지 스테인은 한 명쯤은 그러한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그곳’에 있는 문양들이···.”
일찍이 설원에서 보았던 지하 시설의 문양들.
오랜 세월 마녀를 이끌어왔으며 대를 이어 전해진 마녀의 모든 것을 아는 그녀조차 해석할 수 없었던 문양들.
“단순한 ‘감옥’이 아니었군요.”
“감옥이라···과거의 ‘영웅’들의 무덤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는 스테인의 얼굴엔 쓴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뭔가 더 거대한 비밀이 있을 것 같았지만 붉은 마녀는 굳이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판.
어쩌면 알렉시안과 스테인만이 바라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오랜 감은 괜히 쓸데없는 궁금증은 파멸만 불러올 것이라는 걸 느꼈기에 조용히 사라진 것이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피식 웃은 스테인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영웅이었으나 지금은 적이 되어버린 불쌍한 이들이 하늘에 보이는 듯했다.
동시에 스테인이 자신의 계획을 계속해서 방해했던 알렉시안을 생각했다.
“진실에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진실을 알게 된 후 보일 반응 역시 궁금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진실을 알기 위해선 마지막까지 알렉시안이 버텨줘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했다.
그저 파랗기만 한 하늘이었지만 그가 보기엔 이곳저곳이 갈라져 있는 불안전한 하늘이었다. 그 하늘 너머에 있는 이들 존재를 상대로 과연 빛이 준비한 인간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궁금했다.
과거 빛이 선택한 인물은 봉인하는 것조차 허덕이던 쓰레기였다.
“넌 다를까?”
그의 물음에 답할 알렉시안은 설원 속에서 한창 전투 중이었다.
“제압만 해라. 짐이 직접 정화할 테니.”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것이 더 어렵다.
실력 차가 있다 한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알렉시안은 정화하는 것을 택했다.
[각성자 퀘스트: 순례길] [진행도: 95%] [메인 퀘스트: 오염된 차원의 나무가 세계를 침식하는 걸 저지하세요.] [진행도: 96%]설원을 가로지를수록 퍼센트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심지어 중심부로 향할 때마다 검은 나무의 뿌리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기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침식을 저지하는 퍼센트도, 정화되는 정령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안정적으로 일곱 번째 멸망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과연 쉬울까?
자신이 아는 종말세력이라면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 예감이 맞다는 걸 증명하듯 에르헨이 달려왔다.
“폐하!”
에르헨이 다급하게 들고 온 통신구.
-폐하. 급보입니다.-
재상이 직접 보고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음에도 알렉시안은 침착하게 말했다.
“말해.”
-현재 설원으로 이어지는 동대륙의 길목에서 대규모 게이트 폭주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종말세력이 생각났다.
그런 그의 의심은 다음 보고를 듣자마자 확신으로 바뀌었다.
-산맥 인근의 동대륙 국가뿐만 아니라 동대륙의 멸망세력 전부가 제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들 중 다수는 설원에 있는 폐하를 노리고 움직인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들만은 아닐 터.”
-예. 자유 용병부터 동대륙 마법/주술 연합회 등 각 협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 친 제국 파 국가가 제지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보고를 들은 알렉시안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르센 있나?”
-예! 폐하.-
“종말세력의 주축이 움직였을 가능성은?”
-확실합니다. 종말세력의 수뇌부로 예상되는 이들 두 명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종말세력의 주축이 움직였다.
과연 그냥 움직였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확실하다고 생각되어도 몇 번이나 생각하고 움직이는 녀석들이다. 여태껏 그 녀석들을 박살 낼 수 있었던 것은 알렉시안의 썩은물에 가까운 의외성이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비를 해왔을 터.
-어쩌면 북부의 설원이 주전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르센의 말에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알렉시안.
“일곱 번째 멸망의 게이트는?”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해서 나오려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기존의 멸망들이 자신들의 격을 깎아 먹으며 무리하게 나왔다가 인류에게 패배했다. 그렇기에 어둠은 온전한 자신의 힘으로 나올 생각인 것이다.
‘운은 여기까진가?’
이제부터는 제대로 붙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가 게임에서 느꼈던 절망에 비하면 아직은 살만하다. 세계로 확대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약하다. 그렇다는 것은 일곱 번째 멸망이 나오고 나서 세 가지의 재앙이 강화되던가, 검은 나무의 뿌리가 안내하는 종착지에 있는 무언가가 큰일을 벌일 것이라는 점이다.
“설원 너머의 정보는 아직도 어렵나?”
-···송구합니다.-
르센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자 알렉시안이 작게 한숨을 쉬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르센이 능력자라 하더라도 결국 사람을 부리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사람이 설원에 들어갈 방법이 없는 이상에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고대종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설원의 중심부에서 특별한 파장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설원의 중심부의 파장이 강해지면서 고대종들이 나타났을 가능성은?”
-그 부분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상관관계는 분명해 보입니다.-
르센의 확신에 찬 말에 알렉시안이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후···이제부터 총력전으로 간다.”
-중부지역 쪽 병력도 끌어오는 것입니까?-
“그래. 제국의 자치령 방어 역시 마도 왕국과 기사왕국의 도움을 받아. 제국을 제외한 대륙의 모든 지역은 서부국가들이 맡는다.”
제국이 성역화되면서 본토의 안전은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
그렇기에 다른 국가들을 챙겨줄 여력이 있지만, 설원을 정복해야 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설원의 점령은 제국군만으로. 대수림은 동대륙을, 서부국가들은 대륙 중부지역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간다.”
-동남부는 어찌하시겠습니까?-
“동남부는 동대륙의 멸망세력을 막는 거로 충분해. 여력이 된다면 다른 국가들을 도우라고 해.”
앞으로의 싸움에는 최정예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제국군만으로 적들을 상대할 생각이다. 그래도 인류의 세력을 유지해야 하기에 여력이 되는 강국들에게 전체적인 방어를 맡기는 것.
“짐과 제국의 주력군 전원은 설원을 돌파하는 데 집중한다. 절대자 셋과 그를 보조할 정예군은 일곱 번째 멸망을 묶어두는 데 집중하도록.”
제국의 모든 역량을 일곱 번째 멸망과 설원에 집중하겠다는 의지.
물론 그렇다고 타 대륙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
“재상.”
-예. 폐하.-
“그동안 나름 잘 준비했다고 하던데. 이번에 확인해보겠다.”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자신감을 드러낸 재상.
타 대륙에 대한 지원은 재상이 담당할 영역이다.
“짐이 제국을 이끌며 준비했던 것은 어쩌면 이날을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 말에 재상과 르센이 무거운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잘 부탁한다.”
알렉시안이 웃으면서 부탁한다고 말하자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두 천재.
공식적으로 총력전을 하겠다는 명령이 떨어진 이후 제국은 곧바로 발표했다.
「제국: 설원의 정화에 총력전을 시작하겠다!」
제국의 발표와 함께 모든 대신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국이 완전히 안정되면서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한 모든 군대가 일제히 북부 산맥을 넘었다.
「전원 3세대 무기로 무장한 4개 군단. 북부 산맥을 넘는다!」
「엘리트급 슈트로 무장한 2개 특수여단 황제 폐하가 이끄는 선봉대로 투입.」
「기사단 전원 설원의 중심부로!」
지금껏 알렉시안 혼자 감당하게 한 것이 미안했다는 듯 가장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병력부터 순차적으로 움직였다.
거기에 천대가 훌쩍 넘어가는 대형 비공정들과 폭격을 위한 소형 비공정들까지 하늘을 덮을 기세로 넘어가 설원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제국의 모든 군대는 설원으로 향한다. 심지어 자치령 역시 치안대를 제외한 모든 군대가 빠져 북부로 집결했다.
이 결정에 동대륙과 타대륙 국가들은 실망했다.
여유가 생긴 제국이 자국의 군대를 파견해 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실망 속에서 또 다른 발표가 나왔다.
「총력전 전까지 전군 3세대 무기로 무장 완료할 것.」
심지어 이건 중간 목표다.
「특수부대급은 더 발전된 3.5세대 무기들로 무장할 것. 기존 엘리트급 무장은 군단의 정예부대로 넘길 예정.」
「개량된 3세대 무기들을 바로 지급할 예정.」
3세대 무기를 개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더 발전한 개량판을 내놓으려는 제국.
심지어 그것들을 벌써 양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혹시 3세대 무기가 남으면?’
지금은 어렵더라도 추후에 초기 3세대 무기들은 남지 않을까? 하는 희망.
그러나 제국은 그런 그들의 예상을 깨부수며 더 엄청난 발표를 했다.
「3세대 ver.2로 무장 완료 시 기존 3세대 무기는 위급한 국가에 지원 예정.」
이것만이 아니었다.
당장 위급한 지역에 대한 지원도 있었다.
「3세대 비축물자들 전원 위급지역에 지원 예정.」
이를 통한 메세지는 딱 하나다.
‘병력 지원은 어렵다. 대신 3세대 무기들로 보충할게. 병력 지원은 다른 나라에 알아봐.’
남아도는 1세대 무기로 생색이나 냈으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2세대 무기라 하더라도 기존에 오던 물량보다 적다면 이해는 했을지라도 아쉬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3세대 무기다. 불만이 있을 리 없다.
이제 남은 건 정말로 제시간에 물자들을 지원할 수 있느냐는 것.
그런 그들의 의문에 재상이 직접 공식 석상에서 말했다.
“1년. 그 안에 전 세계는 멸망세력과 싸우는 전 세계의 최전선에는 제국의 3세대 무기가 함께할 겁니다.”
그 선언과 함께 아직까지 의심하는 불순한 기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믿기 힘드실 거 압니다. 그렇기에 제국은 인류를 위해 제국을 믿고 싸우고 있는 친구들에게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거대한 영상구를 틀었다.
7
“1개 군단급을 무장시킬 수 있는 3세대 무기입니다.”
그 말에 경악하는 기자들.
그런 그들의 반응에 재상이 영상구를 보며 이 영상을 바라보는 세계인을 향해 말했다.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제국을 믿고 버텨주십시오. 그리하면 늦지 않게 인류의 배반자들을 심판할 무기가 배달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