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73
40. 여덟 번째 멸망!
일곱 번째 멸망이 소멸하였다는 글씨가 전 세계에 걸쳐 떠올랐다.
그러나 지옥문을 막고 있는 알렉시안은 그보다 먼저 일곱 번째 멸망을 공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약해졌다.’
어둠의 군주가 이 세계를 밟는 순간 당장이라도 신의 감옥을 뒤흔들 정도의 힘을 몰아쳤다.
도저히 알렉시안이 문을 봉인할 수 없었기에 작전을 바꿔서 뒤로 물러나 신의 감옥 전체를 강화해 지옥문을 묶어두려 했을 정도.
그런데 그런 지옥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한다.
[일곱 번째 멸망이 소멸되었습니다.]이 문구와 함께 당장이라도 나올 것처럼 보였던 거대한 무언가가 문틈 사이로 손가락만을 내민 채 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을 막았다.
실시간으로 강력한 문의 압력에 부서져 나가도 계속해서 문틈 사이로 시체를 쌓아 올리면서 완전히 닫히는 것만은 막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알렉시안이 문을 완전히 닫기 위해 신성 마법을 준비할 때였다.
톡톡.
자신의 볼을 쿡쿡 찌르는 요정.
그녀를 의아한 듯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그녀가 가리키는 손가락 너머에 있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시체를 쌓아 올린 곳 너머에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이 있었다.
“닫지 말아달라···인가?”
그녀의 슬픈 눈빛을 본 후 지옥문의 양옆에 쓰인 문양들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들 역시 희생자가 아닐까?
알렉시안이 알기로 과거의 지옥은 저러한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오염된 대지처럼 끔찍하게 변했다.
모든 영혼들이 악령을 넘어 끔찍한 형태로 절규한다.
어쩌면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은 지옥이 이렇게 변한 것에 슬퍼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
이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대로 지옥문을 닫는다면 적어도 다음 멸망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새로운 자신의 사도가 된 요정왕도, 끔찍한 지옥 속에서 홀로 완벽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여인도 말한다.
‘닫지 말라고.’
그리고 자신의 감 역시, 닫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닫지 않을 시 얻을 수 있는 건?’
이대로 지옥문을 닫지 않을 시 아홉 번째 멸망의 강림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급부는 없을까?
사연이 안타까워도 결국 멸망에 살아남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잔인할지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잔인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알렉시안의 눈빛을 읽은 것인지 여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보여준다.
아직 완벽하게 오염되지 않은 악령이 지옥문에 의해 소멸되면서 잠깐이나마 그가 품고 있던 것들이 보여졌다.
그것을 확인한 알렉시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이면 됐다.”
어쩌면 이미 결론을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신이 내린 결론에 합당한 이유가 필요했을지도.
다행히 후회하지 않을만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정화된 고대종 중에 많은 이들이 말한다.
‘그저···한 번이라도 본래 세계를 밟아보고 싶었다고.’
오래 살지 못해도 상관없다.
처음엔 지독한 향수병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저 오염된 존재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닌 오염되었더라도 세계의 일원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멸망을 막진 못한다는 ‘절망감’에 과거의 고귀한 선택을 저버리는 행위를 한 것이다.
‘지옥이라고 다를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옥문에 끼어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키면서까지 조금이라도 이쪽에 닿으려고 발악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우리도 기회를 줘!’라고···.
고대종에게 기회를 줬듯이 자신들도 기회를 달라고.
그러기 위해 악착같이 지옥문을 붙잡으며 자신을 바라보았다.
뒤에 타락한 존재들이 몰려옴에도 그나마 정신을 붙잡고 있는 영혼들.
이미 악령이 되었으나 그런데도 한 가닥의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지옥문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현재 자신의 힘으로는 지옥의 존재들을 완벽히 정화하는 건 힘들다.
“정화는 힘들 거야. 어쩌면···나온다 한들 소멸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알렉시안의 말에 그것마저도 기쁘다는 듯 웃는다.
악령이 되었음에도, 세계의 발을 딛고 그곳에서 죽을 수 있다면 그마저도 행복하다는 것.
이들의 의지를 느낀 알렉시안이 여인을 보면서 말했다.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닌 ‘속도전’을 택하겠다.”
확언하듯 말하면서 여인을 바라보자 고맙다는 듯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여인.
‘지옥의 주인일지도 모르는 여인.’
그런 여인이 자신에게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얼마 후, 여인이 손짓하며 완벽하게 형태가 무너지지 않은 악령들을 한데 불러모아 지옥문 앞에 집결시켰다.
조금씩 닫혀져야 할 지옥문이 수많은 악령들의 힘으로 끝내 닫히지 않는다.
거대한 사슬이 그들을 꿰뚫고 신체 일부를 소멸시킴에도 끝내 버텨낸다.
그러자 알렉시안의 눈앞에 빛으로 된 글씨가 경고한다.
[지옥문을 닫지 않는다면 멈추었던 여덟 번째 멸망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경고! 문을 완전히 닫아주십시오!] [경고!···].
.
.
계속해서 경고가 나왔음에도 알렉시안은 미세한 틈 사이로 보이는 지옥의 풍경을 바라볼 뿐 사력을 다해 지옥문이 닫히는 것을 막고 있는 영혼들을 놔두었다.
그러자 마치 서로 계약이라도 한 것처럼 지옥의 영혼들 역시 더 지옥문을 벌리지 않고 타르타로스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지옥문을 유지했다.
[지옥문에 의해 타르타로스가 영향을 받습니다.] [고대의 계약에 의해 타르타로스의 문이 열릴 준비를 합니다. (개방까지···)]끊임없이 흔들렸던 신의 감옥이 점차 진동을 멈추고, 정화되었던 타르타로스가 안정을 되찾자 빛의 글씨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여덟 번째 멸망이 진행됩니다. 동의하십니까?]알렉시안에게 묻는 듯한 글씨.
“그래.”
알렉시안의 대답에 흔들리는 지옥문.
동시에 이번 결정으로 인해 생길 위험성을 알려준다.
[여덟 번째 멸망이 깨어나 나올 준비를 시작합니다.] [아홉 번째 멸망이 움직일 준비를 시작합니다.] [여덟 번째 멸망의 재앙들이 세계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재앙 망자들이 나타납니다.] [두 번째 재앙 과거의 영웅들이 망자의 모습으로 부활합니다.] [세 번째 재앙 지옥의 괴물들이 출현합니다.]알렉시안이 지옥문을 막지 않았기에 이러한 일들이 나타나는 것임을 탓하듯 적어 내려가는 빛의 글자들.
그런 글자를 향해 말한다.
“어차피 예정된 것이었어.”
여덟 번째 멸망이 나올 것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보다는 이 결정으로 얻는 것이 있었다.
지옥문을 통해 가장 먼저 나올 망령들은 여인이 끌어모은 ‘아직 완벽하게 오염되지 않은 망자’들이었다.
설령 그들이 정화되지 않고 소멸할 수밖에 없더라도 도움 되는 것은 있다.
소멸하면서 남긴 과거의 기억, 그리고 그들이 쌓아 올렸던 정보들.
현재까지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망령들은 대부분은 일반적인 망령이 아니다. 그렇기에 과거에 소실되었던 진실, 정보들을 보유하고 있다.
소환술, 정령술, 신성 마법, 주술, 그 밖에 고대에는 존재했으나 현재는 잃어버린 수많은 기술들.
분명 현대의 마도학은 과거 어떤 문명에도 도달한 적 없는 영역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 밖에 다른 부분은?
이제 막 발전시키는 중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정보가 절실했다.
“고작 마도 기술 하나에만 전념하지 않을 거다.”
인류는 전 부분에서 성장할 여지가 있었다.
강해질 수 있다면, 이를 통해 멸망의 존재와 맞서 싸울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지원할 생각이었다. 그러자 알렉시안의 어깨에 앉은 요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바깥의 인간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
그녀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피식 웃었다.
다른 국가들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제국의 수뇌부라면 알렉시안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쿠구구구구!
[타르타로스의 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지옥의 첫 번째 재앙이 곧 시작됩니다.]연이어서 떠오르는 글자들.
이제는 알렉시안만 보는 것이 아니기에 많은 인간이 이번 결정을 탓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제국의 수뇌부만은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 확신했다.
“내 부하들을 믿는다.”
그 말에 뒤에서 듣고 있던 엘로니안이 물었다.
“나가시지 않으려는 것입니까?”
그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옥문을 열리게 놔두는 결정을 내렸다. 그것이 아무리 이유 있는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만 했다.
“최대한 영향이 덜 가게끔 조정은 해야지.”
그 말에 엘로니안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 역시 남겠습니다.”
“아니. 넌 올라가야지.”
수도원의 조직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 엘로니안이다. 자신으로 인해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두었다.
“저들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직 어린 세 명의 수도원의 주축들을 바라보았다.
성녀라 불리는 세르펜, 성 기사단장 로웰, 수도원 부원장 엘릭.
이들이라면 엘로니안의 빈자리쯤은 메꾸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을 관리할 인물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알렉시안이 타르타로스를 바라보았다.
현재 지옥의 기운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억제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타르타로스 덕분이었다.
신의 감옥이라 불리지만 사실상 지옥문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시설.
“···맞는 말이야.”
엘로니안에게 지적당했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는 알렉시안.
“···많이 컸네.”
알렉시안의 말에 오싹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엘로니안.
“폐하께옵서 잠들어 계시고 자리를 비우는 동안 수도원을 통해 각 도시의 정화작업, 제국 성역화 작업, 사제 관리작업을 총괄하다 보니 자연스레 늘게 되더군요.”
빠득!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가는 엘로니안.
“분명 제가 수차례 각 분야별 업무는 각 분야 최고책임자가 결정하는 게 어떠냐고 건의를 올렸었습니다만···.”
“아··· 그랬지.”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치는 알렉시안.
그 모습을 보면서 엘로니안이 다시금 이를 갈았다.
분명 수도원의 일이 늘어나고 사람도 늘어나면서 예전처럼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지라 각 분야별로 상세하게 나눠 처리하게끔 하고 중요사안은 수도원 최고 회의에서 논의해 황제 폐하께 검토받는 것으로 바꿔 달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바꾸기엔 상황이 긴박했고, 인력도 시간도 없었기에 차일피일 미뤄왔었다.
“혹시···.”
‘혹시 돌아가기 싫은 게 일이 많아서?’라는 물음에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침을 꿀꺽 삼키면서 삼켜낸 알렉시안.
이것을 탓하기엔 자신도 일이 많아서 튄 적이 많았기에 양심에 찔렸다.
“크흠! 네가 없어도 수도원은 문제없겠지?”
“물론입니다. 이참에 분야별로 알아서 관리토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엘로니안의 말에 알렉시안이 헛기침을 하면서 엘릭을 불렀다.
“···엘릭.”
“예. 폐하.”
“셋이 가서 방금 말한 바를 논의토록 해. 짐이 내리는 정식명령이다.”
알렉시안의 명령에 고개를 숙인 엘릭이 잠시 엘로니안을 바라보았으나 그 역시 알렉시안처럼 애써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