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74
40. 여덟 번째 멸망!
조금은 꺼림칙한 알렉시안의 결정과 함께 엘로니안이 타르타로스의 관리를 목적으로 남게 된 후, 투명한 문이 완전히 열리면서 안쪽에 있던 수도원의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밖에 있던 자들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뜻도 된다는 것.
“폐~~하아아아아!”
저 멀리서 낙하하듯 떨어지는 근위대장을 보면서 조용히 이마를 짚은 알렉시안.
쿵!
단번에 최하층으로 내려선 근위대장이 호들갑을 떨며 알렉시안에게 걸어왔다.
일곱 번째 멸망과 싸우면서도 몇 번이나 알렉시안에게 오고 싶었던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꾹 참고 멸망을 물리친 이후에나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이네.”
“후···이젠 어디 보내실 생각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지옥문을 노려보는 근위대장.
“저곳이 다음 멸망입니까?”
“그래. 정확히는 문 너머에 있는 완전히 오염된 녀석들이 다음 멸망이겠지.”
그렇게 말하며 지옥문을 바라보았다.
이 통로는 일종의 개념이다. 실제로 지옥으로 연결된 곳은 많았고, 그곳을 통해 완전히 오염된 악령들이나 지옥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고대종급 이상의 강력한 지옥귀는 등장하지 않는다.
“타르타로스처럼 이 지옥문 역시 지옥을 봉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군요.”
근위대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신화시대 때나, 고대 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영매사가 있었으며, 실제로 망자의 혼령을 부르는 경우도 잦았다.
그런 것들이 막힌 이유를 알렉시안은 이 지옥문에 있다고 보았다.
“그때는 이곳도 무너지는 겁니까?”
근위대장의 말에 타르타로스를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어깨에 앉은 요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미련 없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애초에 지옥문을 막기 위해 만들었으며 본래는 전부 희생되어야 할 고대종들 역시 많은 숫자가 살아남았다.
거기에 지옥에서 넘어오는 망령들 다수도 새 기회를 얻거나 그들의 소망을 이룩한다.
비록 완벽하진 않다고 해도 현시점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니 만족한 것이다.
“6개월. 그 안에 모든 준비를 끝마쳐야 해.”
이 역시 길게 잡은 것이다.
어쩌면 그 이전에 큰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려면 폐하께서 도와주셔야 하옵니다.”
“음?”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돌리자 숨을 헐떡이며 서 있는 에르헨.
그의 뒤로 보이는 시종들까지.
심지어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그것들은···.”
“재상이 꼭 좀 부탁한다고 하며 전해준 서류들입니다.”
“···.”
그동안 아드리안이 대행을 하면서 처리한 것들이 다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다.
불만을 찍어누르고 슬슬 기어오르려는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기엔 알렉시안만 한 인물이 없었다. 거기에 여러 이권이 달린 일들 역시 ‘진짜 황제’의 처결이 필요한 일이 많았다.
“그동안 많은 부분이 불편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황궁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지내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충분히 괜찮은데···.”
알렉시안이 어느새 주변에 툭툭 놓이는 서류 더미가 든 상자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지옥문 앞에 만들어진 알렉시안의 간이숙소.
그냥저냥 만든 수준이 아니다.
대체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모르겠지만 척척 조립되어 가는 숙소는 있을 만한 모든 것들이 다 있었다.
“잠시라도 밖으로 나가신다면 더 좋은 시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만···.”
아쉽다는 듯 말하는 에르헨.
그러나 인류의 최전선에 이러한 사치를 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물론 그 사치만큼 딸려온 서류 더미들이 문제였지만.
“후···.”
알렉시안이 작게 한숨을 쉬면서 숙소를 바라보다가 멀리서 타르타로스의 결계석을 관리하는 엘로니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끝내 그의 눈길을 피하면서 위로 올라가는 그를 보면서 부럽다는 듯 바라본 알렉시안.
이내 에르헨의 손에 이끌려 간이 책상 앞에 앉아 지옥문을 바라보며 업무를 시작했다.
그렇게 알렉시안이 망령들을 구경하며 업무를 시작할 때쯤, 세계는 본격적으로 다음 멸망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불만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알렉시안 황제의 선택! 과연 옳은 것일까?」
알렉시안의 독단으로 다음 멸망을 빠르게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당장 망령들이 나타나고 언데드 군대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곳에서는 짜증이 날 만도 했다.
「게이트! 오염된 정령군단, 그림자 군대에 이어 지옥의 망령들까지! 쌓여만 가는 적들.」
「인류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제국은 세계의 다른 국가들을 배려하지 않는가?」
자신들이 살만하다고 위험한 다른 국가들의 사정은 생각지 않은 듯한 결정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이들.
더 화가 나는 건 언데드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게이트는 현 마도 기술의 핵심인 에너지가 나온다.
오염된 정령들이나 영수들은 정령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재배능력을 확충하거나 속성력을 통해 다양한 곳에 적용하고 있다.
그림자 군대조차 정화하여 부족한 영토를 대신하거나, 오염된 대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작물들을 키우는 곳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럼 지옥의 군대는?
일단 현재까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언데드를 죽이고 나오는 사기가 가득 담긴 결정은 기존에 나오는 마석에 비해 가치가 없다.
망령들을 죽이면서 나오는 기억의 조각이라는 것도 거의 대다수가 저주만 가득 담겨 괜히 알아보던 사람들만 미쳐버리는 결과를 내놓았다.
“세계를 구한 황제이지만···이번 결정은 실망스럽긴 해.”
“인류에게는 시간이 필요해. 제국만큼 안정적인 곳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성역화를 이뤄낸 제국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이들.
그들은 자국 역시 제국만큼 안정적인 곳이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현실은 도시 내부에서도 게이트가 열리기도 한다.
그나마 그림자 영역이나 게이트나 조기경보를 해주는 마도구가 발명되면서 상황은 낫다.
하지만 언데드는 아니다.
빛의 영역의 순도가 낮을 경우 외곽지역에 언데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망령들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짐작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이제 겨우 안정된 생활권을 가지게 된다고 희망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열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그러다 보니 제국에서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반응은?”
“이곳 대륙은 어느 정도 지켜보자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타대륙은 여론이 안 좋습니다.”
재상의 물음에 외무대신 델리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장 동대륙 같은 경우 멸망세력에 재가입을 검토하는 곳도 있습니다.”
일곱 번째 멸망이 죽으면서 한결 약해진 종말세력.
그러나 여전히 동대륙에서는 거대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설원의 빈틈을 노리려던 종말세력의 군대, 그리고 각 지역에서 난을 일으키려는 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제국군이 상당수 파견되면서 거의 다 잡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런 여론이 생기면서 상황이 꼬이게 생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도왕과 기사왕께선 변함없이 수뇌부를 잡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비밀리에 연락을 취한 르센의 보고에 다들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동대륙에서 작업 중인 검은 혁명가나 검은 동전, 하일랜드에서 활약 중인 미치광이 박사 생포 작전까지.
이 모든 것이 막바지에 와서 어그러지게 생겼다.
“기억의 조각 연구는 어떻소?”
가만히 듣고 있던 아드리안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간혹가다 쓸만한 기억이 담겨있는 조각이 떨어지긴 한다. 문제는 그 안에 담긴 기억이 죄다 변질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걸 기록할 사람도, 마도구도 변질시키다 보니 제대로 된 기억은 극히 일부만 건질 수 있었던 것.
그렇다고 결계를 사용하고 한다면 알아먹을 수가 없고, 정화한다면 그 즉시 소멸하여 버린다.
계륵인 셈.
“포기하지 말고 연구는 계속하시오. 폐하께서 이러한 선택을 하신 이유가 있을 테니.”
아드리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시안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타국가보다 훨씬 더 강력한 믿음을 가진 제국민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수뇌부다 보니 힘든 반복 작업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졌고, 마침내 결과물이 나왔다.
수십만 개의 기억의 조각 중 고작 하나.
보름 넘게 고생한 것치고는 미약했지만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 중요했다.
“기억의 조각 값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현재는 별 의미 없는 수준의 가격입니다.”
아드리안의 물음에 재상이 웃으며 답했고, 그것으로 끝났다.
대륙에 있는 쓸만한 기억의 조각들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는 제국.
그러자 다들 의견이 분분해졌다.
‘제국이 기억의 조각들을 연구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아니다! 이미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제국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뭔가 있어 보이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국이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막대한 자본을 이용하며 기억의 조각을 끌어모으는 괴짜들이 존재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지나고 여전히 여러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무역 국가 하일랜드의 경매장에서 묘한 발표가 나왔다.
그저 악의에 찬 기억들만 가득 담긴 망령의 사념이 감긴 조각들.
그런데 그 조각들 중에 몇 개가 과거에 실전된 기술에 관한 것들이 담겨있었고, 그것이 경매에 나온 것이다.
「망령이 남긴 기억의 조각! 과거에 사라진 영매사의 기술을 품고 있다!」
분명 망령 중 누군가는 쓸만한 기억의 조각을 떨궈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대부호가 지속적으로 수집한 끝에 찾아낸 집념의 산물.
그 결과물이 나타나자 똥값으로 떨어지던 기억의 조각이 가치가 폭풍 상승하기 시작했다.
톤 단위의 기억의 조각을 값싼 식량 몇 톤에 팔아치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자들이 땅을 치고 후회하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을 비웃듯 제국은 자신들이 긁어모은 기억의 조각들 중 쓸만한 것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사라진 주술이 담긴···」
「고대의 실전된 오러 연공법. 연구 가치가 충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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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하일랜드를 비롯한 몇몇 경매장에서 제국을 믿고 전 재산을 내질렀던 대부호들 역시 놀리듯 비싼 값에 기억의 조각을 팔아치웠다.
「고대 요정들의 요정마법이 담긴 기억의 조각. 제국에 비공정 10대 값에 팔아치운다!」
-‘역시 제국을 믿는 것이 답이었다!’ 답한 하일랜드의 대부호.-
이러한 발표에 다급히 기억의 조각을 사 모으는 이들이 늘었지만 이미 늦었다.
수요를 반영하듯 기억의 조각 가격은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사 모은다 해도 대박이 되기는 글러 버린 상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전선의 도시들 역시 여론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왜? 가치가 없던 기억의 조각 가격이 오르면서 이제는 언데드 역시 사냥할만한 존재가 되었으니까.
어쩌면 몬스터 부산물이나 마나석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도 했다.
재수만 좋으면 웬만한 상급 던전 몇 개의 가치가 있는 기억의 조각을 건질 수도 있으니까.
물론 여전히 몇몇 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들 한다.
「기억의 조각은 과거를 찾는 데서 가치가 있을 뿐. 코앞으로 다가온 멸망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당장 지옥문이 열리면 멸망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서 사치품처럼 되어버린 기억의 조각에 대한 열풍은 사그라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듯 제국이 기억의 조각들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