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2
1. 숙청이 답이다!
환한 빛과 함께 정신을 잃은 남자가 깨어난 곳은 고풍스러운 공간이었다.
부랑자나 노예까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최소 귀족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남자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 빙의자 특징 보고서.
[이름: 알렉시안 폰 프레드리(황제)/ 김철환] [나이: 15세] [특성: 검술(1성), 속성:빛, 혈계능력:태양의 축복] [상태: 중독, 쇠약, 우울, 심약]그냥 하라는 건 아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빙의된 몸의 특징들.
그 결과 단 한 번도 플레이해보지 못한 존재에게 빙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분 후, 그가 다 읽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서서히 문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죽은 황제라···.”
동생에게 독살당한 황제.
플레이 시점은 이미 죽은 이후였기에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황제였다.
선황의 능력을 가장 많이 물려받았음에도 육체가 쇠약하여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인물.
그를 대신한 무능하지만 욕심 많은 2황자.
그를 이용하는 귀족들.
그리고 몰락하는 제국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황자.
‘게임의 핵심 내용은 3황자를 도와 제국을 지키는 것.’
대륙에서 가장 큰 국가가 무너지는 순간 혼란이 올 것은 자명한 일.
그러나 단 한 번도 제국을 지키지 못했었다.
플레이 시점에서는 이미 너무 많이 망가져 버렸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멸망의 날이 다가오고 말았으니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
생각에 잠겨있던 김철환, 아니 알렉시안이 결론을 내렸다.
‘나쁘지 않다.’
시작점 자체는 나쁘지 않다.
중독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것까진 바랄 수는 없는 일.
특히 황제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쇠약하지만 여전히 황권은 살아있는 상황.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것 역시 쉬웠다.
“폐하. 선황 폐하의 장례식에 참석한 귀족들이 마지막으로 폐하를 알현하고 떠나고자 하옵니다.”
시종의 보고에 맹렬히 머리를 굴린 알렉시안.
열심히 생각한 끝에 지금 시점에 선황이 죽고 즉위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폐하?”
슬며시 문을 열어보려는 시종을 본 알렉시안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들라 하게.”
그의 윤허에 들어온 귀족들.
황제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자 모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분명 예우를 갖추고 있음에도 조아리는 이들의 표정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그들을 본 순간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반응하는 몸.
덜덜 떨리는 듯한 몸을 애써 누르며 싸늘하게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피곤한 음성으로 말했다.
“···모두 선황 폐하의 장례식에 참석해주어 고맙소.”
그의 감사 인사에 다시금 고개를 조아리는 귀족들.
전부 먼 방계지만 황실혈통이 미약하게나마 이어진 이들.
친인척이라 부를만한 이들이었다.
“폐하. 몸은 좀 괜찮으시옵니까?”
한참을 고개를 조아리던 늙은 귀족이 방계귀족들을 대표해 그의 안부를 물었다.
“보다시피 좋진 않소.”
“···큰일이군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늙은 귀족.
“혼란한 지금 폐하께옵서 굳건하셔야만 제국이 중심을 잡을 것이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동안만이라도 건강을 회복하는데 집중하시는 것이 어떠실는지요.”
그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무슨 의미요?”
“선황폐하께오서 돌아가신 이상 한동안 혼란이 지속될 것이며 문제 역시 산적해 있을 것이옵니다. 현재 폐하의 상태로는 그런 고된 업무는 어려우실 것이옵니다.”
“그래서?”
싸늘한 그의 음성에 몇몇 귀족들이 흠칫했지만 늙은 귀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한동안만이라도 선황비께 대행을 맡기시는 것이 어떠실는지요.”
선황제가 황후가 죽은 후 새로 들인 황비.
끝내 황후라고 불리지 못한 선황비를 거론하는 늙은 귀족을 바라본 알렉시안이 피식 웃었다.
빙의된 지 얼마 안 되어 정신없었지만 늙은 귀족으로 인해 기억난 이 게임의 내용.
2황자 정확히는 선황비를 따르는 귀족파 대부분이 쓰레기라는 것을.
분명 다들 능력은 있다.
맨 앞에 있는 늙은 귀족은 외교적 능력을,
양옆에 무릎 꿇고 있는 자들 역시 행정적 능력이 괜찮았기에 선황이 황족을 대표해 감찰하는 업무를 맡기고는 했다.
그렇기에 선황제가 불순한 마음을 갖고 있음을 알아도 써먹었던 것.
그러나 그는 아니었다.
‘능력 유무를 떠나 이 녀석들은 못 써먹는다.’
능력 좀 써먹겠다고 놔두다간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놈들이다. 선황제야 본인의 능력이 출중했기에 써먹었던 것이지만 자신은 아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나올 종말을 일으킬 놈들을 상대하는데 내부의 적을 두고 싸우는 것은 미친 짓이다.’
자신의 목적은 멸망을 불러일으킬 세력을 쓸어버리는 것.
제국을 부활시키는 것은 그 과정에 있는 것일 뿐.
그렇기에 이 몸의 주인의 생각과 상관없이 방해되는 이들은 죄다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러자 이 몸을 좀 먹었던 부정적인 기운이 자신의 정신마저도 좀먹으려 한다.
‘내 편은 없다.’
‘모두가 유약한 자신으로는 이 제국을 지탱할 수 없다한다.’
이런 생각들이 알렉시안의 생각을 잠식해 들어갔다.
반복적으로 음울해지는 생각이 들수록 사람은 심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걸 알기에 벌써 2황자와 3황자에게 달라붙은 이들도 많았다.
자신은 선황제처럼 막강한 힘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점을 이용하여 알렉시안은 계속해서 압박해 자리에서 내려오게끔 종용할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니 결정을 내려야 했다.
‘싹 다 숙청하고 새로 뽑는 게 빠르겠어.’
괜히 능력 아깝다고 몇 놈 봐주려다간 힘들어질 수 있었다.
일단 싹 다 갈아버리고 바닥부터 시작하는 게 더 빨랐다.
‘아직 선황의 힘이 남아있을 때 정리한다.’
황권이 추락하기 전에 숙청해야 한다.
아직 국경을 지키는 변경백들과 황궁을 지키는 근위부대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자신이 심약할지라도 제국의 지존이기에 충성하는 이들.
황권이 몰락하기 전이라면 이들의 힘을 쓸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때쯤 또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레 이러한 일이 발생하셨으니 몸을 회복하시면서 천천히 황좌에 익숙해지기는 것은 어떠시옵니까?”
귀족의 물음에도 여전히 답이 없는 황제를 보며 기회를 잡았다 생각한 귀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했다.
아직 어린 그를 대신해 선황비를 보필하여 제국을 안정시켜보겠다는 귀족들.
그런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나직이 물었다.
“감히 짐을 대신하겠다라···.”
싸늘한 그의 음성에 흠칫하는 귀족들.
몇몇 귀족들이 단번에 자신들이 말실수했음을 깨닫고 바짝 엎드렸다.
‘너무 나갔다.’
‘유약해도 황제는 황제. 조심했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들의 실수를 탓하고는 자비를 구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늙은 귀족이 나섰을 때부터 알렉시안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시종장!”
“예! 폐하.”
“이들에게 며칠간 머물 방을 내어주거라.”
말이 방을 내어주라는 것일 뿐, 사실상 감금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음을 안 귀족들이 납작 엎드리며 자비를 구걸했다. 사실 좀 과한 처사일 수는 있었다.
어디까지나 그의 건강을 염려해서 그런 것이라 둘러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는 만들면 될 일.
선황제가 눈감아 준 수많은 범죄들이 있는 이상 죄목이야 금방 만들 수 있었다.
거기다 폭군이라 불러도 될 선황제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의 사후 선황비에 대리청정을 맡기라는 요구는 반역에 가깝다고 말해도 될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저리 나온 것은 유약한 그의 심성을 노리고 떠보려 한 것이다. 물론 이 역시 리스크가 존재하기에 배후 세력에게 막대한 재물을 받았을 터.
지지기반이 약한 자신이기에 섣부르게 참형까지 처하지 않으리란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귀족들은 2황자를.
기사들은 3황자를.
거기에 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자신의 몸.
‘마약을 썼다.’
단순한 독약이 아님을 단번에 느낀 알렉시안.
자꾸만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억지로 부여잡은 알렉시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들을 쓸 바에 차라리 폭군이 되겠다.’
게임 내용대로라면 죄다 쓸어버리고 다시 쌓아 올릴 정보는 충분하다.
그러니 폭군이 되리라 마음을 먹었다.
“시종장. 근위대장을 불러라.”
그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짓던 시종장이 황급히 허리를 숙이고 사라졌다.
이 몸의 본래의 주인이 유일하게 믿는 존재.
그러나 알렉시안은 몸의 본 주인에게 속으로 물었다.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 말에 요동치는 몸.
마약으로 찌들었으며 육체 자체가 망가질 정도가 되었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의심하고 있었잖아.’
정말 자신의 편이었다면 육체가 이 지경이 되도록 놔두었을까?
알렉시안의 얼굴에 싸늘함이 감돌았다.
‘궁 내부부터 전부 갈아야 한다.’
한번에 모든 이들을 숙청하긴 어려울 터.
그러니 차근차근 저들의 숨겨진 죄목들을 발견하며 죽여나갈 것이다. 그 죽여나갈 대상은 제국 내에 있는 귀족들만이 아니었다.
선황제가 죽고 야금야금 기어오르려는 타국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근위대장이옵니다.”
“들라.”
선황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인물.
검성과 함께 제국 최강으로 꼽히는 검사.
황궁 기사단장이자 근위대장직을 겸직한 레슬러가 들어왔다.
“가야 할 곳이 있다. 호종하라.”
“예.”
어디가냐고 묻는 법도 없다.
그저 옆에서 당연히 호종해야 한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레슬러.
“시종장은 귀족들을 대전으로 모이라 하라. 짐이 직접 회의를 주관할 것이다.”
병약한 몸임에도 일부러 힘주어 말한 알렉시안이 레슬러의 부축을 받으며 움직였다.
시종들이 그의 몸을 부축하려 했음에도 손을 들어 제지했다.
‘너희들도 믿을 수 없다.’
그 뜻임을 알기에 레슬러가 믿을만한 근위기사를 불러 반대편에서 부축할 수 있도록 했다.
시종조차 믿지 않는 황제.
그렇다는 건 그를 보필하는 자신들 역시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벌벌 떨기 시작했다.
황궁에서 가장 믿을만한 존재인 근위기사들을 제외한 어떠한 이들도 따라오지 말라는 엄명과 함께 대전에 있는 황좌에 앉은 알렉시안.
얼마 후, 그의 부름을 받은 수많은 귀족들이 하나 둘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며 고개를 조아릴 때, 대전 안으로 선황비가 들어섰다.
“폐하.”
선황비가 예를 갖췄음에도 일어나지 않는 알렉시안.
본래 황후가 아니더라도 선황의 황비이기에 예를 갖추는 것이 관례지만 그 관례조차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그런 황제를 보며 당황한 선황비가 뭐라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황제궁에 쥐새끼가 있었군.”
“송구합니다.”
알렉시안의 말에 옆에 서 있던 근위대장이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그의 죄를 따지는 대신 해야 할 일을 말했다.
“잡아오시오.”
“예!”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직접 움직이는 근위대장.
그와 동시에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수의 근위기사들이 황제의 주변에 섰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듯 근위병들마저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알렉시안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 선황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히 짐을 대신하겠다 말하더군요.”
“그건···. 폐하의 건강을 염려하여 하는 말이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제 이름이 나온 것 자체가 불충한 일. 먼저 죄를 청하옵니다. “
영악하게 먼저 죄를 청하는 선황비를 보며 피식 웃은 알렉시안.
“짐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기에 한 말임을 압니다. 그러나 시기가 시기인만큼 확실히 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해주시지요.”
선황비를 존중하는 말과는 다르게 황좌에 턱을 괴고 앉아있는 알렉시안.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살짝 입술을 깨문 선황비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드높은 황실의 위엄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함이 옳습니다.”
그녀의 말에 알렉시안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대전 안에 모인 귀족들의 면면을 확인해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특출난 능력을 보이며 대신이 된 이.
명문가에 태어나 수많은 교육을 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들.
선황이 엄선한 이들답게 능력은 출중했다.
그러나 대다수가 2황자를 따르는 세력들이 많았다.
유약한 자신을 쓱싹하고 권력을 쟁취하려는 놈들.
이런 놈들을 언제 회유하고 앉아있나?
회유하는 데만 한 세월일 것이다. 그럴 바에···.
‘귀찮으니 싹 다 숙청하고 시작하자’
어차피 일할 놈 많다.
저놈보다 조금 못할지라도 열심히 굴리면 제 몫은 해줄 놈들은 널렸으니 그들을 쓰면 될 일.
그렇기에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게임으로 빙의한 첫날.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숙청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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