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23
8. 각 자의 선택.
제국의 쌍벽.
이 별명이 주는 무게감은 실로 엄청나다.
대륙 최강의 검사라 불리는 검성과 쌍벽을 이루는 이의 힘이 어떠한 것인지 사람들은 모른다.
막연히 ‘대단하다!’라고 생각할 뿐.
그러나 전쟁터에서 단 한 번이라도 목도한 사람은 하나같이 이렇게들 말하고는 한다.
“재앙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재앙.
전장의 괴물.
전장의 악마.
흔히 이런 별명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힘은 절대적이지 않다. 힘을 합치면 상대는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마스터급에 이르는 존재들은 다르다.
“커헉!”
나름 실력자였을 로브를 쓴 남자를 단숨에 찢어발긴 레슬러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 한 번의 돌격으로 박살 낸 지하의 함정들.
동시에 달려드는 자들을 모조리 뭉개버렸다.
그러자 뒤늦게 내려오는 기사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명!”
한 놈이라도 놓친다면 알렉시안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레슬러.
그가 살벌한 기세로 주변을 보며 오러를 퍼뜨리며 한 명도 없음을 확인하자 피오라에게 안기다기시피 하며 내려온 알렉시안.
“상당히 크군.”
땅을 밟은 알렉시안이 지하 공동을 바라보았다.
기사들이 가져온 마법구로도 전부 밝히지 못할 만큼 상당히 큰 규모였다.
“장기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피오라의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마약만을 제조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었다. 레슬러에 의해 여기저기 파괴되어 있기는 하지만 마법 시설로 보이는 것들도 다수 보였고, 무엇보다 인간을 변이시킨 시술을 진행하던 흔적들 역시 여기저기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파괴되어 있었기에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좀 심한데?”
멀쩡한 걸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크흠!”
알렉시안이 빤히 바라보자 고개를 돌리는 레슬러.
피오라 역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직함과 변치 않는 충성심으로 유명한 레슬러이지만 반대로 조금 무식하다고 평가될 때도 있었다.
물론 진짜 무식한 이들과 다르게 간혹가다 옆을 안 보는 정도라 크게 소문이 나진 않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되었네. 마법사들이라면 이 정도는 복구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알렉시안.
사실 이곳을 발견한 시점에서 기존의 계획보다 훨씬 앞당겨진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이곳을 직접 방문한 것은 한가지 확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한 시설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러나 알렉시안이 확인하고 싶었던 것.
그건 바로 이 시점에서 종말세력의 기술력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
게임 내에서도 몇 번 논란이 있었던 종말세력의 기술력.
처음부터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세계의 기술력 발전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첨예하게 대립했으나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이 시점을 플레이해 볼 수 없었으니까.
‘후자인가?’
나름 괜찮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듯싶지만 묘하게 뒤떨어진 느낌이 든다.
중반부나 되어서야 슬슬 본거지가 털리기 시작하는 게임 스토리상 그곳에서 묘사되고 그려졌던 배경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구식이었다.
이걸 볼 때 자신이 얼마나 이른 시점에 빙의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른 시점.
종말세력을 감지할 수 있는 힘.
앞으로 보상을 얻게 될 힘 또한 악마와 연관된 것일 가능성이 클 터.
‘그냥 보내지는 않았다는 건가?’
절망적일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
이곳에 보낸 자 역시 그걸 알기에 충분히 클리어 해볼 만한 힘 정도는 갖추게 해주려는 것이 느껴졌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나 발견한 것은 실험체로 쓰인 시체들과 역겨움이 느껴지는 조각나 나뒹구는 살점들뿐이었다.
그 중엔 인간의 것으로 보기 힘든 것도 여러 개나 발견되었다.
“그 와중에도 빼갈 건 다 빼갔군.”
“송구합니다.”
몇몇 흔적들을 볼 때 중요한 역할을 할만한 것들이 비어 있는 것으로 보아 종말세력이 빠져나가며 가져간 것으로 추측되었다.
“아니네. 그대였기에 이 정도나 건질 수 있었던 것이겠지.”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침울한 표정을 짓는 레슬러를 다독이고는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레슬러가 알렉시안의 허리를 붙잡더니 말했다.
“올라가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가뜩이나 균열이 갔던 지반이 우지직! 소리를 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 기다리세.”
“···천천히 올라가겠습니다.”
레슬러의 말에 알렉시안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마법사를 기다리자는 의미에 고개를 숙인 레슬러.
흔치 않는 모습은 연이어서 보여주는 레슬러를 보며 고개를 돌리는 근위기사들.
“뭣들 하나. 수색해.”
“예!”
레슬러의 고함소리에 재빨리 대답하며 흩어지는 근위기사들.
얼마 후, 마법사가 지하에 내려오면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된 알렉시안.
그곳엔 다수의 병력들이 겹겹이 방어진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폐하!”
다급히 달려온 수도방위군을 이끄는 로튼이 고개를 숙였다.
황제가 암습당했다는 사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조직의 근거지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곧바로 달려온 듯싶었다.
“구도심은?”
“정리 중이옵니다. 대부분 마무리되었기에 치안대에 인계 중입니다.”
“그럼 수도부터 봉쇄하도록. 우리의 눈을 피해 도망친 녀석들이 있다.”
“명을 받듭니다!”
알렉시안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는 로튼 군단장.
“사안이 중한만큼 오늘 내로 마탑주보고 직접 방문하라 이르게.”
“예. 폐하.”
근위대장에게 명을 내린 알렉시안이 기사들과 함께 곧바로 황궁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혼란스러웠던 수도의 상황이 알렉시안이 나오면서 마무리가 되어가면서 지금껏 일어났던 일들이 신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역시 알렉시안이 직접 명령한 것이었다.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전부 알리도록. 제국의 적이니 제국민들도 알아야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카엘라.
지금 상황에선 어떠한 반론도 용납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최선을 다해 움직여야만 했다.
「속보: 황제 폐하를 암습한 존재! 정체불명의 마약과 연관 있을 듯!」
충격적인 알렉시안의 암습소식.
그러나 그 정체가 더 충격적이었다.
「마나를 각성시키져는 마약, 알고 보니 생명력을 당겨쓰는 독약?」
「종말세력이라 명명된 단체. 제국에 종말을 원한다?」
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과정에서 명명된 종말세력이 공보를 통해 정식으로 발표되며 제국의 적으로 명시되었다.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사실들.
그 속에서 마침내 마탑의 문 역시 활짝 열렸다.
마탑주가 직접 황제를 알현한다는 소식이 퍼져나가면서 또 한 번 사람들이 놀랐다.
“폐하를 뵙습니다.”
“반갑네.”
고개를 숙이는 여인을 본 알렉시안이 자리를 권하자 조심스레 의자에 앉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마탑을 전면 개방하게.”
그의 말에 가만히 알렉시안의 눈을 응시하는 여인.
마탑주 셀리나의 눈빛을 본 알렉시안은 이해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
“봉쇄시켰다가 인제 와서 개방해준다니 개소리 같겠지.”
알렉시안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셀리나.
불경스러운 일이었으니 그 정도 힘은 갖고 있었다.
검성에 비견되는 재능.
그렇기에 여인의 몸으로 젊은 나이에 마탑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그녀 역시 본격적으로 게임 스토리가 진행될 때는 사라졌었다.
‘마탑 내 반란.’
다수의 장로들이 그녀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반란을 일으켰던 것.
자신들보다 한참이나 어린 젊은 여인.
선황에 의해 마녀집단이 마탑에 정식으로 합류하긴 했으나 여전히 뿌리 깊은 불신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여인이 마탑주까지 되었으니 얼마나 짜증 났겠는가.
폐쇄적이었기에 마탑이었기에 결국 숫자에 밀려 쫓겨나듯 사라진 여인.
그로 인해 마탑과 마녀는 다시금 분리되었다.
그것 뿐인가?
마공학파, 치유학파 등등 수 많은 학파들이 전통학파에 밀려 쫓겨났다.
게임 내 스토리에서 마탑의 부활의 에피소드가 바로 이 학파들을 계승하는 자들을 모아 마탑을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중에 마녀들은 없었다.
그녀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현 부마탑주이자 중립파인 엘린의 제자를 키워 틀어막아야만 했다.
‘순수 재능으로만 따지자면 셀리나가 훨씬 뛰어나겠지.’
그걸 알기에 셀리나만큼은 반드시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검성과 마탑주, 근위대장.
이 세사람만 있다면 악마군단장이 나타난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폐하의 은혜는 감읍하오나 쉬이 결정할 일은 아니옵니다. 다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이번에 한해서는 마탑이 전면적으로 나설 것이옵니다.”
셀리나의 말에 알렉시안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없겠지. 자신들을 이용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다시 쳐박을 수도 있을 테니까.”
선황이 그러했기에 마법사는 쉬이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알렉시안은 좀 더 과감한 수를 두려 했다.
“마탑. 하나만 있을 필요가 있나?”
“···예?”
“굳이 마탑이 하나만 있을 필요가 있냐는 말일세. 그대들 내부에서도 파벌이 갈린다지? 거기에 의견 역시 매번 갈려서 골치아프다던데. 아닌가?”
“···.”
“전면 개방한다면 일정 기준을 통과할 시 새로운 마탑을 짓는 걸 허락하지.”
알렉시안의 말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파벌마다 독립할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일세. 물론 그들은 국가의 지원을 제한적으로 받게 될 걸세. 오직 황실마탑만이 지금처럼 전면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차별은 두겠다.
다만 독립하는 것을 막지는 않을 것이다.
“마탑이 많아질 경우 선황폐하 때처럼 쉬이 폐쇄할 수 없겠지. 아니면 그대들이 쉬이 자신들을 옥죌 수 없도록 제국에 깊이 관여하면 될 일.”
이 말은 마탑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셀리나의 말에 알렉시안이 피식 웃었다.
“괜찮지 않을게 무언가? 애초에 짐은 파벌 하나 없는 몸. 강대한 파벌을 갖고 계셨던 선황폐하와는 다른 상황이네.”
그 말에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셀리나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의 은혜는 감사하오나 구두 약속은···.”
“믿을 수 없지. 조만간 대전에서 그대들의 전면개방을 두고 얘기를 나눌걸세. 마탑신설 역시 논의되겠지.”
“···.”
“진심으로 개방하고자 한다면 참석하게. 마법사들에게도 짐의 뜻을 전하고.”
“그리하겠습니다.”
그 말에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셀리나를 보며 말했다.
“선물은 충분히 주었으니 이제 보답을 받고 싶은데.”
“폐하께서 바라시는 모든 것을 전심전력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좋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셀리나에게 다음 대전회의에서 보자는 말과 함께 황궁에서 보내고 난 후 대신들을 하나둘 불러모았다.
종말세력이라는 미지의 세력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책과 마탑에 관한 일을 대신들에게 직접 전한 것이다.
‘대전회의 전까지 각 세력의 생각을 정리해서 오도록.’
알렉시안의 생각이 전해지고 이 사안은 서부에서 중앙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는 재상에게도 전해졌다.
“···생각보다 빨리 알게 되었군. 무엇보다 흐름이 좋지 않아.”
2황자를 통해 미래를 도모하던 재상이 볼 때 그 때가 오기 전에 자신들이 잡아먹힐 것 같았다.
제국을 은근히 견제하던 타국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외부가 정리되어버리면 제국은 내부에 집중할 터. 그럼 귀족파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만약 검성마저 중앙으로 온다면···.’
남부의 주인이라 불리는 마르코도 중앙으로 올 터.
그러면 귀족파의 입지는 더 줄어든다.
“극단적인 방법이라···.”
자신에게 손을 내민 자들.
그들이 준 검은 패를 본 재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이들의 손을 잡는 건 정말 최악의 수 였다.
“일단 보고 결정해야겠지.”
카엘라의 말만 믿고 결정하기엔 사안이 너무 컸다. 그러니 일단 중앙으로 가서 직접 보고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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