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24
8. 각 자의 선택.
재상이 큰 결단을 내리기 위해 중앙으로 향할 무렵, 제국 인근의 다른 나라들 역시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다.
가장 먼저 엄청난 타격을 입은 서북부 나라들이었다.
이미 검성에 의해 중립지대의 자유도시들이 전부 제국에 넘어간 상황이다.
거기에 그들에게 호의적이던 서부의 귀족파 역시 남부에서 치고 올라오는 상황.
이대로라면 미래는 뻔했다.
“어찌해야 하겠소?”
무려 다섯 개의 나라가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국이 중립도시들을 점령하는 선에서 멈출 것이라 예상하지만 그다음이 없을까?
이미 죽음을 맞이한 전대 황제도 그러했다.
처음엔 야금야금 밀고 올라오더니 명분을 잡고 정복 전쟁을 벌였었다.
현 황제라고 다를까?
“역시 제국 놈들은 믿을 것이 못 되오.”
“반목하는 척하면서 결국 외부를 칠 땐 단합하는 놈들이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외부인들이 보았을 때 제국 놈들이 짜고 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황자를 은근히 밀어주던 귀족파가 서부로 쫓겨나다시피 물러났음에도 자신들을 치는 데 힘을 합치고 있으니 처음부터 외부에 반목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
물론 이들 역시 그동안 제국으로 인해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
현재 대륙은 제국과 인근 국가들을 제외하면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었다.
대륙의 동쪽은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대륙의 서쪽 지역 역시 동쪽에서 일어난 불씨가 속속 들어와 오랜 세월 정립해온 위계질서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국에 의지해 자신들의 체제를 굳건히 하였으며 제국과 다른 국가들의 중계를 통해 이득을 취해왔던 국가들.
그러나 지금은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 했다.
“준비할 것이라면 지금 해야 하오.”
“맞소. 제국에 반기를 들 것이라면 지금밖에 없을 것이오.”
중립도시들을 먹으면서 한차례 숨 고르기를 할 제국.
가뜩이나 내부 사정도 혼잡할 것이기에 그것을 정리할 때까진 시간이 있을 터.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할 때였다.
“서부 귀족파는···.”
“그들을 믿을 수 있소?”
자신들만 믿으면 된다고 하더니 뒤통수를 치는 놈들이었다.
언제까지 그들을 믿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들과 함께합시다.”
“그럽시다.”
하나둘 찬성하는 이들을 보면서 늙은 왕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할 것이오. 검성의 눈은 날카로우니. 무엇보다 영약한 서부의 늙은이 역시 이쪽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오.”
그 말에 다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협이 될 것 같으면 칼같이 잘라내는 것이 제국의 재상이다. 그가 과연 이곳에 대한 시선을 거둘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살아남기 위해 배를 갈아타려면 그만큼 은밀해야 했다.
“일단 두고봅시다. 제국이 좀 더 혼란에 빠지면··· 그때 본격적으로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는 이들이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
자신들로는 제국의 북부군은커녕 서부군조차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제국이 자신들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먼저 움직인다면?
북부와 서부가 손을 잡고 자신들을 친다면 그 즉시 멸망일 것이다. 그만큼 절대적인 무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제국이다.
그렇기에 기다릴 것이다.
수백 년의 역사 동안 그래왔듯이 제국이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기만을 바라면서···.
북서부 국가들이 큰 결단을 내리려 하고, 동시에 서부의 국가들 역시 자신들의 혼란을 외부로 돌릴 방법을 찾는 와중에 제국 역시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제국 수도에 정체불명의 세력이 나타났음.」
수도에서도 보내온 쪽지를 읽어보는 검은 머리칼의 남자.
“정체불명이라···. 직접 그들을 밝혀내려 하셨단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된 이들을 찾아내 숙청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확실히 유약한 모습은 없는 듯싶군.”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직접 관련자들을 베어낸 것을 보면 선황이 걱정했던 것처럼 유약한 모습은 없는 듯싶었다.
“확실히 연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무식한 근위대장이 이런 일을 계획할 리는 없고···시종장이 도와준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듯 싶군.”
“예. 확실히 현재까지 벌어진 모든 일은 현 황제 폐하께서 계획하신 듯싶습니다.”
그 말에 검은 머리칼의 남자가 가만히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건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이곳의 상황을 말씀해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북서부가 정리되었으니 검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단 그것으로 충분···.”
“충분할 리가요. 몸 상태가 이 지경인데 언제까지 막을 수 있단 말입니까? 마스터의 몸으로도 한계입니다. 이젠 정말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관의 말에 남자가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움찔하는 부관.
그가 마스터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곳에 있는 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현재 알려지기로는 제국의 마스터는 네 명으로 알고 있다.
정점에 이른 검성.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진 근위대장.
마스터에 이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미래가 밝은 남부 사령관.
마지막으로 오래전 마스터에 오른 후 잠적한 서부의 마스터.
동부군의 사령관조차 자신의 정체를 전부 알지는 못한다.
그만큼 비밀에 감춰진 것이 그의 신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선황에 의해 비밀스러운 작전을 십 년 넘게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성 역시 이 임무의 일부를 맡고 있지만 괴물 같은 실력으로 커버하는 것을 넘어 북부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같은 마스터라도 정점에 이른 자와 겨우 마스터에 오른 자의 차이였다.
“말씀을 해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부관의 말에 가만히 침묵하던 남자.
그것을 보면서 희망이 생긴 부관이 한발 뒤로 물러나 다른 제안을 했다.
“일단 중앙으로 가서 직접 뵙는 것은 어떠십니까? 마침 검성과 남부 마르코 공작, 재상이 함께 모인다고 하니 이참에 갔다 오시죠.”
“직접 보고 판단하라···.”
부관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남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매일같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수도가 궁금하던 차였다.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옙!”
중앙으로 향한다는 남자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답하는 부관.
사실상 참모장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신분, 그리고 인종의 한계에 부딪혀 부관에 머무른 이가 검은 머리칼의 남자를 향해 경례를 올리며 신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은 남자가 조용히 펜을 들어 중앙으로 보낼 서신에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조직의 근거지를 박살 낸 지 며칠이 지날 무렵.
“중앙군을 수도로 더 끌어와야 합니다.”
“그럼 중앙의 국경은 누가 지킵니까!”
“지방군이 있는데 뭔 상관입니까? 그리고 자국 내에 중앙을 칠 놈들이 얼마나 된다고요!”
황궁은 연일 시끄러웠다.
귀족들은 수도에 중앙군을 더 끌어와 치안을 더 탄탄히 하자고 한다.
그러나 관료들과 군부 출신들은 이미 한계라서 더 끌어올 병력들이 없다고 싸우고 있다.
이것뿐일까?
“예산이 부족합니다.”
“폐하께서 지원해주신 걸로 압니다만?”
“그걸로고 턱없이 부족해요!”
“그쪽이 빼먹어서 그런 건 아니고?”
“말이면 단 줄 아나!
구도심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혼란으로 인한 보상문제로 예산이 구멍이 나버렸다.
그렇기에 대전회의가 있는 오늘까지 서로 핏대를 세워가며 자신들의 예산부터 채워야 한다고 싸워대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오늘은 특히 더 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탑주를 보거나 몇몇 대신을 보는 것을 제외하면 외부활동을 했던 황제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폐하!”
알렉시안이 황좌에 앉자마자 황급히 부르는 관료들.
“흥분들 하지 말고 일단 앉아라.”
그의 말에 애써 흥분을 감추고 자리에 앉는 관료들과 대신들.
“다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애쓰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안을 논하기 전에 가장 먼저 중대한 발표를 해야겠다.”
“···무엇이옵니까?”
내무대신 카엘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그가 중대발표를 할 때면 매번 큼지막한 일이 벌어졌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마탑에 관한 일이다.”
알렉시안의 말에 귀족들의 표정이 구겨졌다.
“마탑에 관련된 일이라 하오 시면 이미 어느 정도 합의는 끝났사옵니다.”
재무대신 제이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하긴 했으나 알렉시안이 밀어붙이니 어쩔 수 없이 동의했던 마탑.
지금에와서는 마탑의 참여로 인한 예산 절감이 아니었던 패닉에 빠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다행이라 여기는 중이었다.
“알고 있네. 깔끔하더군.”
제이론을 칭찬한 알렉시안이 대신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깨달았네. 현 제국에는 허점이 너무 많아. 난 그걸 최대한 메우고 싶네.”
“설마···.”
피오라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마탑을 전면 개방하지. 그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 수도 내에 암약해 있는 조직들을 완전히 뿌리 뽑아버려야겠어.”
“폐하!”
피오라가 발작하듯 나섰으나 알렉시안이 그런 그녀를 손으로 제지했다.
“마탑의 위험성? 짐도 알고 있네. 황자시절 역사를 허투루 공부하진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나타났어.”
“그건···.”
“아직 적의 진정한 정체도 파악하지 못했지. 적이 얼마나 이 제국이 퍼져있는지 가늠조차 되질 않아. 이런 상황에서 차악이라도 뽑아서 대응해야 하지 않나?”
알렉시안의 말에 피오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내 말이 틀렸으면 말을 해보게. 불안하다고 중앙군마저 끌어다 수도를 방어하자는 말이 나오는 판에 유용한 전력을 써먹지도 않고 폐쇄시키고 있는 것이 정당한가?”
그의 물음에 관료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귀족들을 대표해 대전에 들은 노귀족들은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길게 갈 필요도 없이 선황 이전 시절만 하더라도 마탑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던 일이 있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일.
“지금 당장 결정하고자 하는 일은 아니다. 다만 논의는 해볼 수 있겠지. 그리고 마탑에 완전개방을 해주는 조건으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들어볼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 말과 함께 알렉시안이 조용히 손짓했다.
그러자 문이 열리면서 한명의 여인이 알렉시안 앞으로 걸어왔다.
“마탑주 셀리나. 황제폐하의 부름을 받아 왔습니다.”
“와주어서 고맙군.”
그녀에게 짧게 고마움을 전한 알렉시안이 길게 끌 것도 없다는 듯 말했다.
“대신들에게 말하라. 그대들을 풀어준다면 어떠한 혜택이 기다릴 것인지를···.”
그 말에 작게 고개를 숙인 셀리나가 뒤돌아서서 대신들과 관료들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은 혼란한 눈빛을, 노귀족들은 두려움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시선 속에서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그녀가 입을 연지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두곳은 확실히 그녀에게 넘어가 버렸다.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대.
재무를 담당하는 재무부.
돈과 치안을 담당하는 두 부서를 설득시킨 그녀를 내보낸 알렉시안이 아직 설득되지 않은 귀족들과 대신들을 향해 말했다.
“짐의 의견을 강행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충분히 그대들끼리 논의해보라. 재상이 도착하는 날 이 문제와 함께 논할 것이다.”
그 말과 함께 그가 준비해온 계획서를 대전 한구석에 자리한 판에 붙여놓았다.
그 계획서의 맨 윗줄에 적힌 글은 이러했다.
「마탑 신설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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