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3
2. 이게 폭군이야?
패황이라 불리지만 사실 폭군에 가까웠던 선황제.
그에 비해 현 황제는 너무나도 심약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제국을 휘어잡았던 황권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런 심약한 현 황제가 선황제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움직였다.
‘노린 것인가? 언제부터?’
제국의 관료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이.
재상이란 직함을 가진 중년 남성이 알렉시안을 힐끔 바라보았다.
‘달라졌어.’
기세부터가 다르다.
심약하기로 유명한 황제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선 황비를 세워두고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황좌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모습.
그러나 눈빛만큼은 누구라도 잡아먹을 듯 날카로웠다.
갑작스레 변해버린 황제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재상.
이는 대전에 모인 모든 귀족이 동일했다.
‘영악하다!’
선황비 역시 알렉시안의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약에 찌든 모습이긴 했지만, 눈만큼은 총기가 흐려지지 않았다.
나른해 보이는 듯 하면서 명확히 자신은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은 듯한 날카로운 눈빛.
‘일단 버텨야 한다.’
모두가 이러한 생각으로 괜히 황제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고개를 조아리고 있을 무렵, 근위대장 레슬러가 한 시종의 목덜미를 잡고 끌고 와 알렉시안의 앞에 무릎을 꿇렸다.
“죄목은?”
“폐하의 정보를 판 죄입니다. 어디로 팔았는지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가만히 선황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애써 떨리는 몸을 주먹을 쥐며 진정시킨 선 황비.
정황은 충분하지만, 꼬리조차 쉬이 걸리지 않도록 손 썼을 것이기에 단번에 선황비까지 잡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아쉽군.’
앞으로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아쉬움을 삼키며 근위대장을 바라보았다.
“짐을 보좌할 이들에게 쥐새끼라···.”
선황에겐 감히 시도조치 못 했을 일.
그러나 자신에겐 시도할 수 있었다.
왜?
선황이 방관했으니까.
유약한 알렉시안이 언젠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그 배신감을 동력 삼아 심약한 마음을 다잡기를 바라기 때문에.
근위대장이 알면서도 놔뒀던 것은 이러한 선황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있나?”
“송구하오나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추가적인 조사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근위대장의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몸통이 그리 쉬이 드러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알렉시안 주변 인물들이 죄다 쥐새끼들임은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이참에 싹다 갈아버리며 황궁을 정화할 명분을 찾았으니까.
‘시종장 역시···’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알렉시안의 머릿속으로 한가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아직 어렸을 때 함께 뛰놀던 시종.
현재는 시종장이 된 그 역시 이 사안에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에 알렉시안의 머리 속에서 슬픔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멍청해.’
아무리 몸이 쇠약하더라도 암살위협을 겪었으면 자신의 세력을 만들고 대응을 할 생각을 해야 했다.
어렸을 적부터 함께 해왔다는 이유로 믿었기에 배신당했다.
그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겁을 집어먹고 숨어 있었다.
또 다시 떠오르는 기억들.
자신의 몇번의 암습으로부터 몸을 던져 자신을 지켜주었던 시종.
다른 시종들이 배신하더라도 끝내 옆을 지켰던 어린 시종.
그 외에도 힘겨운 순간에도 끝내 옆에 남아주었던 이는 아비도, 죽은 어미도, 형제들도 아닌 시종 한명 뿐이었다.
그렇기에 믿었던 것일 터.
자신이 진짜 알렉시안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이 몸의 본래 주인처럼 되었을 가능성도 이었다.
‘난 너와는 달라.’
본래 영혼은 ‘김철환’이었기에 ‘알렉시안’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내가 대신 해주마. 지켜봐라.’
그렇게 속으로 말한 알렉시안이 싸늘한 표정으로 대전을 바라보았다.
“···.”
이제는 지독한 배신감이 알렉시안의 생각을 지배했다.
선황이 그토록 알렉시안에게 바랐던 마음.
영혼은 김철환이었기에 상관도 없는 인물이지만 알렉시안의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 때문인지 그 감정에 동화되어 고스란히 얼굴에 분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믿었던 이에 대한 배신감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 그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알렉시안이 쇠약해진 원인 일부를 찾았습니다. 관련자를 처벌하여 알렉시안의 영혼에 평온을 찾아주세요.] [보상: 중독 증세 완화]현재도 실시간으로 망가진 몸을 회복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해야 했다.
곧바로 고개를 돌려 감찰부를 바라보았다.
이쪽 역시 썩어 문드러졌을 테지만 아직까진 선황의 힘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했다. 현 감찰 대신은 귀족 출신도, 그렇다고 어떤 파벌과 연줄이 있는 이도 아니었다.
그보다 능력 있는 인물은 있었지만 선황이 직접 황권을 이용해 평민에 불과한 이를 강제적으로 앉혀놓은 것.
직위 역시 국장에 불과한 인물을 대신의 자리에 앉혀놓았다.
그렇기에 충성심 역시 남아있을 터.
아직 선황의 힘이 남아있는 지금 사용할 수 있는 패였다.
“헤르윗.”
“예! 폐하.”
“그대에게 방계혈족에 대해 조사를 명한다. 선황비와 방계혈족 간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지 파악하도록.”
“명을 받듭니다.”
황제의 명령에 그 즉시 대전을 빠져나가는 감찰 대신.
압도적인 권력.
선황이 어째서 2황자와 3황자는 세력을 만들도록 윤허했으면서도 1황자에겐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음 대 황제가 되는 순간 얻을 수 있는 압도적인 힘.
이 힘이 있기에 2황자와 3황자가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유약한 1황자의 심성을 적당한 긴장감으로 바꿔놓기 위함도 있었다.
‘편하네.’
알렉시안이 입꼬리를 올리며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시점에서 이 대전을 빠져나간다는 것은 황제에게 면죄부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모두가 부러운 표정으로 감찰 대신을 바라보았고, 자신에게도 그 면죄부를 주었으면 한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에게 알렉시안은 선물 대신 채찍을 주었다.
“대전에 모인 모든 이들을 한시적으로 감금한다. 불만 있으면 지금 말하도록. 귀족들의 권리를 존중해 법관에게 판단을 맡기도록 하지.”
말이 권리를 존중할 뿐.
이런 상황에서 법관에게 판단은 맡긴다는 것은 황제의 뜻이 그대로 진행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모두가 알렉시안의 뜻에 따른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고, 그 즉시 다음 명령을 내렸다.
“모든 조사가 끝날 때까지 궁에 머무르는 것을 동의하는 것으로 알겠다. 근위대장!”
“예! 폐하.”
“이들을 모두 감금하도록.”
“명을 받듭니다.”
시종들의 도움 따윈 받지 않았다.
이미 썩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대대적으로 한번 물갈이를 해야 하기에 의도적으로 근위부대만을 이용했다.
이참에 황궁에 암약해 있을 선 황비의 끄나풀을 죄다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마지막 명을 내린 알렉시안이 황좌에서 일어나 천천히 대전을 빠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선황비의 옆을 지나치자 굴욕감에 부들부들 떠는 선황비가 보였다.
귀족들과 똑같이 ‘감금’되는 처우는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떠한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 굴욕적인 것.
‘내 반드시···.’
이날의 치욕을 갚아주겠다고 다짐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알렉시안은 속으로 그럴 일 없을 것이라 말해주며 대전을 나섰다.
근위병들에게 이끌려 굴욕적으로 배정된 궁으로 향하는 귀족들.
제국에서도 명망 높은 귀족들과 대신들이 죄인처럼 끌려가는 것이 웃기기도 할 테지만 황궁 안에 있는 어느 누구도 비웃는 사람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제 앞가림조차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저···전 아닙니다!”
근위병에게 끌려가며 말하는 시종.
그러나 그 말을 들어줄 근위병이 아니었다.
뭐하나 걸리면 줄줄이 엮일 수밖에 없는 것이 황실.
선황은 어느 정도의 내부 정쟁 정도는 눈감아주었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뇌물혐의 등도 당연히 문제 삼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관례가 되어버린 상황.
선황이야 카리스마로 억눌렀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 카리스마로 누를만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썩은 부위를 어느정도 걷어내지 않으면 멸망의 날을 버틸 수가 없다.
그렇기에 혼란이 일 것을 알면서도 숙청을 시작했다.
‘어쩌면 이 역시 선황이 남긴 선물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궁으로 향하는 알렉시안.
근위대장이 찾은 가장 큰 쥐새끼는 황제의 궁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요한 황제의 궁.
떠나올 때와 달리 사람 역시 줄어 있었다.
텅 빈 것 같은 궁에서 알렉시안 앞에 홀로 서 있는 시종장.
마치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그를 보면서 알렉시안이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도망가지 않았다. 대체 왜?’
거기다 시종장 정도 되는 인물이 자신과 연관된 흔적들을 이리 쉽게 놔둔다고?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으나 한가지는 변함이 없는 사실은 있었다.
알렉시안을 가장 오랫동안 보필해왔으나 가장 오랫동안 정보를 팔아먹은 이라는 것.
욱씬!
알렉시안의 영혼이 아직 남아있는지 심장이 욱신거리는 것처럼 아파왔다.
그러나 애써 그 아픔을 참아낸 알렉시안이 조용히 물었다.
“담담하군.”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시종장.
“곱게 죽여줄 것으로 생각하는 건가?”
그 말에 고개를 젓는 시종장.
“배후는?”
“말해보았자 의미가 없습니다.”
“말해.”
알렉시안의 명령에 시종장이 잠시 그의 두 눈을 바라보다 순순히 입을 열었다.
“제 배후는 선대 황후마마께서 돌아가신 날 죽었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예. 황후마마의 암살시도에 투입된 이들 중 하나가 소신입니다.”
그의 대답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돌려 근위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대도 알고 있었나?
“폐하의 명이셨습니다.”
그의 대답에 이를 악문 알렉시안.
자신의 어미를 죽인 역적과도 같은 놈이 자신의 가장 지근 거리에서 그를 보필했다.
그 사실에 알렉시안의 심장이 요동쳤다.
육체에 남은 그의 영혼이 분노와 절망감, 슬픔이 공존하는 부정적인 감정에 혼란스러워했으나 애써 감정을 추스른 후 다시 물었다.
“···이유는?”
“폐하의 나약함을 없애기 위함, 그리고 저자를 통해 내부의 적을 처리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숨긴 게 또 있나?”
“만약···계속해서 심약함을 버리지 못하신다면 적들의 수작질을 막지 말라 하셨습니다.”
‘스스로 일어서서 막고자 한다면 도우라.’
그것이 근위대장에게 남긴 선황의 유언.
그렇기에 알렉시안이 그를 부를 때까지 알면서도 나서지 않았던 것.
황후가 죽은 후 심약해진 1황자가 아쉬웠으나 황제의 입장에서 제국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죽기 직전까지 기회를 주었고, 죽은 후에도 유언으로나마 기회를 주었다.
그 기회조차 잡지 못할 경우 적들에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명예롭게 황제로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했다.
모든 것을 들은 알렉시안이 눈을 감으며 본래 몸의 주인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한참 후, 눈을 뜬 알렉시안이 시종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선황폐하께서 내게 남기신 것은?”
“소신입니다.”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린 알렉시안.
그러나 곧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선황폐하께서 대역죄를 저지른 소신을 아직까지 살려두신 이유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1황자 궁에 관련된 범죄들이 적힌 작은 노트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본 순간 아직 풀리지 않았던 퍼즐이 풀리며 가슴 한켠에 남아있던 찜찜함이 사라졌다.
“···아쉽게도 선황비와 고위귀족들이 엮이진 않았사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다시 욱신거리기 시작하는 심장.
이 몸의 본래 주인 역시 시종장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또다시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비록 몸통뿐이겠으나 소신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소서.”
대역죄를 저지른 시종장.
그를 도구 삼아 숨어 있는 몸통들을 끄집어낸다.
그리된다면 시종장은 필히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시신조차 온전히 무덤에 안치되질 못하리라.
그걸 감수하겠다는 시종장을 보며 이 몸의 본주인을 대신해 물었다.
“짐을 보필했던 것. 짐을 구했던 것. 그 과정에 진심이 있었나?”
그 말에 한참을 고개를 숙이던 시종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대역죄를 저질렀음에도 저 하나로 끝내주시겠다는 은혜를 갚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러나…폐하를 보필하면서 소신 역시 점점 진심이 되더군요.”
그 말을 하면서 숙였던 고개를 들어 알렉시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누구의 보살핌 없이 홀로 견뎌온 당신을 지키기 위해 내렸던 그 때의 선택은 진심이었습니다. 진심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키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수 많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알렉시안을 지켰던 일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 시종장.
그걸 느꼈는지 알렉시안의 눈에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평생을 배신자로 살아왔으나 마지막이나마 진심으로 폐하를 도울 수 있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절을 올린 시종장.
그 후 조용히 근위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여는 근위대장.
“폐하께 독살시도를 한 혐의로 체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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