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30
9. 밝혀지는 비밀들.
알렉시안이 마음을 먹은 것처럼 재상 역시 마음을 단단히 굳혔다.
‘황제와 난 같이 걸어갈 수 없다.’
서부에서 벗어날 때만 하더라도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믿고 싶은 게 컸다. 그에게도 현 황제를 대적하는 건 뒤가 없는 결정이었으니까.
그러나 중앙에서 본 알렉시안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변화해 있었다.
‘선황보다 위험해.’
그의 오랜 감이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는 선황보다 위험하다고, 그리고 귀족파를 절대 그대로 놔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자신이 굴종한다 한들 그는 귀족파를 끝내 변화시키고 말 것이다.
과연 서부 귀족들이 이 변화에 따라갈 수 있을까?
남부 – 대부분 상인 출신으로 상재에 능한 자들이 고위귀족을 차지하고 있다.
북부 – 무예에 능한 자들이 살아남아 명문 가문으로 발돋움했다.
동부 – 가장 힘이 떨어지지만, 군부를 중심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중앙 – 단승귀족이 많지만 그만큼 능력자들이 많다.
그럼 서부는 어떨까?
여전히 세습귀족이 많기에 영지를 물려받기에 혈안이다.
원래부터 부유했고, 오랜 세월에 걸친 힘이 있기에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갈까?
이미 한차례 선황에 의해 깎여나갔다.
중앙에서 하위관리직과 중앙관리직을 죄다 단승귀족들에게 빼앗긴 것부터가 힘이 깎인 것이다.
거기에 북부를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검성을 북부로 보냈고, 수 많은 군벌들이 북부와 동부에 몰려들었다. 그러하기에 황궁을 제외한 중앙의 대부분의 군벌들이 사라졌다.
이 역시 귀족파의 힘을 깎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선황의 시대를 버텨냈다. 그런데 다음 대 황제가 더 미친놈이었다.
‘어떻게 버텼는데···.’
재상이 입술을 깨물었다.
장례식 이후 숙청을 진행한 이후 현 황제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많은 것을 바꿔왔다.
선황조차 덮어놓았다는 것을 굳이 들춰내서 초기에 일으킨 숙청의 분위기를 꾸준히 유지해왔고, 마침내 마탑까지 개방했다.
앞으로 어떤 미친 짓을 더 할지 알 수 없었다.
‘정치적 판단을 하기에는 글렀다.’
현 황제는 미친놈이기에 정치적인 수 따윈 의미가 없었다.
자신이 이득을 얻는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내놓을 뿐.
다른 파벌들이야 그 정도만으로도 감지덕지겠지만 귀족파는 그걸로는 한참 부족했다. 이대로는 서서히 힘이 깎여나가 서부에 처박히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같은 미친놈들이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제국의 북부 일부.
그리고 외부에서 일이 터지더라도 제국은 침묵할 것.
이 정도도 제국을 먹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후···이래서 억눌러왔던 것인데···.”
1황자의 재능은 두 황자들보다 뛰어났다.
그것을 알아보았기에 지속적으로 1황자를 압박하며 심약한 성정을 갖게끔 유도해왔다. 한데 그것을 극복하고 이제는 특수한 힘까지 발현하며 민심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중앙에선 답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난다면 중앙을 완전히 장악하고 지방까지 영향력을 미치려 할 터.
그렇기에 자신이 여기 머무르면서 방해를 해야 했다.
‘그들이 일을 벌이기까진 시간을 번다.’
다소 극단적인 선택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하는 꼴을 보아하니 검성 역시 현 황제 쪽으로 마음을 기울인 것 같다.
그렇다면 3황자라는 카드는 의미가 없는 셈.
자신이 현 황제라면 2황자를 품고 있는 귀족파를 본격적으로 조질 것이 분명했다. 살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했다.
문제는···.
“굳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내무대신은 카엘라.
그리고 그런 그녀를 따르는 귀족파 출신의 관료들.
현 황제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능력 위주로 선별했는데, 그러다 보니 귀족파 입장에서 큰 그림보다 당장의 이득을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현 황제에 따라주며 마탑을 확보해야 하는 시기가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이대로라면 남부가 죄다 긁어갈 것입니다.”
젊은 관료들도 카엘라의 말에 동조하며 이유를 들먹인다.
“마탑이 개방된 이상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귀족파는 중앙에서 밀려나는 것을 넘어 서부도 위험해질 것입니다.”
카엘라의 말에 재상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맞는 말이다.
마탑의 신설 권한을 황제가 갖고 있는 이상 지금은 발을 맞춰줘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역시 황제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꼴이다.
“지금 발맞춰주어 주면?”
“예?”
“그다음은?”
재상의 물음에 카엘라가 입을 다물었다.
“종말세력? 저 잡것들을 명분 삼아 계속 몰아붙이면? 그때도 발맞춰주려는가?”
“···그건. 하지만 저희도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세력은 줄었을지언정 분명 이득을 보는 판이다.
그러나 재상은 더 크게 보았다.
“그 이득을 다른 파벌들도 보고 있지.”
똑같이 본다는 게 중요했다.
계속해서 이리 간다면 결국 귀족파의 세력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수도 내부에서 귀족파의 입지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카엘라 잘못이 아니었다.
선을 넘지 않는 자들에 한해서만 구제해주자는 것은 재상 역시 동의한바.
문제는 수도의 귀족파 중에서 황제가 정한 선을 넘은 이들은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 발견될 것이라는 점이다. 귀족파가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으면 문제없겠지만 이미 중앙으로 모여든 각 지역의 귀족들이 각축전을 벌이며 빼앗아가고 있었다.
“현 황제는 자신의 권한을 포기해서라도 계속 이득을 쥐여줄 거다. 한데 과연 그게 귀족파에게 이득일까?”
재상의 말에 카엘라는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우리의 세가 줄어들면 결국 현 황제는 우릴 물어뜯을 것이다. 중앙에서 우리가 몰락하는 것은 더 이상 막기 힘들다. 그러니 최대한 버티는 방향으로 바꿔야겠지.”
“버티면 무엇이 있습니까?”
“아직은 알려줄 수 없다. 허나 버티면 결국 우리의 세상이 될 것이다.”
재상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카엘라와 귀족들.
그저 믿으라는 말과 함께 그가 떠나고 난 후 침묵에 잠기는 카엘라와 관료들.
그런 그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게 맞습니까?”
한 남성의 질문에 카엘라가 떨리는 눈동자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건물 밖으로 나온 재상이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탑과 공방, 그리고 수 많은 수도와 중앙지역의 공사들.
이 모든 것을 놓고 방해만 한다고?
짐작은 갔다. 재상이 믿고 있는 큰 그림에 그녀조차 완전히 알지 못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과연 그들을 믿고 일을 벌이는 게 맞을까?
“모르겠네.”
결국 카엘라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모르겠다였다.
몰락해 가는 가문을 여기까지 끌고 오게 도와준 은인이나 다름없는 재상.
그러나 그의 이번 판단에 관해선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의문은 그녀의 마음 속에서 자꾸만 재상에 대한 믿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상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수도 내에 있는 귀족들을 만나며 그동안 자리를 비운 것을 메우기 위해 바삐 돌아다녔으며 중립파, 그리고 현 황제에 불만을 품은 선황제파쪽 인물까지 만났다.
수도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귀족들은 드물었고 선황제파 내에서도 그런 인물들이 있었기에 알렉시안의 칼날을 피해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말세력의 정확한 정체까진 몰랐더라도 그들과 아주 옅게나마 연줄이 닿게 된 귀족들 역시 상당히 많았다.
그들 역시 언젠가 자신에게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알렉시안의 칼날을 두려워하며 재상을 만났다.
한가지 신기한 점은 재상이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것처럼 해당 귀족들을 빠르게 접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이렇게 빠르게 재상과 접촉할 수 있었던 이유.
“사전에 협약이라도 맺어놨던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시종장의 대답에 알렉시안이 피식 웃었다.
2황자가 황제가 될 경우를 상정하며 미리 줄을 대놨던 귀족들.
그들이 비밀리에 만들어놓은 연락책이 지금에서 빛을 발하며 재상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었다.
“짐을 적대하는 세력이라···반 황제파라 부르면 되나?”
알렉시안의 말에 시종장이 차마 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역시 재상이었다.
그가 중앙에 머물며 만들어놓은 세력이 하루아침에 전부 사라질 리는 없었다. 그동안의 숙청을 통해 처리한 것은 죄다 곁가지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마스터들이 호의적인 현 상황을 이용해 압박하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시종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좋았다.
어차피 정리할 놈들이 재상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면 더더욱 좋았다. 거기다 재상이 대놓고 자신을 적대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종말세력이 접촉했으려나? 아니면 타국?’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건 제국과 자신에게 득될 것은 없다는 것.
“내전이라···.”
알렉시안의 말에 흠칫하는 시종장.
재상이 서부에서 뭔 짓을 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중앙에서 밀려나 쉼 없이 얻어터지니 큼지막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바꾼 역사로 인해 재상 역시 선택을 한 것이 분명한 것.
그렇다면 또 한명 걱정되는 존재가 있었다.
“3황자의 행방은?”
“남동부까지는 파악했습니다. 현재 기사들을 끌어모으며 위험지역에서 활동 중이라고 하옵니다.”
서부는 답이 없다. 그렇기에 동부쪽으로 내려가며 세력을 끌어모으는 것 같았다.
검에 재능이 있고, 군재가 있으니 그를 선망하는 이들이 많을 터.
지방까진 알렉시안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으니 3황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선황을 흠모하던 충성파 출신들이 3황자를 지지하는 것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제지를 할까요? 검성과 군부대신의 도움이 있다면···.”
“더 반발할 수도 있지.”
저들을 강제적으로 해산시켜봤자 불씨만 퍼질 뿐이다. 그럴 바에는 3황자를 중심으로 뭉치게 내버려 두는 게 속 편했다.
게다가 중앙에 비하면 세력이 약한 것도 있었다.
본래 스토리대로라면 숨어있는 반마족들을 끌어모아 군세를 만들었겠지만 알렉시안 역시 반마족들을 끌어모아 세력을 만들 것이기에 쉽지는 않을 터.
잘해봐야 야만족들과 동부의 소국들에 지지를 받는 것 정도일 터.
그 정도라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단 놔두도록 하지. 지금은 재상을 견제하기도 바쁠 테니까.”
그 말과 함께 시종장이 가져온 보고서들을 정리한 알렉시안이 다시금 서류작업으로 들어갔다.
며칠 후, 재상이 도착하면서 시작된 대회의.
주요 귀족들이 전부 중앙으로 올라오며 가득 찬 대전.
그곳에서 재상이 알렉시안을 향해 선전포고를 날렸다.
“폐하. 마탑의 완전 개방을 재고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재상의 말에 대전 안에 있던 대부분 귀족이 침을 꿀꺽 삼켰다. 반면에 사전에 작업을 전부 해두었던 마르코의 경우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어느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이 무슨!”
“그것이 문제요. 마탑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단조차 마련하지 않고 이리 풀어버린 것!”
그렇게 말하면서 귀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과거의 과오를 반복할 생각이 아니라면 원점에서 논의해야 함이 옳소! 거기에 더해 귀족들에 관한 처벌 역시 원점에서 재조사해야 할 것이오. 폐하께오서 암습을 당하신 중한 사안이라 다급한 심정이었던 점은 이해하나 그렇다고 다급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은 아니었소.”
그 말에 몇몇 고위귀족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를 크게 입은 귀족들은 동조하듯 재상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반박하지도, 그렇다고 수긍하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불만이 쌓여있던 귀족들이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재상의 부재로 인해 귀족파가 제 구실을 못했다고 생각했던 귀족들이 한데 모인 지금의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 알렉시안의 다급한 개혁들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그러한 하소연을 전부 들어주던 알렉시안.
어느정도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윤곽을 드러냈다 판단한 순간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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