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31
10. 시작되는 대립.
“그래서 재상은 종말세력과 연관된 이들을 풀어주자는 것인가?”
알렉시안의 물음에 재상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다만 사안을 엄중히 검토하고 법의 절차에 따라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상의 말에 다른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것은 개소리다.
법을 집행하는 판사부터 감찰부까지 죄다 귀족들에게 유리한 판단만 해온 것이 지난날의 법이다.
그러하기에 알렉시안이 무리해서 움직이면서까지 명분을 쌓고 지금까지 유지해 온 것이다.
“절차라··· 궁금하군. 선황시절에도 감히 황제에 관련된 사안에 절차를 들먹일 수 있었는지를.”
알렉시안의 말에 대전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선황폐하 시절에도 귀족들에 관한 배려는 있었습니다.”
“짐은 배려가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사옵니다. 다만 몇몇 불미스러운 상황이 갑작스럽게 터지면서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 생각됩니다. 지금이라도 절차에 맞춰서 움직여야 혼란한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재상의 말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자세히 까보면 지금처럼 알렉시안이 멋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없게끔 절차를 핑계로 막아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대가 좋아하는 법에 나와 있군. 황제의 몸에 상해를 입히는 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한다. 오직 황제의 판단만이 이 죄를 사할 수 있다.”
“폐하를 암습한 이들은 참형에 처해야 마땅하옵니다.”
“현재 처형당한 자들도 종말세력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자들에 한해서인데 이들도 봐줬어야 한다고 보나?”
“아니옵니다.”
알렉시안이 황권을 들먹이면서 압박하자 재상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경범죄자들이옵니다.”
“벌금형으로 끝냈을 텐데?”
“그 벌금형이 과중한 이들이 여럿 있었사옵니다.”
재상의 말에 알렉시안이 눈을 찌푸리면서 내무대신을 바라보았다.
이는 사전에 그녀와 얘기가 끝난 상황.
그것을 다시 끄집어낸다는 것에 불쾌한 표정으로 그녀를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녀 역시 이것을 원치 않았음을.
‘내부분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재상을 바라보았다.
“마약에 손댔다. 선황폐하께서 금하신 암시장도 반복적으로 들락거렸다. 뿐인가? 몇몇 이들은 범죄조직과 손을 잡기도 했다. 짐의 판단 어디에 허점이 있지?”
되려 자비를 베푼 것 아닌가? 란 의미로 묻자 재상이 알렉시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폐하의 처결은 자비로우셨사옵니다. 다만 공평하냐 묻는다면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사옵니다.”
“공평···.”
한 관료가 재상의 말을 곱씹으면서 멍하니 알렉시안과 재상의 대치를 바라보았다.
“지방은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
“특히 남부 같은 경우 암시장이 대놓고 열리고 있사옵니다. 그쪽 관료들은 관례라는 이름으로 뇌물을 먹고 눈을 감아주옵니다. 서부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재상의 말에 내무대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서부를 내놓겠다. 그 대신 전 지역을 감찰해달라 했던가?’
카엘라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재상을 바라보았다.
“서부도 감찰해달라는 말로 들리는데?”
“예. 전 지역을 명명백백히 감찰해주십시오.”
재상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언뜻 보면 다 같이 죽자로 보이겠지만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알렉시안을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가 깃들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의 관료들은 전부 해당 지역의 귀족들이 꽉 잡고 있다.
그렇다면 중앙에서 파견을 내려보내야 하는데 과연 안전할까?
가는 길에 암살을 당하진 않을까?
설사 안전하게 내려갔다 한들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지방에서 감찰에 실패한다면 그 명분으로 중앙에서도 관례를 들먹이며 이번 한 번만 봐달라 자비를 구하겠지.’
이것을 빌미로 재상은 세력을 더 끌어모아 알렉시안을 더 반대하려 할 것이었다.
‘여우 같은 늙은이답네.’
쉽지 않은 수였다.
지금 당장 자비를 베풀어 해결한다고 하면 이번 사안을 빌미로 다른 사안에도 밀고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초장에 잡는 것이 현명한 법.
“지방의 감찰이라 쉽지 않겠지.”
“저희 남부에 먼저 와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아닙니다. 저희 북부를 와주십시오. 제가 직접 돕겠습니다.”
눈치 빠른 마르코와 검성이 재빨리 자신들부터 해달라고 외쳤으나 알렉시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선 재상을 바라보았다.
“재상. 짐에게 그 말을 했다는 것은 서부 역시 감찰받을 각오를 했다는 것이겠지.”
“소신들부터 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공정한 조사를 부탁드릴 뿐이옵니다.”
“그대가 보기에 가장 심한 곳은 남부겠지?”
“그렇사옵니다.”
재상의 말에 알렉시안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말없이 생각에 잠겼음에도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그만큼 지금의 사안의 중대함을 귀족들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네. 공정함이야말로 짐이 추구하는 것.”
그렇게 말하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감찰 대신 헤르윗!”
“예! 폐하.”
“치안대장 지오반니!”
“예! 폐하.”
알렉시안의 부름의 곧장 나와 한쪽 무릎을 꿇는 대신들.
“그대들을 탄핵하라는 서신들이다.”
그렇게 말하며 황좌 한구석에 쌓아두었던 서신들을 던졌다.
귀족회에서 정식으로 온 탄원서부터, 귀족 개개인들이 보낸 서신들까지.
명분은 있었다.
황제가 암습당하는 사건이 있음에도 아직 혼란이 진정되지 않았다는 점.
거기에 온갖 곳을 수색했음에도 종말세력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다는 점.
하필 알렉시안이 유임시킨 두 대신들이 실수했기에 귀족들이 어떻게든 압박당하는 상황을 돌려보고자 한 것.
“억울하겠지. 그대들 이전에도 존재했을 가능성이 큰놈들이 하필 지금 터진 것이니.”
알렉시안의 말에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인 두 대신.
“하지만 그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니 그대들을 파직하지.”
귀족들 사이에선 신 황제파라 불리는 이들.
그들을 단칼에 잘라내는 모습에 놀란 눈을 떴다. 재상 역시 눈을 가늘게 뜨며 알렉시안의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했다.
“그대들이 올린 사직서를 받아들이겠으나 이대로라면 불명예만 지울 뿐이겠지. 그렇기에 그대들의 억울함을 풀 기회를 주겠노라.”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르윗. 그대에게 서부를 감찰할 권한을 주겠다.”
“명을 받듭니다!”
“지오반니. 그대에겐 남부를 감찰할 권한을 주지.”
“명을 받듭니다!”
두 대신이 각 지역을 감찰한 권한을 받게 되자 귀족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이 생각하는 그림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상은 여유가 있었다.
대신급 인물들이 감찰한다 한들 의미가 있을까?
중앙과 달리 지방은 세습 귀족들의 힘이 막강했다. 일부 군권을 쥐여준다 한들 그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알렉시안 역시 가장 큰 칼을 뽑아 들고자 했다.
“근위대장.”
“예! 폐하. 근위기사 일부와 중앙군 일부를 내어주겠다. 헤르윗을 도와 서부를 감찰하라.”
“폐하! 그것은 아니 될 말이옵니다!”
근위대장이 다급히 무릎을 꿇으며 황제의 결정에 반대했다.
이는 심각한 죄였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이가 없었다. 그만큼 큰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군부대신.”
“예. 폐하.”
“근위대장이 나가 있는 동안 군부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겠나?”
알렉시안의 말에 머뭇거리는 피오라.
그녀 역시 자신이 근위대장을 대신할 수 없음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는 알렉시안의 시선에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근위대장을 대신할 순 없겠으나 소신이 직접 폐하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피오라의 말에 근위대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여기서 반박한다면 피오라의 명예를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터가 지키는 것과 마스터에 가까운 자가 지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대가 없는 동안 황궁 밖을 나가지 않겠다.”
“···.”
“안전이 확보된 지역만 가도록 하지.”
“···폐하의 명을 받듭니다.”
알렉시안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서부는 이렇게 처리한다 해도 나머지는?
‘마르코에게 맡긴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재상이 나설 준비를 할 때였다.
알렉시안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남부가 궁금할 테지.”
그렇게 말하며 새로이 대전에 들어온 한 인물.
“크롬웰 후작.”
“예. 폐하.”
“언제까지 돌아가야 하지?”
“폐하께서 명하신다면 2개월의 여유는 있을 것이옵니다.”
그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좋네. 중앙군 일부를 북동부에 더 지원토록 하지. 그 대신 자네 좀 빌리지.”
그렇게 말하며 크롬웰 후작을 남부에 파견하도록 했다.
“다들 알다시피 크롬웰 후작은 마스터일세. 아! 남부가 감찰받는 동안은 마르코 공은 여기 머물렀으면 하는데.”
“그리하겠사옵니다.”
알렉시안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숙이는 마르코.
남부와 서부를 동시에 감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재상의 수를 어느 정도 파훼한 셈.
그러나 알렉시안의 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북부와 동부도 점검할 필요가 있겠지. 내무대신.”
“예! 폐하.”
카엘라를 부르는 목소리에 모든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동시에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설마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내무대신의 업무를 잠시 내려놓게. 북부와 동부에 다녀와야겠어. 괜찮겠나?”
“···예. 폐하.”
카엘라가 고개를 숙이며 답하자 빙그레 미소를 지은 알렉시안이 재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북부와 동부는 군부의 입김이 강하지. 그렇기에 군부와 전혀 상관없는 이를 파견하고자 하네. 그녀가 커버해야 할 범위가 넓긴 하지만 이는 어쩔 수가 없군.”
“···.”
“아! 재상.”
“예. 폐하.”
“서부에서 빌려야 할 인물이 있네.”
알렉시안의 말에 모두가 한 인물을 떠올렸다.
“선황비의 친부. 프랑코 경을 내무대신에게 붙여주고자 하는데 어떤가?”
서부와 남부에 마스터가 파견되니 북부와 동부에도 마스터 급이 파견돼야 함이 옳았다.
선황비가 중앙에서 강력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기반.
그것은 그녀의 아비가 지고한 경지에 도달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서부에서 재상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역시 프랑코라는 존재가 버티고 있기 때문.
그런 그녀의 아비를 서부에서 빼낸다면? 그런 상황에서 근위대장이 포함된 감찰단에 압박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검성은 중앙에 묶어두도록 하지. 그래야 공평하겠지?”
재상이 했던 말을 되돌려주는 알렉시안.
그런 그를 보며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 재상.
“···서신을 보내겠습니다.”
“고맙네.”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 알렉시안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두 대신의 자리가 비었다. 모두 이 자리에 앉을 적당한 인사들이 있으면 추천하도록.”
마치 이번에도 대신의 자리에 자신의 사람을 앉히는 것이 큰 욕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알렉시안.
그러나 물러나는 두 대신만큼은 알고 있었다.
저들이 세습 귀족들을 추천하는 한 대신의 자리는 어림도 없으리라는 것을.
‘이번 싸움은 짐의 승리 같은데···. 다음은 어떤 걸 발목 잡을 셈인가?’
알렉시안이 빙그레 웃으며 재상을 바라보자 그는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그런 그를 보며 재상의 목표가 애초에 이런 사소한 발목잡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나 알렉시안 역시 이런 사소한 승리 따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둘 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지금의 대결은 그 그림의 사소한 부분 중 하나에 불과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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