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32
10. 시작되는 대립.
대회의 첫 싸움은 알렉시안의 승리였다.
그러나 재상도 그냥 물러나지는 않았다. 애초에 벌금형을 받은 귀족들은 미끼였는지 그다음 사안부터 제대로 치고 들어왔다.
“폐하. 수도 배수로 공사의 경우 현재 입찰한 이들로는 차질을 빚을 겁나다. 공사금액도 중요하겠지만 시간 역시 중요한 것 아닐는지요. 다소 금액이 더 들더라도 제국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폐하. 그동안 일부 지역의 치안이 다소 불안정한 곳을 귀족들의 사병으로 메꾸고 있었습니다. 이 역시 판단하여 치안대를 재편성 해야 하옵니다.”
“폐하. 암시장을 바로 없앨 경우 여러 불편함이 있을 것이옵니다. 이참에 암시장 일부를 허용하는 것은 어떤지 논의가 필요하옵니다.”
그동안 귀족들이 벌벌 떨면서 말하지 못했던 것을 재상이 속 시원히 말하면서 나서주었다.
공개입찰을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예산이 부족했기에 최소한의 자격만 파악한 후 저가입찰을 한 상단들에 넘겨준 것부터 귀족들에게 맡겨두었던 일부 지역의 치안 문제까지.
재상은 혼란스러움을 핑계로 밀어두었던 문제점 등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알렉 시안을 압박했다.
‘역시 만만한 인물은 아니야.’
큰 싸움에서 알렉시안이 승리하기는 했지만 자잘한 부분에서는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몇몇 상단 등의 자격을 다시 재조사한 후 공개입찰이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엔 정신 차린 서부의 일부 상단들이 먹을 가능성이 컸다.
마지막으로···.
“폐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옳지만 그렇다고 중앙의 사정을 모르는 이가 너무 많은 관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사옵니다.”
확실히 이것 역시 문제가 있었다.
남부, 동부, 북부에서 골고루 뽑으려 했으나 새로 들어온 관료들이 적응이 필요했다.
그러나 중앙 지역은 현재 제국의 개혁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혼란이 더 가중될지도 몰랐다. 이러한 약점을 재상이 제대로 파고든 것이다.
“그동안 서부 귀족들과 중앙귀족들이 폐하께 믿음을 주지 못함을 알고 있으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스스로를 낮추며 말하는 재상.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본 알렉시안이 나직이 말했다.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예. 폐하.”
“그대가 말한 것처럼 일부 관직은 그동안 중앙에서 머물렀던 이들을 앉혀 매끄럽게 해야 함은 인정하오. 한데 그것이 꼭 서부 귀족일 필요가 있소?”
알렉시안의 물음에 재상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하오 시면···.”
“선황폐하의 뜻을 받들어 단승귀족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떠하오?”
“···폐하. 제국은 아직 귀족들의 힘이 강한 나라이옵니다. 주요 이권들은 귀족들이 관여되어 있을 텐데 단승귀족들이 그들을 조율할 수 있다 보시옵니까?”
재상이 현 제국의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돕는 것이라면?”
“무슨 말씀이시온지···.”
“조율이 필요한 자리에 그대들이 원하는 자를 앉히고, 그자를 보조하는 이들은 단승귀족 혹은 평민 출신으로 채우게 하지.”
그 말에 재상은 알렉시안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했다.
‘애초에 귀족들을 자신의 파벌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선황파, 충성파들이라 하더라도 귀족들이다.
거기에 유약했던 자신을 대신하여 3황자를 미는 자들이 많았다. 아무리 검성이 자신을 지지해준다 한들 그것을 온전히 믿을 수 있을 것이며, 충성파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새롭게 기반을 다지려는 건가?’
어차피 현 황제에게 시간은 많았다.
젊으니 천천히 자신의 세력을 꾸려나갈 시간이 있을 터.
젊음이라는 무기를 통해 안전하게 자신의 세력을 만들려는 것임을 눈치챈 재상이 이를 악물었다.
‘조율자’는 허상이었다. 알렉시안 황제는 귀족이 아닌 전혀 새로운 파벌을 통해 자신의 권한을 강화시키고자 하고 있었다.
이는 선황제보다 위험한 발상이었고, 그걸 실현시키려는 현 황제 역시 위험한 인물일 수 밖에 없었다.
‘이용할 수는 있겠지.’
충성파? 선황제파?
말은 그럴싸하지만, 어차피 그들도 귀족이다.
알렉시안의 의도를 눈치챘을 테니 이걸가지고 흔들어볼 만 했다.
이런 재상의 생각을 알렉시안 역시 눈치챘다.
본래라면 알렉시안도 다수의 귀족을 품고 갈 생각을 했겠지만, 게임 스토리를 진행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굳이 품고 가야 하나?’
모든 세습 귀족들이 쓰레기인 것은 아니다.
대를 이어 온 엘리트 집단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승귀족 혹은 명문가라 불리는 곳과 비교하면 쓰레기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황제가 된 순간 생각했다.
‘멸망이 시작되기 전에 세습 귀족들 다수를 버리자고.’
어차피 검성이나 진짜 능력있는 이들은 대부분 세습 귀족이라는 것에 큰 미련을 두지 않는다.
자신의 가문이 중요하긴 하겠으나 딱 그 정도.
선황이 능력있는 자들을 선호했고 그들을 중히 쓰면서 만들어진 문화가 아직 남아있었기에 가능한 일.
그렇기에 알렉시안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다.
재상을 중심으로 쓰레기들이 뭉쳐주기를 바라면서···.
‘재상 역시 알고 있겠지.’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것을 모를 놈은 아니다.
다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이용할만한 가치가 있기에 이용당해주는 것일 뿐.
알렉시안의 발언에 몇몇 귀족들은 올 것이 왔구나란 표정을 지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마탑을 개방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마탑이 과거에 문제를 일으켰던 이유가 바로 세습 귀족 때문이었으니까.
마법사가 될 경우 경지에 따라서 귀족작위를 받았는데, 단승임에도 숫자가 빠르게 불어났고 그것이 곧 세습귀족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종적으로는 능력도 없는 귀족들을 마법사들이 불신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그 당시 마법사들 입장에서도 억울했을 것이다. 능력도 없는 것들이 혈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보다 위에 서려고 하는 꼴을 봐야했으니까.
그것이 한 두번이 아니고 여러 번 반복되면서 이 지경에 이른 것.
“굵직한 사안들은 정리된 것 같은데 나머지는 내일 하지.”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하나둘 빠져나가는 귀족들.
“폐하께서 위험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한 노귀족의 말에 몇몇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평민들과 단승귀족들 위주의 파벌을 만든다?
당장에는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황권을 평생 존중해줄까?
귀족들을 무너뜨린 다음에도 황권을 계속 인정해주며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게 해줄까?
역대 황제들도 이것을 알았기에 단승귀족 임명에 대한 제한을 늘려왔고, 마탑을 계속 견제한 것이다.
“아직 젊은 황제이니 모를 수도 있을 것이오. 무엇보다···그에겐 제대로 된 파벌이 없는 것도 크겠지.”
재상의 말에 다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3황자의 존재로 인한 선황제파와 충성파에 대한 마음 속 불신이 이 사태를 만든 것이다.
차라리 귀족들끼리 싸우는 것이었다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 황제는 최종적으로 귀족과 일반 제국민들과의 대립 구도를 만들려는 것 같다.
“향후 우리에게 유리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오.”
“2황자를 지지하는 귀족들이 더 많아지겠군요.”
“남부나 북부 군부에서도 꼬실 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귀족들이 저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향후 귀족파의 확대를 기대했다.
동부는 3황자가 휘어잡을 가능성이 크니 그곳은 포기하더라도 남서부와 북서부 일대의 귀족들은 서부귀족파에 합류할 가능성이 컸다.
최종적으로는 귀족들이 2황자와 3황자로 나뉘어져 알렉시안을 압박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가능성이 있었다.
문제는 알렉시안도 이리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미리 자신의 생각을 밝혀버린 것이다.
‘무엇을 노리는 것이지?’
귀족들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지금 시기에는 위험했다. 종국에는 자신이 파멸하리라는 것을 황제 역시 잘 알 터.
그런 이가 대체 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속에서 황궁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마법사를 발견했다.
‘설마?’
재상의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마탑이 득세했을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
‘왜 이걸 이제서야···.’
재상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빠르게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세습귀족들의 힘이 그때만큼 강하지 않다.
선황에 의해 능력자 중심주의가 팽배했다.
이 두가지가 끼칠 영향을 고려해보면 과연 알렉시안이 무모하기만 한 것일까?
“지금 당장 귀족들을 소집하시오.”
재상의 다급한 말에 웃으면서 담소를 나누던 귀족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재상은 하나하나 설명해줄 시간이 없다는 듯 다급히 발걸음을 놀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대전에서 가장 먼저 나왔음에도 궁으로 가지 않고 근처의 정원 의자에 앉아 황궁을 빠져나가는 귀족들을 알렉시안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눈치는 빨라.”
알렉시안의 말에 근위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재상이 무엇을 눈치챈 것이옵니까?”
근위대장 입장에서 눈치챌 수 있는 것은 알렉시안이 평민과 단승귀족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려는 것까지 보았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
시종장 역시 알렉시안이 무엇을 노리는지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번째는 마탑이야. 완전개방을 하면서 동시에 마탑을 신설하는 현시점에서 이득에 눈이 먼 귀족들이 귀족파를 따라줄까?”
“으음···.”
“두번째는 재능 우선주의자들과 기존 귀족들의 균열이지.”
중앙의 귀족파들이 문제 됐던 것이 무엇이던가?
바로 세습 귀족들의 이권 때문이다. 재능있는 자들과 빠르게 치고 들어온 신진귀족 세력들 입장에서 견고히 쌓은 기존의 귀족들이 불만이었다.
똑같은 세습 귀족이라도 여기서 갈라지게 될 터인데, 북부와 남부 같은 경우 각각 군사와 상권으로 선황시절부터 알게모르게 능력 우선주의자들과 혈통주의자들의 대립이 있어왔다.
“마지막으로 신분의 제한에 막혀있던 자들.”
마법사, 기사뿐만이 아니다.
관료들 중에서도 능력 있음에도 한직으로 좌천된 이들이 많다. 주로 평민들이나 단승귀족들만 좌천되었을까?
그럴리가.
파벌 내부에서도 어떤 줄을 잡느냐에 따라 내쳐진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한번 내쳐진 이들은 결국 다시 올라오지 못하고 평생을 바닥을 전전해야만 한다.
한미한 영지나 별 힘이 없이 과거의 영광 속에서 살아간 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 입장에서 이건 기회이지 않을까?
“수도 정비사업, 종말세력, 지방의 감찰까지. 전부 이걸 위한 것이옵니까?”
시종장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맞아떨어진 것뿐이야.”
그 말에 근위대장과 시종장이 동시에 그를 보며 생각했다.
‘과연 맞아떨어진 것뿐일까?’
서부의 마스터를 비롯한 주요 귀족들을 감찰을 명목으로 북부와 동부로 보낸다.
다른 지역 역시 마스터가 포함된 전력이 감시를 명목으로 내려간다.
이 상황에서 과연 섣부르게 행동할 이들이 있을까?
귀족들의 발을 묶어놓고 알렉시안은 중앙을 중심으로 개혁을 계속해서 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바닥에 있던 자들은 계속 치고 올라올 터.
‘정말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근위대장이 떨리는 눈동자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으나 답은 얻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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