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35
11. 이젠 내가 공격할 차례지?
알렉시안이 평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짜려 한다는 것을 모든 이들이 눈치챘으나···.
‘막을 수가 없다.’
노귀족이 입술을 깨물며 알렉시안을 노려보았다.
카리스마 강한 선황조차 귀족들 내부에서 능력자를 뽑았다.
한데 저 핏덩이 같은 황제가 귀족의 권위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항변조차 못 하고 있었다.
어째서?
노련한 재상조차 박살 나는 모습을 보았으니까.
잘못 나서면 재상을 대신해서 개처럼 처맞을 것이 눈에 선하니까.
그나마 재상은 한 세력의 좌장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
분노하고 있으나 나설 수 없는 노귀족.
아들과 손자 녀석들 중에 쓸만한 이들이 없어 아직까지 현역으로 뛰어야만 하는 처지.
자신이 무너지면서 가문 전체가 흔들릴 것이기에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다.
노귀족처럼 대부분의 귀족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알렉시안이 말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공사업체의 비리에 관련된 관료 전원을 파직할 것이다. 그 빈자리를 새로 뽑는 것이 아닌 하위인사를 승진시키는 것으로 해결하겠다.”
이 또한 평민이나 단승귀족들.
잘해야 하위귀족들인데 이들 대부분은 끈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꼬셔보면 되겠지만 자신들에게 기회를 준 황제를 버리고 귀족들을 택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탑과 관련된 사업···.”
“폐하. 그 부분은···.”
재상이 곧바로 나서려 하자 알렉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각 지방에 할당하려는 생각은 변함없다. 귀족들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것 또한 아니다.”
알렉시안의 말에 흥분하려던 귀족들이 차분하게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한 가지만 추가하지. 마탑과 공방에 관해선 짐과 국가가 일정 지분을 갖게 될 것이다. 그 대신 신설될 마탑이나 공방이 지어질 부지는 국가가 제공토록 하지.”
“폐하! 그렇게 되면 국가 소유가 됩니다. 약속하셨던 것과는 다른···.”
“마탑 운용에 대해 관여는 하지 않겠다.”
“구두 약속만으로는···.”
남부 귀족조차 침음성을 흘리면서 말했다.
구두 약속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잘 아는 상인 출신 귀족들이기에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알렉시안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들의 걱정은 이해한다. 원하면 문서로 남겨주지.”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재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짐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마법사들에게 선택권을 주고자 함이다.”
“무슨 말씀이시온지···.”
“지방에 지어질 마탑과 공방. 중앙은 몰라도 지방은 사실상 참여자가 정해진 것 아닌가?”
알렉시안의 말에 몇몇 귀족들이 움찔했다.
“짐은 마법사들에게 폐쇄된 삶을 벗어날 기회를 주고자 한 것. 그런데 이렇게 되면서 수도에서 지방으로 가는 것 말고 어떤 차이가 있지?”
귀족들이 힘을 모아 자금력으로 마법사를 압박한다면 결국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의미가 없다.
황실에 속박되던 것이 귀족으로 바뀌게 되는 것뿐.
“···그것이 걱정되신다면 과도한 개입은 안된다는 것을 조건으로 막아놓으면 되옵니다.”
“그래서 그걸 해놓으면 정말 개입하지 않는 건가?”
알렉시안의 물음에 재상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섣불리 답했다간 다음에 나올 말은 뻔했기 때문이다.
‘조약이 있었음에도 수도에서 비리가 나온 건 어떻게 설명한 건가?’
‘수 많은 제약을 무시하고 뒤에서 상단들을 압박한 정황들은?’
‘지방은 그대들의 영역. 짐이 마법사를 보호할 최소한의 보호 수단도 없군.’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 뻔했다.
그러면 코너로 몰리는 것은 자신들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잠자코 알렉시안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재상과 귀족들.
“마탑의 신설은 마법사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으로 현세대의 마법사들이 고생한 것을 보상하기 위함이니 그 취지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폐하께선 귀족파벌이 아닌 상단들에도 기회를 주고자 하심입니까?”
재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묻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방 귀족 중에 파벌에 들어가지 아니한 자가 있나? 단승귀족들조차 지방에선 그대들의 입감에 휘둘릴 터.”
“상단이라고 다르진 않을 겁니다.”
재상의 말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서부에 뿌리를 둔 상단이라면 그러하겠지.”
알렉시안의 말에 재상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설마···.”
“맞네. 거대 상단들.”
제국에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거대 상단이라 하면 국외로 무역을 하면서 큰 상단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영지를 둔 귀족들의 압박에 그나마 자유로운 존재들.
무역량이 많은 남부에 많았고, 군수품을 조달하는 북부 역시 꽤 존재했다.
당연히 서부 역시 꽤 많은 귀족 가문들이 거대 상단을 이끌고 있었다. 문제는···.
“타국의 상단에도 기회를 주시려는 겁니까?”
단번에 알렉시안의 의도를 파악한 재상.
“그래야지. 제국에 불만이 많던데 이참에 그들의 화도 풀어줄 겸 기회를 줘보면 어떨까 싶군.”
알렉시안의 말에 재상의 표정이 굳어졌다.
타국을 가지고 장난질을 친 것을 이렇게 복수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핵심은 공정성이네. 가장 좋은 조건으로 마법사가 선택에 마탑에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한쪽이 아니라 다수의 세력에게 투자를 받을수도 있겠지.”
선택은 마법사가 하게끔 하는 것.
“공방 역시 마찬가지.”
확실하게 선을 긋자 귀족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몇몇 귀족들은 자신들끼리 의견을 나누며 ‘과연 참여하는게 이득일까?’라는 의문을 가지며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것이 보였다.
저마다 알렉시안이 말한 것을 토대로 계산을 하며 고심하는 것이 보였다.
웅성거리는 환경 속에서 조용히 턱을 괴고 상황을 지켜보던 알렉시안이 가볍게 오러를 실어 손뼉을 치자 이내 수군거림이 잦아들었다.
“짐은 지방에 마탑이 신설되어도 중립의 위치를 고수했으면 한다. 투자자들은 마탑을 이용할 수 있을지언정 사유화하지는 못할 것이야. 만약 이게 불만이라면 해당 지역의 마탑 신설은 허용치 않겠다.”
단호한 알렉시안의 말에 몇몇 귀족들이 침음성을 흘렸다.
“다들 이것이 이득인지 아닌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 말에 다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이 중립의 위치를 고수한다면 후에 마탑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클 터.
그걸 감수하고 당장에 이득을 취하느냐 아니면 포기하느냐는 상당히 큰 문제였다.
“또 한가지. 짐이 그대들을 갈라놓고 세력을 약화시키려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이 말에 몇몇 노귀족들이 불신 어린 눈빛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빼앗겼다는 생각에 착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군.”
“무슨 말씀이시온지···.”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귀족들을 대표해 검성이 묻자 피식 웃은 알렉시안이 말했다.
“짐이 얻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아. 기껏해야 돈 좀 더 걷는 것뿐. 짐의 세력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도, 막대한 돈으로 그대들을 찍어누르지도 않는단 말이야.”
그 말에 재상이 미간을 찌푸렸다.
말장난하는 것에 불쾌한 표정을 지을 때 알렉시안이 재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평민들이 그대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 그게 뭐? 그들이 짐의 세력인가?”
“···.”
“정말 평민들이 온전히 짐의 세력이 될 것으로 생각하나?”
그 말에 몇몇 귀족들이 눈을 빛냈다.
평민들에게 세력은 없다.
기회를 준 알렉시안에게 고마워할지 모르지만 그게 꼭 황제파가 되리란 법은 없을 터.
“그대들 노력 여하에 얼마든지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그들이 정말 마음에 든다면 귀족으로 추천하면 될 일.”
평민을 통해 황권을 다지겠다는 것이 아님을 말하지만 몇몇 눈치 빠른 이들은 알렉시안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거대 귀족파의 분열.’
기존의 지역별 거대 파벌을 붕괴시키고 이득에 따른 다수의 집단으로 쪼개버리겠다는 것.
그것을 만들기 위해 황제파의 세력 일부를 희생시키겠지만 성공만 한다면 알렉시안 입장에서는 이득일 것이다.
그걸 알기에 재상 역시 표정이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귀족들이란 존재는 본디 자신들의 이득이 가장 중요한 집단.
상인 출신들은 더하다. 그들은 애초부터 탐욕적인 집단이니 알렉시안의 말에 눈이 돌아가며 이참에 자신들의 거대 파벌을 만들길 희망할지도 모른다.
‘이 말에 분노할 자는···.’
재상이 대전을 힐끔거리면서 바라보았다.
검성을 비롯한 군부 집단은 애초에 제국 자체에 충성하는 집단이니 불가능할 터.
‘그나마 마르코 공작이 가능성이 있는가?’
남부의 좌장인 마르코.
만약 세력에 여러 개로 쪼개진다면 남부 세력 역시 가장 많이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마르코로서도 불쾌할 수밖에 없을 터.
‘마르코 공작만 우리 편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싸움 해볼 만하다.’
서부의 마스터와 마르코 공작.
그리고 남부의 강력한 재력과 기존 서부귀족들의 엘리트 집단.
이 두 세력이 뭉친다면 북부와 동부의 군권을 알렉시안이 가진다 해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이 와중 에도 살길을 찾아보려는 재상이 대단해 보였으나 별 상관없었다.
마르코에게 접근하던지 말든지 알렉시안은 기존의 계획을 계속 진행하면 되었으니까.
‘어디까지 막을 수 있으려나?’
이번에 알렉시안이 던진 화두로 또다시 혼란에 빠질 귀족들.
그러나 이번이 끝이 아니었다.
인고의 시간으로 얻은 과실이 고작 이번 한 번뿐이어서야 되겠나?
이가 썩을 때까지 먹을 생각인 알렉시안은 계속해서 칠 생각이다.
“다들 고민이 많은 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 하지. 다음 회의는 특별 감찰단이 떠난 이후에 하도록 하겠다.”
그 말과 함께 대전을 나온 알렉시안.
그가 떠난 이후 나온 귀족들은 모두 이번 대회의 안건을 두고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다들 마탑과 평민이라는 단어에 집중해 다른 사안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대회의 전까지 가장 가까이 모셨던 이들 중 하나인 치안대장과 감찰 대신만이 알렉시안의 공격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다들 잊고 있네.’
치안대장이 한숨을 쉬며 귀족들을 바라보다 치안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귀족들의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
그중 가장 큰 사건인 종말세력에 대해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외부로 드러난 치안대의 조사는 마무리 단계지만 여전히 알렉시안의 친위대는 조사 중이었고, 수도에 있는 지하시설에 대해 조사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종말세력 지하시설에 관한 1차 보고서」
마탑이 건네준 보고서의 사본.
「중앙지역에 유사 시설 발견.」
친위대의 조사, 그리고 치안대에서 고르고 고른 비밀조사단을 통해 발견한 시설들.
수도에서 중앙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결정적인 사안이었다.
이뿐인가?
그럴 리가.
자신은 종말세력에 관한 조사라면 감찰대신은 과거 선황폐하 시절의 비리를 찾고 있었다.
「선황폐하 시절 이루어진 대공사의 비리 조사 결과보고서」
감찰대신이 비밀리에 팀을 꾸려 조사한 결과보고서.
사실 이는 쉬웠다.
잡혀 온 귀족들 중에 선황시절 비리에 가담한 귀족들은 차고 넘쳤고, 죄를 경감해준다는 명목으로 토설하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알렉시안의 안위와 관련된 귀족들 같은 경우 살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어린아이 시절 오줌 싼 것까지 죄다 불었기에 정황을 파악하는 건 쉬웠다.
“···아쉽네.”
치안대장이 손안에 든 문건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쉽게도 이 큼지막한 사안들은 자신이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복 받은 놈.”
다음 대 치안대장을 생각하며 잠시 부러워 한 지오반니가 치안대장만이 열 수 있는 비밀 금고에 관련 문건을 넣고 봉하면서 치안대에서의 마지막 업무를 마쳤다.
그리고 그건 감찰대신 역시 마찬가지인지 밤늦게 부처에서 나오며 운 좋게 두 사람이 마주쳤다.
“가서 술 한잔하시죠.”
“그러시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감찰대신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치안대장이 평소 잘 하는 술집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리고 밤새 얘기를 나누며 오랫동안 몸담은 곳을 떠나는 씁쓸함을 술로 씻어내렸다.
이내 둘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혔다.
앞으로 고생할 귀족들을 생각하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기 때문이다.
밤새 술잔을 기울인 두 대신이 마지막 술잔을 따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폐하를 위하여!”
“고통받을 귀족들을 위해 묵념을!”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건배사를 건네며 환하게 웃는 것으로 수도에서의 마지막 술자리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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