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37
12. 움직이기 시작하는 세력들.
두명의 마스터 그리고 다수의 군인이 알렉시안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이 시점에서 귀족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뭘 할 수 있을까?’
귀족들이 대회의라는 명목으로 중앙에 있는 이상 대대적인 반란은 일어나기 어렵다.
그건 알렉시안 역시 마찬가지다.
충성파라 하더라도 귀족들이다.
알렉시안에게 호감을 보이는 마스터들.
그러나 이들도 결국 귀족들이다.
귀족을 탄압하는 정책을 펼치면 등을 돌릴 것이고 그 순간 알렉시안의 황좌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재상 역시 그걸 알기에 합법적인 틀 안에서 알렉시안이 방자하게 군 것이다.
‘법’
‘절차’
‘관례’
제국이 오랜 역사 동안 쌓은 틀 안에서 싸움을 건 이유.
‘온전한 제국을 먹기 위해서.’
재상이 온전한 제국을 먹으려 한다면 알렉시안은 온전한 제국을 가지고 종말을 대비해야 한다.
내전으로 반 토막 난 제국은 의미가 없다.
마음 같아선 알렉시안도 재상을 비롯한 귀족들을 쓸어버리고 싶지만, 오직 황실에만 충성하는 그의 편은 극소수다.
그렇기에 정치력으로 철저하게 쓰레기들을 걸러내는 것이다.
귀찮더라도 거름망을 통해 쓰레기들을 거르고 거른다.
재활용이 가능한 이들은 최대한 모은다.
도저히 몹쓸 놈들이라도 갈라치기를 통해 적의 세력 약화에 써야 한다.
그래야만 온전한 제국의 형태를 유지하는 선에서 정리를 할 수 있다.
알렉시안이 생각하기에 최종적으로 재상을 쳐내는 과정에서 유지해야 할 현 제국의 전력은 최소 6할 이상.
절반으로 깎여나간다면 앞으로의 종말에 대처하기 힘들다.
마탑의 힘과 개혁을 통해 제국을 강화해 나간다 한들 그들이 클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절대적인 엘리트 집단의 부재는 커버가 안 된다.
그렇기에 알렉시안은 대회의를 통해 모여있는 귀족들을 합당한 명분 없이 숙청할 수 없다.
“당황하지 마라.”
재상 역시 그걸 알기에 귀족들을 진정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말세력과 엮여있는 귀족들의 표정에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지방 곳곳에서 일어난 혼란과 종말세력의 발호로 알렉시안이 주춤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듯 자신들을 더 압박해 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폐하는 절대 우릴 죽일 수 없다.”
재상의 말에 불안한 표정을 짓던 귀족이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릴 무작정 죽인다면 다른 지역의 귀족들은? 무엇보다 서부가 가만히 있을까?”
언뜻 보면 막무가내로 보여도 알렉시안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면서 전진한다. 그걸 알기에 재상이 서부귀족들을 데리고 중앙에 남은 것이다.
아니었다면 감찰을 핑계로 북부나 동부로 떠났을 것이다.
“우리의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다 걸리면···우린 몰살입니다.”
재상의 말에 반박하는 중년남성.
대부분의 귀족들이 재상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말처럼 걸리면 몰살이었다.
종말세력에 관한 것은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황제의 의지가 드러났고, 주요 군부들이 그에 동의한 이상 걸리면 끝이다.
그러나 재상이라고 이리될 걸 상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소 이르지만, 다음 단계를 시작해야겠지.”
“···그걸로 되겠습니까?”
“글쎄. 이번 계획은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지. 우리 쪽이 최악을 상정하고 만든 계획이 있는 만큼 그쪽도 그런 계획쯤은 있을 터.”
그렇게 말한 재상이 자신에게 접근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생각했다.
알렉시안에게 줘 터진 주제에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존재들.
마치 지금의 실패쯤은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움직이는 재수 없는 것들.
‘그래. 마치 알렉시안 황제처럼···.’
정점에 한없이 가까웠던 그가 어느새 여기까지 떨어졌다.
‘그러니 다시 올라야지.’
그러기 위해서 알렉시안을 한계까지 몰아붙였을 때 사용하려 했던 계획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2황자를 옹립하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하려 했던 계획.
「대 혼란 속의 영웅」
2황자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판.
1. 몰락해 지방에 숨어있는 전통파 귀족들이 들고 일어난다.
2. 망국의 자손들이 본래의 영토를 되찾기 위해 독립군이 되어 일어난다.
3. 제국에게 땅을 빼앗겼던 인접 국가들이 동시에 압박한다.
알렉시안이 균형을 위해 나누어 주었던 전통파는 이미 귀족파와 손을 잡은 지 오래.
망국연합을 비롯해 지방에 만들어진 소수의 파벌까지 죄다 포섭했다.
‘귀족의 권리를 추락시키는 현 황제를 몰아내자.’
이 명분 아래 비밀리에 서부 귀족파에 합류한 자들.
전통파의 경우 2황자가 전투를 벌이며 하나하나 설득해 나간다는 그림을 그렸으며,
망국의 후손들 역시 자치권을 약속하며 혼란을 잠재운다.
인접 국가들 역시 주요지역 일부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다는 조건으로 휴전한다.
그렇게 혼란을 정리한 2황자가 중앙으로 돌아와 알렉시안과 협상하는 그림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2황자는 제국의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현 황제를 압박하고 충성파와 선황파를 흔든다.
여기까지가 재상이 그린 그림이었다.
충성파와 선황파 중 하나가 알렉시안에게 합류한다 하더라도 대의를 따르는 2황자가 세력을 규합해 내전에서 승리한다. 3황자를 따르는 동부와 동남부 파벌엔 권력 일부를 나누어 주면서 힘을 합친다.
그렇게 될 경우 2황자가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두며 제국의 지존이 될 수 있다.
재상의 계획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써먹어야 할 것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알렉시안의 능력이 재상의 예상을 웃돌았고 코너에 몰렸으니 일단 사용할 수밖에.
“2황자 영웅 만들기를 시작함세.”
“···예.”
버러지 같은 2황자를 영웅으로 추대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귀족들도 있었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우리는 움직이고 있다. 너희들은 어찌 움직일 셈이냐.’
그렇게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본 재상.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것마저 실패한다면 목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봐온 알렉시안의 성정으로 보아 선을 넘은 자들에게는 한점의 자비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아니면 반전의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알렉시안 역시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폐하. 이것은···.”
황제의 궁에 모인 검성과 마르코.
두 마스터를 향해 교지를 내린 알렉시안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옵서 위험하실 겁니다.”
마르코의 말에 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지금 아슬아슬한 평화가 유지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두 마스터가 중앙에 있기 때문이다.
두 지역의 지방 감찰을 자유롭게 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두 실력자가 중앙에 머무르면서 귀족들이 허튼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도 있었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이 둘을 본래의 지역으로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북부 토벌군 총사령관 케일 M 스와로빌」
「남부 토벌군 총사령관 마르코 M 도르티슈」
임명장을 바라본 두 마스터가 쉽사리 답하지 못하고 침묵하자 알렉시안이 둘을 보며 말했다.
“그대들도 알고 있겠지. 재상과 귀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
“···.”
“···.”
알렉시안의 물음에 침묵하는 두 마스터.
“마르코 공이 짐의 편에 서 있기에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남부의 주인이라 불리는 마르코가 서부 귀족파로 붙었다면 제국은 그 즉시 둘로 분열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르코가 알렉시안에 충성을 맹세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정당한 대가를 주시는 분께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옵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보상을 쥐여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쟁취할 기회를 주는 사람.
마르코가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재상은 평생을 정쟁만을 해왔기에 정치적으로 판단했지만 알렉시안은 사람을 보았다.
스스로 마스터에 오른 자들은 자존심 역시 강하다. 마르코 역시 그러할 터.
게임에서 보았던 수많은 마스터가 저마다 고집이 있던 걸 알았기에 그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함을 약속했고 그의 협조를 끌어냈다.
‘공정하기만 하다면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자에게 굳이 선물 보따리까지 안길 필요는 없지.’
그렇게 생각한 알렉시안이 두 사람을 보았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지. 오히려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대들도 각자 보유한 정보망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은 알고 있겠지.”
그 말에 두 사람이 침묵했다.
아무리 비밀리에 움직인다 해도 티는 날 수밖에 없다. 서부 귀족파가 끌어모은 이들 중에 망국의 파벌과 지방에 숨죽이고 있는 전통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인접국가들과도 교류가 잦다는 것.
그런 그들이 현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과연 이게 끝일까?
“귀족파가 벌일 최악을 상정해야 하네. 거기다 종말세력 역시 이것이 끝이 아닐 것이네.”
수도에서 오랫동안 숨죽이며 방대한 세력을 만들어놓은 괴물 같은 집단.
그들이 고작 이 정도 혼란으로 끝낼까?
아닐 것이다.
종말세력에 관해선 마르코보다 검성이 느끼는 위기감이 훨씬 컸다.
‘만약 종말세력이 북부의 현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면?’
‘그럴 가능성은 적네.’
수도를 떠나기 전 동부 총사령관인 크롬웰을 만났던 검성.
그런 그가 최악을 가정한 말을 했고, 검성은 내심 밀어냈던 의문.
그것이 제국 전역에서 일어난 혼란을 통해 다시금 고개를 들었고, 알렉시안이 확신을 주듯 자신을 바라본다.
“최악을 가정해야 하네.”
“···중앙이 너무 비었습니다. 근위대장의 부재도 뼈아프지만, 근위부대의 숫자 역시···.”
“그러니 기회라 여기겠지.”
알렉시안은 냉정한 표정으로 검성을 바라보았다.
“북부의 상황. 가면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지 않나?”
그의 물음에 검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솔직하게 말해보게. 어느 정도로 심각하지?”
알렉시안이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자 검성이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르코 역시 모르는 듯 의문에 찬 표정으로 검성을 바라보았다. 한참의 침묵 후 검성이 겨우 입을 열었다.
“북부는···선황폐하께서 정복 전쟁을 멈추는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옥체가 아니란 말입니까?”
마르코의 물음에 검성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옥체의 부상을 감수하고서라도 서부의 인접 국가를 완전히 쓸어버릴 생각을 하고 계셨소. 선황폐하께선 자신의 사후 일어날 외부의 위협을 완전히 차단하고 싶으셨으니까.”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평생의 숙원조차 포기할 정도로 북부의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검성을 북부에 박아두고 비밀리에 마스터가 된 크롬웰 후작을 보내고, 귀족들로부터 갈취한 돈 상당수를 비밀리에 북부로 보내야 할 만큼.
“현재 상황은?”
“북부는 안정된 상황이지만···북동부 상황을 보면···.”
“심각하지.”
크롬웰 후작에게 직접 보고들은 바 있는 알렉시안이기에 알 수 있었다.
북동부는 일종의 시한폭탄이다.
그렇기에 크롬웰 후작이 알렉시안을 보기 위해 직접 찾아온 것이다.
“언제까지 그대와 북부군에게만 의지할 수 없네. 북동부 역시 마찬가지고.”
그렇게 말하면서 숨을 가다듬은 알렉시안이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내부 정리 후 나아가야 하네. 북부를 더 견고히 하고.”
잠시 말을 멈춘 후 이번엔 마르코를 바라보았다.
“기어오르는 인접 국가를 완전히 밟아놔야 하네.”
거대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니 준비해야 한다.
내부를 단단히 결속하고 외부의 위협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언제까지 내부싸움에 진을 뺄 때가 아니네.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 이참에 벌레들을 쓸어버리겠네.”
“···저희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 귀족파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청소하셨겠지만 아직 수도에 귀족들의 힘이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마르코의 말에 알렉시안이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움직이겠지. 적당한 명분과 기회를 잡을 타이밍이 맞다면 말일세.”
알렉시안의 말에 두 마스터가 입을 다문 채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귀족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미끼를 물게끔 스스로 대문을 열어버릴 생각이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친위대만으로는 부족하시겠지요. 제이론을 통해 소신의 비밀부대를 보내겠습니다.”
“북부의 비밀 특수부대를 르센을 통해 보내겠습니다.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았으니 귀족파의 감시망에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맙네.”
알렉시안의 의지를 읽은 두 마스터가 그의 안전을 기원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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