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4
2. 이게 폭군이야?
시종장이 체포되었다는 사실이 궁으로 퍼져나갔지만, 누구도 섣부르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황제의 시종장이 독살시도를 했다.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려버린 알렉시안.
「황제의 시종장이 폐하를 암살하려 함.」
황궁의 벽보에 붙여진 공지는 짧았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폐하. 시종장과 연관된 시종들은 전부 잡아 들였습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게.”
“예. 폐하.”
근위대장이 대답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대역죄에 해당하는 시종장.
그렇기에 배후를 밝히기 위해 ‘고문’을 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모든 사정을 알기에 고통 없이 빨리 죽여달라 한다면 그리 해 줄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시종장은 그러지 않았다.
오직 이날만을 위해 살아왔다는 듯 끔찍한 고문을 통해 노트에 적힌 모든 이들을 정리해달라고 말했다.
몸의 원주인인 알렉시안의 슬픔이 느껴졌다.
그러나 혼란스러움도, 그렇다고 자신의 선택을 방해하려는 시도 따윈 없었다.
그저 시종장의 바람을 최대한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알렉시안의 가슴 부근에서 느껴졌다.
“···폭군이라.”
앞으로 며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을지 알 수 없다.
그 중에는 나름 황궁에서 이름을 날렸던 귀족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숙청을 기반으로 더 많은 귀족을 숙청할 것이고, 그 빈자리를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채워나갈 것이다.
어쩌면 역사에 길이남을 폭군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조리 숙청한다는 그의 생각은 굳건했다.
‘암군보단 폭군이 낫다.’
아무것도 못 하고 몰락하게 내버려 두는 암군보다 과격하더라도, 잔혹하다 손가락질받는다 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것이 낫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하고자 했다.
선황이 남긴 유산.
“오늘의 일을 공식적으로 제국민들에게 알리도록.”
폐쇄된 황궁 너머로 공식적으로 황제의 암살시도가 알려졌다.
갑작스럽게 황궁이 폐쇄되고 수도의 주요 길목들이 가로막히며 치안대의 감시가 심해지자 놀랐던 제국민들이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면으로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선황폐하의 장례식이 끝나는 날에 맞춰 일어난 암살시도? 과연 우연일까?」
공식적으로 황궁 내부에서 반역죄를 저지른 이가 나타났음을 알리자 신문사들이 너도나도 이번 일에 대해 사견이 담긴 글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종장을 공식적으로 대역죄인 것으로 만들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고문을 가하게끔 했다.
“···.”
고문을 가하는 현장에 나와서 바라보는 알렉시안.
당장이라도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고문을 가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처음 고문을 가할 땐 아니라고 소리치던 시종장.
그러나 점점 지쳐가며 하나 둘 자신이 아는 것들을 불면서 누가보더라도 고문에 굴복하여 죄를 자백하는 것처럼 보였다.
폐쇄된 황궁을 개방하고 제국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시종장을 고문한 황제.
그렇게 대역죄를 저지른 시종장의 자백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종들을 하나둘 고문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저··· 전부 말하겠습니다!”
“제발! 자비를···살려만···.”
처음엔 살려만 달라고 애원하는 이들.
고문이 진행될수록 이들의 행동은 조금씩 변해갔다.
“아는 건 전부 말했습니다. 가족들만이라도···.”
이미 자신이 살아남지 못할 것을 알기에 가족들이라도 살길 바랐다.
그러나 지속되는 고문은 이마저도 포기하게 했다.
“제발 죽음을···.”
남겨질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알기에 차라리 죽음을 달라 했다.
그리고 끝에는 죽여달라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전부 지켜본 제국민들은 새로운 황제가 잔혹하다 여겼다.
그의 무심한 듯한 눈빛 역시 앞으로도 이 숙청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게끔 했다.
“즉위하자마자 처음 하는 것이 숙청이라니···.”
“유약한 성정이 전부 연기였다고? 믿을 수가 없군.”
황제의 모습을 본 많은 귀족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국민들 역시 황제의 잔혹한 성정을 걱정했다.
선황의 경우 폭군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거친 정치를 펼쳤지만, 그것이 카리스마로 순화되어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제국을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죽이더라도 나름대로 선을 지켰다.
그러나 현 황제인 알렉시안은 아니었다.
“들을 건 전부 들었군. 오늘은 이만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알렉시안이 수도의 치안대를 불러모았다.
“저들이 자백하며 나온 이름들은 전원 잡아 들이도록.”
“명을 받듭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알렉시안의 정보를 판 시종들.
그중에는 정말 사소한 것들도 있을 것이다.
선황이 묵인했으니, 현 황제 역시 묵인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거다.
이렇게 생각했던 이들 역시 잡혀 왔다. 그러나 이들까지 전부 처벌한다면 당장 황궁이 돌아가지 않기에 적당히 고문해서 경고를 해주고는 그들이 받는 급여를 대폭 삭감했다.
그 다음 단계는 관료들이었다.
시종들에게 정보를 받아먹은 관료들을 조사하면서 비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시종들을 조사할 때와 다르게 지지부진했다.
대놓고 비리를 저지른 이들같은 경우 잡아 들이겠지만 여러 번 돌려서 받아먹은 새끼들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명문가와 연결된 이들 역시 반역죄가 아니라면 단번에 목을 치긴 부담스럽다.
“시간은 많아.”
알렉시안이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만 보이는 반투명한 창을 바라보았다.
[진행률 15%]황궁에서 그를 팔아먹은 이들 다수를 잡아넣었음에도 고작 15%였다.
그렇다는 건 아직 잡아 들이지 못한 귀족들까지 전부 잡아 들여야 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는 뜻.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시종장을 처벌하며 황제의 궁에 있는 시종들과 시녀들은 극소수만 남았다.
본래 선황을 보필하던 이들.
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종들이 조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용한 황제의 궁의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그려나가던 알렉시안.
그런 그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폐하.”
“들어오라.”
그의 허락에 안으로 들어온 감찰 대신 헤르윗.
“1차적으로 반역죄를 저지른 시종들과 연관된 이들을 추린 명단이옵니다. 그리고 이곳은 대전에서 명하신 것에 대한 1차 보고서이옵니다.”
헤르윗이 무릎 꿇고 전하는 보고서를 받아든 알렉시안.
예상대로 굵직한 놈들의 이름은 단 한 놈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쭉정이들이었으며 희생양으로 삼을 몸통의 이름 정도가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선황비는?”
“연관성을 찾지 못하였사옵니다. 송구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감찰대신.
황궁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의 재능 없이 적당히 굴려 먹기 좋은 인물.
그런 인물이 짧은 시간 내에 이 정도 보고서를 올렸다는 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것.
“그리고 귀족회에서 정식으로 관련 없는 자들에 대한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반역죄를 명분 삼아 묶어두라 명하시면 따르겠사오나 귀족회가 반발하며 법무부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막 황제가 된 그에게 귀족회가 시작부터 반발한다면 그의 명예가 크게 실추될 터.
거기에 아직 중립을 지키는 이들 역시 망나니처럼 행동하는 황제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었다. 제국에 대한 강력한 충성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야 알렉시안을 계속해서 섬기겠으나 선황의 카리스마에 눌려있던 이들은 무조건 등을 돌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황권이 빠른 속도로 추락할 수도 있는 바.
“일단은 여기까지라는 소리군.”
“송구하옵니다.”
충심을 다해 간언한 헤르윗을 가만히 바라 본 알렉시안이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이 사태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겠나?”
그의 물음에 잠시 의문에 찬 표정을 짓던 그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몸통을 파고들어 몇놈을 더 잡아 들인다면 몇 개월은 끌고 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한계가 있겠지.”
알렉시안 역시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 세상에서 해본 캐릭터는 강한 힘을 갖고 있는 이들만이 아니었다.
애매한 위치의 귀족들로도 플레이 해보았기에 잘 알았다. 제국의 귀족들은 절대 자신에게 오게끔 만들지 않는다.
희생양으로 삼을 이의 가족부터 지인까지 전부 확보해 중간에서 끊어낼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니 첫 숙청은 여기까지였다.
“내일 황궁에 억류된 귀족들을 전부 풀어준다고 흘려라. 단! 시종장과 연관된 이들, 그리고 감히 선황비를 언급한 방계황족에 대해선 용서는 없다.”
알렉시안이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번 일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들을 돕는다면 그 즉시 적으로 규정하겠다는 것.
한마디로 너희들까지 잡아가진 않을 테니 여기까진 내놔! 였다.
황궁내부의 시종들과 시녀, 그리고 몇몇 내무부의 관료들에 더해 방계황족들까지 정리하겠다는 뜻을 선포한 것이다.
선황시절 묵인하에 이루어졌던 심복들, 그리고 선황이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에 이루어진 수많은 첩보라인을 죄다 갈아버리겠다는 것.
거기에 방계황족들을 정리하면서 황궁에서 세어나가는 돈을 줄이겠다는 것.
황궁을 떠나는 황족들에게 세습되는 귀족작위를 주는 대신 막대한 재물을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던 황실.
추후 3대에 한해서라고 명시하긴 했지만, 점점 불어나는 방계황족들과 3대 이후에도 황궁에 들어가는 물품 등을 자신들이 독점하거나 중간에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뒷돈을 무지막지하게 빼먹었다.
이참에 그것을 정리하여 황실의 자본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뜻이었다.
“또한, 저들을 풀어주는 날, 캐낼 거 다 캐낸 이들부터 참형을 시작하도록. 방식은 오늘처럼 공개처형이다.”
“예! 폐하.”
귀족들이 황궁에서 나가는 시간에 이뤄질 처형식.
그건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다. 지금은 이렇게 보내지만 섣부르게 행동한다면 그놈만큼은 반드시 처형시켜주겠다는 의지.
몰락이 시작된 것도 아니고, 아직 선황의 힘이 남아있는 현시점에서 이는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었다.
그 날 저녁 귀족회에서 정식으로 귀족들을 소집하기 몇시간 전에 감찰대신의 발표가 있었다.
「내일 황궁 폐쇄를 공식적으로 끝내겠다.」
그 말에 귀족들을 소집하기 애매해진 귀족회.
그리고 그다음 날 황제는 약속을 지켰다.
활짝 개방된 황궁의 문을 통해 수 많은 귀족들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섰고, 선황비 역시 원한다면 심신의 안정을 위해 지방에 있는 별장에 가는 것을 허락했다.
“경고성이었나?”
한 귀족이 황제의 궁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선황조차 자신들을 전부 휘어잡진 못했다.
그렇기에 그보다 훨씬 나약한 현 황제는 결국 자신들을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황궁을 나서려 할 때였다.
서걱!
기사들의 검에 의해 목이 잘려나가는 시종들.
신기한 것은 귀족이 지나갈 때마다 죄를 지은 시종의 머리를 내려친다는 점이었다.
물론 모든 귀족들에게 행해진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귀족들이 지나갈 땐 멈춰있다가 특정 귀족이 지나가면 시종을 데려와 목을 쳤다.
그 모습을 본 귀족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어떤 이는 안색이 파리해지기도 했다. 자신들이 지나갈 때 목을 친 시종들은 전부 그들과 연관이 있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황제의 궁을 보며 비웃었던 중년 귀족에게도 일어났다.
자신이 지나가자마자 목을 베어버린 기사를 보며 눈을 찌푸린 중년 귀족.
방금 죽인 시종은 얼마 전 그가 황궁에 심어놓은 자였다.
몇 단계를 거쳤기에 자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드러나진 않을 테지만 근위기사는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경고인가?’
그렇게 생각한 중년 귀족이 아까의 생각을 바꿔먹었다.
아무래도 현 황제 역시 만만히 볼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신같은 2황자와는 다르다는 것인가? 그 황후의 소생답군.’
그렇게 생각하며 표정을 굳힌 남자가 황급히 어디론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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