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45
14. 수도의 개혁!
항상 수많은 게시물로 가득 찼던 중앙 광장.
그러나 지금은 어떤 게시물도 볼 수 없었다.
고풍스러운 분수대를 바라보며 만든 단상 위로 거대한 검들이 살벌한 기세를 내뿜으며 거치되어 있었다.
수많은 사형수들을 베어내며 마검이 된 ‘사형수의 검’들.
말뿐인 마검이 아니라 정말로 오염된 마나와 악령이 들러붙은 마검들이었다.
일찍이 알렉시안의 숙청 기간에도 사용된 바 있는 마검들.
그 마검들이 이번엔 고위귀족들의 목을 베어내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폐하를 뵙습니다!”
단상 앞에 고개를 숙이고 대기 중인 귀족들.
그들 앞에 알렉시안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군.”
알렉시안의 인사에 재상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서부 귀족들과 한 약속을 지켜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재상의 가문은 존속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다른 가문들은 일부 존속시켰다.
또한, 방계를 통해 부활할 수 있는 여지 정도는 남겨주었다. 그들이 부정 축적한 재산은 전부 귀속되었지만 합당하게 얻은 재산의 경우 법적인 절차를 통해 방계가 물려받을 수 있도록 조치까지 해주었다.
직계 중 죄를 짓지 않은 자가 있을 경우 법정 공방을 통해 가문을 유지할 수 있게끔 길까지 터주었다.
“자비에 감사드리옵니다.”
재상의 말에 모든 귀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합당한 대가를 준 것뿐이다.”
알렉시안의 말에도 고개를 숙이는 귀족들.
본래라면 반란을 일으킨 가문 전체를 멸절시켜야 했으나 그러기엔 이들이 내놓은 대가가 너무 달콤했다.
단순한 숨겨진 은닉재산만이었다면 재상처럼 가문을 밀어버리고 방계를 통해 대를 잇는 정도로 끝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더 큼지막한 것을 내놓았다.
「남부 상단들의 비리명단」
「중앙 귀족 및 관료들의 비리명단」
「북부 군벌들의 비리명단」
「동부귀족들과 인접 국가들과의 연결고리」
「서부 인접 국가들의 범죄조직 명단」
그동안 서부 귀족들이 모아놓은 자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이 순순히 내놓지 않고 스스로 찾으려 했다면 반의반도 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비를 베푼 것이다.
‘이것으로 다른 귀족들 역시 압박할 수 있겠지.’
숙청은 끝나지 않았다.
제국은 완전히 깨끗하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애초에 그런 나라란 있을 수 없는 것임을 잘 아니까.
그래도 정도가 있다.
해 먹어도 국가에 큰 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하게끔 한다.
걸렸으면 제대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 두 가지를 위해서라도 숙청을 멈출 수가 없었다.
기존에 가진 귀족들의 힘이 너무 막강해 제국의 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숙청이라는 과한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을 재상과 서부 귀족들도 알기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사소한 정보까지 알렉시안에게 넘긴 것이다.
‘돈과 정보.’
이 두 가지를 통해 알렉시안의 환심을 산 것.
이게 제대로 통했다.
어설프게 서부 귀족들에 알렉시안을 지지하겠다, 황제파를 만들어 알렉시안의 뜻대로 움직이겠다. 같은 어설픈 조건이었다면 그 즉시 목이 떨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어설픈 조건을 낸 귀족들은 이미 목이 떨어졌다.
“지옥에서나마 폐하의 제국이 나아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재상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옆에 있는 치안대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하나 둘 귀족들을 끌고 단상 위로 올라갔다.
가장 먼저 목이 떨어진 이는 서부에서 악명을 떨쳤던 사채꾼이었다.
돈으로 중앙관료들을 포섭하고, 돈으로 선황의 환심을 사고, 돈으로 온갖 범죄를 저질러온 자.
그리고 그 인맥을 통해 더 큰 돈을 벌어들여 암흑가의 한 자리를 차지한 백작.
두번째는 범죄조직을 직접 이끌고 있던 자였다.
세번째는 인접 국가들과 연을 맺어 제국에 불법유통을 담당했던 자.
모두가 한가락씩 하던 자들.
뒤로 갈수록 더 큼지막한 자들이 많았다. 대를 이어 중앙의 고위관료를 역임하면서 막대한 위세를 가졌던 명문가부터 중앙의 군부에 심은 서부귀족 대다수를 관리하던 가문의 수장까지.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목이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재상뿐.
“저희를 제물 삼아 성황제를 뛰어넘는 성군이 되시기를···.”
재상의 말에 알렉시안이 피식 웃었다.
듣기엔 그럴싸하지만 결국 자기 욕심 때문이었다.
알렉시안이 성황제의 반열 혹은 그를 뛰어넘는다면 자신 역시 악인으로나마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기에.
성황제의 반열에 이른 알렉시안의 역사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지막 욕심.
가문이 몰락하고 자신 역시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에 이르렀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재상을 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적어도 죽음으로 가는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해준 것.
‘그대가 준 선물을 가지고 멸망을 잘 막아보도록 하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거대한 검이 재상의 목을 쳤다.
그렇게 재상을 마지막으로 중앙을 휘어잡고 있던 귀족파라는 거대한 집단이 종말을 맞이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환호하는 이가 없었다.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란이 종식된 시점에서 귀족파의 종말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것이 막상 닥쳐오자 믿을 수가 없는지 피분수를 내뿜으며 쓰러지는 재상의 시체만을 바라보았다.
“가지.”
“예. 폐하.”
광장의 침묵을 깨고 일어난 알렉시안.
한 세력이 끝났음을 알리는 듯 황제가 궁으로 돌아가자 그제서야 입을 열면서 웅성거리는 제국민들.
반란까지 일으켰던 한 세력의 종말에 수많은 신문사들과 기자, 광장에 모인 많은 제국민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얘기를 나누었으나 그와 반대로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이들을 통해 수도는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구도심 지역의 건물들이 전부 철거되고 공장이 들어갈 거점이 되었다.
마탑과 마법공방 역시 구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신설될 예정이다.
상인들의 거리 역시 대폭 개선되었다. 상인들 중에서도 돈이 많은 이들이나 개인적으로 이용하던 마법 마차를 대신하여 거리를 계속해서 순환하는 대형 마력차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귀족들의 거리 역시 변화를 맞이했다.
이제 더 이상 귀족들만의 거리가 아니다. 범죄조직, 종말세력, 반란등의 사건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귀족들만의 거리의 폐쇄성으로 인해 이 거리로 숨어든 이들이 많다는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알렉시안의 명령으로 전면개방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서부귀족파가 몰락하고 지방귀족들이 치고 들어온 시점에서 알렉시안의 결정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경하드리옵니다.”
황제의 궁에 도착하자마자 시종장이 고개를 숙이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모든 시종들이 알렉시안에게 허리를 굽히며 축하인사를 건넨다.
그동안 알렉시안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들이었기에 감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황제의 궁에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알렉시안에 의해 기회를 얻은 이들이었으니까.
“고맙다. 앞으로의 나날들 역시 험난할 테지만 같이 걸어가자.”
“예! 폐하!”
알렉시안의 말처럼 서부 귀족파라는 거대한 산을 하나 넘었지만, 더 큰 산들이 남아있었다.
단기적으로는 지방을 어지럽히는 범죄세력 청소와 종말세력 몰아내기.
장기적으로는 멸망을 막아내는 것.
이 외에도 인접 국가들의 문제, 멸망의 전조등을 연이어서 막아내야만 했다.
문제는 이 모든 걸 큰 피해 없이 막아내며 제국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본격적으로 수도를 개혁해야 했다.
수도 정화사업?
대규모 공사?
마탑신설?
대규모 공장단지?
이 모든 것은 개혁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뿐이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앉게.”
알렉시안의 손짓에 조심히 의자에 앉는 재무대신.
“읽어보게.”
내전을 준비하기 전 알렉시안이 준비하던 계획들.
그 중 일부를 건네주었다.
“마도구를 대량으로 양산하시는 것이 핵심이군요.”
“그래. 지금처럼 무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전 분야에서.”
알렉시안의 말에 제이론이 눈을 빛냈다.
이 계획이 어떤 결과를 낼지 가늠해보는 것이다.
“마도왕국. 제국을 그들처럼 만드시려는 겁니까?”
“아니. 그 이상으로.”
제이론의 말에 알렉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법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나라답게 마도구의 천국이라 불리는 국가. 그러나 실상 그곳에 가보면 주요 기물들만 마도구일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도구가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한다.
제국보다야 접근성이 훨씬 좋다지만 부족했다.
“일반인들도 돈을 모아서 살 수 있을 정도. 거기까지 값을 억제하는 것이 짐의 목표다.”
“···가능하겠습니까?”
“해야지.”
기본적으로 마도구의 값이 대폭 떨어져야만 한다.
그래야 제국이 전체적으로 부유해질 것이고 그건 곧 긴 전쟁을 버틸 체력이 되어줄 것이다.
알렉시안은 현대에서 숱하게 보아왔다.
조금 더 질 좋은 무기를 들었다 한들 보급이 없으면 망한다는 것을.
장기전에서 보급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한 단계 더 높은 마도구로 무장한 병력?
늘어난 기사들과 마법사의 숫자?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보급이었다.
“몬스터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아.”
알렉시안의 말에 재무대신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제이론 본인도 북부의 상황을 꾸준히 듣고 있지만 알렉시안이 듣는 정보보다는 질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터.
그렇기에 물었다.
“많이 심각한 것입니까?”
“지금 당장은 버틸 만할 것이야. 그러나 앞으로는 아니겠지.”
“···몬스터의 침공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리라 보시는군요.”
그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 뿐만이 아니야. 서부 귀족들이 궤멸하였어. 인접 국가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제국은 혼란스럽다.
서부는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그 빈틈을 인접 국가들이 가만히 놔둘까?
제국이 자랑하는 마스터들은 지금 내부를 정리하느라 바쁘다. 절대 외부로 시선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서부 인근 국가들이 벌써 국경 지역으로 전 병력을 움직이고 있네. 서부 사령관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거야. 문제는 동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지.”
동부 인근 국가들 역시 선황시절 많은 땅을 빼앗겼다.
멸망한 국가들만이라면 상관없지만 일부 지역만 빼앗기고 국가를 존속하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제국이 흔들린다 판단되면 어김없이 움직일 거야.”
알렉시안의 말에 제이론 역시 그 정돈 알고 있었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서야 알렉시안의 목표가 보였다.
“보급만이 아니군요.”
“바로 보았다. 짐은 보급뿐만이 아니라 군사역량 자체도 동시에 성장시킬 것이다.”
제이론의 말에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알렉시안.
마도구를 생산하기 위해선 마나각성자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종말세력이 만든 특수한 약을 개량해 단점을 최대한 억제한 채 마나각성자를 대량 양성할 것이다.
이들은 후에 마법사나 기사 혹은 정예병사로 성장시킬 수 있다.
마도구 대량 양산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공장.
이 역시 후에 군수공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위험이 다가오기 전까진 제국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지만 만약의 상황이 다가온다면 제국은 전쟁을 위한 국가로 바뀔걸세.”
언제든 전쟁을 위한 시설이 될 터.
알렉시안이 해왔던 모든 개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오직 멸망을 대비하기 위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를 위해선 수도가 바뀌어야 할 터.”
“속도를 당겨야겠군요.”
이미 제국은 흔들리고 있다.
그러니 인접 국가들이 더 많이 움직이기 전에,
몬스터들이 더 많이 남하하기 전에!
수도의 개혁이 완성되어야만 했다.
“마탑의 준비는 끝났다.”
“예?”
제이론이 당황한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마탑 내부에서 이미 마도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벌써 말이옵니까?”
“그래. 그걸 바탕으로 구도심에 지어질 공사의 속도도 높일 것이야. 그렇게 빠르게 수도의 계획이 완료되면 그다음은 중앙이야. 그리고 마도구들이 대량양산 되는대로 북부와 남부, 동부에 순차적으로 보급한다.”
알렉시안의 명령에 제이론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숙였다.
재상과 서부귀족들이 죽은 그 날, 수도의 개혁이 완성되었음을 알리듯, 수 많은 발표들이 재무부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 이 발표들을 본 외국의 기자는 이리 평했다.
「제국의 개혁이 시작되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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