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5
2. 이게 폭군이야?
황궁에서 풀려난 귀족들이 소문을 낸 것일까?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입을 통해 듣게 되면서 황궁에 현재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가 속속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몸이 약해 대관식조차 약식으로 진행했던 황제.
선황의 장례식에서조차 말이 없던 유약한 황제.
그런 황제가 숙청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순식간에 제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그러다 보니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다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황궁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공포정치」
과거 암군들이 가장 먼저 쓰던 방법들.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공포를 통해 커버하려는 자들이 있었고,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
한 학자는 이리 말하고는 한다.
「폭군도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이는 그저 날뛰는 망나니일 뿐.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좌절해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암군들이 폭정을 일삼았으나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현 황제 역시 그러한 수순을 밟을 거로 생각하는 이들이 생겨나며 현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걱정하는 이들이 있으면 이를 이용하고자 이들도 있는 법.
몇몇 학자들의 말을 이용해 겁 없는 지방의 중소 신문사들이 주요 도시의 광장에 신문을 뿌리고 다녔다.
“재밌네.”
알렉시안이 자신의 손에 들린 신문들을 바라보았다.
「선황을 닮고자 하는 현 황제. 그러나 능력이 될까?」
「자신의 유약함을 감추기 위해 공포를 이용하려 하나?」
숙청하는 황제를 향해 겁 없이 달려들 수 있는 용기.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할까?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능할 것인가?
아니다. 저들은 철저히 계산 하에 이러한 일을 벌이는 것이었다. 현 황제의 힘이 지방까지 단번에 힘을 뻗치진 않을 것이고, 그때쯤이면 이런 중소 신문사들은 신분을 감추고 잠적할 수 있을 터.
그 대가로 알 수 없는 루트로 막대한 뒷돈을 받았을 테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진행률 38%]며칠에 걸친 숙청 끝에 퍼센트 자체는 많이 올랐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올리기 쉽지 않을 거다. 귀족들은 물론이요, 배후세력을 찾는 것 역시 한세월일 것이기 때문이다.
“후···잘하면 이 몸으로 멸망의 날을 맞이할 수도 있겠네.”
그렇게 한숨을 쉬며 자신의 손에 쥐어진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대전에서 근위대장이 끌고 왔던 시종.
황자의 궁 때부터 함께했던 배신자가 결국 참형에 처했다는 글을 본 순간 갑자기 진행률이 대폭 올랐다.
[진행률 51%]“음···.”
솔직히 이번에 처형된 시종은 그리 대단한 이는 아니었다.
배후세력에 비하면 쭉정이 가까운 이였으나 이렇게 대폭 진행률이 상승했다는 점은 이상했다.
“뭐지?”
의문을 갖는 순간 반투명한 글자들이 나타났다.
[※알렉시안 영혼의 만족도가 다 채워지면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글자를 보는 순간 자신이 퀘스트를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핵심은 관련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이 아니었다. 퀘스트 클리어의 핵심은 알렉시안 영혼에게 평온을 안겨다 주는 것.
그렇기에 모든 배후세력을 잡지 않아도 본래의 알렉시안이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온다면 클리어될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이 역시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전처럼 막막한 것은 아니었다.
“해볼 만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보고서를 넘길 때마다 진행률은 계속 올라갔다.
시종과 연관된 이들, 황제의 궁에 잠입한 시종들이 죽는다는 보고서를 볼 때마다 진행률은 계속해서 올라갔으니까.
무엇보다 죽이지 않아도 진행률은 올라갔다.
숙청이 꼭 상대를 죽이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의 몸과 관련된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만으로도 퍼센티지가 올라가지 않을까?
무엇보다 알렉시안의 영혼 역시 모든 이를 처벌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선황의 힘을 이용해 모든 이들을 처벌하려 한다면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과연 알렉시안이 그걸 원할까?
그렇게 의문을 갖는 순간 또다시 퀘스트가 나타났다.
[알렉시안이라는 이름이 제대로 된 황제의 자질을 갖췄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세요.] [보상: 미정]본래 몸의 주인이 원하는 것.
심약한 마음, 그리고 유약한 몸이 아니었으면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굳이 제대로 된 황제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까진 없었다.
그저 가능성,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듯한 퀘스트가 내려왔다.
“보여줄게.”
자신의 몸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알렉시안의 영혼에게 말한 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찰 대신을 불러오라.”
황제의 궁에 있던 시종들을 대부분 물갈이한 후 임시로 채워 넣은 선황의 시종들.
대부분 늙어서 은퇴해야 했으나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당분간만이라도 머물러달라고 그가 직접 부탁하면서 남게 된 늙은 시종장이 감찰 대신을 불러왔다.
“부르셨습니까?”
“수사하면서 찾은 비리들. 그걸 이용해야겠다.”
“한 번에 그것들을 이용하시면 반발할 것이옵니다. 현 상황을 이용해도 한계가···.”
감찰 대신의 말에 알렉시안 역시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당근도 주어야겠지.”
그 말과 함께 진행하라고 명령을 내린 후 또 다른 이를 불러왔다.
중립파라 불리는 내무대신도, 충성파에 속한 군부대신도 아니었다.
귀족파에 가까운 인물인 재무대신.
그를 직접 불러온 알렉시안.
귀족파를 대표하는 인물격인 재상 칸벨리가 아닌 그가 불려가는 것을 보며 수군거렸다.
특히 불려가는 당사자인 애런이 제일 긴장했다.
‘뭔가 들킨 것인가?’
‘난 딱히 이번 사안에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는데···.’
자신이 대신의 자리에 오르면서 한 공금의 사적유용, 탈세 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대신들 중 이 정도 범죄도 저지르지 않은 이들이 드물겠지만 어쩌면 가장 만만한 자신부터 죽여버리겠다는 의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렸다.
물론 자신을 숙청하기가 쉽지 않음은 안다. 그러나 현재의 황제라면 그걸 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귀족들이 반발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자신이 죽거나 이미 고문당해 너절해진 후였으니 의미가 없었다.
긴장 속에서 황제의 궁에 도착한 애런.
“폐하를 뵙습니다.”
“긴장할 것 없다. 지금 당장 널 처벌하지는 않을 것이니.”
의자에 앉아 자신을 기다린 황제가 나른한 표정으로 애런에게 말했다.
그것이 기회를 주는 것임을 안 애런이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과한 예는 되었다. 앉아라.”
“예! 폐하.”
군인처럼 우렁차게 답한 애런이 황급히 의자에 앉았다.
그런 그에게 툭 던져준 두툼한 보고서들.
감찰대신이 감찰부원들을 밤낮없이 굴려서 찾아낸 비리 덩어리들.
그곳엔 자신의 이름 역시 적혀 있었다.
말년에 몸이 좋지 않았던 선황의 시기에 일어난 비리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선황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범죄를 묵인해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어째서 묵인했는지 그 이유 역시 알 수 있었다.
‘···우리를 쳐 낼 무기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알렉시안이 준 보고서를 차분히 읽어보았다.
대부분 상단과 관련된 이들.
특히 뇌물을 받고 본래 허가가 안 되는 기준의 물자들을 납입한 상단들의 이름이 쭉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본 애런은 황제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단번에 파악했다.
‘쉽지 않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만 자신 역시 엮여있는 것이 많기에 쉽지가 않았다.
바로 그때 알렉시안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짐이 기회를 주는 것임을 잘 알겠지.”
“···예. 폐하.”
“솔직히 말하지. 난 현 대신들을 오래 끌고 갈 생각이 없다.”
그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재무대신.
“그러나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과 개처럼 끌려나가는 것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명예롭게 은퇴할 경우 관료들의 어른으로서 자문을 받는 기관에 소속되게 할 생각이기도 하다.”
자문기관.
현재도 있지만 유명무실한 그 기관에 좀 더 힘을 실어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한 자리를 애런에게 줄 수도 있음을 말해주었다.
“귀족파를 버리란 말씀이시옵니까?”
“버릴 수 있나?”
알렉시안의 물음에 입을 다무는 애런.
쉽지 않았다.
가문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엮여있는 것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투자한 금액들이 여기저기 귀족파 가문들과 엮여있어서 발을 뺀다면 그 즉시 파산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 피식 웃는 알렉시안.
“그러니 짐이 그대를 버릴 것이다. 그러나 후에 재활용할 수 있게끔 잘 포장은 해주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자비를 베푸는 알렉시안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애런.
“그래서 언제까지 가능하지?”
“일주일. 그 안에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되겠나?”
알렉시안이 준 보고서는 일종의 요약본이다.
안에 나온 이들의 세세한 자금 내역을 조사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터.
“개인적으로 준비한 것이 있사옵니다. 특정 인물들에 한해서만 조사한다면 1차적인 보고서를 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의 자리에 그냥 오르지는 않았을 터.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할 무기 하나쯤은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다음 명령을 내렸다.
“그냥 쳐내기만 하면 그대가 힘들겠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종이뭉치를 툭 던졌다.
“이건···.”
“빈자리를 채울 이들도 필요할 것 아닌가?”
“당근이옵니까?”
채찍을 사용했다면 당근도 사용해야 하는 법.
“귀족파를 넣어도 상관없다. 하나 선은 지켜야 한다.”
그 말에 고개를 숙인 재무대신.
용건이 끝났다는 듯 손을 내젓자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재무대신에게 기회를 주었으니 이제는 다른 이를 불러야 했다.
“치안대장을 불러오라.”
“예! 폐하.”
늙은 시종장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에게도 재무대신에게 했던 것처럼 기회를 주었다.
“보니까 치안대가 완전히 썩었더군.”
“···송구하옵니다.”
선황이 드러누은 이후 잡범들에게 뇌물을 받아처먹은 이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렇기에 현 치안대의 고위직 중 뇌물은 안 먹은 이는 3할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었고, 처벌하기도 애매한 자잘한 금액이 대부분이라 잡기도 뭐했다.
술 값.
점심 값.
선물세트.
자잘한 뇌물을 받고 그 대신 사소한 범죄들을 눈감아주는 관행.
개인으로 보았을 땐 사소한 것이지만 그것이 치안대 전체로 보면 굉장히 컸다.
“전부 발본색원하여 처벌하겠습니다.”
치안대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피식 웃었다.
“가능한 일을 말하라. 모두 처벌할 수 있다고? 그럼 치안이 유지되겠나?”
그의 물음에 고개를 숙인 치안대장.
“자네에게도 기회를 주지. 잡범들은 자수하면 벌금으로 끝낸다. 그리고 자네가 보기에 굵직해 보이는 사안 몇 개만 꺼내.”
“그 말씀은···.”
“이번 숙청은 그걸로 끝내지. 적당히 조율하도록.”
그 말에 식은땀을 흘리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황제가 커트라인을 정해주었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은 넘어간 것.
‘살아남았다.’
세력마다 조율해야 한다는 큰 짐이 남았지만 살아남은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치안대장까지 보낸 후 알렉시안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숙청이라는 채찍을 때리기 위해 적당히 당근을 던져주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 것이냐는 것.
‘어떻게 나올 셈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