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56
17. 축제 속에 가려진 그림자!
특별수업에 참관한 수많은 사람이 알렉시안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딱 봐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음을 깨달은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축제에 큰 문제가 벌어졌다 생각했지만 몇몇 감이 좋은 이들은 북서부와 서부에서 일어난 문제들을 기억해내며 그쪽과 관련된 일일 가능성이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일이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그러게.”
웬만한 일에는 크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일이 없는 알렉시안.
항상 피곤에 찌들어 있는 얼굴이지만 아이들이나 제국민들에게 웬만하면 웃어주는 이가 그였다.
그런 그가 아이들의 특별수업에서 표정관리가 안 되었다는 것은 단순한 축제 문제로 보기는 어려웠다.
“북부쪽 상황도 심각하다고 하지 않았어?”
“정보를 통제하고 있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였지.”
알렉시안이 대놓고 밀어주면서 한결 나아진 북부였으나 최근 다시금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있음을 알만한 기자들은 다 알았다.
단지 알렉시안과 북부 군부가 정보를 통제하는 것 같으니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일단 기다려보자고.”
“그래.”
그동안 알렉시안이 보여준 것이 있기에 믿고 기다려보자는 기자들. 그러나 꼭 직접 파헤치려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축제 때 모여든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만나며 정보를 모으는 기자들이 광장에 모여서 하나둘 정보를 정리하며 조금씩 가려져 있는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즐기는 축제 속에서 발에 땀이 나도록 뛰는 기자들. 그리고 이들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대전에 모인 관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군부대신과 외무대신의 발표를 들었다.
“모두가 들었다시피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제국은 주변국 모두를 적으로 돌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알렉시안의 말에 모든 귀족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북부는 현재 몬스터들만로도 정신이 없는 상황. 맞나?”
“···그렇습니다.”
“이유를 궁금해하는군. 직접 발표하게.”
알렉시안의 말에 검성이 작게 한숨을 쉬면서 북부의 상황을 말해주었다.
본래는 알렉시안의 명령처럼 축제 마지막 날까지 숨겨두려 했으나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으면 밝힐 때가 되었다.
“남부의 상황도 말해주게.”
“···예. 폐하.”
알렉시안의 말에 마르코가 남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대전 안에 있는 귀족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제국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는 우리가 준비할 시간을 줄 것 같지가 않군.”
그 말에 모든 대신들과 관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전쟁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서부귀족파가 몰락했지만 여전히 내무대신의 자리에 위치한 카엘라의 물음.
“지금 당장 전쟁한다고 하면 우리가 계획한 것들은?”
알렉시안의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개발부 그리고 마법부를 신설해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에 전쟁?”
전쟁을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됨을 아는 귀족들.
충성파와 군부조차 이걸 알기에 상대가 건방지게 굴고 있음에도 섣부르게 전쟁을 하자고 외치지 못하고 있었다.
알렉시안이 개혁을 얼마나 중요시 생각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뚜렷한 방법이 없을 때 대전에 뒤늦게 도착한 2황자와 3황자가 도착했다.
“폐하를 뵙습니다.”
동시에 인사하는 두 동생을 보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오면서 들었습니다. 들어보니 동부 역시 문제가 있다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3황자였던 아드리안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에 있어선 소신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황제와 중앙정부조차 힘든 일인데 어떻게?라는 표정으로 바라본 알렉시안.
그런 그를 향해 아드리안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종말세력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한 은인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동부 대수림에 발이 넓으신 것 같더군요.”
“누구지?”
“도르웰. 동부에서는 방랑기사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본래 게임 스토리에서 한참 후에 만날 인물이었다.
‘운명? 아니면 만나야 할 인연을 만나게 된 건가?’
3황자가 방랑기사 도르웰을 만나 성장하는 스토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엔 기존의 3황자의 행보와 다르기에 만나지 못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라나 결국 만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지?”
“대수림의 부족들과 동맹을 맺으시죠. 그렇게만 된다면 동남부의 국가들만 신경 쓰면 될 겁니다. 동남부 국가들을 견제하는 것 역시 일부 도움을 주겠다고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바는?”
“교역. 가장 원하는 것은 무기와 식량입니다.”
알렉시안의 말에 내무대신과 외무대신이 동시에 발작하듯 말했다.
“폐하! 너무 위험합니다.”
“맞습니다.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화친을 대가로 지원해줬다가 나온 대가는 침공이었습니다.”
다른 이들 역시 맞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아드리안이 한숨을 쉬며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이게 전부가 아닐 테지. 동맹이라 해도 오가는 게 있어야 할 터.”
“동남부의 견제만이 아닙니다. 동북부 몬스터 소탕, 반제국파 부족의 견제. 그리고 몬스터 사체 및 약초들을 대가로 지급할 겁니다.”
대수림에서 가장 부족한 건 식량이었다.
거기에 생존을 위한 무기 역시 부족하다. 이것만 해결할 수 있다면 웬만한 것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
제국 입장에서는 이득이었으나 쉬이 결정될 사안이 아니었다.
동맹이 쉬웠다면 선황 때 혹은 그 이전에 이뤄졌을 것이다. 수백년 간 이어진 반목과 뿌리 깊은 불신은 두 세력의 동맹을 매번 가로막아 왔다.
“고작 식량과 무기 때문에 제국과 동맹을 맺겠다고?”
그 말에 아드리안이 입을 다물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본래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닌 알렉시안과 단 둘이 대화할 때 밝혀야 할 내용이었으나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현재 동부 대수림에도 몬스터들이 대규모로 남하하고 있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알렉시안은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했다.
종말세력이 제국만 조지는 것이 아니라 동부까지 조지려 한다면 몬스터로 인한 피해로 식량이 부족해질 것이며, 그들과 대항하기 위한 전사들도 많이 희생당했을 것이 무기와 전사 둘 다 부족할 것이다.
“제국의 군대와 함께하기를 희망하는가?”
“예. 거기에 질 좋은 제국의 무기로 무장하는 것 역시···.”
“폐하. 지금 잘해준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 뒤통수 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역사가 증명합니다.”
몇몇 노신들이 결사반대하듯 말했다.
그러자 다른 귀족들 역시 동의하듯 알렉시안에게 말했다.
그동안 제국의 역사를 보면 항상 반목해왔던 집단이고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배신을 밥먹듯이 했었기에 이들의 걱정은 이해가 되었다.
그걸 알기에 3황자 아드리안 역시 쉬이 입을 열지 못하고 알렉시안만 바라보고 있는 것.
한참의 고민 끝에 알렉시안이 아드리안을 향해 말했다.
“일단 얼굴 좀 보지. 제국과 대수림과의 사이는 최악이니 가벼운 협정부터 체결하는 것으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좋겠어.”
“···예.”
“걱정마. 우리도 다급한 상황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끌진 않을 거니까. 한가지만 약속해준다면 짐이 강행해서라도 성사시키겠다.”
그 말에 아드리안은 의아한 표정을, 대신들과 귀족들은 걱성스러운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대수림의 가장 큰 문제는 식량 아닌가?”
“···예.”
“그걸 해결한다면 대수림 쪽도 한결 여유가 생기겠지?”
“그럴 것입니다.”
알렉시안의 말에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대신들과 아드리안을 보면서 손가락을 펼쳤다.
“첫째. 지금처럼 부족단위라면 지원해주느니만 못할거다. 어렵더라도 반드시 연합군을 결성할 것.”
“그건···.”
첫번째 손가락을 접으면서 하는 말에 아드리안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둘째. 네가 약속한 것처럼 동남부 국가들의 견제. 정확히는 일부 국가들을 그대들이 집어삼켰으면 좋겠군.”
그 말에 아드리안을 비롯한 대전 안에 모인 모든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국은 적대하는 이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어. 특히 제국이 위기에 처하자마자 귀신같이 전선을 압박했던 국가에 한정해서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 말씀은···.”
“제국이 부강해지며 자신들을 집어삼킬까 뒤늦게 움직인 국가에 한해서는 자비를 베풀수도 있다는 뜻이야.”
알렉시안의 말에 르센이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가 한 말의 핵심은 딱 하나다.
동남부 국가들을 갈리치자.
끝까지 적대하는 세력은 이참에 전부 흡수하거나 대수림의 부족들에게 주겠다.
“물론 시간을 주겠다. 지금이라도 사절단을 보내 용서를 구한다면 제국은 국경을 개방해 이전보다 더 큰 규모로 무역을 해줄 것. 짐의 뜻을 잘 알겠나?”
“예. 폐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르센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동생인 아드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수림에 관한 협상의 전권을 주지. 또한 네가 모은 군대 역시 동부 특별군이라는 이름으로 지휘함을 허락하겠다.”
“···예. 폐하.”
예상외의 결정에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알렉시안과 3황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토벌이란 명분도 끝났으니 3황자의 동부에서의 영향력을 지워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알렉시안은 3황자가 이룩한 모든 것을 인정해주었다.
“동부 군부가 너를 잘 따른다더군. 지금처럼 잘 지휘해보도록. 공을 세운다면 특별군이 아니라 동부군을 이끌게 될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례적인 결정.
이 부분은 알렉시안도 고민이 많았다.
위협이 될 수 있는 3황자를 동부에 계속 놔두는게 맞을까?
그러나 3황자의 능력이 너무 아까웠다.
‘나중일은 나중에.’
어차피 멸망이 시작되면 지금의 포지션은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거기다 3황자가 마스터가 되어 영웅적 행보를 보이지 않는 이상 지금 시점에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2황자 엘로니안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서부에도 기회를 주십시오.”
고개를 숙이며 청하는 엘로니안.
가진 바 능력은 미천하면서 욕심만 그득하다는 평가를 받는 엘로니안.
그런 그를 보면서 다들 혀를 찼다.
재상과 서부귀족파가 몰락했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흔들림없이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소신에게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의외의 청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소신의 어미. 마리아나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그 말에 대전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소신이 서부를 무사히 토벌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제 어미 마리아나 덕분입니다. 제 어미와 서부귀족들의 능력이라면 인접국가 몇 정도는 회유할 수 있을 겁니다.”
“중책을 맡기기엔 죄가 가볍지 않다.”
프랑코가 사면을 시켜주기 위해 뛰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모든 죄를 없던 것으로 하고 선황비의 모든 권한을 돌려줄 수는 없었다.
“예. 그러니 선황비의 권한이 아닌 서부인접국가와 교섭할 권한만 내려주십시오. 아직 서부의 귀족들에게 그 정도 힘은 남아있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프랑코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떨리는 것으로 보아 사전에 이야기 된 것은 아닌 듯 싶었다.
바로 그 때 엘로니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능력은 된다해도 믿기 힘들군.”
“소신의 남은 황족의 권한을 내려놓겠습니다.”
알렉시안이 초반에 황족들을 대거 숙청하면서 남은 황족이 많지는 않다.
그렇기에 더욱 귀해진 신분을 내려놓는다?
쉽지 않은 결정일 터.
그렇기에 모두가 엘로니안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대신 선황비를 한 번만 믿어주십시오. 기존의 서부귀족파를 한 번만 믿어주십시오. 부탁드리옵니다.”
고개를 숙이며 청하는 엘로니안.
그런 그를 보며 의아하듯 묻는 알렉시안.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소신의 무능함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말이 토벌군 사령관이지 사실 재상의 반란이 실패한 이후 대놓고 무시를 받았다.
그를 따르던 모든 가문이 평민보다 못한 눈초리를 받았다.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뛰어다니는 선황비.
그런 그녀에게 모멸감을 주고 그녀와 함께한 귀족들을 대놓고 비난하는 귀족들.
그 모습들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에 피눈물을 흘렸다.
‘내가 무능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자신의 무능함을 커버하기 위해 재상이 무리했고, 자신의 욕심을 채워주기 위해 선황비가 욕심을 냈고, 자신의 멍청함 때문에 결국 서부귀족파가 몰락했다.
무능하고 멍청하고 독선적이고 욕심 많은 그라도 이정도면 알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있음을.
그렇기에 이번엔 자신이 희생해야 했다.
자신을 위해 굴욕을 감수하고 북동부로 간 외할아버지와 모멸감을 받으면서도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어미를 위해서 자신이 나서야 했다.
“소신의 어미에게 단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그것으로 충분한가?”
“예. 그것이면 충분하옵니다.”
“너의 어미가 실패할 수 있다. 그럼 대가를 치를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는 엘로니안.
“거지로 살라 하시면 그리하겠습니다. 죗값을 치르기 위해 북부로 가라 하시면 가겠습니다. 부디 서부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땅에 머리를 박으면서 부탁을 하는 엘로니안.
그런 그를 보면서 프랑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누구도 엘로니안을 보면서 혀를 차지 못했다.
그저 바라만 볼 뿐.
한참의 정적 속에서 알렉시안이 입을 열었다.
“선황비를 불러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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