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57
17. 축제 속에 가려진 그림자!
알렉시안의 명령에 같이 올라온 선황비가 대전에 들어섰다.
그러자 흠칫하는 그녀.
무릎 꿇고 머리를 숙이고 있는 자식을 보니 뭔가 잘못되어 간다고 느낀 것이다.
애써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면서 알렉시안의 앞에 섰다.
“짐의 동생이 그대에게 기회를 달라고 말하더군.”
“···.”
알렉시안의 말에 가만히 자신의 자식을 바라보는 선황비.
그녀 역시 의외라는 듯 엘로니안을 바라보았다.
“그대에게 기회를 주는 대가로 황족의 권한을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
떨리는 눈으로 엘로니안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지은 죗값을 치를 테니 단 한 번 서부 귀족에게 기회를 달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며 황좌에서 일어나 선황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짐은 그대를 용서하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용서받았을지라도 알렉시안 개인적으로는 용서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그러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은 할 것이다. 이 사태를 해결할 때까지 그대와 서부는 죄인이 아닐 것이니.”
그 말에 선황비의 눈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모든 죗값은 짐의 동생이 짊어지고 갈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황족의 권리를 회수할 것이며, 죗값을 갚기 위해서 짐의 명령에 응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싸늘한 음성을 내뱉으며 선황비를 똑바로 응시하는 알렉시안.
“받아들이겠나?”
그의 물음에 선황비의 얼굴이 땀으로 범벅되었다.
몸은 떨리고 있었고,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엘로니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신을 바라보는 엘로니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도, 그녀도, 그녀의 가문도 부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나마 알렉시안이 능력 우선주의를 가지고 있어서 기회라도 온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 멸문되었을 것이다.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증명해주십시오. 서부가 아직 쓸모가 있음을···.”
그의 말에 선황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진심으로 부탁을 하는 엘로니안을 보면서 결국 고개를 끄덕인 선황비.
그 모습을 보면서 알렉시안은 선황비에게 확언하듯 말했다.
“앞으로 그대의 평판은 더 떨어질 것이다. 무능하고 못난 자식 때문에 서부를 몰락시킨 존재에서 자식을 팔아 살아남고자 하는 추악한 어미까지 되는 것이다.”
그 말과 함께 엘로니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해내라. 아우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죽···이시려는 겁니까?”
선황비가 떨리는 음성으로 묻자 알렉시안이 가만히 엘로니안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죽을지 안 죽을지는 이 녀석에게 달린 것이겠지.”
그리 말하며 2황자를 바라보았다.
“한가지 궁금하더군. 짐은 광휘의 검을 얻기 전에도 이 힘을 얻었었다. 한데 빛의 기둥이 생기고 다른 이들도 이 빛의 힘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그 말에 다들 묘한 표정으로 두 황자를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이 빛은 변이종들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현재 북부에서 남하하는 몬스터들 중 다수가 변이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바. 이 힘을 각성한 이들을 보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알렉시안이 북부로 각성자들을 보내지 못한 건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수도 밖으로 보내면 대부분의 힘이 사라진다.”
“혹···엘로니안 공에게 그것을 실험하시려는 겁니까?”
“그래.”
피오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황족이라면 과연 수도 밖으로 벗어나도 빛의 힘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신이 빛의 힘으로 주변인들을 치유하거나 광역으로 변이종들에게 디버프를 건 것처럼 황족 역시 그것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이미 죄를 지은 방계 몇을 실험 삼아 해보았지만, 일반 각성자들보다 조금 더 빛의 힘에 재능이 있는 것이 전부였다.
‘황족과 일반 각성자들의 재능은 다르긴 했어.’
그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직계나 다름없는 2황자라면 어떨까?
빛의 힘은 유용하다.
그래서 자연스런 각성이 아닌 인위적인 각성을 유도하기 위해 빛의 기둥이 있는 영역으로 데려가 인위적 각성을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미 각성한 이들에게 유의미한 상승 폭을 보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빛기둥의 외곽조차 가지 못하고 포기할 정도였다.
‘이 녀석은 어디까지 버티려나?’
방계혈족이 아닌 직계 혈족.
그것도 무황의 자식이다.
무능하다지만 어쩌면 이쪽 방면으로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를 일.
“반란이라는 죄는 무거운바. 죄를 사하는 것을 넘어 기회를 얻기 위해선 선황비와 서부귀족만이 아니라 반란의 원흉이 된 짐의 아우 역시 죗값을 다해야 하겠지.”
그렇게 말하며 엘로니안을 바라보았다.
“죽을 수도 있다. 또한, 살아남는다 해도 북부로 끌려가 죽을 때까지 몬스터와 싸워야 할 것이다.”
“···명을 내려주신다면 따를 뿐입니다.”
굳은 표정으로 답하는 엘로니안.
이미 내전과 토벌군을 진행하면서 자신은 무황처럼 재능이 있지 않음을 깨달은 지 오래였다.
조금이라도 쓸모를 다하기 위해선 시키는 건 뭐든지 해야 했다.
이미 그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알렉시안의 성정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쓸모있는 자.’
재능이 없다 해도 핍박하거나 노예로 만들진 않지만 중용하진 않는다는 명확한 원칙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죗값을 갚아야 하는 위치.
없는 재능이라도 만들어서 봉사해야 했다. 알렉시안이 그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인데는 선황비의 능력도 있을 테지만 자신을 사용하기 위해서임을 눈치챈 엘로니안은 뭐든지 할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본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을 바라본 3황자가 자신도 하겠다고 말하려 입을 열었다.
“소신도···.”
“넌 대수림부터 해결해.”
딱 잘라 말한 알렉시안이 대신들과 귀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황이 달라졌다. 본래는 축제가 끝나고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젠 제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테지. 그러나 축제는 끝내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위협 속에서도 제국은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도 그리 알고 준비하도록.”
“예!! 폐하.”
알렉시안의 명령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이 녀석은 그곳에 보내놓도록. 짐은 제국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대로 가도록 하지.”
“예. 폐하.”
시종장에게 그렇게 명령한 후 대전을 빠져나갔다.
어차피 황제란 전체적인 틀만 잡아주는 것일 뿐.
상세한 일은 밑에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에 알렉시안이 이곳에서 할 일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밑에 사람들이 편하도록, 또한 불안해할지 모르는 제국민을 안정시키고 감히 제국을 건드린 이들에게 제국이 굳건함을 보여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 다급히 마법사를 불러 현재 사용 중인 대형 영상구를 모조리 황궁과 연결시켰다.
“어? 황제폐하?”
“갑자기 무슨 일이지?”
수도의 광장을 비롯한 여러 장치에서 일제히 황제의 모습이 나오자 당황해하는 이들.
그런 그들에게 알렉시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몇몇 이들이 눈치챘겠지만, 현재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그 말에 다들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 기자들이 말한 것처럼 정말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상황은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렇게 말하면서 조용히 설명하는 알렉시안.
가장 먼저 북부와 남부에서 대규모 몬스터들이 변이종이 되었고, 심상치 않은 이변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제국을 벗어난 종말세력들이 분란을 일으키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마지막으로 인접 국가들이 이 혼란에 관여되어 있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제국의 주변국 모두가 적이다.-
그 말에 축제 분위기였던 수도가 싸늘하게 식었다.
전쟁이 임박했음을, 어쩌면 내전보다 더한 전쟁이 시작될 수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우리와 적대적이었던 수백년의 적 대수림이 우리와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또한, 서부의 일부 국가들 역시 아직 서부귀족들과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렇게 말하며 3황자와 선황비에게 기회를 줄 것을 공표했다.
-짐은 선황과 다르다. 내실을 다질 것이며 더 큰 위협에 대비할 것이다.-
그 말에 몇몇 이들이 움찔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것 같이 가만히 화면을 응시하던 알렉시안이 조용히 말했다.
-제국과 손을 잡아라. 기회를 잡아라. 짐과 제국에게 적대한 이들을 제국의 도움을 받아 굴복시켜라.-
제국은 더 이상 외연확장을 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친제국파를 도울 것이다.
그러니 제국과 손을 잡아라.
뒤에서 따로 제안하는 것이 아닌 공개적으로 공표한다.
-정복전쟁? 그딴 것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 몬스터 군단을 비롯해 큰 위협이 다가올 것이고 짐과 제국은 그것을 대비하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
그렇게 말하며 언젠가는 큰 전쟁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해주었다.
-그러니 믿어라. 지금 제국과 손을 잡는다면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할 것이고, 그 힘이 제국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묵과할 것이니라.-
그 말에 타국에서 온 이들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벌써 몇몇은 바쁘게 어디론가 뛰어가는 것이 보일 정도.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알렉시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가올 위협에 걱정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음번엔 내전 그 이상으로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위기라는 핑계로 그대들과 한 약속을 저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제국은 더 발전할 것이며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제국을 만들 것이다.-
개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하는 알렉시안.
-말뿐이라면 믿기 힘들겠지. 그러니 믿음을 주기 위해 축제의 일정을 변경하지 않겠다. 온전히 즐겨라. 그리고 보아라. 짐의 제국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굳건할 것이니···.-
그 말과 함께 거대한 영상구에서 알렉시안의 얼굴이 사라졌다.
한동안 이어진 침묵.
마법사들이 만든 이미지가 영상구에 비춰지고 있음에도 누구하나 말문을 여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 한 사내가 외쳤다.
“즐기자! 폐하께서 즐기라고 하셨으니 즐기자고!”
사내의 외침에 모든 이들의 얼굴에 다시금 미소가 그려졌다.
지금은 알렉시안이 말한 것처럼 일단 즐기자고.
정말 힘든 시기가 다가온다면 지금처럼 알렉시안이 알려줄 것이니까.
그때는 다 같이 힘을 모아 이겨내면 그뿐이었다.
적어도 현 제국을 이끄는 황제와 함께라면 제국이 이겨내지 못할 위기 따윈 없을 것이란 믿음.
그 확고한 믿음이 제국민들의 눈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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