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58
18. 시간 좀 벌자!
알렉시안의 발표는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륙의 사람들이 한데 모인 축제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런 중차대한 일을 발표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제국의 선언이다.
‘정복전쟁을 하지 않겠다.’
말 뿐인 것을 믿을 이들은 없다.
그러나 알렉시안이 하는 말이라면 다르다.
‘신뢰의 황제.’
타국이나 대부분의 제국인들은 개혁 군주라고 알고 있지만 그를 직접 겪어본 이들은 알렉시안의 최대 장점을 ‘신뢰할 수 있는 이’라고 말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이유까지 설명해주었다.
“종말세력과 몬스터들이 그만큼 위협적인가?”
한 사내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에서 대규모 지진이 나타났어.”
“남부 역시 몇군데나 화산 폭발이 일어났어. 심상치 않아.”
각 지역에서 올라온 기자들에 의해 알렉시안이 거짓을 말한 것이 아님은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정말 인접국가의 압박 따윈 별거 아닌 것으로 취급할 정도로 거대한 혼란이 예정되어 있는가?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알렉시안이 발표를 하고 난 후 축제는 계속 이어졌으나 관료들을 비롯한 주요 귀족들은 단 한번도 축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국에 닥쳐오는 위협이 과연 다른 국가들에겐 안전한 것일까?
그럴리가.
사실 유무를 떠나 현재 제국을 압박하는 인접 국가들을 갈라치기를 하려는 것임은 뻔히 보인다.
그러나 과연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황제의 말. 사실로 보이오?”
알렉시안의 발표 이후 곧장 비밀회담을 가진 인접 국가들의 정상들.
그들 중 하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다들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종말세력. 그들의 이름을 명명한 것도 제국의 황제지.”
“확실히.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음은 확실하오.”
한 노인의 말에 중년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종말세력이 그동안 암지에서 자신들과 협정을 맺으며 이렇게 한데 모이게끔 해준 건 사실이다.
일개 세력이 이런 엄청난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건 사실이나 그것이 제국을 멸망으로 몰고 갈 정도인가?
대륙을 위기로 빠뜨릴 정도인가?
이에 대해선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검성을 비롯해 마스터만 다섯을 보유한 제국이오. 그들이 위험하다고?”
한 남자가 알렉시안의 말을 거짓말인듯 몰고 갔다.
웬만한 강국도 마스터 하나 보유하는 것이 어렵다.
여러나라가 연합으로 묶인 연맹체도 고작 한 둘 정도의 마스터를 보유한 것이 전부.
그런 마스터를 홀로 다섯이나 보유한 것을 넘어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검성이 있다.
대륙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마도왕국의 마도왕의 아성을 넘보는 마탑주까지 있다.
그렇기에 엄살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을 안심시키고 그동안 힘을 키울 시간을 벌기 위한 수작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거짓은 아닌 거로 보였소.”
한 남자의 말에 몇몇 이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시안의 발표 후 다들 나름대로 조사를 했을 것이다. 각국에 있는 정보부를 총동원 해서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니 제국의 상황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터.
“제국의 국경은 더 두텁게 변하고 있소. 거기에 북부와 남부로 병력을 증원하더라도 다른 국가와의 접경지역에는 병력을 늘리지 않고 있소.”
자신들이 압박하고 있고, 몇몇 국가들은 제국의 국경을 침범하기도 하면서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제국은 약속대로 큰 대응을 안 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명확하다.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알렉시안 황제는 자신들을 끝까지 적대하는 국가에 한해선 용서가 없을 것이라 했으니까.
정복전쟁을 벌이진 않더라도 시비 거는 이들에게 호구처럼 계속 당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
몇몇 왕들이 눈치를 보았다.
내부를 수습한 제국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지금 여기에 모인 이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서부 귀족파를 몰락시키고 군부를 흡수한 황제가 자신들을 공격할까 두려워 다급히 모인 이들.
심지어 제국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국가의 왕들까지 모였다.
그만큼 제국이 대륙에서 가지는 위상은 막강했다. 만약 여기 있는 이들 중 일부만 적이 되어도 과연 제국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
다들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그것을 본 한 남자가 혀를 찼다.
‘이미 깨졌다.’
알렉시안의 발표는 미래의 제국이라는 위협을 막기 위해 모인 불안전한 모임을 깨뜨리고 있었다.
이제 선택이 남았다.
친제국파가 되어 저들의 뒤통수를 칠 것인가?
아니면 지금보다 더 연합의 규모를 키워서 제국에 대항할 것인가.
전자가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두가지 리스크가 있다.
1. 제국이 과연 저들을 무너뜨리고 약속을 지킬 것인가?
2. 제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친제국파 국가들이 저들의 손에 멸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 두가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친제국파가 된다면?
발전하는 제국이라는 마차에 탑승해 자신들도 발전할 수 있다. 동시에 황제가 약속한 것처럼 분노를 받은 국가들의 영토 일부를 자신들이 차지할 수도 있을 터.
성공만 한다면 무조건 현시점보다 몇배는 강력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결정은 쉽지 않았다.
지금의 연합을 배신하는 것도, 그렇다고 제국을 적대하는 것도.
왜냐?
현재 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는 국가 중 하나가 자신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렵군.’
개판이 되어가는 연합국의 회의장을 바라보는 남자가 탁한 눈빛으로 한숨을 쉬었다.
혼란한 것은 이쪽만이 아니었다.
동남부의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쪽은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이 벌써부터 제국이 대수림의 부족들에게 멸망시킨 국가의 땅 일부를 줄 것이라는 거래조건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제국이 의도적으로 흘린 것임을 잘 알았으나 그렇다고 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절대 황제가 말한 것처럼 되진 않을 것이오.”
“맞소. 우릴 공격하는 순간 서부가 움직일 것이오.”
“작지만 남부의 국가들 역시 우리와 함께해줄 것이오.”
이대로 밀고 가면서 제국을 압박해 힘을 깎아놔야 한다는 주전론.
“내부를 수습한 제국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인지 잊은 것이오?”
“맞소. 현 제국은 선황 때보다 더 강하다고 봐야 하오!”
내부를 수습한 제국이라면 인접국가들 전부 달려들어도 질 것이라는 비관론.
거기에 대수림의 부족들까지 합세했으니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서부보다 더 큰 고민에 빠졌다.
동부 국가들은 서부처럼 대규모 연합을 구성할 수 없다.
추가로 더 연합을 맺을 여지는 있지만 그러려면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고, 또 사막을 넘어야 한다.
한마디로 자신들은 서부처럼 연합 규모를 키워나갈 수 없는 입장이다.
제국을 압박하는 두개의 세력이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를 거듭할 때, 황궁 역시 바쁘게 돌아갔다.
알렉시안이 명확하게 선을 그어두었으니 그 안에서 열심히 굴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 황제는 뭐 하고 있나?
“아직이시오?”
근위대장의 말에 시종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시안이 대전에서 말했던 것처럼 엘로니안은 빛기둥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시종장이 갈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었고, 그 너머는 엘로니안이 걸어가야 할 영역이었다.
알렉시안이 오기 전에 한 발자국씩 전진하며 자신이 갈 수 있는 한계까지 이동한 엘로니안.
아무리 무능하다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 역시 무황의 자식인지라 오러를 사용할 수 있었고, 그 오러에 막대한 빛의 힘이 스며들면서 자연스레 속성력을 각성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작 각성시키는 것으로 끝낼 리 없는 알렉시안이 직접 들어가 엘로니안을 도왔다.
그리고 그것이 벌써···
“후···벌써 이틀째이지 않소?”
근위대장이 걱정스럽단 표정으로 말하자 시종장이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나처럼 다시 나올 것이오.”
그 말에 근위대장이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황제와 그가 허락한 한정된 자에 한해 들어갈 수 있는 황궁의 최심부.
빛의 기둥이 일어난 그 중심에 들어간 알렉시안의 앞에는 엘로니안이 쓰러져 있었다.
“끄으으···.”
덜덜 떨리는 몸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엘로니안.
알렉시안처럼 빛기둥의 중심부도 아닌 황실보고의 외곽지역에 불과했으나 막대한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기한 것이 몸이 막대한 힘을 버티지 못하고 실시간으로 붕괴되어 가지만 빛의 힘이 그것을 치료하면서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인다는 점이다.
망가지는 것은 오직 정신뿐.
“버텨라.”
알렉시안의 말에도 침을 질질 흘리면서 고통에 신음하는 엘로니안.
그가 잘 버틸 수 있도록 황실의 유물까지 덕지덕지 걸쳐 최대한 많은 양의 빛의 마나를 품을 수 있게 함은 물론이요, 마나 순환이 잘 될 수 있도록 특별한 약까지 복용시켰다.
그럼에도 문을 열고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졌다. 이미 엘로니안이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을 지난 지는 한참 지났다.
그럼에도 이틀이 넘도록 이곳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강제로 빛의 마나를 엘로니안 몸 곳곳에 때려박기 위함이다.
“네 어미와 서부 귀족을 위해 버텨라.”
“끄으으···.”
“쓸모를 보여라. 그리하면 너한테도 기회는 줄 수 있다.”
“쿨럭! 쿨럭!”
피를 토하는 엘로니안을 보면서 알렉시안 역시 미간을 구겼다.
사실 그라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영역에 오래 머무는 건 알렉시안이 아무리 퀘스트로 재능을 때려박았어도 버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버텨야 했다.
엘로니안을 개조해야 했기 때문이다.
수도 밖에서도 빛속성 각성자들의 힘을 유지해 줄 토템.
북부에 광역으로 빛의 힘을 뿌릴 수 있는 기구.
그것이 엘로니안의 역할이다.
빛의 힘을 품은 기구들은 많다.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결국 빛 속성 각성자가 필요하다는 점.
엘로나인은 그걸 위해 개조되는 것이었다.
“괴로워도 버텨라. 나 역시 같이 버텨줄 테니.”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다.
그것이 비록 자신을 이곳으로 밀어넣은 존재였어도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끊어져 가는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었다.
동시에···
콱!
“끄으으읍!”
“정신차려.”
정신줄을 놓으려 할 때마다 검을 박아넣는 미친 형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버틸 수 있었다.
사실 잔인한 일이긴 했다.
알렉시안은 광휘의 검에 의해 어느정도 조절되는 반면 엘로니안이 걸친 수 많은 유물들은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기에 몸뚱이로 버텨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본래라면 절대 이뤄내질 못할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황족이라는 혈통.
빛속성 마나로 변화된 유물.
마탑에서 만든 속성친화력을 높여주는 약.
육체에 새겨진 주술.
반강제적으로 육체 곳곳에 박힌 빛의 보석들.
마치 종말세력이 실험을 하는 것처럼 온갖 것을 다 때려 박은 엘로니안의 육체에 마침내 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한참 넘었기에 주기적으로 힘이 빠져나갈 것이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빛기둥의 힘은 무한에 가까웠으니 주기적으로 수도로 찾아와 충전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고생했다.”
엘로니안의 하얗게 변한 머리칼을 본 알렉시안이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기절한 그를 짊어지고 거대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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