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59
18. 시간 좀 벌자!
빛기둥이 생긴 이후 추가로 힘의 봉인을 위해 결계 역할을 하는 문을 추가했다.
그런 문을 몇 개나 열고 나오자 빛기둥 끝자락에 서 있는 시종장과 근위대장이 보였다.
“고생하셨습니다. 폐하.”
“자네는 쉬라고 했을 텐데.”
늙은 몸으로 자신을 보필하는 것만으로도 미안했기에 쉬라고 말했건만 결국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시종장 역시 선황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자였기에 나름대로 무력을 갖고 있었다.
노쇠한 몸으로 웬만한 기사 몇은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마스터가 아닌 이상 노쇠할수록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신은 괜찮습니다. 그보다···.”
“죽진 않았네.”
“소신이 들겠습니다.”
알렉시안이 데려온 엘로니안을 둘러업는 근위대장.
피곤한 표정으로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뒤따르던 시종장이 조심히 물었다.
“엘로니안 공에 대한 실험은 이것으로 끝인 겁니까?”
그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잔인한 일이지만 엘로니안에 대한 실험은 더 지속해야 했다.
“일단 성벽에서 어느 정도나 유지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야겠지. 거기에 부족하면 이곳에서 추가적으로 빛의 힘을 축적해야 할 수도 있을 테고.”
지금이야 막 각성해서 그렇지 조금 더 시간을 들인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빛의 힘을 담을 수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북부의 주요 요새 하나는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알렉시안의 말에 시종장이 근위대장에게 들쳐 업힌 엘로니안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비밀리에 빛을 각성한 자들과 일부 황족들을 데려와 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직계라 한들 저곳에 직접 들어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동반하는지를.
“잔인하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생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약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국이 알렉시안의 기준을 통과할 정도로 경제력과 기술력이 끌어올려 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일단 버텨야 했다.
“북부와 남부에 현재 이상의 지원은 어려워.”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개혁을 멈추지 않고 진행하려면 결국 북부와 남부에 한정된 예산만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당장의 위협이 되는 북부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지 모른다.
마탑의 도움으로 빛의 마나를 대형 마나석에 충전시켜 광역 결계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변이가 약한 남부의 해역이나 효과가 있을 뿐이다.
“황족들은?”
“폐하의 부름을 받고 속속 오고는 있으나···.”
시종장이 말끝을 흐리자 알렉시안이 표정을 구겼다.
감찰단에 의해 죄가 밝혀진 황족들이야 손쉽게 잡아 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강제로 끌어오긴 힘들었다.
그렇기에 아직도 많은 수의 방계 황족들이 지방에 꽁꽁 숨어 온갖 핑계로 숨어 있는 상황.
“올라가는 대로 동생의 소식을 알려. 아드리안도 방계 황족처럼 빛속성을 각성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아드리안 공도···.”
“아니. 그 녀석은 시험만. 정 하고 싶다면 동부의 일을 마무리 짓고 해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멈추고 시종장을 바라보았다.
“직계 황족들이 희생하는데 제깟 것들이 계속해서 의무를 피할 수 있는지 보자고.”
싸늘한 표정으로 말하자 시종장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온갖 핑계로 지방에 콕 박혀 있던 황족들을 불러모을 차례다.
이전에도 황족을 상대로 실험하긴 했지만, 그것은 죄를 지은 이들에 불과했다.
직계와 몇 대 안에 연결된 황족들은 많지 않을지라도 먼 방계의 황족들은 차고 넘쳤다.
긴 역사를 지닌 만큼 힘이 좋은 황제가 있기 마련.
다수의 부인을 맞이한 황제나 자식들을 도구로 삼아 거미줄 같은 연줄을 만든 황제도 존재했다.
그러다 보니 먼 방계까지 거슬러가면 황족들의 숫자는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먼 황족의 핏줄이라는 이유로 지방의 유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중앙이야 때때로 물갈이라도 되지, 이들은 좁디좁은 지방에 안착해 세만 불린 쓰레기들이다.
권리만 챙길 뿐 의무는 내다 버린 버러지들.
“황족의 의무를 다하라 해. 여론작업도 하고.”
“내무대신에게 그리 전하겠습니다.”
알렉시안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 시종장.
며칠 동안 지하에서 동생을 상대로 실험하던 알렉시안이 마침내 복귀했다.
놀고 있던 것도 아니건만, 그가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귀신같이 찾아오는 대신들.
서로 자신이 급하다고 뛰어오는 이들을 마냥 돌려보낼 수도 없는지라 정말 급한 일들만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짐이 놀고 온 것도 아니고··· 이건 좀 심한 것 아닌가?”
알렉시안이 표정을 구기면서 말하자 차마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대신들.
“아니. 정 바쁘면 전결로 처리하고 추후에 보고 하라고 하지 않았나.”
“웬만한 사안들은 저희들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건 폐하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입니다.”
재무대신이 대표로 말하자 알렉시안이 빤히 제이론을 바라보았다.
“거른 게 이 정도라고?”
그의 책상 앞에 쌓인 서류 더미를 보면서 말하자 다들 헛기침을 했다.
“후···일단 가장 급한 것부터. 나머지는 짐이 허락할 테니 전결로 처리해.”
“하오나···.”
“아직 실험이 끝나지 않았다.”
알렉시안이 딱 잘라 말하자 다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치안대장.”
“예. 폐하.”
“각성자들 전부 황궁으로 불러모아. 황족들도.”
그의 말에 피오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다시 하시려는 겁니까?”
“해야지. 변이종들의 힘을 약화시킬 유일한 수단이다. 안돼도 해야지.”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은 싸늘한 눈빛으로 내무대신을 바라보았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괜히 움찔거리는 카엘라.
“시종장에게 들었겠지.”
“예. 폐하.”
“지역유지로 꿀 빨았으면 이젠 뱉어낼 때도 되었다. 거절하는 놈들은 짐에게 직접 명단을 상신해. 중앙이 꼬장을 부리면 어디까지 괴롭힐 수 있는 보여주지.”
“그리하겠습니다.”
알렉시안의 의지를 느낀 카엘라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상식적으로 직계 황족들이 개처럼 뛰고 있는데 방계 따위가 앉아서 놀고만 있는게 말이 되는가?
예전엔 무능한 2황자라는 핑곗거리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설득하는 데는 이걸 써라.”
그렇게 말하며 카엘라에게 하나의 영상구를 던져주었다.
그 안에는 환한 빛으로 영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언뜻 보이는 영상 속에서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2황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같이 고통을 감수하면서 2황자의 힘을 일부 컨트롤해주는 알렉시안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을 본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황제와 그 동생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감히 거절해?’
지역유지로 꿀만 빠는 이들에 제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
거기에 귀족들 역시 화가 날 것이다.
내란과 종말세력 때문에 갈려나간 귀족들이 여전히 꿀빨고 있는 황족들을 보면 화가 날 것이 분명했으니까.
먼 방계출신이라도 황족이라고 대접해줬으나 이젠 아니었다.
‘황족이라도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쥐뿔도 없다.’
알렉시안의 이러한 의지를 느낀 귀족들이 이전처럼 그들을 대해줄까?
물론 이렇게 해도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군부대신.”
“예. 폐하.”
“남부와 북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험한 전투를 추려서 공개해.”
“···기밀도 있습니다.”
“풀어. 짐이 허하겠다.”
피오라의 말에 알렉시안이 즉석에서 서류 하나를 작성해 도장을 찍었다.
“제국은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제 안위만 생각하는 가문은 존중해줄 가치가 없지.”
“거절하는 가문에 한해서 인근지역에 있는 모든 상단과 귀족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특별조사단을 꾸려 자금흐름을 조사하겠습니다.”
“군부와 연계해서 해당 지역에 병력 일부를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알렉시안의 말에 곧바로 답하는 세명의 대신들.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이들은 없다.
감찰단을 파견했을 당시에는 전부 잡아들이긴 어려웠기에 웬만한 비리는 그냥 벌금형에 처하거나 무료 봉사로 용서해주었으나 이번엔 달랐다.
“조금도 봐주지 말도록.”
“예!”
알렉시안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세 명의 대신들.
“외무대신.”
“예. 폐하.”
“이 상황을 이용할 방법 찾아서 보고해.”
“내일 오전까지 보고하겠습니다.”
르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바쁜 건 알지만 급한 일만 처리하지. 며칠 안으로 다시금 동생 녀석을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라서 말이야.”
“다시··· 말입니까?”
르센이 질린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영상구에서 언뜻 보인 끔찍한 모습을 보았는데 그걸 다시 하겠다고 하니 질릴 수밖에.
“짐이 원하는 수준은 아직 멀었다. 적어도 요새 하나 이상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까진 되어야 해.”
마법 장치를 이용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지금보다 수준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거기에 엘로니안의 일정은 더 끔찍했다.
내일 의식을 되찾자마자 수도 밖으로 끌려나가 빛속성 각성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외부에서 얼마나 힘이 감소되는지 어느정도 힘을 운용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야 했으니까.
“시간 없으니 바로 시작하지.”
그렇게 말하며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는 알렉시안.
밤늦게까지 이어진 일을 전부 끝내고 그대로 곯아떨어진 후 아침이 되자마자 곧바로 마탑주를 만났다.
“실험 결과는?”
“여전히 효율이 안 좋습니다.”
빛속성 마나는 일반 마나와 결이 다르기에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발동이 어려웠다.
억지로 발동하려 한다면 기존의 힘에 1/10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기에 빛의 각성자가 꼭 필요했다.
“북부는 해결됐어.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남부에서 사용할 수 있을만한 출력까지만 만들어봐.”
“그리하겠습니다.”
알렉시안의 말에 마탑주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흠··· 근데 말이야. 매번 여기서 빛속성 마나로 변화된 마나석 가져가는 거 귀찮지 않나?”
알렉시안의 말에 마탑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작업 현재 부탑주와 제자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지?”
“그렇습니다.”
“그럼 그들을 이 연구가 끝날 때까지 황궁으로 불러들이는 건 어떻지?”
“원하신다면 그리하겠습니다.”
마탑주의 말에 알렉시안이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이미 몇번 황궁에서 일하는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생각해본다고 했던 것을 생각해 이유를 설명한 알렉시안.
“마탑의 인재를 뺏으려는 것이 아니야. 효율을 생각하자는 것이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 다소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음? 상관없네. 요즘 관료들도 바빠서 그런지 예의 따윈 개나 줬으니까.”
다들 야근을 밥멋듯이 해서 그런가 꼬박꼬박 예의차리던 그런 풍습이 많이 사라졌다.
알렉시안도 그들의 힘듬을 알기에 묵인했고, 그것이 반복되다보니 불필요한 관습 정도는 그냥 무시하고 있었다.
“그 정도가··· 아닐 겁니다.”
마탑주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자 알렉시안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내 의문을 지우고 상관없다고 곧장 데려오라 말했고, 곧장 시종장에게 마탑이 생활할 궁과 빛기둥 인근 궁을 비워 연구소로 만들라고 명했다.
얼마 후, 진짜로 부탑주를 비롯한 마탑의 개발인력, 그리고 중앙의 마법공방 인력들이 대거 황궁으로 들어왔고 그제서야 알렉시안은 어째서 마탑주가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위이이이잉~
“···.”
저녁이 다 되었음에도 여전히 들려오는 소음.
그러나 자신이 명했기에 차마 그만하라 말하지 못한 알렉시안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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