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6
2. 이게 폭군이야?
숙청과 함께 시작된 알렉시안의 치세를 걱정하는 이들.
특히 제국에 대한 충성심으로 뭉친 이들의 같은 경우 더 걱정이 많았다.
선황 이전 시절부터 제국은 균열이 있었다. 그것을 선황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일시적으로나마 봉합하면서 위기의 제국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그런데 다시금 균열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버티지 못한다.’
모두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걱정되었다.
어쩌면 적들 손에 불명예스럽게 퇴위 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자신들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기에 더더욱 착잡했다.
제국에 잠시나마 안정을 가져다준 선황이 가장 아끼는 이가 현 황제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지금이라도 황궁으로 가심이···.”
“맞습니다. 현 황제 폐하가 복수심에 이러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만류해야 합니다.”
충성파 귀족들이 상석에 앉은 이를 향해 중앙으로 가야 한다고 요청을 했다.
현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물.
그가 귀족들의 말을 들으며 고심에 빠졌다.
다들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봉합해야 한다고 보았고, 공작 역시 그에 동의하는 바였으나 외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선황의 치세동안 안정된 이유는 내부의 썩은 것들을 불태웠기 때문이 아니다.
제국에 쌓인 불만들을 외부세력과의 전쟁을 통해 풀어낸 것이 컸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섣불리 건드렸다간 분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선황이 죽자마자 불만을 품고 있던 외부세력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부 역시 녹록지 않았다.
지금이야 선황에 대한 예우로 참아주는 것도 있지만 그들 역시 제국이 분열되는 것이 손해이기에 참는 것이다. 황제가 선을 넘기면 언제든 반기를 들 놈들이다.
“지금이라도 3황자를 밀어야 합니다.”
“2황자가 안정적이지 않겠소? 어차피 얼굴마담으로 앉혀둘 것이라면 컨트롤 가능한 인물이 나을 것이오.”
충성파가 모인 귀족들에게서 이런 소리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현 제국의 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떻게든 분열만은 막는 것.
그 소임을 다해야 하기에 최후의 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때쯤, 상석에 앉은 남자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그 후, 품속에서 작은 보고서를 건네자 그것을 읽은 남자가 생각에 잠겼다.
「감찰 대신이 커트라인을 정했음, 치안대장 역시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음.」
「※폐하를 알현한 이후의 행보이기에 직접 명하셨을 가능성이 높음.」
“···아무래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군.”
상석에 앉은 남자의 말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폐하께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민하신 분인 것 같소.”
그 말과 함께 자신이 읽은 보고서를 책상의 중앙 부근에 던졌다.
그것을 차례대로 읽은 귀족들이 다들 고심에 빠졌다.
“폐하께서 의도하신 것일까요?”
그 말에 다들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갑작스럽게 숙청이 일어났고, 연이어 변화가 일어나는 통에 정보가 들어올 때쯤이면 이미 한 발짝 뒤처져 버린 상황.
그렇기에 알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켜봐야 한다는 것.
“어찌 생각하지?”
케일의 물음에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자신도 모르겠다는 고개를 저었다.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었기에 천재라 불리는 그도 섣불리 판단할 수가 없었다.
“만약 이것이 폐하께서 의도하신 것이라면 무엇 때문일 것 같나?”
그 말에 잠깐 생각을 한 남자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시간입니다. 선황비가 움직인 것이 사실이라면 숙청을 통해 내부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셨을 것으로 봅니다. 숙청을 멈추는 대신 대외적으로 희생양이 될 이들을 내놓으라 하셨을 것이고, 이는 내부의 각 파벌 간에 논의가 필요하니 이것만으로 시간을 벌게 되는 셈입니다.”
그 말에 공작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그를 비롯한 대부분의 귀족들이 짐작하던 사실.
“두 번째는?”
“자금입니다.”
“자금?”
“예.”
의외의 답이 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공작.
“황실에 돈이 없진 않을 텐데?”
막대한 예금의 세금 중에 황실에 귀속되는 자금이 2할이 넘는다.
물론 그 자금 중 상당수가 선 황비에게 들어간다. 하지만 내부가 물갈이된다면 쉽지 않아질 터.
거기에 원한다면 국가 예산 일부를 당겨올 수도 있다.
선황제의 막강한 권력의 결과물.
아직 선황제의 힘이 남아있는 이상 돈이 부족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발표된 것을 보면 자금이 다급히 필요한 것이 아니고선 이 상황을 이렇게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독살시도, 거기에 황권을 위협한 방계.
숙청할 수 있는 명분은 차고 넘친다. 지금보다 더 협박해서 뜯어낸다 한들 한동안은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는 최고의 상황.
그런데 현 황제는 이 기회를 돈으로 바꾸고자 했다.
몇몇 위험한 귀족들에겐 현 황제의 치세가 시작된 것을 기념하여 선물 겸 막대한 지원금을, 범죄조직들엔 벌금을 내는 것으로 용서를 해주면서 자금을 화복 하는 것이다.
물론 커트라인을 넘은 이들에 한해선 자비없이 죄를 묻겠지만 이 역시 자금 확보의 수단이다.
죄를 물을 가문들 같은 경우 작위몰수와 그가 쌓은 부를 모조리 황실에 귀속시킬 테니까.
“잠깐···만약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예. 현재 갖고 있는 자금으로도 부족할 만한 뭔가를 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공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이 무엇일까?
과거 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들에게 부족한 왕권이나 황권을 극복하기 위해 위험한 시도를 하고는 했다.
악마와 계약하거나 생체병기를 만드는 등, 부족한 힘을 부정적인 방법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폐하께서 해선 안 될 행동을 하실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전혀 없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그 말에 그곳에 모인 귀족들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확인이 필요하겠어. 자네가 먼저 수도로 가 있게. 난 이곳의 상황을 마무리시키고 가겠다. 연말이 되기 전까진 갈 것이나 만약···폐하께서 위험한 시도를 하려 하신다면 즉시 알리게.”
“예.”
결국, 공작의 최측근 중 하나를 수도로 보내기로 결정한 공작.
그리고 이는 다른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국의 상권의 3할을 혼자 독식하고 있는 도르티슈 가문의 주인이자 스스로도 검의 정점에 오르며 남부 해군을 총지휘하는 괴물.
오직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인물이 수도에서 들려온 소식에 모처럼 표정에 균열이 갔다.
“선황비로는 힘들겠군.”
현 황제가 시름시름 앓다 죽으면 선 황비를 이용해 2황자를 황제로 옹립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칸벨리.
기본적으로는 중립을 지켜야 했으나 향후 정권을 독식할 이에게 잘 보여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지원했었던 마르코.
그러나 그의 판단이 틀리게 생긴 것이다.
“내 판단이 틀린 것이 얼마만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황제가 갑자기 숙청을 시작하며 나댔으나 이 역시 어느 정도 예상한 범주 내였다. 선황이 남긴 유산이 있기에 한 번의 발악 정도는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 발악쯤이야 칸벨리의 수완이라면 금방 떨쳐내고 현 황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판단이 틀렸다.
“예상외의 행보라···.”
황제의 행보가 묘하게 이상했다.
선황비를 비롯한 귀족파의 세력 일부를 깎아내었으나 다른 파벌들의 경우 귀족파에 반의반도 안되는 만큼만 깎여나갔다.
‘의도한 것일까?’
중앙에서 다른 파벌보다 큰 영향력을 끼치는 귀족파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치고 차이가 너무 심했다.
“혹시···?”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
“혼란을 의도적으로 야기시킬 생각인가?”
귀족파가 숙청에 의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기.
황제는 어쩌면 이 시기에 다른 파벌을 중앙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 아닐까?
전혀 말이 안 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현재의 제국은···
남부의 상인연합.
서부를 중심으로 끝내 중앙마저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귀족파.
북부의 검성을 중심으로 한 제국 충성파.
군부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선황제파.
제국에 의해 점령된 망국의 자손들이 만든 연합.
전통귀족 출신들이 만든 전통파 등등.
역사가 깊은 제국답게 수많은 파벌들이 존재했다.
이들 모두가 선황의 힘에 굴복했을 뿐 언제라도 황실을 어지럽힐 수 있기에 철저하게 영역 내에서 활동하게끔 제한을 했었다.
그들 역시 괜히 일을 벌여 다수의 표적이 되고 싶지 않기에 잠자코 있었다.
암묵적으로 서로의 영역은 건들지 않는 선에서 제한된 간섭만을 하게끔 한 것이다. 그러나 선황이 죽었으니 이들이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질 터.
제국의 혼란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미리 혼란을 야기시키면서 그 과정에서 황권을 강화시킨다면?
“미쳤군.”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자신이 황제라면 충분히 해볼 만한 수이기도 했다.
도박에 가까운 수였지만 성공만 한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현 황제는 이 위치에 서고자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선황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찍어누르지 못하는 이상 합리적인 선택이다.
“한데··· 과연 이것뿐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민해보았지만, 답이 나오질 않았다. 결국, 지켜보며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바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만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충성파와 남부 상인연합을 비롯한 각 파벌이 수도로 관심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황궁은 상당히 시끄러운 나날을 보냈다. 알렉시안이 정한 커트라인의 기준을 넘는 죄를 지은 자들.
그 중에서 적당히 손봐줘도 무리 없을 이들이 귀족파를 비롯한 각 파벌에서 쏟아져 나왔다.
애런이 살아남는 대신 희생양이 될 인물들.
재무부 산하의 건설부 책임자, 상인협회 등등의 책임자들이 옷을 벗었다.
그걸로 끝났을까?
당연히 아니다. 비리를 저지르기 좋은 위치에 앉아있던 만큼 막대한 비리를 저지른 이들이라 작위몰수와 대부분의 재산을 몰수당했다.
치안대장, 감찰부장 등 황제가 기회를 준 이들을 대신할 중간급 희생양들의 재산이 황실로 귀속되었다.
그렇게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마침내 알렉시안이 재상을 불렀다.
“···물러나겠습니다.”
“반려하겠다.”
스스로 사직서를 갖고 온 칸벨리를 향해 웃으면서 반려하는 알렉시안.
뒤에서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반려한단 말인가?
차라리 앞에 놓고 감시하는 게 훨씬 편했다.
“외무대신과 내무대신.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
선황이 군권과 감찰쪽을 꽉 잡는 대신 내주었던 행정부.
그중 태반을 잃어버리게 생긴 재상이 입술을 깨물었다.
황제가 조금만 더 어리숙했어도 귀족들의 힘을 모아 반발하려 했으나 알렉시안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의 앞에 숙청이 끝난 후 일어날 일들을 적어놓은 노트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군부대신 – 선 황제파] [감찰대신 – 유임] [치안대장 – 유임] [재무대신 – 남부귀족파] [농부대신 – 전통파] [내무대신 – 미정] [외무대신 – 미정]알렉시안이 적은 노트를 보면서 입술을 깨무는 칸벨리.
“정해야 하지 않겠나?”
그 말에 칸벨리가 조용히 물었다.
“망국의 자손들에게도 기회를 주시려는 겁니까?”
“공평해야지 않겠나?”
“혼란이 올 것입니다. 선황폐하조차 감당하지 못하셨기에 저희와 중앙을 양분하신 것이옵니다.”
“책임은 내가 질 것이다. 실패하면 황위에서 내려오게 될 터인데 무엇이 문제이지?”
알렉시안의 말에 한숨을 쉰 칸벨리가 조용히 노트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내무대신을 택하겠습니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기에 사실상 선택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든 중앙의 권력을 잃을 수 없으니 이곳 수도에서 싸워보려는 것.
“외무대신은 충성파인가? 재밌게 돌아가는군.”
그렇게 말하며 약속한 바를 잘 이행하라는 말과 함께 축객령을 내린 알렉시안.
선황제파를 포함하면 감찰과 치안을 잡으며 셋.
귀족파는 재상을 포함해 내무대신까지 둘.
나머지가 하나씩.
황금밸런스를 만들었으니 이제 다음 단계에 돌입해야 했다.
“여론을 가지고 쓸데없는 짓을 하기 전에 슬슬 다독여줘야겠지.”
한방 크게 먹은 재상이 이대로 물러날리 없을 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여론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니, 이제는 제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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