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60
18. 시간 좀 벌자! (무료연재 마지막 화)
효율을 위해 궁 몇 개를 내준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궁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하나는 마법사들을 위해 고층의 마탑이,
하나는 일부 지하시설까지 이용해서 공방이,
하나는 학자들이 연구할 학술원이 되었다.
고층마탑이야 마법사들의 취향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궁의 형태를 남기고 위로 쌓아 올리긴 했으니까.
나머지 두 곳은 답이 없었다. 오죽하면 침착하던 시종장이 화를 냈을까.
그도 그럴 것이 마법 공방은 궁 몇 개와 지하시설까지 개조해 중규모 공방을 만들어버렸다.
학술원은 황제가 허락했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자료들을 박박 긁어와 황실도서관 부럽지 않은 대규모 도서관을 만들어버렸다.
“개판이네.”
알렉시안이 한숨을 쉬면서 황궁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허락하긴 했지만 고풍스러웠던 황궁이 변해버린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조차 이럴진대 시종장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종장의 마음은 한동안 더 아플 예정이다.
“후···.”
알렉시안의 앞에 쌓인 요청서들.
그것은 전부 황궁 일부를 개조하고 싶다는 요청서였다.
그동안 오랜 역사를 가진 황궁에 대한 개조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여러 역사가 함께 하다 보니 가까운 거리를 멀리 돌아가기도, 역대 황제들과 황족들에 의해 출입이 제한되는 곳도 많았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예법을 지켜야 하며, 온갖 곳에 신분 혹은 보안에 따라 제한된 구역이 많다 보니 비효율적인 면이 많았다.
그러나 알렉시안이 오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단 불필요한 예법이 사라졌다.
내전 이후 웬만한 구역은 제한을 해제하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던가?
마탑과 마법공방이 하는 짓을 보니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미명아래 기존의 궁을 약간 개조한 건물에서 지내는 이들.
마탑이 개방되면서 대량의 마도구가 들어와 그나마 쾌적했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았고, 새로이 궁으로 들어온 젊은 관료들은 이것 역시 불만이 많았다.
“···시종장.”
“예. 폐하.”
조용히 대답하는 시종장을 알렉시안이 헛기침을 하면서 바라보았다.
“그대가 정하게.”
“···예?”
알렉시안의 제안에 당황하는 시종장.
“황궁에서 손대지 말아야 할 영역. 그 커트라인을 정해주게. 나머진··· 놔주도록 하고.”
그 말에 시종장이 떨리는 눈동자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보존도 중요하지만, 변화 역시 역사적 흐름이지 않겠나?”
알렉시안의 말에 시종장이 잠시 눈을 감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제국은 개혁군주의 아래에서 변혁을 맞이하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 잡힐 순 없었다.
황궁 곳곳에 역사가 담겨 있지만, 이제는 놓아줘야 할 곳도 많았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물론.”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종장에게 말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하게. 역사학자나 일꾼들을 보조해주겠네. 대신들 역시 막아주도록 하지.”
“감사하옵니다. 폐하.”
현재 황궁에서 시종장을 무시하는 이는 없다.
내무대신조차 황궁 예법에 관해서는 시종장에게 묻는 게 현실일 정도로 가장 큰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종장에게 맡겨두었다고 한다면 어느정도 정리될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선황비가 폐하를 뵙고자 하옵니다.”
“들라 하게.”
시종장을 대신하여 고한 시종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폐하를 뵙습니다.”
“앉게.”
알렉시안이 자리를 권하자 선황비가 조용히 접객용 티테이블에 앉았다.
“소문은 들었겠지만 엘로니안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는 알렉시안을 본 선황비의 눈동자가 떨렸으나 이내 고개를 숙였다.
어설프게 감정을 드러내어 아들이 준 소중한 기회를 걷어찰 수 없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앞으로도 한동안 짐과 함께 지하로 내려갈 것이다. 거기서 빛의 마나를 강제로 주입 당하겠지.”
그 말에 주먹을 꽉 쥐는 선황비.
그런 그녀를 보면서 알렉시안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시종이 가져온 차를 권하면서 그녀의 감정이 안정되기를 기다려주었다.
죄인에 가까운 신분이겠으나 동시에 서부에서 시간을 벌어줄 소중한 자원이기도 했다.
그러니 적어도 유능한 인재로는 대해야겠다는 포지션을 취한 알렉시안.
“진정되었나?”
“기다려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선황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동생의 상황을 얘기한 건 한가지 일러둘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말에 선황비가 가만히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협박이나 하려는 것이 아님을 느낀 선황비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자 그 역시 눈길을 피하지 않으며 말했다.
“대전에서 말했다시피 그대와 서부 귀족들의 죄는 엘로니안이 짊어질 것이야. 죄의 대가로 북부에서 짐을 대신해 빛의 등대가 되어주겠지.”
“···.”
“그러니 목숨 걸고 시간을 벌게. 그리하여 공을 세우면 서부귀족파 역시 확실히 재건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
그 말에 선황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엘로니안은···평생 북부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후··· 짐도 10년 정도만 부려먹고 놔주고 싶지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진 알 수 없다.”
알렉시안의 말에 선황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한가지는 확실히 말해주고 싶군. 짐이 생각하는 엘로니안의 죗값은 북부에서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야. 만약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동생 역시 중히 쓸 생각도 있네.”
그 말에 마리아나가 가만히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서부귀족이 최선을 다하길 바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하는 의심스러운 눈빛.
“짐은 거짓을 말하지 않아.”
알렉시안의 굳은 표정에 마리아나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쯧! 그보다 짐을 왜 찾아왔는지나 말하게.”
“몇몇 국가들에서 비밀리에 연통이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선황비가 품속에 숨겨온 서신들을 건넸다.
“몇개국이지?”
“3개국입니다.”
“으음···.”
서부에 제국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국가들은 많았다.
제국의 일개 영지에 불과할 소국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많아진다.
그 중에 선황비가 서신을 가져온 국가들이 고작 셋. 심지어 두개 국가는 소국에 불과했다. 북서부 지역에서 도시국가 형태로 중립지대를 만들어두었던 것처럼 일부러 멸망시키지 않고 남겨둔 국가들.
“지금은 셋이오나 숫자를 늘려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예정보다 일찍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과 서부귀족파에게 실망했을까봐 다급히 말하는 선황비.
그런 그녀를 보면서 알렉시안은 손을 저었다.
“실망하진 않았으니 그리 다급하게 말할 것 없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벌써 성과를 낸 것이 놀랍군.”
그렇게 말하며 입꼬리를 올린 알렉시안.
그러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선황비.
그런 그녀를 향해 알렉시안이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짐을 팔아도 좋다. 지원을 핑계로 서부를 재건하려 해도 눈감아주지. 시간만 벌게.”
지금 알렉시안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제국이 성장해 안정기에 들어설 때까지의 시간.
어찌보면 알렉시안이 즉위하고 가장 불안한 시기일 수도 있다. 그러니 시간을 벌어야 했다.
“서부연합을 확실히 분열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지원해주면 되겠나?”
돈으로 해결되긴 어렵다.
적들이 연합한 근본적인 이유는 제국의 부활이었으니까.
그러나 부족한 자금력과 세력으로 셋이나 꼬여낸 서부 귀족들이라면 탄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면 좀 더 흔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배 이상을 꾀어내려면··· 이 정도는 필요합니다.”
선황비가 솔직하게 펜으로 종이에 금액을 적어냈다.
박살 난 서부의 세력 그리고 서부에 뿌려놓은 인맥을 부활시키려면 필요한 금액.
너무 많은 금액을 적어내면 알렉시안이 불쾌해할지도 모르니 아마도 이것이 최소금액일 것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많았다.
무려 알렉시안이 계획을 일부 미뤄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으음···.”
선황비가 적어놓은 금액을 보자마자 나오는 침음성.
그 모습을 선황비가 다급히 금액을 줄이려 펜을 들자 그녀에게서 펜을 빼앗은 알렉시안이 그녀가 적은 금액을 두줄로 그어버리고 그보다 배는 높은 금액을 적어주었다.
“이 정도라면 적들을 확실히 흔들 수 있겠나?”
“···예.”
“2할 정도는 그대들이 먹어도 좋다. 임무만 확실히 수행해.”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선황비를 보낸 알렉시안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모르게 두배나 더 지원해주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딱 봐도 최소금액만 적어낸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는데 그 정도로는 확신할 수 없다.
이왕할거 쿨하게 지원해주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재무대신이 한소리하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알렉시안.
얼마 후, 정말로 재무대신이 찾아왔다.
“폐하.”
“이거, 이거, 이거. 일정 좀 미뤄. 그리고 여기.”
“이것은···.”
알렉시안이 건넨 제안서를 본 재무대신.
내용은 간단했다.
부처 중에 가장 많이 비용을 감축한 곳부터 황궁을 개조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약속.
물론 이것으로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선황비에게 지원해줄 돈 일부 정도는 메꿀 수 있으리라.
실제로 급하게 일을 진행하다보니 과하게 사용하는 돈이 있긴 했으니까.
그렇게 재무대신을 겨우 돌려보낸 알렉시안에게 3황자가 찾아왔다.
“늦기 전에 동부로 가보겠습니다.”
아드리안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게임 스토리에서 주요 인물로 나올 정도의 재능충.
그런 그라도 엘로니안처럼 목숨걸고 실험 받지 않는 이상 짧은 시간 동안 빛의 속성력을 각성하는 것 이상의 성과는 어려웠다.
“대전에서 했던 약속처럼 동부에서 복귀한다면 소제도 엘로니안 형님처럼 기회를 주십시오.”
“···굳이 필요한가? 아무리 너라도 목숨이 위험한 일이다. 무엇보다··· 넌 엘로니안보다 빛속성에 대한 적합성이 떨어져.”
알렉시안의 말에 아드리안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는 빛속성 친화력이 높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는 오러가 너무 고강한 경지에 이르렀다.
알렉시안보다 나이도 어린 놈이 완벽한 응용의 단계를 넘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체내에 압축된 오러가 꽉꽉 들어찼음에도 빛속성을 각성할 정도라면 친화력은 높을 것이나 아이러니하게도 무능한 엘로니안이기에 빛속성에 한해서는 더 큰 기회를 얻게 된 것.
“그래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 이 빛의 힘이 얼마나 중요할지 아는데···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무난하게 성장해 마스터가 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터인데.”
“불확실한 미래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영웅으로 불리는 3황자 아드리안.
게임과 같은 그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쉰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으니 대수림과의 교섭부터 성공해.”
“예.”
그제서야 미소를 짓는 아드리안.
그런 그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알렉시안이 한숨을 쉬면서 그를 배웅했다.
그러나 떠나야 하는 이들은 선황비와 아드리안만이 아니었다.
더 먼 길을 가야하는 남부군 총사령관이 된 마르코를 일부 마법사들과 함께 먼저 보냈다. 마법사를 함께 보낸 이유는 빛의 마나석으로 만들어진 결계석이 과연 효과를 보일 것이냐는 실험을 위한 것.
그렇게 마르코를 보낸 후 알렉시안은 추가로 모여든 방계 황족과 함께 엘로니안을 데리고 빛기둥으로 들어갔다.
또 한번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검성과 북부 정예군이 떠날 날이 다가왔다.
“북부를 잘 부탁하오.”
“예. 폐하.”
알렉시안의 부탁에 고개를 숙인 검성이 북부군과 함께 북부로 떠났다.
그러나 올 때와는 다르게 하얀 머리칼을 가진 다수의 인원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 중심에는 한 때 제국의 고귀한 신분이었으나 북부를 위한 토템으로 전락한 한 남자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북부를 마지막으로 시간을 벌기 위해 떠난 이들을 모두 배웅한 알렉시안.
그 날, 가뜩이나 바삐 움직이던 황궁은 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그들에게 수도 사람들은 이리 말한다.
‘수도의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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