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61
알렉시안의 생일은 생각보다 조촐하게 지나갔다. 밝힐 거 전부 다 밝혔고 관료들도 정신없는 와중에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렇게···축제는 끝났다.
이제는 현실만이 남았다.
밤새 꺼지지 않는 황궁의 불빛을 중심으로 수도 곳곳에서 지어진 신식 건물들도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것이 일상이 되어 갔다.
아마 이런 풍경에 반복되다 보면 적어도 수도만큼은 야근이 당연시되는 구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살았던 알렉시안이기에 적어도 주말은 챙겨주고 싶지만 일이 바빴다.
공장이란 것이 그렇지 않던가? 하루를 쉬면 막대한 손해를 입기에 돈을 더 주고라도 일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
이곳 역시 똑같았다.
하루가 쉬면 일정이 많이 밀릴 수밖에 없기에 갈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는 보장하도록 하게.”
알렉시안이 내민 제안서를 보면서 재무대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여유롭던 제이론도 어느새 다크서클이 내려앉았으며 입가에 미소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알렉시안의 명령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였다.
열흘 중 하루를 무조건 쉬게 하는 것.(공휴일 지정)
야근의 경우 자정을 넘지 못하게끔 하는 것.
야근과 특근을 할 경우 일당의 1.5배의 임금을 지급하게끔 하는 것.
물론 이런다고 곧바로 모든 이들이 말을 들어먹진 않겠지만 황명으로 강제하면 들어먹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다.
그렇게 최소한의 여건을 보장한 이후 곧바로 농부 대신을 불러들였다.
전통파였던 다우닝 대신을 갈아버리고 동부 쪽 인사로 새로이 들어온 하이드 대신.
다행인 점은 지역 인사를 했음에도 제국 내에서 식물 쪽으로는 알아주는 박사였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 고무적인 것은 약학에 박식한 제이크 박사까지 딸려온 것.
신분제에 한계를 느끼고 떠난 제이크 박사까지 데려와 농림부를 새로이 꾸렸다.
“동부 쪽에 대규모 농업 단지와 의학연구소를 지을 생각이다. 주로 외상쪽 연구에 주력시킬 생각이야.”
“의학연구소가 필요하겠습니까?”
하이드와 함께 농림부의 고위관료로 들어온 제이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태껏 그가 했던 연구들은 죄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연구였다.
민간 요법에 의지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민간인이라도 자연 속에서 구할 수 있는 식물들을 통해 응급처치라도 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
그 이유는 마법사들이 만든 포션 때문이었다. 웬만한 외상은 죄다 포션으로 치유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상이나 병 같은 경우 치료제가 필요하긴 했다.
그러나 알렉시안이 말한 것은 외상 쪽이었다.
“포션은 대량생산이 어렵지.”
아무리 싸게 만들려고 해도 마나를 고농도로 액체에 농축하고 여러 재료를 뒤섞어야만 탄생하는 포션은 싸지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군대 전체에 보급하긴 어렵다.
포션은 딱 중상자를 중심으로 응급처치를 하는데 사용되는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최대한 싼값에 제국 전역에 보급할 수 있는 약이 필요하다.”
알렉시안의 말에 제이크가 고개를 들어 알렉시안의 눈을 바라보았다.
“전쟁···을 대비하시려는 겁니까?”
‘보급’이라는 단어에 전쟁을 유추해 낸 제이크.
“그래. 짐은 전쟁을 대비하고자 한다. 하지만 동시에 제국민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정말이었다.
지금도 별거 아닌 병을 방치했다가 중병이 되어 사망하는 제국민이 많았어.
이들만 제대로 관리해도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많았다.
보급은 소수로 될 수가 없었다. 별 거 아닌 병을 확실히 관리할 수만 있다면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노동력이 최대한 유지될 터.
보급의 핵심은 노동력이었기에 제국민을 케어하는 것이 중요했다.
“명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고맙네.”
제이크의 말에 알렉시안이 두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초야에 묻혀 사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데려와도 되겠습니까?”
“물론. 아는 이들이 있다면 전부 데려오게.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야.”
알렉시안의 말에 제이크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비록 약을 만들려는 이유가 전쟁을 대비하고자 함이라도 그것이 제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이러한 기회는 없을 것이다.
제국 입장에서도 이번 시기를 놓친다면 향후 백 년은 약학이 발전할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알렉시안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으로 농림부를 중심으로 식량과 의약품에 관한 일은 어느 정도 매듭지어졌다.
다음은 신설된 개발부와 마법부였다.
공학박사로 유명한 왓슨을 대신급으로 데려와 앉혔고, 그 휘하에 있는 제자들 다수를 관료로 만들었다.
마법부 같은 경우 핵심은 마공학이기에 마탑의 부탑주에 있는 엘린과 그의 제자들을 통째로 데려와버렸다. 그 과정에서 마탑주 셀리나의 눈총을 사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국경을 압박하는 동쪽과 서쪽.
몬스터 때문에 고통받는 남쪽과 북쪽.
분명 얼마 전까지 반란이다 뭐다 해서 사방으로 병력을 보냈는데 이번엔 외부의 문제 때문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야만 했다.
제국민 입장에선 알렉시안이 즉위한 이후 바람 잘 날이 없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더욱 잘해야 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발전을 시켜서 혼란을 잠재워야 했다. 발전을 가속화 시키려면 한데 뭉쳐서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박에 없었다.
시스템도 그것을 아는지 퀘스트를 보내왔다.
꼭 알렉시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그가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점을 퀘스트로 냈다.
개발부와 마법부가 손잡고 만드는 핵심 프로젝트.
「제국열차 개발방안」
물론 아직 개발 중인 상황이었다.
그것을 반영하듯···
아직 완벽히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열차이기에 모든 진행률은 0%이다.
심지어···
대놓고 매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처음으로 물음표가 뜬 퀘스트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대충 짐작은 간다.
「특급 기밀문서」
검은색으로 봉해진 문서.
그곳엔 마탑의 최대 기밀 프로젝트가 적혀 있었다.
「동력원 개발 프로젝트」
1. 마공학 동력원 개발
2. 빛속성 동력원 개발
두가지의 동력원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수도같은 경우 무한한 애너지로 보이는 빛기둥을 본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동력원을 개발하는 것.
이럴 경우 적어도 수도 내에서 사용되는 애너지는 전부 빛기둥에서 커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도를 넘어 중앙지역 대부분의 애너지를 감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일부 지역이 무너진다 해도 수도의 무한한 애너지로 빠르게 공장을 가동시켜 부족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마공학 동력원은?
이것은 지방을 위한 것이다.
대규모 공업이 발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마나석이다.
마공학의 발전이 더딘 것도 이 때문이다.
마나석 자체가 지구의 석탄처럼 싼 것이 아닌데 이것으로 공장을 가동시키는 순간 효율이 똥이 된다.
이것을 커버하기 위해선 지구처럼 기술력이 받쳐줘야 한다.
증기 동력을 이용한 발전은 남부 해안가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처럼 증기를 만들 열애너지만 만들면 되니까.
북부같은 경우 생체토템인 2황자가 가동시키는 대량의 빛의 마나석을 이용하면 된다.
문제는 동부나 서부인데 이들같은 경우 최대 효율을 낼만한 동력원을 만들어주어야 했다.
마법부와 개발부의 할 일이 미어터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만 해도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알렉시안의 최우선 과제인 전쟁 중 보급능력 확대.
이것을 위해서 제국의 전반적인 경제력을 키우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그렇다고 기술개발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
주력 분야별로 마탑을 신설하게 한 것 자체가 미래를 내다보고 전반적인 기술력을 상승시키기 위함.
이 세상은 특이하게 마법과 마공학에 한해서 기술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제국의 마탑 핍박에 가로막힌 발전.
마나석이라는 한계.
마법사들의 특권의식.
이 세가지 요인으로 인해 이 대륙의 발전은 더뎠다.
제국의 마탑의 핍박이 문제였다면 제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국가라도 발전할 수 있겠지만 마도왕국조차 마법사들의 특권의식에 의해 기술의 발전을 이뤘어도 그걸 대규모로 생산하는 라인을 갖추지 못했다.
어찌보면 자신들이 편하게 스토리를 짜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세상이라고 욕을 먹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중후반부 이상까지 버틸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이니 마냥 욕을 할 수만은 없었다.
실제로 지금도 수도가 빠르게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저 마탑이 개발한 마도구들을 대량생산하는 것만으로 가능할 지경이니까.
이것을 공학과 결합해 한차원 더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멸망의 초입부 정도는 무난하게 클리어 할 것이다.
“재앙이 문제인데···.”
검성과 마탑주 모두 살아있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힘을 빼지만 않는다면 죽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중반부가 넘어가면서부터였다.
나름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 지금조차도 알렉시안은 멸망을 막아내는 확률을 5할 이하로 보았다.
그만큼 절망적이었다.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이들.
그만큼 절망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게이머들이 죄다 중반부만 넘어가면 욕을 해댔다.
마법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대량의 마법사를 양성해도,
기사들을 군대 단위로 양성하고 마스터급 존재들을 죄다 끌어모아도,
마공학을 극한까지 개발해 고차원 테크놀로지를 이룩해도.
전부 소용없었다.
오죽하면 업데이트는 대륙 멸망 후 타대륙을 업데이트하려다 게임이 망했다고 했을까?
그만큼 절망적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숫자 부족.
일단 제국이 멸망하고 제국 인근 국가들까지 차례로 멸망하면서 인류의 영역 자체가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 컸다.
두번째는 자원 부족.
이 역시 위쪽의 이유와 같다. 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망하니 연쇄적으로 나라들이 멸망하면서 대륙 전체의 경제, 자원 등이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흐름.
제국만 지킨다면 첫번째와 두번째는 얼추 해결될 것이다.
그만큼 대륙에서 제국의 위상이 컸기 때문이다. 그럼 타대륙이면 될까?
그렇지 않다. 중후반부를 넘어가면 제국 멸망 이후 타대륙도 엄청난 타격을 입으며 비실댄다고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는 계속해서 강해진다.
첫번째 멸망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적들은 쌓이기만 하니 적은 강해지고 이쪽은 약해지는 거지같은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톡! 톡!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알렉시안이 조용히 생각을 정리했다.
1. 일단 시간을 번다.
2. 상대적 우위에 있는 기술력으로 최소한의 피해로 멸망의 전조를 막는다.
여기까지는 이미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이 중요하다.
몬스터를 막고 안정세에 들어간 제국이 종말세력에 넘어간 주변국을 ‘인류의 적’으로 몰아갈 수만 있다면.
“적들의 힘을 약화시켜야겠지.”
3. 멸망계획 방해.
제국에서 쫓겨나면서 종말세력 계획은 한 차례 어긋났다.
그것을 좀 더 어긋나게만 할 수 있다면?
멸망이 일어날 시기가 늦춰지거나···
“재앙이 약해진다.”
게임에선 힘을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지 멸망을 피해서 안전지역으로 가야만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반격’을 할 것이다.
무한 방어가 아닌 반격을 통해 적들의 힘을 깎아내고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알렉시안이 노트에 또 하나의 계획을 적었다.
「전문 수색부대 창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