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69
알렉시안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 가장 절망적이었던 상황이 바로 제국의 멸망이다.
검성이 죽은 이후부터는 대륙 전체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나마 살아남은 마스터를 중심으로 뭉친 군대가 시간을 끌었고, 그 사이 플레이어가 동료를 모아 미친듯한 성장을 보여주며 종말세력의 침입을 하나하나 격퇴하면서 버티는 것일 뿐.
그렇기에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초기부터 나가떨어지는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생존할 것.
마스터를 비롯한 군대가 버티는 사이 정점으로 성장할 것.
멸망을 막아내며 서부의 힘을 한데 끌어모아 대항할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병력을 온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짜증 나는 것은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동안 마스터를 비롯한 군대 대부분이 죽어 나간다는 점.
어째서 사람들이 이 게임을 하면서 욕을 하고, 어째서 이 게임을 완전히 클리어 한 사람이 없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온전한 전력으로 멸망을 맞이해도 확률이 낮은데 종말세력에 세력을 다 깎아 먹고 시작하니 답이 없는 것.
이 세력을 깎아 먹는 전진 기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북서부 지역이다.
멸망한 제국이 종말세력의 힘을 키우는 본진 역할이었다면 북서부가 전진 기지가 되어 서부의 국가들을 하나하나 잡아먹었다.
“슬슬 그것들이 나오려나?”
알렉시안이 그렇게 말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벌써 서북부 국가들의 중추까지 종말세력에 넘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
만약 넘어갔을 경우 제국 멸망 이후 나오는 대규모 죽음의 군단이 등장할 수도 있다.
내전이 일어났을 당시 제국 내에서 잠깐 나오긴 했으나 그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 미친놈들은 대륙 전역에서 쓸만한 시체를 빼돌렸으니까.
거기에 제국을 비롯한 제국 전역에서 빼돌린 사람들은 단순히 실험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제물로 사용했는데 미친놈들이 그렇게 제물로 사용했으면서 남은 시체를 죽음의 군단으로 재활용했다.
이 정도로 악랄한 놈들인데 서북부 국가들은 왜 협력을 했을까?
이들의 악랄함을 몰라서?
아니다. 그저 제국보다 더한 신분제의 권력에 취한 놈들이 일반인들을 희생시키며 그 대가로 강함을 부여받는 것뿐이다.
제물을 바치면서 나오는 힘 일부를 대가로 쥐여주었고, 그 대가를 받은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갖게 되었으니까.
실제로 이 힘으로 본래라면 절대 넘지 못했을 마스터의 벽을 넘는 자도 나왔으니까.
‘그래 봤자 진짜 마스터에 몇 방 컷이겠지만.’
진짜 마스터에 비하면 형편없이 약하고 마스터가 아닌 자들에겐 극강의 힘을 보여주는 존재들.
플레이어들은 이들을 이렇게 부르고는 했다.
‘양학 전문 마스터’
이들이 나오기 전에 서북부를 조져야 했다.
거기에 하나 더.
서북부를 중심으로 받쳐질 제물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서북부 연합은 반드시 멸망시켜야 했다.
‘멸망의 전조의 힘을 깎아야만 검성이 산다.’
멸망의 전조 주제에 멸망이 시작된 이후 나타난 웬만한 재앙보다 강한 존재.
그의 힘을 최대한 깎아놔야만 검성이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다.
남부 쪽 역시 근위대장이나 마탑주를 보내서 처리해야 할 텐데 이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슬슬 준비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북부쪽이 먼저 일어난다는 점이랄까?
르센을 북부로 돌려보내기로 한 후 생각을 정리하는 알렉시안이 새로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멸망의 전조 대응방법」
1. 북서부 연합을 ‘대륙의 적’으로 규정하기.
노트에 적어놓은 제목을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관료들이 올린 보고서 일부를 오려서 노트에 추가로 붙여넣었다.
사실 이 계획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북부의 특수부대가 종말세력과 북서부 연합과의 커넥션에 대한 증거확보 중.
르센이 대외공표를 준비 중이다.
선황비가 추가로 설득한 국가들, 그리고 중립을 지키는 국가들과의 협상이 마무리되면 발표할 생각이다.
대외적인 것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터.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면 많은 것이 밝혀질 것이고, 그때 종말세력을 대륙의 적으로 완전히 규정하면 될 것이기에 천천히 진행하면 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물밑에서 이뤄질 작업 뿐이다.
2. 종말세력 흔적 찾기.
그동안 바빠서 시종장에게 맡겨놨던 일을 직접 관리할 때가 되었다.
「정보부의 창설」
이제 그것을 완료할 때가 온 것이다.
이것을 위해 알렉시안은 시종장, 르센, 근위대장을 비밀리에 불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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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 정보부.
대외 정보부.
친위대의 경우 이들의 무력부대로 사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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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초기에 세운 방침이었다.
기초적인 준비는 끝났고 남은 것은 수장을 세우는 것뿐.
“준비는?”
“끝났습니다.”
시종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르센을 바라보았다.
“외무대신은 델리아 리센드로로 하지.”
“괜찮으시겠습니까? 리센드로가 완전히 부활할 수도 있습니다.”
르센의 말에 알렉시안이 피식 웃었다.
“부활하면. 짐을 다시금 위협할 수 있을까?”
알렉시안의 말에 르센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와서 서부가 부활한다 한들 알렉시안을 다시금 압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3황자의 세력과 서부가 손을 잡는다 해도 큰 위협은 되지 않을 터.
“프랑코의 사생아 출신으로 선황비에게 악감정이 있는 만큼 적절한 견제가 되겠지.”
거기다 알렉시안은 델리아만 사용할 생각이 아니었다.
“선황비는 앞으로도 서부쪽 정보를 전담하는 총괄책을 맡길 것이고 프랑코도 서부사령관 자리에 앉힐 생각이야.”
이 정도까지 된다면 사실상 리센드로에게 서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정.
그걸 알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현 서부귀족파를 좀 더 확실하게 휘어잡게끔 하는 나름의 배려였다.
그 힘으로 서부 국가들에 더 많은 정보를 빼내 온다면 더 지원해줄 것이고,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번엔 용서없이 갈아버릴 생각이었다.
자신이 버린 자식을 통해 감시받는 삶.
자신의 배다른 동생을 통해 견제받는 선황비.
어쩌면 이 둘에겐 이것 역시 또 다른 지옥일 수 있었다.
‘지독하시군.’
그렇게 생각하는 르센.
“대내 정보부 수장으로 테일 파트라를 선임하지.”
재상의 가문이었던 피오트라의 방계출신.
르센이 이 자를 추천한 이유는 간단하다.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재상에게 추천받은 이후 서부의 토벌, 종말세력 추적등 다양한 경로로 써먹은 알렉시안 역시 이 자의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했다.
“원한다면 피오트라 가문명을 부활시키는 것도 용인해줄 생각이야.”
그 정도로 짧은 기간 내에 능력을 보인 테일.
“친위대는 시종장에게 맡기지.”
“예. 폐하.”
믿을 사람이 없다.
정확히는 능력 있는 자들 중 확실히 믿고 맡길만한 이가 너무 부족했다. 그렇기에 늙은 시종장에게 좀 더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지금 커가고 있는 이들이 성장할 때까진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근위대장은 무력은 강력하나 정보부를 이끌기엔 머리가 좀 달린다.
전임 감찰대신 헤르윗이나 전임 치안대장 지오반니가 있긴 하지만 알다시피 이들의 능력 자체는 그리 출중하지 못하다.
그들에겐 안타까운 일이나 정보부나 친위대를 비밀리에 이끌기엔 좀 부족했다.
“폐하.”
“음?”
뭔가 이상하다는 듯 알렉시안을 부르는 르센.
“대외 정보부 수장은 어찌하실 것인지···.”
그것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듯 말하는 르센을 빤히 바라보는 세사람.
근위대장조차 알고 알렉시안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었던 것을 왜 모르냐는 듯 바라보자 르센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소신은 북부로···.”
“알아. 겸임해.”
“하오나.”
“어차피 한동안은 북서부를 중심으로 조사해야 해. 종말세력 대부분이 그쪽에 모여있을 거야. 그러니 북부에 대외 정보부 임시 본부를 만드는 게 낫겠어.”
알렉시안의 말에 르센의 울상을 지으며 시종장과 근위대장을 바라보았다.
좀 도와달라는 신호였으나 시종장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마치 ‘내가 이 나이 먹으면서까지 개고생하는데 젊은 네가 징징거려?’란 표정이었고, 근위대장 역시 ‘마스터가 되어서도 구르고 있는데 어디서!’란 엄한 표정을 지었다.
“하···.”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조금만 고생하지.”
“···예.”
르센이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말하자 피식 웃은 알렉시안이 그를 보내고 근위대장과 시종장을 남긴 후 물었다.
“쓸만한 아이들을 찾아보라는 것은?”
“기준이 명확지 않았으나 폐하께서 눈여겨보실 정도의 아이들은 얼추 찾았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근위대장이 꼽은 열 명의 아이들.
“이들 중 셋이 좀 특출난 것 같습니다.”
검성이 뽑은 귀검사.
근위대장이 뽑은 붉은 코뿔소.
그리고 위험하다 말하는 혈창까지.
알렉시안이 찾고자 한 세명의 아이들을 전부 찾았다.
거기에 더 해 시종장이 찾은 아이들도 있었다.
다행히 알렉시안이 알만한 아이가 포함되어 있었다.
남부에서 종말세력에게 실험당한 아이.
강한 살기와 함께 끔찍한 검은 오러를 내뿜었다.
‘검은 광전사’라 불리는 존재.
또 다른 한명은 괴력의 소유자였다.
‘영웅’ 중 하나인 괴력거신.
시종장이 뽑은 아이들을 보면서 살짝 아쉬워하는 알렉시안.
‘마녀와 소환사는 아직이군.’
그래도 이 정도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영웅급 한명에 종말세력의 편이었을 영웅급 재능 넷을 찾았으니 이 정도면 만족해야 했다.
거기에 더 해 황실보고를 개방하면서 초야에 묻혀지내던 옛 영웅들도 다시금 불러들였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다.
알렉시안이 전원을 예비친위대에 속하게끔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고작 100명 남짓한 인원이었지만 아카데미가 지어지고 있으니 더 많은 재능있는 아이들이 나올 터.
종말세력이 낚아채기 전에 자신이 전부 낚아채야 했다.
지금이야 제국 내에서만 뽑겠지만 차후 여유가 생긴다면 주변국에서 지원받지 못한 영민한 아이들을 돈으로 죄다 데려올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종말세력의 힘을 깎는 결과가 될 터.
정보부와 친위대를 통해 종말세력의 숨어있는 힘을 찾아 박살 낸다.
외무부를 통해 드러난 종말세력의 힘을 깎아내며 종말의 힘을 깎아낸다.
아이들을 찾아내 종말세력에 합류할 미래의 전력을 뺏어온다.
“이제 남은 건 몬스터인가?”
제국을 멸망으로 이끈 원흉 중 하나.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
어쩌면 흔들리고 있는 북부의 산맥에 이 몬스터들의 힘을 약화시킬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위해서 알렉시안은 또 하나의 준비를 시작했다.
북부에 맡겨놓다시피 한 북부의 수색.
이를 돕기 위해 특별한 단체를 추가해 지원을 보낼 생각이었다.
「북부 산맥 특별 조사단」
단장: 군부대신 – 피오라.
피오라의 이름이 적힌 노트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폐하. 군부대신이 폐하를 뵙고자 하옵니다.”
“들라하게.”
알렉시안의 허락이 떨어지자 조용히 들어오는 피오라.
“준비는 되었나?”
“예.”
바쁜 와중에도 피오라를 비롯한 군부쪽 주요 인사들을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었다.
이젠 그 대가를 받을 때가 되었다.
“북부 산맥을 조사할 조사단은?”
“준비 끝났습니다. 북부쪽 특별 수색대와도 얘기 끝났습니다.”
그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그대의 임무는 조사가 끝이 아니야. 만약 북서부에 불온한 움직임이 보인다면···.”
“그 역시 준비 끝났습니다. 명이 내려오는 즉시 ‘비밀작전’을 수행할 것입니다.”
피오라의 말에 알렉시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