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70
개혁이라는 것에 휘말려 야근을 밥 먹듯이 했지만 그래도 ‘멸망’을 잊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경계했다.
북서부와 동부 산맥 너머에서 종말세력이 날뛰는 것도 인접 국가들을 규합해 제국에 저항하는 것도 전부 멸망을 시작하기 위한 한 과정에 불과하다.
멸망의 전조 자체가 멸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이벤트였으니까.
하지만 바빴다.
거짓말하지 않고 밥 먹을 시간도 아껴야만 할 정도로 바빴다.
그렇기에 군부대신에게 전부 밀어둔 것도 있었다.
외교를 3황자와 선황비에게 밀어둔 것처럼,
북부의 멸망의 전조 조사를 군부대신인 피오라에게 미뤄둔 것이다.
솔직히 미안하긴 했다.
그녀에게 지금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아직 대전에 박혀 있는 한 자루의 검.
알렉시안의 시대를 상징하는 ‘첫번째 검’의 주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검을 갖기 위해 프랑코와 피오라가 경쟁을 하게 되었으나 명확히 말하자면 피오라는 완벽한 ‘마스터’가 아니다.
벽을 넘어선 ‘무언가’를 제외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는 것이 맞을 뿐.
사실상 경계선에 있다고 봐야 했다.
그걸 증명하듯 프랑코가 흠칫하면서 그녀를 경계했다. 그 역시 피오라가 언젠가는 벽을 넘을 거라 생각했던 것.
“소신에게 필요한 건 계기. 이 지긋지긋한 벽을 완전히 부술 수만 있다면···.”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읽은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기회에 그대의 지긋지긋한 벽을 완전히 부수길 기대하며 기다리겠다.”
“반드시 폐하의 기대에 부응해 돌아오겠습니다.”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한쪽 무릎을 꿇은 피오라.
평소와는 다르게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고 계속해서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뜻이 무슨 뜻인지를 아는 알렉시안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구석으로 갔다.
광휘의 검을 얻은 이후 장식용 검처럼 걸려있던 검.
명검이라 부를만한 검은 아니었으나 알렉시안이 처음 깨어나 숙청을 하고 구도심 정화와 반란을 막아내기까지 하는데 함께 했던 검이다.
그 검을 피오라의 양쪽 어깨를 두드린 후 건넸다.
“짐이 즉위한 후 쭉 함께했던 검이다.”
그 말에 조용히 두 손을 올려 떠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 검에 그대의 명예를 함께 가져오라. 그대의 충심은 그때 다시 확인하겠다.”
“예. 폐하.”
알렉시안의 명령에 짧은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피오라가 집무실을 나간 것을 확인한 알렉시안이 곧바로 궁을 나섰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황궁의 지하였다.
황궁의 지하는 기본적으로 마법부와 개발부가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는 온갖 보안으로 가로막힌 황궁의 기밀 시설들.
나머지 시설은 전부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서부 귀족파가 과거의 비밀통로를 이용해 반란을 진행한 것을 빤히 보았는데 가만 놔두는 것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리한 시설들과 통로 일부를 개조해서 새로운 시설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알렉시안의 비밀 시설들이다.
「제 1 기밀시설」
“여긴 대내 정보부인가?”
알렉시안의 배려로 황궁의 지하시설을 통째로 얻게 된 정보부.
그 위에는 무려 황궁 도서관이 있었다.
시종장이 조사 중인 종말세력에 관한 기밀 정보들, 그리고 오래된 도서관의 온갖 장치들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끔 배려한 것.
거기에 정부부의 핵심인물들은 황족들만 볼 수 있는 일부 자료들도 열람할 수 있게끔 했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을 만한 파격적인 결정이지만 그건 추후 바꾸면 될 터.
“폐하를 뵙습니다.”
정보부쪽 인사가 알렉시안을 알아보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나?”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았사옵니다.”
“상관없다.”
그리 말하며 직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엔 비밀리에 공사 중인 노동자들이 보였다.
마법사들부터 전문 노동자들까지 전부 모여서 특별한 시설을 만들었다.
온갖 영상구들부터 매끈한 한쪽 벽엔 제국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심지어 그 지도가 특정지역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한 듯했다.
그 밖에도 온갖 편의시설부터 마탑에서만 사용하는 여러 시설을 죄다 지하시설에 때려 박았다.
“시작부터 상당하군.”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면 이곳을 폐하의 비밀 집무실로 사용할 계획까지 갖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뒤따라온 시종장의 보고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내 정보실, 대외 정보실로 나뉘어 있지만, 한동안은 두 곳 다 대내 정보를 중심으로 운용될 것이다.
거기에 기밀을 취급하는 정보시설엔 잠금장치만 네 개나 될 정도로 철통 보안으로 개조되고 있었다.
그만큼 보안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느껴지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시종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음 시설도 가보지.”
“예.”
알렉시안이 다음으로 가볼 곳은···
「제 2 기밀시설」
이곳은 황궁 기사단의 지하시설 옆에 자리했다.
황제의 궁 근방에 존재하는 이 시설은 친위대의 연습시설이었다.
기존의 친위대부터 새로 뽑을 친위대, 그리고 이번에 들인 천재들까지
전부 이곳에서 연습 중이었다.
그 중에서 예비신분인 친위대 후보들을 위한 시설은 좀 잔인했다.
1번방부터 10번방까지 있는 지하시설.
이 방들은 전부 실력대로 나누어진 방이었다.
특히 10번방에서조차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면 곧장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물론 이 조치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근위대나 수도방위군에 들이시죠.”
당장 먼 길을 떠날 군부대신부터,
“근위병으로라도 들이시는 것이···.”
반란 이후 많은 병력을 소모한 근위대장부터,
“중앙군이 좀 모자랍니다.”
수도방위군단장까지.
모두가 엘리트들을 기회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알렉시안은 단호했다.
아이들에게 절박함을 주는 것.
‘이곳에서 탈락해도 근위대나 다른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이 컸다.
거기에 더해 이 친위대 예비후보가 되는 것만으로 인생의 탄탄대로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싫었다.
한번 뽑혔다는 것만으로 바뀌는 인생 따윈 없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버텨내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설이 작은데?”
알렉시안의 말에 시종장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점차 늘려갈 생각입니다.”
“근위대는?”
“이쪽 역시 빠르게 확충 중입니다.”
황궁의 지하시설들 전부를 새로 개조 중이다.
친위대만이 아니라 알렉시안의 명령하에 비밀리에 양성 중인 모든 시설을 위한 것이다.
황제의 친위대.
근위대.
정보부.
치안대 중앙부소속 비밀타격대.
감찰부 특별무력부대.
수도방위군 특급 기밀부대.
군부 직속 특별무력대
당장 황궁에서 업무를 보는 부서 중 무력부대를 가질 특별부서들의 시설을 전부 황궁 지하에 때려박았다.
이들의 최우선 임무는 전부 종말세력에 관한 것.
그 밖에 북부, 남부, 동부, 서부에도 각각 종말세력에 관한 특별한 부서들을 만들 생각이었다.
종말을 막기 위해선 전체적으로 병력을 키울 필요가 있지만 그 전에 종말세력만을 전담하는 비밀부서를 만들어서 이들의 계획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했다.
대외적으로는 개혁군주 이미지를!
비밀리에는 종말세력과 이들과 손을 잡은 이들을 대륙 끝까지 찾아가서 조져주겠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알렉시안.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
바로 제국을 위한다는 것.
그렇기에 자꾸만 일을 벌리는 황제에게 군말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
“힘든 건 알지만 속도를 내야 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거다.”
“예. 폐하.”
알렉시안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시종장.
밑에 사람들 입장에선 ‘지금보다 속도를 어떻게 더 냅니까!’란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옆에서 지켜본 알렉시안의 모습을 보면 최근들어 더 초조해하는 것이 보였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종말세력에 관한 보고서만큼은 결코 허투루 읽지 않고 꼼꼼하게 확인한 것이 그 증거였다.
영민한 알렉시안의 모습을 볼 때 그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라면 종말세력으로 인한 ‘무언가’가 곧 일어날 것임은 확실해보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황궁의 지하시설이 전부 완성단계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신설된 부처들과 비밀리에 양성되는 특수부대들이 체계를 갖추어 나갈 때쯤.
“폐하! 급보입니다!”
시종장이 다급하게 보고를 올렸다.
델리아 리센드로에게 외무부를 맡기고 북부도 떠난 르센의 기밀 보고서.
「북서부에 대규모 언데드 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음.」
르센에게 온 보고.
다행인 것일까?
이들이 향하는 방향은 자신들이 아니었다.
“서부국가들을 제물로 삼으려는 건가?”
알렉시안이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또 다른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북부에서 피오라가 보내온 서신.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멸망의 전조가 깨어나는건가?”
이미 깨어날 조짐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걸 증명하듯 북부산맥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히 깨어나는 건 다른 문제다.
또한 깨어나서 완전히 힘을 회복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게임답게 멸망의 전조는 세개의 이벤트를 준다.
첫째, 몬스터 웨이브를 시작하게 만드는 북부산맥의 흔들림.
이 때 이미 멸망의 전조의 정신이 깨어나게 된다는 설정이다.
즉, 멸망의 전조의 정신만큼은 이미 깨어있단 소리.
둘째, 완전히 깨어나는 것.
이는 육체까지 완전히 깨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녀석이 깨어나는 순간 죽음의 기운이 북부에 가득차게 된다.
마지막의 셋째, 힘의 회복.
이를 위해선 막대한 양의 제물이 필요하다.
알렉시안이 막고자 하는 것은 바로 세 번째다.
이미 두번째까진 막기가 글렀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피오라를 보내긴 했지만 큰 기대는 없다.
어디까지나 멸망의 전조에서의 최대 목적은 ‘검성을 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종장.”
“예. 폐하.”
급보를 전부 읽은 알렉시안이 급히 명령서에 내용을 적어내려가며 옥새를 찍어 시종장에게 건넸다.
그가 쓴 명령은 크게 세가지였다.
“이건 북부에 보낼 것이다. 명령을 받는대로 곧장 피오라를 도와 수상한 기운을 내뿜는 곳에 대한 수색작업에 전력을 다하도록 하라고 전해.”
“예. 폐하.”
알렉시안의 설명을 들은 시종장이 빠르게 노트에 명령을 적어내려갔다.
“이것은 서부. 프랑코에게 북서부로 움직일 병력을 모으도록 전해. 그전에 그쪽 방면 병력을 통해 북부와 서부로 이어진 길목부터 끊어. 그리고 우리가 점령한 도시국가들 계엄령 선언하고.”
“알겠습니다.”
북부와 서부를 동시에 움직인다면 남은 한 곳은 뻔하다.
“마지막으로 동부. 크롬웰 후작에게 전해서 동부군과 북동부 특별군을 움직이라고 전해.”
“전방위로 압박하실 생각이십니까?”
“맞아.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언제까지 동생놈을 기다릴 순 없지.”
멸망의 전조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 베스트일 터.
꽁꽁 숨겨두었던 멸망의 전조를 공격한 단 한번의 타이밍.
그것이 바로 깨어나기 직전에 막대한 기운을 내뿜을 그때 뿐일 것이다.
그렇게 시종장이 비밀리에 각 사령관들에게 황제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움직일 때, 알렉시안은 대신들 역시 불러들였다.
“동부 중간거점의 공사가 끝나는 대로 북부 철도 공사에 들어갈 것이다.”
“예!”
재무대신의 고개를 숙이며 황급히 재무부로 복귀했다.
“군수품을 대량생산 해야 할 수도 있다. 준비해.”
“네!”
개발부에는 만약의 사태에 공장을 개조할 준비를,
“마도구 대량양산을 위한 마법공방을 더 늘릴 방안을 찾아봐.”
“알겠습니다!”
마법부에는 마도구 대량 양산을,
“식량과 약의 대량생산을 위한 준비. 아직 미진하더라도 할 수 있는 지역부터 빨리 적용해.”
“예. 폐하!”
농림부에는 일단 연구된 것부터 빠르게 적용시키라는 주문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을 숨김없이 모두 발표한 알렉시안.
그렇기에 사람들도 눈치를 챘다.
「또 다른 전쟁이 머지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