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71
알렉시안의 기조는 명확하다.
최대한 투명하게 밝힐 것.
지금 당장 밝히면 문제가 될만한 것들을 제외하면 최대한 제국민과 공유할 것.
솔직히 위정자 입장에선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적은 비밀들이 많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미리부터 작업하는 것이다.
‘멸망이 다가왔을 때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이미 알렉시안의 입을 통해 내전보다 더 큰 전쟁을 암시하는 정보들이 나왔다.
개혁을 통해 충격이 상쇄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다가올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안감이 멸망이 시작되면서 입을 충격을 최대한 줄여줄 것이다.
내란 때부터 밝힌 예정된 대전쟁
↓
인접 국가와의 전쟁/종말세력과의 전쟁
↓
멸망의 전조와의 전쟁
↓
멸망 시작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면서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게끔 할 생각이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멸망이 시작되면 힘들 것이다.
초반부야 어떻게 잘 넘어간다 하더라도 결국 중후반부에 가면 대륙의 멸망을 걱정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러니 조금이라도 익숙해지게끔 만들어야 했다.
“사회적 혼란으로 자멸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지.”
실제로 게임 플레이 시 압도적인 물량으로 몰려오는 적에게 저항할 의지조차 잃어버리고 패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알렉시안은 그것만큼은 막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준비과정으로 풀려진 정보를 통해 어느 정도 상황을 받아들인 제국민에게 쐐기를 박았다.
「알렉시안 황제: 내란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또 전쟁이 일어날 것에 깊은 사과를 전한다.」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전쟁이 일어날 것임을 공식화하는 알렉시안.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각 부처가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발표를 시작했다.
「재무부: 북부의 철도공사 시기를 앞당길 것」
「개발부: 북부에 지어질 공장에 반자동화 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할 것」
「마법부: 하급골렘에 관한 개발을 최우선적으로 할 것」
「농림부: 기존보다 3배 이상의 예산을 받았음. 연구 성과 최대한 앞당길 것.」
각 부처들이 공식적으로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외무부: 종말세력과 손을 잡은 국가들은 제국과의 전쟁을 감당해야 할 것.」
전임 외무대신 르센을 대신하여 새로이 외무대신이 된 델리아 리센드로.
서부를 견제하기 하고 제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을 회유하기 유한 사람으로 임명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굉장히 과감했다.
그런 성정은 신임 외무대신의 공식적인 축하자리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제국이 다시금 전쟁을 벌이려 하고 있는 것에 많은 국가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좀 더 명확하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각 국에서 모여든 관료들이 신임 외무대신을 축하하는 만찬장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모두 중립적인 위치에서 제국과 반제국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국가들이었다.
그러자 델리아가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폐하는 많은 배려를 했습니다. 이 이상의 배려를 바라는 건 무례하다고 생각되는군요.”
델리아의 말에 만찬장의 분위기가 빠르게 식었다.
마치 냉각마법을 쓴 것처럼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델리아가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까지나 제국이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하지 마십쇼. 제국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 상황에서 제국을 적대할지 손을 잡을지 고민하는 국가들은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한 여인이 그런 그녀를 보며 물었다.
“지금 이 발언은 다른 국가들에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협박으로 들린다면 협박이겠지요.”
“···이것이 제국의 뜻이라 봐도 되겠습니까?”
중립의 위치를 고수한 한 국가의 외교관이 싸늘한 표정으로 델리아를 보며 물었다.
여차하면 제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듯한 협박.
그런 그의 협박을 보면서 델리아가 피식 웃었다.
“제가 이 정도 발언을 하면서 폐하께 허락도 안 받고 했을 것으로 생각하나요?”
“···.”
델리아의 말에 표정이 굳어지는 남자.
주변에 있는 다른 외교관들 역시 표정이 굳어졌다.
“제국과 친교를 맺을 것처럼 굴면서 뒤에선 다른 생각을 하시는 분들.”
그렇게 말하면서 한 국가의 외교관을 노려보는 델리아.
“중립을 표방하면서 친제국파 국가에의 국경에 종말세력을 들여보낸 국가.”
그 말에 몇몇 외교관들이 그녀의 눈을 피했다.
“앞서 말했듯 제국은 더 이상 이런 장난질을 참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델리아.
그녀가 대놓고 밝히는 정보들이 전부 사실인 것처럼 그녀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각국의 외교관들.
“강압적으로 나올 경우 고민 중인 국가들이 전부 반제국파로 돌아설 겁니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피식 웃는 델리아.
그련 그녀를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외교관.
오랜 그의 촉이 위험을 감지했다.
그건 다른 외교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 때, 이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 제국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와서 친제국파로 돌아선다 한들 예전과 같은 배려는 없을 것입니다.”
대놓고 선언하듯 말하는 델리아.
“선을 넘지 않은 국가라면 여전히 문은 열려 있겠지만···일찌감치 제국과 협력한 국가들과 같은 대우는 힘들겠지요.”
그렇게 말하며 샴페인 잔을 입 속으로 털어넣은 델리아가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고 유유히 만찬장을 벗어났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급히 보좌관들을 만나는 외교관들.
그제서야 델리아의 여유로움이 이해가 되었다.
「동부 대수림 연합! 제국과 협정 완료」
「대륙 동남부 7개 국가. 제국과 종말세력 저지에 합의」
3황자가 결국 대수림과의 협정을 하는데 합의했다.
알렉시안과 대수림의 족장들이 합의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지만 몬스터들이 끝도 없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대수림의 선택은 제국과 손을 잡는 것 말고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동부에 은근슬쩍 흘리면서 대수림 인근의 국가들 역시 제국쪽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대수림 및 친제국파 국가들의 경우 동남부 국가들을 견제해줄 것」
벌써 정부가 대놓고 동남부 국가들은 이번에 협정 맺은 국가들이 알아서 견제해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북부와 서부뿐이다.
내부의 혼란을 전부 잠재운 제국.
동부와 남부는 안정적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북부와 서부뿐인데, 과연 서부국가들이 제국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급보가 외교관들에게 날아들었다.
「서부사령관을 필두로 한 서부군이 서북부로 이동 중.」
“이것이었나?”
델리아를 압박하던 한 외교관이 허탈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말처럼 제국의 인내는 끝났다.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간을 보는 국가들이나, 종말 세력에게 뒷돈을 받고 그들을 도운 국가들은 적으로 규정할 셈이다.
거기다 델리아가 만찬장에서 했던 행동은 단순히 선언을 하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몇몇 국가들을 보면서 경고했던 일.
그것은 제국의 정보망을 은근슬쩍 드러낸 것이었다.
‘너희들은 선을 넘었다.’
이런 선언을 한 것.
그럼 델리아가 지목하지 않은 국가들은?
“아직 기회가 있다.”
그렇게 중얼거린 남자가 황급히 만찬장을 벗어났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외교관들이 꽤 있었는지 황급히 만찬장을 벗어나는 이들.
반면에 사실상 제국의 적이 되어버린 국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전쟁을 하겠다고?”
마지막까지 간을 보려던 소국의 한 남자가 멍하니 만찬장을 바라보았다.
대놓고 퍼주는 제국에게 이득을 보면서 비밀리에 종말 세력에게 뇌물을 받으며 그들의 행동을 용인해주었던 몇몇 국가들.
그러나 제국은 그걸 전부 알고 있었다.
최대한 친제국파를 만들 것이라 생각하며 어느 정도 선에서 줄타기를 하려던 국가들 입장에선 절망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델리아 외무대신을 만나게 해주시오. 우리 쪽 상황을 설명하겠소.”
“이쪽이 먼저요!”
“비키시오!”
다급해진 외무관들이 델리아를 만나려 했으니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 않는 델리아.
이미 열차는 지나갔다.
선황비를 통해 사전작업을 마친 서부 국가들.
지금까지 중립위치에 남겨둔 국가들은?
제국 입장에서 굳이 친제국파로 끌어모으려 애쓸 필요가 없는 국가들이다.
그렇다는 건 버려도 상관없다는 국가들이라는 것.
“외무부로 다수의 국가들이 접촉하고 있습니다.”
“선을 넘지 않은 국가들은?”
“다섯 곳입니다.”
만찬장에서 벗어난 델리아가 곧장 황제의 궁에 들려 알렉시안에게 보고를 올렸다.
“나머지는?”
“전부 종말세력에게 제국의 정보를 팔거나 친제국파 국가들에게 종말세력을 들여보냈습니다.”
델리아의 보고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턴이 넘어왔다.
제국이 전쟁을 하기로 결정을 한 이상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다섯 국가들의 경우 우리쪽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해.”
“선을 넘은 국가들은 전부 버립니까?”
“아니. 제국의 속국에 준하는 계약으로.”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델리아의 말에 알렉시안이 그녀를 보면서 물었다.
“우리가 급할 필요가 있나?”
“···천천히 진행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동부쪽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와서 제국과 손을 잡으려는 이들에겐 자비를 보이지마.”
“예.”
동부나 서부나 이미 열차는 떠났다.
제국의 자비를 가득 담은 열차가 떠났으니 이제는 그들의 ‘생존’을 위해 타야 할 터.
“협상은 최대한 미뤄두도록.”
“언제까지 미루면 되겠습니까?”
“북서부의 세력들이 움직이기 전까지.”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놈들이 사실 악당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가 되면 제국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살려달라 울부짖을 것이다. 알렉시안은 그 때까지 모든 협상을 미뤄두라 지시했다.
“아드리안은 언제쯤 돌아오지?”
“현재 대수림과 동남부의 친 제국파 국가들과 협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라고 전해. 동부쪽 국가들과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으니.”
그 말에 델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무슨 문제가 터진 것입니까?”
“아니.”
델리아의 물음에 고개를 저은 알렉시안.
남부쪽은 아직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바쁜 것일까?
“한가지 실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러려면 한동안 황궁을 비워야 하거든.”
“실험이라 하오시면···.”
“북서부. 그쪽에서 내 힘을 시험해보고 싶다.”
알렉시안의 말에 시종장도 처음 듣는다는 듯 차를 가져오던 움직임 그대로 굳어버렸다.
“폐하. 너무 위험하옵니다!”
“알아. 그래도 지금 실험해봐야 해.”
멸망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전에 이 빛의 힘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확실하게 시험해보고 싶었다.
광휘의 검으로 증폭된 빛의 힘, 그리고 빛기둥이 생긴 이후 온몸에 가득 찬 빛의 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이 모든 걸 실험해보고자 했다.
‘그래야 내가 직접 멸망의 최전선에 서는 게 나을지 아닐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알렉시안이 어느새 안으로 들어와 무릎 꿇고 결사반대를 외치는 근위대장과 시종장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