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72
솔직히 알렉시안도 뒤에서 있는 게 편하다.
황제로서 중심을 딱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국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반면 지금 알렉시안이 없어진다면?
제국의 개혁은 그 즉시 멈출 것이며 온갖 곳에서 삐걱거릴 것이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고작 효율 하나만을 생각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 시종장과 근위대장의 생각일 터.
이 역시 동의한다.
그렇기에 비교적 안정적인 지금 상황에서 나서려는 것이다.
북서부, 그리고 종말세력에 대해 보고를 받을 때마다 자꾸 내전 때가 생각난다.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하던 그의 힘.
분명 황궁에서의 전투 때 그보다 강한 이들은 수두룩했다.
명색이 황궁을 지키는 기사들인데 알렉시안보다 약한 자들이 있을 리 없을 터.
상대 역시 그런 황궁 기사들을 상대로 압박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것이 알렉시안의 힘이었으니 자꾸만 눈에 아른거릴 수밖에 없는 것.
거기에 더 해 또 다른 좋은 점이 있었다.
“짐이 북서부로 이동한다는 것은 근위대와 중앙군도 움직이는 것이다.”
그 말의 의미를 잘 아는 근위대장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압박이 되긴 할 것이옵니다. 하오나 그것이···수도에서 모든 것을 조율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까?”
근위대장은 영민하지 않다.
그렇게 물었다.
종말세력을 압박하는 것.
본인의 힘을 시험하며 향후 최전선에 설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
북서부 국가들을 고립시키는 것.
다른 국가들에게 제국의 힘을 과시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수도에서 제국의 톱니바퀴를 맞물리게끔 하는 현재의 자리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냐고.
그 말에 시종장도 말없이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한해서라면.”
알렉시안의 말에 근위대장과 시종장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지금껏 제국을 잘 이끌어온 알렉시안을 믿기에, 군말 없이 고개를 숙이며 준비하겠다고 말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쉰 알렉시안이 델리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짐이 북서부로 가는 것.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지?”
“북서부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중립국을 자처했던 모든 국가들에게 폐하의 발을 핥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턱을 괴고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한참 뒤 델리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뭘 더 하면 오만한 서부의 강국들을 압박할 수 있을까?”
알렉시안의 물음에 조용히 고민하던 델리아.
근위대장과 시종장이 보인 반응, 그리고 현재 황궁에서 알렉시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았을 때 그리 오랜 시간 황궁을 비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잘해야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을 터.
모든 계산을 끝마친 델리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북서부에 도착하시기 전, 단 한 번만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주십시오.”
그 말에 알렉시안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틀면?”
“그동안 저는 서북부에 관여된 모든 국가를 압박할 것이옵니다.”
“전쟁까지 염두에 둘만큼?”
“예.”
그 말에 델리아의 생각을 확실히 읽을 수 있었다.
현재 중립국을 자처하는 국가들 전부를 쓸어버리며 제국의 속국 혹은 영토를 점령한다면 그 끝에는 서부의 열강이라 불리는 한 국가와 국경이 닿게 된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혹시 제국이 우리까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 국가의 뒤에 줄줄이 엮여있는 다른 국가들까지 긴장하게 될 터.
전문가들이라면 굳이 전쟁을 하지 않더라도 여기까지는 내다볼 것이 분명할 것이니 알렉시안의 움직임만으로 긴장감을 유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들까지 이용해서 최대한 그림을 잘 만들어봐.”
그렇게 말하면서 시종장과 친위대가 긁어모은 정보들을 건네주는 알렉시안.
전부 종말세력과 연관된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르센이 개인적으로 건네준 정보들 역시 델리아에게 건네주었다.
“여기에 나온 정보가 사실입니까?”
그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북서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일들.
그리고 동시에 죽음의 군단이라 불리는 언데드들.
전부 제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이고, 동시에 과거 대륙을 위태롭게 만들었던 신화 속 악마의 군대와 닮았다.
“엮을 수 있겠나?”
“예. 가능합니다. 다만 지금은 아니옵니다.”
“언제 터뜨리든 상관없어. 성과만 가져와.”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델리아가 굳은 표정으로 말하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는 자신이 직접 서북부를 향하면서 그들을 악마의 하수인으로 선언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가 있는데 굳이 자신이 이 유용한 무기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짐이 움직일 타이밍도 그대가 정하도록. 짐은 그대의 말대로 움직이도록 하지.”
알렉시안의 말에 델리아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방계에 선황비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는 죄인의 가문 출신이다.
그런 그녀에게 이 정도의 기회를 줄 줄은 예상조차 못 했다는 얼굴.
그 모습을 보면서 알렉시안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짐을 이용해서 성과를 극대화할 수만 있다면 마음대로 이용해라. 단. 짐이 납득할만한 성과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그 말에 델리아가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새로운 외무대신에게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건네준 알렉시안이 다시금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쟁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그에따라 준비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각 지역의 철로 공사.
지지부진한 서부의 이권 싸움 정리.
각 지역에 전쟁을 대비한 군수공장 시설 마련.
전쟁을 대비한 여러 프로젝트 앞당기기.
이 모든 것을 정리해야만 했다.
밑에 사람들이 일하기 쉽도록 자신이 어느 정도 정리해주고 가야 속도가 날 터.
본래는 자율적으로 시장경제에 최대한 맡겨볼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정도 기다렸으면 많이 기다려준 것 같은데.”
“···예.”
알렉시안의 말에 재무대신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국가 입장에서 최대한 이득이 되는 방안으로 가져와. 불만이 있다면 기회를 줬음에도 걷어찬 그쪽 동네 잘못이지.”
“그리 전하겠습니다.”
강력한 황권을 쥐고 있기에 가능한 횡포에 가까운 결정.
분명 추후 말이 나올 것이 분명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 밖에도 다소 불합리한 결정들을 내렸다. 스스로 올린 명예를 깎아 먹는 일이 되더라도 강행해야만 했다.
그렇게 강압적인 형태로 커트라인을 만들어 준 알렉시안.
자신이 없더라도 한동안 대신들 선에서 처리할 수 있게끔 만들어두자 기다렸다는 듯 외무대신이 찾아왔다.
“폐하.”
밤늦게 찾아온 델리아.
“이제 움직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좀 늦었군.”
알렉시안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델리아를 보며 말했다.
사실 그였으면 북서부 연합에서 나온 좀비 군단이 중립국의 국경 하나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쯤 움직였을 것이다.
실제로 죽음의 군단이라 불리는 언데드들이 주변국에 긴장감을 유발한 지는 오래되었고, 중립국 국경 일부를 점령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자신을 배려해서인지 델리아는 찾아오지 않았다.
“짐을 배려한 건가?”
“아니옵니다. 사전에 폐하께서 최적의 때에 무조건 찾아오라 명하셨습니다.”
“지금이 그 때라는 건가?”
“예.”
델리아의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본 알렉시안이 믿겠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제국과 손을 잡은 국가의 인근 야산에 언데드가 나타났습니다.”
그녀의 말에 알렉시안이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국경지역에 언데드가 나타나진 않았다고 들었다만.”
“그렇습니다. 다만 추후 위협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알렉시안은 델리아가 뭘 원하고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명확하게 분리하고자 하는 건가?”
“예.”
동맹국과 아닌 국가들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것.
델리아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것을 대륙에 보여주고자 함인 것이다.
알렉시안이었다면 ‘대륙 전체를 위해 제국이 칼을 뽑아 들었다!’라는 결정을 내렸겠지만 델리아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자국 우선주의’
‘동맹국 우선주의’
이것을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함이다.
중립국이 공격받는다고?
그게 뭐?
이렇게 무시하다가
고작 동맹국 인근에 언데드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 군대를 출정시킨다?
이 결정 하나로 주변국이 받게 될 충격은 장난 아니게 될 터.
그럴수록 제국의 입김은 더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알렉시안이 이끄는 중앙군이 활약할수록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서부 열강에 줄을 댄 반제국파 진영의 경우 현재 크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서야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연합세력을 구축해 도우려고 행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느리다는 것.
반면에 제국은 더 강력한 지원군은 더 빠르게 도우러 간다.
“나쁘지 않군. 출발은 언제하면 되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틀 내로 준비해서 출정식을 열겠다.”
그렇게 말한 후 곧장 시종장을 불러 준비하게끔 했다.
군부에서 중앙군을 차출하고,
알렉시안과 함께 이동할 근위대를 선별한다.
비밀리에 호종할 친위대와 인근의 정보를 수집할 정보부까지 이동한다.
동시에 서부와 북부에서 알렉시안을 지킬 병력 일부까지 지원받기 위해 다급히 연락을 취했다.
이 모든 일이 다급히 이뤄지고, 황제가 떠난다는 소식에 밤늦게까지 일하던 관료들이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와 마지막 결재서류를 산더미처럼 올려놓고 사라진다.
황제는 황제대로, 관료들은 관료들대로 바쁜 일정 속에서 마침내 공식적으로 외무부에서 발표가 이뤄졌다.
「제국의 동맹국에 대륙의 적이 나타났다. 제국은 절대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
「제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적을 조기에 제압하기 위해 중앙군이 움직일 것.」
「동맹국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이례적으로 황제폐하가 직접 군을 이끌고 출정할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소식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대륙을 강타했다.
일개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황제가 움직인다고?
당연히 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당장 언데드에게 고통받고 있는 중립국들 입장에선 달랐다.
“···부럽군.”
자국에서 고통받고 있을 국민들을 대신하여 제국의 수도에 온 기자 하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고작 조금의 이득을 얻고자 안보를 팔아먹은 자국의 상황을 보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 이득이 일반 국민들이 아닌 상류층에 한정된 것이라 더더욱 절망적이었다.
이벤트성으로 마련된 백마를 타고 움직이는 알렉시안.
그리고 그 뒤를 근위대장을 비롯한 근위대가 호종한다.
양 옆을 중앙군이 늘어서며 길을 만든다.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제국민이 모여서 알렉시안을 연호한다.
모두가 그의 축복을 빌어주기 위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던 민간신앙의 신을 부르짖는다.
‘자신들의 황제를 지켜달라고.’
그런 그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알렉시안은 새하얀 빛을 내뿜으며 말했다.
“금방 돌아오겠다. 그러니 그때까지 이 제국을 잘 지키고 있도록.”
알렉시안의 말에 화답하듯 그를 보기 위해 모인 모든 이들이 “예! 폐하!’라고 대답했다.
수도가 떨릴 것처럼 거대한 함성 속에서 군대와 제국민이 만든 길을 따라 성문을 나서는 알렉시안.
마침내 그가 동맹국을 위해 북서부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본 동맹국의 한 기자가 다급히 기사로 쓸 제목을 노트에 적어넣었다.
「제국은 동맹국을 버리지 않는다!」
아마 이 제목은 자국에서 황제가 성문을 나서는 장면과 함께 신문의 첫장 전체를 장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