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76
모든 것을 담아낸 그녀의 검이 일순간 사룡의 입에서 나온 섬광을 비틀더니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게끔 만들었다.
죽음의 위기에서 스스로가 가장 완벽하게 펼쳤다고 생각한 검술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겨우 사룡의 섬광을 비트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룡은 그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더 강력한 잿빛 섬광을 날렸다.
그 섬광을 보면서 피오라가 이를 악물었다.
피하면 자신은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녀를 위해 남은 부하들 태반이 죽을 것이다.
자신을 위해 남아준 부하들을 위해서라도 혼자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피오라가 오러를 끌어올리며 섬광에 맞서 싸웠다.
‘뭐라는 거지?’
멀리서 부하들이 뭐라고 외치는 것 같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입 모양을 보면 ‘검성’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가 거의 도착했다는 뜻일까?
어차피 자신이 사룡을 상대로 버텨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그렇기에 다시금 집중했다.
‘막지는 못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에 섬광을 비트는 데 집중했다.
쓸데없는 욕심 따윈 버리고 섬광의 방향을 틀기만 했는데도 그녀의 몸은 너덜너덜해져 갔다.
그럼에도 좋았다.
점점 힘이 빠지면서 완벽해 보이던 오러의 운용은 부자연스러워지고 검로 역시 망가졌다.
그러나 오히려 처음보다 더 쉬웠다.
분명 사룡은 빛의 결계가 깨지면서 영혼을 흡수하며 강해지고 있는데 왜?
이유가 뭘까?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막아내면서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완벽할 필요가 있나?’
힘이 빠질수록 그녀의 검술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녀의 오러의 변화 역시 엉망진창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난잡해진 오러의 참격들이 사방에서 뻗어 나오는 잿빛 섬광을 쉽게 비틀어냈다.
이번엔 반드시 죽이려는 듯, 수천 개의 잿빛 섬광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그것을 보면서 몽롱해진 눈을 한 피오라가 본능에 따라 검을 펼쳤다.
수천번을 휘두른 검에서 뻗어 나간 오러들이 섬광을 비틀어내면서 사룡의 힘을 통해 잿빛 폭풍을 만들어냈다.
잿빛 폭풍을 만든 것으로 모든 힘을 소진한 피오라가 주저앉았다.
‘이것으로 끝났으면···.’
간절하게 바랐으나 그런 그녀의 바람을 무시하듯 스스로의 힘에 포위된 사룡이 더 강력한 힘으로 폭풍을 찢어발겼다.
-감히!-
폭풍을 뚫고 나온 사룡이 대항할 힘조차 없는 피오라를 밟아 죽이려는 순간, 거대한 검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동시에 그녀의 앞에 한 남성이 나타났다.
“축하드리오.”
마치 일부러 기다려 준 것처럼 등장하는 검성.
그의 축하 인사를 받은 피오라가 멍한 눈빛에서 서서히 본래의 눈빛을 되찾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토록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벽이 깨졌음을.
그녀의 벽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신’이었다.
그 벽을 스스로 깨부수면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어째서 검성이 같은 마스터들 사이에서도 괴물이라 불렸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불완전한 힘이었지만 사룡의 힘까지 더한 폭풍마저 찢고 나온 괴물이었다.
그런데 검성은 일격에 사룡을 산맥 한구석에 처박히게 만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자신과 검성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남은 일은 나한테 맡기고 쉬시오.”
그 말에 피오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부하들의 부축을 받아 산 아래로 내려가는 피오라.
그런 그녀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길을 만들어주는 북부군.
비록 같은 북부군은 아니었으나 벽을 넘은 이는 그 자체로 존경받아야 마땅했기에 군례를 받으며 산을 내려갔다.
그러는 동안 검성은 조용히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용의 피가 탐나느냐?”
그 말에 부르르 떠는 검성의 검.
“썩 좋은 피는 아닌듯싶다만···.”
그렇게 말하며 산맥에 처박힌 사룡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용을 참살한 검은 상관없다는 용의 피를 원했다.
“확실히. 단순한 오러의 힘으로는 빠른 시간 내에 제압이 어렵겠어.”
아무리 힘빠진 용이라도 용은 용이다.
단단한 육체 자체는 진짜라는 듯 대륙 최강이라는 검성의 전력을 다한 일격조차 용을 죽이지 못했다.
그렇기에 검성이 직접 용살검을 용의 목덜미에 박아넣을 생각이었다.
-크아아! 죽여버리겠다!-
고작 인간의 검에 땅에 처박힌 것이 부끄러웠는지 지랄발광을 하는 사룡.
그를 위해 받친 제물을 모조리 흡수한 것은 물론 주변에 죽어간 인간들의 영혼들까지 모조리 흡수한 사룡이 검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자 그 역시 거대한 검을 만들어내며 대응했다.
피오라는 튕겨내는 것조차 어려워 겨우 경로만 틀었던 잿빛 섬광을 그대로 소멸시키며 사룡을 가격했다.
강대한 오러가 담긴 검이었으나 큰 타격을 입히긴 어려웠다.
마치 몽둥이로 때리는 것 같은 느낌.
예리함이 사라지고 거대한 몽둥이로 패는 듯한 느낌이다. 때리는 순간은 통쾌할지 모르나 검사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치명상을 입히진 못한다.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리다 보면 언젠간 죽겠지만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렇기에 용살검을 직접 박아넣어 뭉텅이로 살점을 갈라내는 검성.
-끄아아아!-
실시간으로 육체가 찢겨져나가는 고통에 사룡이 괴성을 질러댔다.
그가 언제 이런 치욕을 느껴보겠는가?
본래의 힘만 되찾았어도 이렇게까지 압도적으로 밀리진 않았을 터.
그렇기에 더 억울했다.
멍청한 인간들이 제대로 일만 했어도 이런 치욕을 느끼진 않았겠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다. 그의 전성기 시절에도 충분히 괴물이라 불릴만한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선 이대론 어려웠다.
이 괴물을 이기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자신이 괴물이 되는 것.’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폭주시켜 짐승같이 이성을 잃고 날뛰는 광룡이 되는 것.
아마 자신을 깨운 인간들 역시 그것을 원할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이곳에 ‘그들’을 데려오는 것이니···.
그걸 알고 있음에도 그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짐승이 되고자 했다.
이대로 개처럼 처맞다가 죽는 것은 짐승이 되는 것보다 싫으니까.
광룡이 되어 중간중간 겨우 이성이 돌아오는 용이 되어도 저 빌어먹을 인간을 죽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손으로 심장을 터뜨렸다.
콰득!
심장이 터지는 순간, 수많은 영혼을 제물 삼아 만든 심장이 터져나가면서 용의 육체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갔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원혼들이 울부짖으며 온갖 사념을 토해낸다.
그리고 그 힘을 토대로 짐승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이전처럼 잿빛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지도,
계산적으로 육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저 본능이 이끄는대로 움직이는 광룡이 된 것이다.
-그르르···.-
이성을 잃었는지 검은 눈동자와 함께 짐승 같은 소리를 내는 사룡.
그러나 힘만큼은 일시적으로나마 전성기를 흉내 낼 정도까지 강해진 것이 검성에게 느껴졌다.
동시에 산맥 전체에 종말세력이 그토록 원했던 대규모 언데드 군단들이 만들어졌다.
본능을 따르는 다수의 최상위 몬스터들 역시 광룡에 굴복하며 인간들을 향해 전진을 시작한다. 종말세력이 사룡의 육체조각을 심어 만들어낸 수많은 키메라 역시 본래의 힘보다 몇배는 강해져서 지상을 뚫고 나왔다.
거기에 더해···
“후···정말로 폐하의 말씀대로 흘러가는군.”
자신의 몸을 옥죄는 저주들.
죽음의 기운으로 온갖 저주들이 그를 옭아매는 것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오거라.”
그렇게 말하며 일부러 도발하는 검성.
모든 이성을 잃은 광룡은 자꾸만 알짱거리며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에게 홀리듯 그가 인도하는 곳으로 끌려들어갔다.
그리고 그 끝엔 북부군이 잠복해 있었다.
키이잉!
그의 목에 걸린 빛의 마나석.
그것도 알렉시안이 직접 만들어준 마나석이 빛을 발하며 사룡의 저주를 모조리 박살냈다.
곳곳에 박힌 빛의 마나석.
그리고 결계의 중심이 되는 거대한 빛의 마나석 옆에 엘로니안이 힘을 증폭시키며 일시적으로 빛의 영역을 만들어냈다.
알렉시안이 만든 것보다 빛의 세기도 약하고 범위도 작다.
하지만 이 영역 내에서만큼은 폭주하는 광룡조차 영향을 받을 정도로 상대방의 힘이 약화되었다.
가뜩이나 여유로운 검성에게 더 약화된 광룡은 긴장감조차 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쾅! 쾅!
고통에 발광하는 용을 여유롭게 상대하며 생각에 잠기는 검성.
‘만약 스스로의 힘만 믿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결론은 금방 나왔다.
“정말로 이곳이 내 무덤이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광룡을 바라보았다.
불완전한 힘으로 이 정도 힘을 내보이는 존재라면 온전한 힘을 갖추고 피오라를 상대했을 때와 같은 이성을 갖고 있었다면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를 옥죄었던 저주로 그의 힘을 지속적으로 깎아낸다.
언데드를 통해 북부군을 괴롭힌다.
강력한 몸뚱이로 전투를 장기전으로 끌고간다면?
패하는 것인 자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죽는다면 겨우 안정을 되찾은 소중한 제국이 다시 흔들릴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용살검을 받았다.
승리를 위해 빛의 마나석을 통해 광역 결계를 치는 것을 허용했다.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으니 편했다.
고작 자신의 욕심을 버린 대가가 ‘완벽한 승리’라면 얼마든지 내줄 것이다.
“좋군.”
그렇게 중얼거린 검성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한계 이상으로 압축된 용살검에 광룡의 살점이 또 한 번 잘려나가면서 피를 흩뿌렸다.
검사 개인의 욕심으로는 무기에 기대지도, 그리고 광역으로 설치되고 있는 빛의 결계에 의존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제국의 영광이다.
그렇기에 자꾸 재생하며 귀찮게 구는 멍청한 용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압도적인 승리!’
최소한의 피해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겠다는 다짐 하에 검성이 이지를 상실한 광룡을 몰아붙였다.
검성이 광룡을 말 그대로 압도하는 사이 북부군 역시 곳곳에 깔린 빛의 영역을 중심으로 몬스터를 상대하며 상성 상 우위를 가져갔다.
광룡에 의해 버서커가 되어 강제로 끌려온 몬스터 역시 종말세력의 키메라들처럼 빛의 힘에 닿는 순간 디버프가 걸린 것처럼 약화되었다.
반대로 인간들에겐 활력과 약간이지만 치유의 힘까지 담겼다.
이 차이만으로도 해볼만한 상황에서 미리 준비한 마법 함정들, 마도포를 비롯한 마법무구들로 인해 압도적인 전투가 이어졌다.
그렇기에 병사들의 마음에 방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쉬운데?”
“그러게. 별거 아닌데?”
압도적인 우위 속에서 치러진 전투에 마음을 놓고 있을 때 북부의 기사가 호통을 쳤다.
“방심하지마라!”
그의 호통에 병사들이 흠칫하며 다시금 무기를 잡을 때였다.
산맥 곳곳에서 지축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룡의 울부짖음에 이끌린 몬스터들이 남하하기 시작한 것.
몬스터 웨이브
사룡에 의해 부활한 언드데 군단.
거기에 종말세력이 북부산맥에 숨겨둔 사룡의 키메라 군단까지.
마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유례없는 규모의 적들이 개미떼처럼 북부군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북부를 중심으로 대륙 북부 일대의 몬스터들 다수가 광폭화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서부를 진군 중인 알렉시안에게 보고를 올리는 시종장.
분명 예상과 다르게 북부의 용과 몬스터를 압도적은 우위로 잘 막고 있는 북부군.
그러나 대륙 전체로 보면 상황이 좋지 않았다.
“광범위 보고는 여기까지. 당분간은 북서부에 집중하도록 하지.”
“예.”
시종장을 보낸 알렉시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멸망의 전조가 이래서 엿같은 놈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대륙의 해가 되는 쓰레기같은 놈이었다. 문제는 죽이는 순간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봉인이 최선이겠지만···.”
위치를 모르는 이상, 그리고 종말세력에게 주도권이 있던 상황에서 이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죽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건 곧 멸망의 시작을 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