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8
3. 털려면 마지막까지 제대로!
제국민들 사이에서 평가가 갈리는 와중에 각 지역에서 주요 인원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북부의 머리라 불리는 르센 참모.
그가 현재 국경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직접 수도에 왔다.
“폐하를 뵙습니다.”
절도 있는 모습으로 경례를 올리는 모습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마스터인 마르코와 함께 게임의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
마르코가 죽은 후 홀로 국경을 책임지며 마지막까지 버티던 인물이 바로 르센이었다.
“보고할 게 있다고.”
“그렇습니다. 폐하.”
그렇게 말하며 직접 품고 온 돌돌 말린 보고서를 두 손으로 알렉시안에게 건네주었다.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혼란에 대한 보고서였다.
「북서부 국경지대 정찰보고서」
「북부 위험지대 수색보고서」
「북동부 국경수비대 보고서」
사락! 사락!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함께 한참을 들여다본 알렉시안이 조용히 르센을 바라보았다.
“북부의 변종 몬스터, 북동부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출현. 하지만 전부 추측성뿐이군.”
“송구하옵니다. 정확한 증거를 찾는데는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다만 북서부의 국가들이 움직이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현재 케일 총사령관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압박인가?”
“예. 미진하오나 한동안은 잠잠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잠깐 고심을 하던 알렉시안.
“만약··· 더 밀어준다면? 그땐 어떻게 할 생각인가?”
“···예?”
알렉시안의 말에 그답지 않게 멍청하게 되묻는 르센.
“말 그대로 군대와 물자를 더 보내준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이야.”
“만약···그리해주신다면 국경 지역 사이에 있는 중립지대를 전부 점령할 것이옵니다.”
중립지대.
선황제 때 직접적으로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싶어하지 않는 국가들에 한해 영토 일부씩을 나눠 만든 중립지대였다.
현재는 무역으로 인해 도시국가 형태로 발전된 곳.
정복 전쟁을 벌인 선황제로 인해 망국의 자손들이 모인 곳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선황제가 드러눕고 난 다음부터는 슬며시 제국에 수작질하는 곳이기도 했다.
“경고성으로는 괜찮겠군.”
“예. 하오나 병력을 지원하실 수가···.”
“판은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나?”
알렉시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그 때, 늙은 시종장이 문 너머에서 말했다.
“폐하. 남부 해군 사령관이 도착했습니다.”
“들라하지.”
들라 하라는 말에 르센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보통은 내보내고 들여보내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이 있는데 들라 하라고 하는 경우는 딱 하나.
‘북부와 남부에 동시에 말할 것이 있으시군.’
곧이어 남부의 수장 마르코 공작이 안으로 들어왔다.
흠칫! 하며 놀라는 공작.
“예는 되었으니 앉게.”
“예. 폐하.”
공작을 르센 옆에 앉힌 알렉시안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대가 여기까지 직접 올라온 이유. 귀족파를 털어먹기 위함이겠지.”
“···.”
알렉시안의 물음에 마르코가 침묵했다.
“르센 그대도 마찬가지고.”
“···.”
둘 다 침묵하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알렉시안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장난일세. 즉위식 때 본 유약한 모습을 생각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온 것이겠지.”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약간의 침묵 속에서 불편한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는 두 사람.
자신들을 상대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줌은 물론이고, 황제로서의 카리스마 역시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었다.
‘즉위식 때 보았던 모습과는 다르다. 역시 선황폐하의 피가 사라진 것은 아니군.’
‘참모는 없다. 수도에서의 일은 전부 폐하께서 한 것이군.’
두 사람이 알렉 시안이 보인 모습을 평가하면서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언뜻 보면 카리스마로 찍어누르는 선황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알렉시안이 어떤 타입인지 열심히 생각할 때쯤,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다.
“남부군 병력 일부를 북부에 지원할 수 있겠나?”
“북부에 말입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르코에게 르센이 준 보고서를 던져주었다.
그러자 그것을 빠르게 읽어내려간 마르코.
“가능은 하옵니다.”
“좋군. 그냥 달라는 건 아니네. 북부에 지원하는대로 중립지대를 점령한 후 나오는 이득을 배분하지.”
그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마르코.
수도의 상권 일부를 떼어주는 조건일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수도의 일은 수도의 일. 북부에 지원하는 것이라면 북부에서 이득을 보아야 하는 법. 가능하겠나?”
“조율해보겠습니다.”
“좋아.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 중앙군도 지원해주고 싶은데 그러려면 판이 좀 깔려야 할 것 같네만.”
알렉시안의 말에 두 사람은 그제야 어째서 이런 말을 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수도에 온 김에 귀족파 좀 같이 털어줌이 어떠한가?”
“그건···.”
“으음···.”
직접 답을 하지 못하는 이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냥 해달라는 건 아닐세. 미리 보상을 얘기하자면 난 이번 숙청으로 비어버린 납품 상단에 관해선 관여할 생각이 없네. 황궁에 직접 납품하는 업체에 한해선 일정 부분 관여해야겠지만 그 외엔 공개입찰일세. 수도에 필요한 물품들 역시 다변화를 이루고자 하네. 마침 남부에 괜찮은 물품들이 많더군.”
그 말에 놀란 눈을 뜬 마르코.
황궁 납품 경우 이번 일이 있으니 황실이 직접 관리해야 부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충분히 이해 가능한 수준.
나머지가 공개입찰이 된다면···.
‘최소 5할. 그 이상도 먹을 수 있다.’
마르코가 눈을 빛내자 이번엔 르센을 바라보았다.
“군납 역시 손 볼 것이야. 중앙은 시작일세. 아! 마침 수도의 정비사업 역시 필요할 것 같더군. 북부가 그쪽 방면으론 괜찮다고 들었네만.”
제국 최대 군수산업을 가진 북부이기에 르센이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이 역시 전부 공개입찰일세. 비리를 명분으로 숙청했는데 또다시 비리를 묵인할 순 없지 않겠나?”
그의 말에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엄청난 기회를 준 것. 이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징징댄다면 자신들이 직접 그들을 처단할 것이었다.
이제 어떤 당근을 줄지 알려주었으니 대가를 말해야 할 때였다.
“북서부에서의 일을 키워보지. 가능하겠나?”
“어느 정도까지 키우시려는 것인지요.”
르센의 말에 알렉 시안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마침 내가 독살과 암습을 당할 뻔했네. 방계황족들은 나의 황권을 흔들려는 시도까지 했군.”
알렉시안의 말에 르센과 마르코가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폐하의 안위가 위험해진 상황에서 저런 군사적 준동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사옵니다.”
“또한, 선황폐하께서 돌아가신 후 대단위 비리가 이뤄진 것 역시 의심스럽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해주는 두 사람을 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아무래도 짐이 황위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 미진한 부분이 있었군.”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에게 넌지시 제안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대전회의를 열 생각인데 참석해주면 어떠한가?”
“폐하의 명이시라면 목숨을 걸고 따를 것이옵니다.”
“그것이 폐하의 뜻이라면 충심을 다해 따르겠습니다.”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물러나는 두 사람.
아마 돌아가는 즉시 각 파벌에 자신들의 생각을 전하기 바쁘리라.
짧은 대화였으나 영민한 둘이라면 자신이 선황처럼 황실에서 독식하려는 생각이 아닌 ‘중재자’의 위치에 설 것이라는 점은 예상했으리라.
그 시발점이 중앙에서 귀족파를 깎아내리는 것이라면 기꺼이 도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도 알아차렸으려나.”
알렉시안이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숙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야 귀족파에 한정된 숙청이지만 북부와 남부라고 꼭 마음에 드는 놈만 있지는 않았다. 되려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쓰레기 같은 놈들도 묵인해주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뭐···지금은 눈앞에 있는 놈만 조져야겠지.”
재상 그리고 선황비가 그리 쉽게 물러날 인물들이 아니다.
연타로 때려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후일을 대비하기 위해 선황비와 2황자가 서부로 떠나기로 했다.
말로는···
‘황위에 오르신 형님의 발을 붙잡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얼굴은 분함이 가득했다.
그러자 3황자 역시 떠날 준비를 했다. 게임 스토리 때보다 빠르게 떠나는 셈이지만 캐릭터 설명에 따르면 이 시기부터 미래를 위한 준비는 착착해 오던 놈이니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가질 터.
‘방랑기사를 만날지도.’
나중에 이 황위를 위협할 인물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
황족마저 다 떠나게 될 지금 남은 건 귀족파뿐이다.
조질 때는 확실히 조져야 뒤탈이 없는 법.
잠시 멈췄던 숙청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숙청으로 인한 공포를 가리기 위해 제국민들에겐 계속해서 당근을 던져줄 생각이었다.
제국민들에게 가장 확실하게 와닿게 하는 법은 바로 돈이다.
현금을 때려박으며 혼란스러운 제국민들은 안정시키며 뒤에서는 계속해서 숙청을 진행할 생각이다.
“어느 선에서 막아낼지 궁금하네.”
중앙에서 버텨보기로 한 칸벨리가 귀족파의 힘을 규합해 어느정도 선에서 지금의 숙청을 막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남부와 북부의 힘까지 보태진 이상 쉽지만은 않을 터.
두근!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으로 보아 이 몸의 본래 주인 역시 궁금한 듯 했다.
[진행률 81%]어느새 진행률 역시 상당히 올랐다.
알렉시안과 연관된 대부분의 시종과 시녀들이 죄다 조사를 받았다.
비밀리에 독살을 준비하던 선황비의 납품업체들 역시 싹 다 잡아 들였다.
황궁과 수도의 상권을 움켜쥔 상단 대다수를 털고 있는 중.
귀족파 출신 관료들 절반 가까이 털어냈다.
이제 남은 건 주요 인물들에 대한 처벌뿐.
“후···.”
찝찝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알렉시안.
주요 인원들에 대한 처형식을 시작으로 미뤄두었던 귀족들의 재판 역시 이뤄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저 진행률 역시 대부분 채워지리라.
“잡생각은 나중에. 일단 귀족파를 터는 데 집중하자고.”
심장에 머물고 있을 본래 몸의 주인에게 그렇게 얘기하고는 억지로 눈을 감았다.
다음 날, 귀족파가 꽉 잡고 있던 상권에 남부가 정식으로 도전장을 던진다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비리가 아니라면 납품가의 반값에도 가능!」
남부만이 아니었다.
「북부 기술협회! 중앙의 공사대금은 죄다 거품이 꼈다. 1/3에 완공할 수 있다!」
북부까지 나서며 귀족파를 두들기기 시작하자, 그걸 시작으로 각 지역의 파벌들이 너도나도 끼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르센이 공식적으로 북서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군부대신을 통해 보고를 올렸다.
「북서부 국가들의 군사 준동. 황제 폐하의 암습시기와 일치한다. 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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