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80
알렉시안이 북서부의 변절자들을 섬멸했음에도 북부의 상황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해야 할까?
사룡이 죽은 이후 북부에 쌓인 수 많은 몬스터의 뼈들이 언데드들로 되살아나거나, 원혼이 되어 돌아다니는 이들이 살아있는 생명체에 빙의하는 상황이 늘어만 갔다.
그래도 이 사태를 만든 원흉 중 하나가 섬멸된 건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었다.
한가지 신기한 점은 처음엔 ‘제국이 승리했다!’라는 소식엔 무미건조한 반응이었다.
‘북부에서 검성이 사룡에게 승리했다!’
이 사실이 더 크게 알려질 정도였다.
멸망의 전조를 이겼으니 크게 알려질 정도였으나 북동부의 대수림 연합과 아드리안의 동부군이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낸 것이 더 빠르게 소문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알렉시안이 북서부의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알리라 했으며 그들을 그렇게 만든 종말세력에 관한 부분을 부각시키라 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알렉시안과 제국군의 승리에 관한 상세한 소식은 오히려 동맹국의 입을 통해 더 자세히 알려졌다.
「압도적인 승리!」
「영웅이 된 황제!」
동맹국의 이러한 발표에 처음엔 서부국가들은 제국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후방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자 여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검성에 비견된다 하더니 역시··· 무지막지하게 강하군.”
“그러게.”
근소하게 검성이 우위라 평가받긴 하지만 누구도 근위대장의 강함을 무시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영상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근위대장에 대한 감탄은 잠시뿐이었다.
“기사들의 힘을 아끼기 위함인가?”
“그렇다해도 황제란 위치에 있으면서 어떻게 선봉을···.”
수많은 언데드 군단을 뚫고 나가는 그 선봉에 황제가 있었다.
정복을 좋아했던 선황조차 압도적인 우위가 아니면 직접 선봉에 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데 알렉시안은 선봉에 섰다.
그것도 기사들의 힘을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게끔 하면서···. 그로 인해 적의 결계가 비축된 기사단에 의해 뚫렸다.
더 대단한 것은 뒤에 오는 병사들, 그리고 앞에 싸우는 기사들을 위해 부순 성문에 서서 모든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점이었다.
두 마스터가 적의 핵심 전력을 꺾고 기사단과 병력들이 적들을 상대로 분전을 할 때 마침내 빛기둥이 내려오고 전설에서나 기록된 용사처럼 빛의 힘을 퍼뜨려 적을 쓸어버린다.
“조작된 거 아니야?”
이런 의심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영상.
그러나 모두가 말한다.
실제론 영상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고.
동맹국만이 아니었다.
서부국가에서 온 용병들, 일부 서부 열강들의 기사들 역시 보았고 같은 의견을 내었다. 그렇기에 영상에 나온 광경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국군에서 촬영한 영상도 공개되었다.
마도구의 질의 차이 때문인지 훨씬 선명한 영상이 제국 광장의 거대 영상구를 통해 보여졌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알렉시안이 정말로 영웅적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 확인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개로 나뉘었다.
제국민들에겐 이런 황제가 제국을 이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타국에겐 평범한 자신들의 왕과 다른 황제에 대해 부러움을.
그러한 상황에서 제국은 또 다른 발표를 했다.
「대륙 남부에 또 다른 대이변의 조짐이 보인다!」
북부만으로도 골치 아픈 상황에서 또 다른 이변이 있을 것이라는 것.
사실 이는 예견된 것이다.
북부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남부도 일어났었으니까.
「이변의 중심엔 종말세력이 있다!」
이러한 사실에 서부열강들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룡이 죽고 난 후 서부쪽에도 막대한 피해가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남부마저 이변이 일어나는 것을 묵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제국조차 종말세력을 완전히 찾아내지 못하는데 다른 국가들이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지는 않았다.
몇몇 전문가들은 그래도 기존과 달리 제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들 했다.
하지만 알렉시안이 보기엔 늦었다.
이미 종말세력은 멸망의 전조를 부활시키기 전부터 대륙 곳곳을 오염시켜 두었다.
제국처럼 빛의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이상 모든 곳을 정화시키긴 힘들다.
동부 역시 사장되다시피 한 주술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음에도 오염된 대지를 제대로 정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도왕국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그들 역시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았다.
무엇보다 들어가는 마나석과 마법사를 고용하는 비용에 비해 효율이 좋지 않았다.
“다들 고생이군.”
북서부의 한 도시에서 보고를 받고 있는 알렉시안이 혀를 찼다.
제국이 손을 내밀었을 때 잡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만 이젠 늦었다.
“폐하.”
“들어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알렉시안이 들어오라 명했고, 곧이어 시종장이 한아름 보고서를 들고 들어왔다.
“여기 성지에 관한 입찰목록입니다.”
시종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다들 큼지막하게 부르는군.”
알렉시안이 하늘문을 열면서 만든 거대한 빛기둥.
그것은 하루가 채 지나가기 전에 사라졌지만 빛의 힘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무너진 성벽의 벽돌 하나하나,
건물의 잔해더미,
요새에 있는 모든 물건들까지.
빛기둥의 영역에 있던 모든 것들이 빛의 힘이 스며들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것에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제국군 단독으로 적들을 섬멸하였기에 그에 대한 모든 권리는 제국에 있었으며, 빛기둥을 만들어 낸 것은 알렉시안이기에 그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동맹국만 따로 분류해놔.”
“이들에게만 판매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럴리가.”
시종장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선 협의권을 주려는 것 뿐이야.”
우선적으로 일정량을 계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협상’할 권한을 주는 것 뿐.
“동맹국이니 어느정도 사정을 봐주긴 하겠지만 다른 국가들과 너무 차이나면 곤란하지 않겠어?”
“그리 전해두겠습니다.”
“재무부에 연락해서 이쪽으로 고위 관료들 파견하라고 해.”
“예.”
이 역시 압박할 수단이다.
고위층이 대략적으로 협의한 후 실무진들의 협의로 넘어가는 것보다 처음부터 실무진부터 협의를 시작하면 난항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그러니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급할 거 없으니 천천히 하라고 해.”
“예.”
알렉시안의 말에 시종장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국 입장에선 ‘사라지지 않는 빛기둥’이 있으니 급하지가 않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도 그럴까?
빛기둥은 사라졌다.
잔해에 남아있는 빛 역시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을 뜻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많은 양이 남아있을 때 계약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럼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지 구경해보자고?”
알렉시안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시종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타국의 인사들이 저 미소를 보았다면 ‘악마의 미소’ 불렀을만큼 사악하게 느껴졌다.
시종장이 느꼈던 것처럼 알렉시안의 답을 들은 타국의 인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나마 이들은 괜찮았다.
문제는 동맹국이다.
“이건 정말 너무한 것 아닙니까?”
“우린 동맹국 아닙니까!”
동맹국에서 온 한 왕이 분통을 터뜨렸다.
제국이 압박을 받을 때 자신들이 동맹을 해준 은혜를 이렇게 갚는다고 생각하니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다들 잊고 계신 것 같소.”
한 늙은 왕의 말에 동맹국의 왕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역시 한때는 제국을 압박하던 국가들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오.”
그 말에 한 젊은 왕이 반박했다.
“그래도 우리가 합류한 덕분에 제국이 위기를 넘긴 것 아닙니까?”
“맞소. 그러니 이렇게 먼저 기회를 준 것 아니오?”
그렇게 말하며 한쪽을 바라보았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얘기를 하고 있는 이들.
그들은 초기에 제국에 협력하기로 결정한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에게 했던 제안과 저들에게 한 제안이 다르다는 것을.
“제국은 잊지 않았소.”
자신들이 당했던 것을 잊지 않았음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 것임을 알기에 다들 표정이 구겨졌다.
“아니! 우리 덕분에 북서부를 수월하게 점령한 것 아닙니까?”
“수월하게라···. 정말 우리 도움이 필요했다고 생각하오?”
늙은 왕의 말에 다들 미간을 찌푸렸다.
“제국이 우릴 도와준 것이오.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국토 안에 언데드들이 바글거렸을 것이오.”
이들 역시 연합군이 언데드 군단을 상대로 어떠한 전투를 벌였는지 알기에 입이 다물어졌다.
그러나 이곳은 동맹국이 모인 자리.
늙은 왕의 말에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
“말씀하시는 것만 들어보면 제국의 속국이라도 되는 것 같소?”
빈정거리는 듯한 젊은 남자의 말에 늙은 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비슷하오.”
“무슨···.”
“우리 쪽은 제국에 특별한 제안을 할 생각이오.”
국가간의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는 것.
또한 제국이 서부와 거래하기 쉽도록 무역기지가 되기 위해 모든 편의를 봐줄 생각이다.
“그건···정말로 속국이나 다름없지 않소?”
한 남자의 말에 늙은 왕이 피식 웃었다.
“비슷하오. 하지만 우린 이리 결정을 내렸소.”
그렇게 말하며 웃으면서 토론을 하고 있는 쪽으로 등을 돌린 노인.
그가 동맹국에서 온 관료들을 생각해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
“앞으로 제국의 도움 없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오?”
그의 물음에 다들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번 언데드 군단을 보면서 느꼈다.
남부 쪽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 때는 정말로 제국없이는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고.
거기에 앞으로 제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것이다.
마광석만이 아니었다.
개혁을 거듭하고 있는 제국은 더 부강해질 것이며 그들의 기술력은 자신들을 압도할 것이다.
“하아···.”
한 왕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많은 의미가 함축된 한숨이었으나 누구하나 답하는 이가 없었다.
노인이 저렇게 말해준다는 것은 사실상 자신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저들과 똑같은 제안을 한다 한들 제국은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부럽군.”
제국이 부러운 것을 넘어 제국에 찰싹 달라붙어 기생하고자 하는 국가들마저 부러웠다.
그리고 그 부러움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자 더더욱 크게 느껴졌다.
“폐하. 언데드 군단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사정을 봐주십시오.”
“동맹국이라 편의를 봐준 것이오.”
사정을 봐달라 간청하는 왕을 보면서 알렉시안은 조용히 서부국가들이 보낸 제안서를 보내주었다.
족히 두배에서 세배 이상까지 써낸 국가들까지 보였다.
그나마 동맹국이라고 싸게 제안한 것이라고 말하는 알렉시안.
이것마저 받지 못하겠다 한다면 우선권이 사라질 것이다. 심지어 우선권으로 계약할 수 있는 물량은 그리 많지도 않았다.
나머지 물량은 온전히 공개입찰로 돌릴 것이라 말하는 알렉시안.
“으으···.”
북서부를 구한 영웅이거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악마처럼 보이는 알렉시안.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싸인을 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계약서에 싸인을 하자 다른 계약서들을 건네주는 알렉시안.
“아니 이것은 또 뭡니까?”
계약서들을 살펴보는 동맹국의 왕이 경악한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빛속성 각성자 고용계약서」
「빛속성 증폭기」
「빛속성 정화마법 시설물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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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 전부가 따로란 말입니까?”
“그렇소.”
막대한 돈을 지불하는데 그게 고작 빛을 품은 쓰레기를 구입하는 비용에 불과했다.
“북서부에는···.”
“그건 대륙을 위해 제국이 봉사한 것이고. 언제까지 부하들에게 봉사만 하라고 강요할 순 없지 않겠소?”
“하지만···.”
“이건 제국이 관여할 것이 아니오. 각 업체들을 대신해 짐이 계약해주는 것일 뿐.”
그 말에 부들거리는 동맹국의 왕.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