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81
우선권을 가진 동맹국 왕들을 차례대로 만나가면서 악랄한 계약을 체결한 알렉시안.
그러나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건 정말···.”
“싫으면 말게.”
동맹국처럼 국왕이 온 것이 아닌 관료가 왔기에 하대를 하면서 오만하게 지켜보는 알렉시안.
마치 ‘너 아니어도 할 국가 널렸어!’라는 식으로 바라본다.
“금액이야 맞춰드릴 수 있다곤 하지만 물량이 너무 적습니다.”
이미 동맹국에 어떠한 금액으로 물량을 넘겼는지 아는지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서부의 관료.
그를 보면서 피식 웃은 알렉시안이 말했다.
“모든 계약을 끝마치면 남은 물량은 공개입찰로 진행할 것이다.”
“허···.”
“파기될 일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혹시라도 파기된다면 그 물량 역시 공개입찰로 넘기도록 하지.”
그 말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 서부국가의 관료.
하지만 그 표정이 굳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동맹국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수많은 계약들을 개별적으로 계약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지가 있을 리 없었다.
“효율은··· 확실히 좋군.”
빛기둥에 의해 변질된 건물 잔해 하나가 본래 마광석이 들어가야 할 장치에 들어가 빛의 마나를 뿜어내자 순식간에 오염된 대지가 정화되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마광석처럼 효율은 높지 않았다.
마광석처럼 언데드들을 약화시키지도,
효율 좋은 에너지로 변환할 수도,
아군에게 이로운 효과를 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단순 오염된 대지를 정화하는 것 정도는 충분했다.
알렉시안이 직접 참관한 자리에서 시연하고 증명까지 했는데 더 말이 나올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밖에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있었다.
북서부 국가들이 전부 멸망했다.
중립국 다수가 한꺼번에 멸망했다.
그로 인해 빈 땅이 상당히 많았다.
약속대로 동맹국들이 점령한 땅은 쿨하게 넘겨주었지만 언데드를 점령하면서 올라가느라 그리 많지 않다.
나머지는 전부 제국이 언데드 군단을 박살내면서 처리했다.
특히 북서부 국가들 같은 경우 제국군이 혼자서 싹 다 정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알렉시안이 동맹국 왕들을 불러모아 지도를 펼쳐보이며 말했다.
“우린 여기까지만 먹겠다. 이곳도 모든 거래가 완료된 후 입찰을 통해 넘겨주도록 하지.”
그 말에 동맹국 왕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제국에서는 북서부로 이어지는 길목 일부와 주요 요새 일부만 가지려 한다.
중립국 중에서는 서부로 이어지는 요충지를 제외하고 전부 동맹국들에 양보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아니. 이 금액이 맞습니까?”
알렉시안에게 묻는 동맹국의 왕.
“올바르게 책정한 것이오.”
“하지만···.”
거의 한 국가의 1년 예산을 넘는 금액들이 적혀 있었다.
그나마 그곳들은 아직 완벽하게 정화되지 않은 땅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곳이었다.
알렉시안에 의해 정화된 북서부 땅의 경우 몇 년 동안 빚을 내도 다 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금액들이었다.
“이 금액은 너무한 것 아닙니까? 차라리 제국이 전부 가지고 싶다 하십시오.”
제국이 자신들에게 땅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생각한 한 왕이 불만을 내뱉었다.
그러자 알렉시안이 그를 보면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국은 이 이상의 땅이 필요 없소. 과한 금액이라고 생각들 하는 것 같은데··· 이 금액이 책정된데는 짐의 노력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오.”
“무슨 말씀이시온지···.”
“짐이 직.접 이 땅을 정화하지 않았소?”
“아···.”
알렉시안의 말에 그제서야 의미를 알아들은 한 왕이 탄성을 내뱉었다.
“아! 물론 짐도 이 금액을 한번에 받으려는 것은 아니오.”
그렇게 말하며 걱정말라는 듯 동맹국 왕들을 안심시키는 알렉시안.
“세부적인 것이야 관료들이 논의하겠지만 제국측의 제안들을 받아들여 준다면 금액이야 다소 낮춰줄 가능성이 있을 것이오.”
알렉시안이 웃으면서 말했지만 동맹국 왕들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그가 내민 제안서를 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먼저 제국에 이런 제안을 했다면?
지금과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들은 늦었다.
타이밍 늦지 않게 막차를 찬 늙은 왕을 떠올린 동맹국 왕들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앞으로 이 이상 영토를 쉽게 늘릴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 당장 늘려야만 했다.
‘병신들.’
결국 싸인을 한 왕들을 보면서 혀를 차는 알렉시안.
멸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아는 그였기에 이들의 선택에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선택으로 그들은 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터.
“후···대충 끝났나?”
각 국의 수장이 정할 수 있는 일들은 대략적으로 끝났다.
남은 것은 실무자들이 해야 할 일들 뿐이다.
왕들이야 황제와 담판을 지은 덕분에 싸게 영토를 얻었다고 생각할테고, 서부국가들 역시 자신들이 알렉시안을 구워삶았기에 그나마 싸게 산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알렉시안이 나름대로 사정을 봐주기도 했다.
저녁에 따로 찾아와서 무릎 꿇고 좀만 깎아달라고 비는 자들부터, 돈을 바로 드릴 테니 물량을 조금만 더 달라고 하기도 했다.
알렉시안은 통크게 그 제안들을 받아들여 주었다.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제국에 지금 당장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개입찰까지 진행하시겠습니까?”
“아니. 그건 중앙에서 관료들이 도착하면 그때 하는 것으로 하지. 급하진 않으니까.”
이미 빛이 깃든 쓰레기들을 각국으로 보낼 준비가 끝난 상황이다.
돈만 들어온다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을 터.
한동안은 이 물량을 각국으로 움직이기도 바쁠 테니 공개입찰은 천천히 해도 되었다.
지금 당장 제국이 필요한 돈은 어느 정도 챙겼으니 나머지야 급할 거 없었다.
“자비는 여기까지만 하지. 나머지는 관료들 선에서 처리해.”
“예. 폐하.”
고개를 숙이는 시종장을 보며 알렉시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동안 험지에서 고생했네. 이제 그만 돌아가지. 황궁에 복귀하는대로 그대는 휴가부터 쓰도록 하고.”
“제 휴가는···.”
“늙은 몸으로 무리하는 거 아니라고 했네. 반론은 받지 않을 테니 휴가나 쓰게.”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막사를 나와 근위대장에게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정리는 그대에게 일임하도록 하지.”
“예. 폐하.”
중앙군이 빠진 자리를 온전히 서부군으로 채워야 했기에 서부사령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 알렉시안.
“적당히 정리되면 궁으로 복귀하게.”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들은 프랑코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검을 갖기엔 쉽진 않을걸세.”
“후···.”
알렉시안의 말에 작게 한숨을 쉬는 프랑코.
그런 그를 보면서 피식 웃은 알렉시안이 그를 뒤로 하고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피오라···.”
북서부 전투가 끝나고 피오라의 활약을 들었다.
검성이 죽인 사룡의 힘을 약화시키는 임무를 훌륭히 해낸 것을 넘어 사룡이 깨어나는 것조차 방해한 공적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기어코 벽을 뛰어넘은 이.
그에 반해 자신은 뭔가 아쉬웠다.
“욕심을 부렸어야 했나?”
근위대장에게 넘겨 준 마스터급 존재.
자신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것 같지만 근위대장처럼 압도적으로 죽일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본인조차도 ‘글쎄?’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쉽지 않군.”
그렇게 말하며 혀를 차는 프랑코.
역사에 길이 남을 알렉시안 황제의 ‘첫 번째 검’에 대한 욕심에 아쉬운 한숨을 내뱉을 때, 알렉시안이 제국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황급히 달려오는 각 국의 사신들과 국왕들.
그들이 시종장에게 제안서를 들이밀며 전달해달라고 간청하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제국에서 마광석을 사고 싶다는 제안서입니다. 총 18개국입니다.”
“그 건은 제국에 돌아가고 나서 논의하도록 하지.”
제국은 급하지 않다.
급한 것은 제국을 압박하던 다른 국가들일 뿐.
주도권을 쥔 것은 제국이기에 여유를 갖고 대할 것이다. 저들에겐 안타깝게도 앞으로 이 주도권은 쭉 이어질 예정이다.
거기에 지금이야 마광석에 한정되어 있을 뿐 앞으로 많은 것들을 원하게 될 것이다.
“마정석 순도를 높이는 작업은?”
“목표치까지 4할 정도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계속 진행하라고 해.”
“예.”
지금까지 마광석은 기존의 마나석을 이용해서 빛의 마나로 변환시키는 비효율적인 작업을 했다.
그러나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마나석을 가공해 정순하게 만든다음 빛의 마나를 때려박으면 어떻게 될까?
순도 높은 마나석이 나오지 않을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 넘어야 할 난관이 많았지만 돈을 때려넣는다면 언젠가는 완성될 것이다.
“정화마법 관련해서도 연구 계속하라고 해. 마광석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긴 어려울거야.”
“그리 전해두겠습니다.”
북서부 원정이야 자신이 직접 친정을 했으니 빠르게 해결되었지만 앞으로도 모든 곳을 이렇게 처리할 수는 없었다.
거기에 수도에서 생산할 수 있는 마광석도 한계가 있을 터.
“폐하.”
“음?”
“여기 중앙 마탑에서 보내온 서신이옵니다.”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알렉시안.
「폐기된 마나석을 활용한 정화용 마광석 개발착수」
“아···.”
알렉시안이 북서부의 빛을 품은 건물 잔해들을 팔아먹는 것을 보면서 마탑에서도 이것을 활용할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상급 마나석이야 비었다고 해도 빛을 채우면 쓸모는 있겠지만 여기서 말한 폐기된 마나석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마도구에 들어간 가공된 소형 마나석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마나석들을 말하는 것이다.
본래라면 한곳에 모아 쓰레기처럼 버려졌어야 할 빈껍데기들이었으나···
오염된 대지를 정화하는데 사용한다면?
혹은 오염된 힘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몸에 지니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가서 직접 명하려 했더니 이미 착수 중이었나?”
“이 건은 개발속도가 빠른 듯 합니다.”
“어려운 기술은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진한 미소를 짓는 알렉시안.
“이쯤 되면 불쌍하군.”
저들도 귀가 있으니 본래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남부의 소식을 들었으니 대비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알면서도 사야만 할 것이다.
이들에겐 안타깝게도 제국에 복귀하는 순간 알렉시안은 외부에 관한 일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개입할 생각이다.
즉 이번 계약이 차라리 나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시종장에게 말해두었다.
“사정 봐주지 말고 처리하라고 해.”
“예.”
시종장의 대답을 들은 알렉시안이 빙그레 웃으면서 마력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 거래로 압박을 받으며 동맹국을 만들기 위해 손해봤던 것부터 북부 전역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한 비용을 전부 복구했다.
이제부터 할 계약은 전부 이득이라는 것.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예정인 알렉시안은 한아름 쥐고가는 돈으로 무엇부터 개발할지 행복한 생각을 했다.
그걸 증명하듯 거지같은 도로로 인해 덜컹거리는 차 속에서도 알렉시안의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악마같은 놈.”
한 동맹국의 왕이 멀리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알렉시안이 탄 마력차를 바라보면서 이를 갈았다.
그런 국왕에게 한 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앞으로가 문제요.”
“무슨 말이오?”
“떠나기 전에 대놓고 나한테 말하더이다. 이번엔 사정을 봐준 것이라고.”
그 말에 악마 같은 놈이라고 욕하던 왕이 멍하니 알렉시안이 탄 마력차를 바라보았다.
그곳을 향해 가래침을 뱉은 남자가 이를 갈며 말했다.
“악마는 무슨··· 악마란 이름도 아깝소. 저 새낀 양아치요. 양아치!”
그의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그런다고 그들의 처지가 달라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