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86
25. 밀려있는 숙제 해결!
항상 몬스터들을 경계하며 살아가는 북부인들이기에 북부에서 태어나는 즉시 4년간 복무를 해야 하는 의무에 따라 끌려 나온 자들.
죄를 지었기에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끌려간 형벌부대.
본래라면 이들이 대전에 상을 받으러 오는 일은 없었다.
의무, 그리고 자신의 죄를 삭감하기 위한 것이기에 명예로운 자리에 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렉시안을 달랐다.
과는 과, 공은 공.
이들의 의무를 삭감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대신 공을 세운 것 역시 명확히 따져서 보상해준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의무’라는 제약에 묶여 곳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들.
이들에게도 알렉시안은 합당한 보상을 보다 편하게 보상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고자 한 것이다.
‘이것으로 밀린 숙제는 끝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엘로니안을 향해 다가갔다.
“그대들은 강압적인 의무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북부를 지켜냈다.”
치하하는 말과 함께 한명씩 훈장을 달아주는 알렉시안.
마지막으로 앞으로 나선 엘로니안.
르센과 함께 북부에서 1등공훈을 세운 엘로니안이기에 단순히 훈장을 달아주는 것을 넘어 특별한 보상을 주고자 했다. 그렇기에 물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하라. 설령 그것이 황족으로 복권이라도 들어주겠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나 모두가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릴 만큼 엘로니안의 활약이 컸다.
본래라면 처음 빛기둥에서 빛의 힘을 때려 박는 것으로 끝났을 실험이 끝끝내 버텨준 덕분에 몇번이나 개조를 당하면서 막대한 빛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인해 북부로 향한 수 많은 빛속성 각성자들 전부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활약을 해주었다.
사실상 요새를 지탱하는 특급 마광석을 감당할 수 있는 건 그밖에 없었고, 그 마광석으로 최전선으로 향해 요새와 같은 진형을 만들어준 것이니 엄청난 활약을 한 셈이다.
거기에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지 치유, 결계생성, 정화등 서포터까지 더해져 수 많은 북부군을 살렸다.
그러나 이것은 북부군만 아는 사실일 뿐.
여전히 수도에서는 엘로니안의 공훈에 불신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러다간 엘로니안과 함께 온 자들까지 명예가 실추될 수 있기에 엘로니안의 성과를 대전안에 있는 영상구를 통해 보여주었다.
「북부 3요새 방어전 1등공훈」
「북부 산악토벌전 3등공훈」
「북부 사룡토벌전 2등공훈」
「북부 퇴각로 확보작전 1등공훈」
「북부 1요새 방어작전 2등공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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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룡 토벌전에서 엘로니안이 이룩한 전투성과들이 영상구를 통해 나오고 있다.
단순히 내용만이 아니다.
실제로 영상으로 엘로니안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잠깐이나마 나왔다.
요새에서 거대한 마광석을 증폭시키는 장면.
온 몸이 떨리고 피를 토하면서도 끝끝내 버티면서 빛을 증폭시켜 영역을 전개하는 엘로니안.
토벌전에서 퇴각로를 만들기 위해 엘로니안을 지키는 북부군.
그런 그들의 희생을 발판삼아 이를 악물고 결계를 만들어 낸 엘로니안.
수 없이 몰려드는 몬스터 군단을 상대로 빛속성 각성자들과 함께 대규모 빛의 영역을 전개하는 엘로니안.
그 과정에서 단 한번도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속이 뒤틀리고 온몸이 삐걱거린다.
그럼에도 그 모든 걸 버티고 북부를 지켜내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렇기에 알렉시안도 인정을 하며 그를 1등공훈으로 추천한 르센의 말을 들어준 것이다.
“진···짜였다고?”
“굉장하군.”
무력적인 강함은 아직 부족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앞으로 싸움에서 북부에 절대적인 역할을 할 사람이라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달라지는 시선에도 엘로니안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미간을 더 찌푸렸다.
마치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이라는 듯’.
“소신이 원하는 것은 한가지이옵니다.”
“말하라.”
황족으로의 복권하리라 생각하던 사람들.
그러나 엘로니안은 달랐다.
“저와 함께 싸우다 죽은 전우들도 위령비에라도 이름을 새기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그 말에 알렉시안이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황족으로 복권을 해 그들에게 사적으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
알렉시안에 의해 개처럼 뚜드려 맞고 있는 황족이지만 여전히 권한은 강했다.
그가 복권해 개인적으로 그들을 보상해주면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엘로니안의 생각은 달랐다.
“보상은 될지언정 명예는 없을 것입니다.”
“명예라···.”
엘로니안의 입에서 명예라는 단어가 나오자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북부군과 같은 곳에 이름이 새겨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구석진 곳이라도 좋습니다. 이들이 이 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그 말을 한 엘로니안의 표정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그와 같이 훈장을 받으러 온 이들 중 다수는 북부의 의무에 따라 강제징병 된 이들이다.
그렇기에 보상을 받지는 못할지언정 대규모 전쟁에 참전하면 기념비에 이름이 적힌다. 전사할 경우 위령비에 이름이 적히며 그들의 가족은 당대에 한해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형벌부대는 그런 것이 없었다. 죗값을 갚아야 하는 처지이기에 죽는 순간 그 죄를 사해줄 뿐 어떠한 명예도 가져갈 수 없었다.
그렇기에 북부에서 수도로 오는 내내 엘로니안의 마음이 무거웠다.
황족 혹은 명문가 출신의 형벌부대원 같은 경우 죽으면 데려갈 가족이라도 있다.
그러나 평민들은?
자신의 가족이 전사했는지조차 뒤늦게 알려준다.
시신 역시 형벌부대이기에 가장 후순위로 처리되며 어떤 때는 그냥 내버려두고 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가족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 형벌부대 출신의 가족들은 명예롭게 전사했어도 평생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산다.
‘가족들이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죽었다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서 그들의 마음의 짐이 덜어졌으면···.’
죽기 전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던 이들.
‘전 가족이 없어서 제가 죽으면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네요.’
어릴 때부터 좀도둑으로 생활하며 결국 형벌부대로 끌려온 도둑.
결국 그는 죽었고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다.
범죄자는 고쳐쓰는 것 아니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많은 범죄자들이 재범을 저지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적어도 알렉시안에 의해 바뀐 제국이라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그들이 이대로 이름없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황족으로의 복권을 포기하고 그들의 이름을 위령비에 새길 것인가?”
“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는 엘로니안.
그런 그를 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마.”
그것으로 끝이었다.
고작 형벌부대의 이름이 기념비 혹은 위령비에 이름을 새기는 것.
그것으로 황족으로의 복권도, 형벌부대에서 벗어나 북부의 고위장교가 되는 것도 전부 포기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엘로니안은 후회하지 않았다.
“괜찮습니까?”
대전 밖으로 나와 대기석으로 돌아오자 걱정스레 묻는 북부의 병사
같이 온 모든 이들이 받은 훈장조차 받지 못한 엘로니안.
그러나 엘로니안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어.”
“적어도 형벌부대만이라도 벗어나시지···.”
“두가지를 원했다면 안 들어줬을거다. 이것으로 충분해.”
어차피 죗값은 전부 받을 생각이었다는 듯 말하는 엘로니안.
형벌부대에게 명예를 안겨다주는 것은 알렉시안에게도 무리가 되는 일일 터.
그렇기에 오직 한가지만 청했다.
그 청을 받아들여 주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서부의 부활도 이루어졌고, 같이 싸운 전우들의 명예도 챙겼으니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렇게 엘로니안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전 밖에 설치된 영상구를 바라보았다.
북부의 공훈자들에 대한 보상이 끝났음에도 여러 절차가 남아있었다.
함께 싸운 타국의 사람들 역시 훈장을 수여하거나 소정의 보상을 하는 등의 절차들이 진행되었다.
지루한 절차들이 끝나고 마침내 마지막 절차가 진행되었다.
바로···
여러 국가들이 종말세력을 공통의 적으로 표명하며 알렉시안과 함께 동맹을 체결하는 것.
“이것으로 대륙은 종말세력에 한해서는 협력할 것은 선언하노라!”
알렉시안이 대표로 선언을 했고, 대회의의 끝을 알리듯 폭죽이 터져나왔다.
폭죽과 함께 짧은 축제가 시작되고, 각 국에서 온 사신들을 위한 연회장이 마련되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있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 뿐이었다.
실제로는 눈을 재빨리 돌려가며 알렉시안에게 접근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수도를 보면서 제국의 발전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제국과 함께 하기를 희망하는 것.
그러나 쉽지 않았다.
수 많은 국가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고, 아쉬운 것 없는 제국이기에 ‘큼지막한 선물’이라도 챙겨가지 않는 한 알렉시안이 굳이 만나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걸 눈치 챈 각 국의 사신단들이 혀를 찼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나?”
적어도 오늘은 힘들다는 것을 느낀 사신단이 제국에 대한 정보라도 얻어가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국의 관료들 중에 만만한 이들은 없었다.
대규모 숙청 이후 엘리트들만 남은 관료들. 거기에 알렉시안이 버티고 있는데 간크게 뇌물을 받아먹으며 제국의 정보를 팔아먹을 관료들이 있을 리 만무했다.
몇몇 이들이 은근슬쩍 정보들을 흘리긴 했는데 그것 역시 사전에 전부 계산된 것들이었다.
“피곤하겠네.”
멀리서 연회장을 바라본 엘로니안이 쓴웃음을 지었다.
공훈자이기에 군복을 입고 연회장에 참석하는 북부군인들.
하지만 형벌부대 출신인 엘로니안에게는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었기에 일찌감치 황궁을 빠져나갔다.
“어미도 보고가지 않을 셈이니?”
“···죄수 신분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엘로니안.
그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무는 선황비.
황족으로 복권될 절호의 기회를 놓친 엘로니안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황궁을 나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차마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황자로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어느새 성장해버린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는 선황비.
그런 그녀를 뒤로 하고 황궁을 나온 엘로니안이 바뀌어버린 수도를 바라보았다.
밤이었음에도 곳곳에 가로등이 켜져 있는 것, 그리고 건물 곳곳에 대형 영상구가 설치되어 그곳에서 여러 영상들이 나오고 있는 모습들, 수 많은 제국민이 밤이었음에도 마철이라 불리는 것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이 모습이 얼마나 변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끝없이 변화할 이곳에서 자신이 할 일 따윈 없었다.
“돌아가야지.”
무능한 자신은 수도에 필요없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곳으로 되돌아갈 생각을 하는 엘로니안.
너무나도 바뀌어버린 수도의 풍경을 잠시 감상하던 그가 천천히 그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기 위해 열차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