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ecome No. 1 in the rankings without paying RAW novel - Chapter (250)
외전 15화
진행도가 100퍼센트가 되기 직전에 루이나의 몸에서부터 분리된 ‘섬멸의 악마’는 310레벨 레이드 보스 몬스터로서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간 싸워 온 재앙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군.”
리발트는 날아드는 핏빛 기운들을 에픽 무기인 ‘참성검-스타라이트’로 막아 내며 이렇게 말했다.
비록 지금은 신대륙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지만 본래 미미르 왕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저스티스’ 길드였다.
하물며 왕국 내에 보유한 영지도 있었기에 신대륙의 일로 바쁜 와중에도 재앙에 대처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원초의 마기 파편’을 소유한 몬스터를 여럿 토벌한 바였다.
“확실히 제우스, 그 작자가 이 힘을 집요하게 노리는 이유가 있었군.”
여기서 뜻밖에도 리발트의 입에서 제우스의 이름이 나왔다.
한때, 최대 길드의 정점이었으며 랭킹 1위였던 플레이어인 제우스.
하지만 그는 리발트에 쓰디쓴 패배를 맛보고는 타락하여 무려 마왕과 손을 잡고 ‘배신의 마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몰락을 자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마왕군과 손을 잡고 대륙을 전복하려다가 끝내 대륙 연합군에 의해 패배했을뿐더러 그 자신도 마왕에게 이용당해 몸을 빼앗긴 것이다.
그렇게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몰락한 제우스였다.
그렇지만 그는 그대로 이 게임을 접지 않았다.
‘테오, 리발트 그 둘에게 반드시 복수한다!’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수저로 태어난 그로선 인생 최초의 실패였다.
그랬기에 복수를 위해 게임을 접지 않고 다시금 재기를 노리게 되었다.
그런 제우스가 눈독을 들인 게 바로 차기 마왕이 될 수 있는 ‘원초의 마기 파편’이었다.
이미 ‘다크 로드’라는 직업을 가졌고 원치 않게도 마왕에게 몸을 뺏겼던 적이 있기에 마왕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용히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돌아와 자신이 보유한 현금을 통해 암암리에 다른 플레이어를 모았다.
그러고는 완전한 ‘원초의 마기 파편’을 확보하고자 의도적으로 몬스터에게 이를 부여해 성장을 유도했다.
즉! 루이나가 얻게 된 ‘원초의 마기 파편’도 그렇고 그것을 뺏으려고 나타났던 칼리드와 습격자들 모두 제우스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블러드 레인!”
이때, 섬멸의 악마를 향해 아홉 줄기나 되는 붉은 기운이 쏟아졌다.
어느새 무기를 검과 그리고 ‘현자의 지팡이’로 바꿔 든 테오가 본격적으로 참전한 것이다.
“놈을 끝장내자.”
“훗! 좋지.”
비장하게 말하는 테오를 보곤 리발트 역시 투지를 드러냈다.
곧 공격 받은 섬멸의 악마가 그런 두 사람, 그리고 주변을 에워 싼 무수한 플레이어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펼쳤다.
참격과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핏빛 기운 세례들.
정신없이 날아드는 공격에도 ‘근성단’과 ‘저스티스’ 길드원들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 정도야 껌이지.”
“지난 대전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자를 무시하면 곤란하다고.”
원래부터 레이드 보스와의 전투에 익숙하고 레벨도 높은 저스티스 길드원이었다.
그리고 비록 레벨이나 장비는 한참 못 미칠지 모르나 테오를 따라 지난 대전쟁에 참전해 마왕과도 싸운 근성단 길드원도 이런 싸움에 쉽게 당할 이들이 아니었다.
“잘도 내 동생의 몸을 차지했었겠다!”
다른 사람들은 공격을 피하는 와중인데 유일하게 테오만이 반격에 나서고 있었다.
테오는 ‘현자의 지팡이’와 입고 있는 ‘현자의 로브’의 옵션을 통해 딜레이 없이 다양한 속성의 공격 마법을 퍼부었다.
피할 틈도 주지 않고 계속 방향을 달리하며 날아드는 마법에 섬멸의 악마가 입는 대미지가 시시각각 커져 갔다.
“이런, 완전히 눈이 뒤집힌 모양이네. 하긴 나도 내 동생이 저 꼴이 된다고 생각하면 저럴 것 같다만.”
테오보다 더한 시스콤인 리발트는 이렇게 말하면서 저만치에 있는 자신의 동생인 에린을 보았다.
에린은 계속해서 다양한 신성 마법으로 섬멸의 악마를 약하게 만드는 동시에 전방에서 싸우는 이들을 위한 각종 버프를 걸어 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그녀의 눈길은 테오의 등에서 떠날 줄 몰랐다.
“끄응! 저 녀석이 내 매제가 될지도 모른다니.”
리발트는 또 한 번 놀랄 말을 꺼냈다.
테오가 지아의 일로 게임을 잠시 떠났던 동안, 에린이 얼마나 상심했는지 모른다.
모두 제대로 떠난다고 말하지 않고 테오가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테오가 동생인 루이나와 함께 돌아왔을 때, 에린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때 역시 반쯤 죽이지 말고 아예 죽였어야 했나.’
리발트는 테오가 돌아왔을 때를 잠시 떠올렸다.
자신의 동생을 울린 놈이 뻔뻔하게 나타났는데 오빠로서 그냥 보고 있을 수 있을까.
해서 리발트는 테오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무려 한 시간 넘게 치러진 혈전.
결과는 무승부였다.
왜냐면 중간에 에린이 말리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에린은 다시 돌아온 테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것은 테오의 사정을 알고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둘은 종종 같은 시간을 보내며 사이를 점차 가깝게 하게 되었다.
해서 아직 테오와 에린이 정식으로 사귀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도 주변에 있는 리발트가 보기엔 거의 연인이니 다름없었다.
“에잇!”
리발트는 갑자기 치솟은 화를 풀기 위해 섬멸의 악마를 사정없이 공격했다.
이렇게 공격에 의한 대미지가 누적되면서 섬멸의 악마는 이름이 무색하게 간단하게 토벌되고 말았다.
* * *
루이나와 관련되어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무사히 끝났다.
비록 도시의 한 구역이 초토화가 되긴 했어도 민간인인 NPC의 피해는 거의 생기지 않았다.
“…에 대한 복구 비용은 내가 부담할게.”
“너무 신경 쓸 것 없다.”
“그나저나 제우스, 그 작자는 어떻게 할 참이야?”
“물론 그냥 둘 수야 없지. 안 그래도 그 인간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냈어.”
“호오, 그렇단 말이지.”
“이번에야말로 두 번 다시 헛된 짓을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
이에 루이나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게 되었다.
“루이나, 일어났니?”
“에린 언니?”
루이나가 제일 먼저 본 사람은 자신을 간호하던 에린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방에 있는 테오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보였다.
“지아야!”
깨어난 모습을 본 테오가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 바로 루이나의 옆으로 왔다.
그런 테오를 본 루이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아니 일어나지 않아도 돼. 좀 더 누워 있어.”
“아냐, 괜찮아. 그보다 오빠.”
“응?”
“미안해. 나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져서….”
루이나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미안한 감정을 내보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자신으로 인해 도시가 파괴되고 많은 사람이 휘말렸다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어.”
“그렇지만….”
“그건 테오 녀석의 말이 맞다. 애당초 원흉은 마왕의 힘을 노린 일당이지 피해자인 네가 아냐.”
일전 한번 직접 만난 적이 있는 게 다인 리발트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리발트의 말대로 루이나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였다.
“내가 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어.”
“오빠.”
사실 지금 하고픈 말은 많았다.
그러나 말하지 않아도 지금 남매 사이에는 마음이 통하고 있었다.
그 덕분일까. 그간 내내 없어지지 않던 마음의 앙금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루이나!”
“깨어난 거야?”
이때, 바깥에서 기다리던 에스턴들이 요란하게 방 안에 들어왔다.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된 루이나는 순간 안도했다.
만약 자신 때문에 그들이 피해를 봤다면 도저히 다시 얼굴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이들의 무사한 모습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것이다.
“다행이야. 이렇게 무사히 원래대로 돌아와서.”
“정말이지 다행이다.”
일행 모두 루이나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다만 한 사람, 루이나를 두고 도망치자고 말을 했었던 록만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 그는 루이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잠시나마 널 버리고 모두에게 도망가자고 말했었어. 그 일을 지금 사과하고 싶다.”
“록.”
“저 녀석, 말은 그렇게 했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웠어.”
“맞아. 그러니 너무 화내지 마.”
루이나의 반응을 걱정하며 다른 일행은 록을 나름 감쌌다.
이에 루이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리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오히려 저 때문에 모두가 큰 위험에 처하게 했던 점을 사과하고 싶어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사과하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 때, 잠자코 이를 지켜보던 테오가 나서서 에스턴들에게 말했다.
“내 동생과 함께 모험하는 동료들이라고. 지금껏 내 동생과 잘 지내줘서 오빠로서 감사하다.”
“앗! 그럼 당, 당신이?”
“세상에.”
아직 테오의 정체를 몰랐던 에스턴들은 말로만 듣던 전설(?)의 플레이어를 직접 목격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꿈에도 몰랐다.
이 방엔 테오만큼이나 대단한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흠흠, 그럼 우리는 이만 가 볼게. 저쪽의 일을 미루고 왔거든.”
“테오, 그럼 나중에 또 봐요.”
“두 사람 다 고마웠어.”
테오는 떠나는 리발트와 에린 남매를 배웅했다.
그러자 뒤이어 고트슨도 자리서 일어났다.
“그럼 나도 도시 피해를 복구하는 일을 살피러 가 보겠네.”
“앗! 잠깐 나도 가야 돼?”
“성의 주인인 자네가 빠지면 되겠나.”
고트슨은 자리를 지키려던 테레사도 데리고 방을 나섰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에스턴들도 눈치껏 행동했다.
“그럼 루이나 푹 쉬어.”
“그래. 다음 모험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쉬도록 해.”
이렇게 말을 남기며 모두가 떠나고 이제 방엔 테오와 루이나가 남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며 내내 몸을 숨긴 한 사람이 더 있었다.
“키이라, 이제 나오는 게 어때?”
“…….”
많은 사람이 불편해 스킬로 방 한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던 키이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를 발견한 루이나는 또 눈물 한 방울을 뺨을 통해 흘리더니 돌연 그녀에게 달려가 품에 안았다.
“고마워요.”
“…그래.”
어느덧 두 사람 사이엔 깊은 유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테오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지아에게는 이제 나만 있는 게 아니구나.’
자신을 비롯해 동생인 루이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무과금으로 시작한 이 게임에서 비록 랭킹 1위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어도 대신 소중한 인연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테오는 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