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온천마을 (1)
상단 행렬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집단이다. 위험하지만 이익이 큰길보다는 다소 시간과 비용이 들어도 안전한 길을 고른다.
물론 그 말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
“가능하면, 편하고 안전한 길로 간댔잖아요!”
일행 중 가장 저질 체력인 스텔라의 한탄이었다. 보다 못한 카치운이 말했다.
“다음 쉬는 시간부터는 마차에 타라.”
“무지 덜컹거린단 말이에요, 그거!”
“길이 얼었으니 당연하지.”
실제로 지친 순례자 중 하나가 수레 위에 올랐다가 깜빡 잠들면서 떨어져 다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창이던 길이 추위로 얼어 단단해진 건 좋지만, 그게 매끄럽게 포장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울퉁불퉁하게 얼어붙었다면 마차 위에 있기 괴로워진다.
집 떠나면 고생인 시대.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교역로가 편하고 안전할 리가 없다.
“신발 더 좋은 거 살걸 그랬어.”
쉬는 시간. 스텔라는 투덜거리며 자기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몇 번을 기웠는지 모를 싸구려 가죽 신발이었다. 가르달은 짧게 말했다.
“여행의 기본은 많은 신발과 편자지.”
“가르달 씨, 적당한 신발 좀 없어요?”
“내가 신을 것밖에 없다.”
“온갖 잡동사니를 사고파는 주제에 싸구려 모카신 하나 없어요?”
“신발 살 돈으로 도박이나 하는데, 내가 너한테 그거 팔 날이 오겠냐?”
지갑 사정이 훤한 빈털터리 따위 고객이 아니라는 가르달의 신조 앞에 스텔라는 무릎 꿇었다.
“하지만, 하지만 선생님! 카드가 보였단 말이에요!”
“중증이구나. 손가락 잘라라.”
“와! 무시무시한 소릴 하시네! 절 도박의 길로 끌어들인 게 영감님이거든요?!”
“누가 영감이야!”
개그로 웃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발은 심각한 문제다. 거대토끼 생가죽을 뒤집어쓴 밴시 리안나가 스텔라를 돌아보고 거래를 제안했다.
“장화는 없어도 발싸개로 쓸 천은 있어요. 비싸지만 양말과 각반도 있고요. 골라 봐요. 외상 해 줄게요.”
젖은 장갑이나 양말은 손발을 잡아먹는 동상의 주범. 잠시라도 방치했다가 썩어서 잘라내게 되면, 목숨도 간당간당해진다.
“아직 안 말랐나?”
스텔라는 짐마차 안팎에 달아 놓은 발싸개용 천들로 시선을 돌렸다. 불행히도 아직 마른 게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쓰네, 이거…….”
“신발이 엉망이니 더하죠.”
스텔라는 리안나의 발로 시선을 돌렸다. 멧소 가죽으로 만든 털가죽 신. 카치운의 처 시린이 리안나에게 만들어 준 선물이었다.
“네 신발은 왜 그렇게 튼튼해?”
밴시는 폴짝폴짝 뛰었다.
“재료가 좋고! 만든 사람 솜씨가 좋고! 밴시는 가벼우니까요!”
“마지막이 제일 중요한 거야? 그건 인간이 극복 불가능한 문제네.”
“살 빼세요.”
“난 이미 피부에 기름기가 없을 판이거든? 우리 일행 중에서는 내가 제일 말랐어!”
둘의 만담을 듣던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보다 굴곡이 없긴 하지.”
헬레나가 말했다.
“살이 좀 붙으면 추위를 덜 탄다던데, 스텔라 양은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군요.”
“그래서, 넌 좀 덜 춥냐?”
“모르겠네요.”
에드워드의 시선이 절로 헬레나의 흉부로 향했지만, 겨울바람보다 서늘한 말이 돌아왔다.
“무슨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입 밖에 내지 마세요.”
“앙베르 백작령 때처럼 열 교환을 제안하고 싶은데.”
“하지 말라 그랬죠?”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다음 목적지는 언제쯤 도착하지?”
“조금 더 가야겠지.”
베로니카가 말했다. 그녀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추위는 그 자체로도 체력을 깎는 위협요소였다.
다른 일행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는데, 로드리고는 추위를 쫓는답시고 포도주를 연거푸 들이켜서 수시로 방광을 비우곤 했다. 걸음걸이는 비틀비틀한 게 술고래인 그도 결국 취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조르쥬는 괴로운 건 좋아도 추운 건 싫은지 쉬는 시간 때마다 불 곁으로 제일 먼저 달려갔다.
“올 겨울은 유독 춥군.”
카치운의 말이었다. 에드워드도 중얼거렸다.
“그러게. 하늘 아래서 불을 그렇게 많이 때도 소용이 없구만.”
베니아에서 모인 사람들은 슬슬 이야깃거리도 바닥나던 참이었다. 그러나 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나오기에는 체력이 떨어졌고 휴식 시간이 짧았다.
“다시 이동! 더 쉬면 몸이 얼어붙으니 그만 움직이시오! 거기, 눕지 마! 누우면 얼어죽어!”
상단 직원들이 바삐 돌아다니며 소리쳤다. 그 재촉에 다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아직 주변을 맴도는 상단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거기.”
“예, 기사님. 무슨 일이십니까?”
싹싹한 태도였다.
“여기 인간들 대다수는 이 길로 와 보는 게 처음이라 뭐가 있는지 감도 안 잡히거든? 언제쯤 따뜻하게 쉴 수 있는지 알면 덜 괴로울 것 같은데.”
“오늘 길은 특별히 위험하거나 매복 당할 것은 아니라, 좀 많이 걸을 겁니다. 쥐트바덴까지만 가면 되니까요.”
“쥐트바덴?”
상단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온천으로 유명한 요양지죠. 중간에 쉬기엔 적당합니다. 운이 좋으면 며칠씩 쉴 수도 있지요.”
“왜?”
“쥐트바덴 다음은 고갯길인데, 거긴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거든요. 악천후면 안 올라가고 날이 개기만 기다립니다.”
에드워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꾸물꾸물.
“온천이라.”
몸을 담글 만큼 많은 양의 뜨거운 물. 그건 호사 중 호사다. 상단 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술과 여자도 준비된 곳이죠.”
“길 가는 것보다 온천에 몸 담그고 매춘부들과 노닥거리는 데 정신이 팔리다니, 댁도 상인으로 대성하진 못하겠구만.”
“에이, 충실히 일한 뒤엔 휴식이 필요하죠.”
상단 직원은 너스레를 떨고는 선두로 돌아가 버렸다. 에드워드는 스텔라를 돌아보았다.
“발싸개든 양말이든 일단 사라. 오늘만 버티면 신발 더 사 준다.”
“진짜요?”
“의식주는 책임진다 그랬잖아.”
“어머나, 그래도 인심을 다 쓰시네.”
“발 잘라낸 마법사는 쓸모가 없잖아.”
“무시무시한 이야기 좀 하지 마세요!”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며 말을 몰았다. 그의 옆으로 다가온 조르쥬가 말했다.
“쥐트바덴이라. 거기 유명한데. 이 근처였군요. 몰랐습니다.”
“유명한 곳이오?”
“꽤 큰 온천휴양지입니다. 돈만 있다면 즐거운 곳이죠. 왕처럼 놀 수 있습니다.”
“흠. 당신은 돈 있소?”
“그야, 포상금과 전리품이 나름 넉넉하지요.”
“왕처럼 놀 준비는 되었고?”
“물론입니다.”
에드워드는 흥미를 보였다.
“어느 목욕탕의 여종업원들이 제일 미녀일지 같이 찾아보시겠소?”
“아, 왕처럼 놀려면 창부들은 포기하시죠.”
“엥? 그건 또 뭔 소리야?”
에드워드의 말에 조르쥬가 웃으면서 말했다.
“쥐트바덴에 트레베리아 왕실의 온천휴양궁전이 있거든요. 왕궁은 창부 출입 금지라.”
* * *
쥐트바덴은 산골 입구까지 꽉 들어찬 마을로, 방어 시설은 빈약했지만 치안 병력은 꽤 있었다. 에드워드 일행이 내려온 교역로뿐만 아니라 몇몇 길이 더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치안관을 포함한 일부 병력은 아예 유목민 기병이었다.
치안관은 오후 늦게 도착한 상단으로부터 도적 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뒤늦게 순찰대를 출동시켰다.
“이미 우리가 다 소탕했는데 뭐 하러 나간대?”
에드워드가 투덜거렸다. 베로니카는 웃으며 말했다.
“찍고 오면서 술 한잔 걸치기라도 해야지 월급 나오지.”
“잔당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지요.”
로드리고가 덧붙였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말했다.
“여기도 내전의 영향을 받나 보군.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소.”
“사람 없으면 좋지 뭐. 근데 내가 보기엔 이것도 충분히 붐비는데.”
“온천은 처음이시오?”
“앵글리아 국왕을 호위하는 임무로 한번 가 본 적은 있소.”
“앵글리아의 온천들이 어떤지는 몰라도 이곳보다는 한적한가 보군. 트레베리아 동남부의 온천들은 말 그대로 불야성이라오. 대륙 전체에서 몰려오니까요.”
뜨거운 물보다 중요한 것은 약효. 어떤 온천에 며칠을 살다시피 했더니 병이 씻은 듯 나았다는 이야기는 흔했다. 그걸 온천마을마다 세일즈 포인트를 삼기도 했는데, 각지마다 특화된 분야가 있어서 왕이나 귀족은 먼 거리를 오기도 했다.
그때 상단 대표의 말이 행렬 전체로 전달되었다. 내일 아침 날씨를 보고 출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에드워드는 상단 직원을 향해 물었다.
“아침에 하늘 보자마자 출발하나?”
“그건 모릅니다. 날씨가 좋다면 그럴 수도 있지요.”
“안 좋다면?”
“점심 때까지 살펴보다가 포기하고 다음날을 기약할 수도 있습니다.”
“재수 없으면, 온천을 즐기고 푹 쉴 기회가 오늘밤뿐이란 말인가.”
에드워드가 말하기 무섭게 행렬은 여기저기로 해체되었다. 주머니 사정에 맞춰 곳곳의 숙소로. 호객꾼과 창녀들이 사람들을 유혹했다. 여비가 떨어진 일부 순례자는 오히려 구걸이나 허드렛일에 나서기도 했다.
신분과 재력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라지는 모양새.
에드워드는 일행을 돌아보았다.
“우린 어디 가서 잘까?”
이미 답은 결정되었다. 두 기사와 그 하인들도 일행에 따라붙었다. 스텔라는 걱정된다는 투로 말했다.
“진짜 왕궁에 들어가서 자도 되는 거예요? 왕위가 비어서 그런가?”
“평소에도 일부 시설을 개방하고 숙박료를 받는대. 때때로 트레베리아 왕족들이 평민들과 같이 온천욕을 하기도 했다나.”
“와, 대단하네요.”
“왕실의 권위를 과시하려고 궁정을 일부 개방하는 건 드물지 않아.”
“저야 뭐 어느 나라 수도에 있어 본 적이 없으니 그런 걸 알 리가 있나요.”
새침한 투로 답한 스텔라는 곧바로 베로니카한테 말을 붙였다.
“사제님, 귀족은 수행원 필요하죠?”
“밴시 있는데요?”
“아이, 그러지 마시고…….”
“에드워드한테 부탁하세요.”
“그러다 남자 목욕탕에 끌려가면 어떻게 해요?”
투닥거림 끝에 결국 스텔라는 에드워드의 수행원으로 왕궁에 들어가게 되었다. 스텔라는 구시렁거렸다.
“여자 수행원은 여자여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래야 저도 탕에 들어가지…….”
“수행원이나 하인들은 밤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기회를 잘 노려 보시죠.”
조르쥬가 웃으면서 말했다.
트레베리아 왕실의 온천휴양궁전은 작지만 휘황찬란했다. 대리석으로 만든 건물 양옆에 거대한 노천탕이 있는데 동쪽이 남탕, 서쪽이 여탕이었다. 물이 너무 많아서 쉽게 식지도 않아, 건물 양쪽은 뿌연 증기가 흩날렸다.
“이야, 장난 아니네.”
에드워드는 입구에서부터 기가 살짝 죽은 목소리를 냈다. 베로니카는 덤덤하게 말했다.
“이곳 특실로 방 잡자.”
“응? 그럼 좋긴 한데, 안 비싸나?”
“대주교님 소개장 갖고 와서 기본 서비스는 다 공짜. 이곳 궁정백은 교회 주교를 겸하니 교회 인맥이 직통으로 연결되거든.”
스텔라는 비명을 질렀다.
“에에엑! 사제님, 그럼 저 남탕에 하녀로 들어갈 필요 없잖아요?”
“그렇죠.”
“그걸 먼저 말씀해 주시지!”
“놀려 봤어요.”
“와! 악당!”
“그럼 남탕에 하녀로 들어갈래요?”
“저는 신의 종이니 시키는 대로 다 하겠어요.”
스텔라는 곧바로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로드리고와 조르쥬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소개장도 있었습니까?”
로드리고의 말에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도 우리와 같은 토벌대 출신이니까…….”
“레이디께 복종하는 건 기사의 기쁨입니다!”
조르쥬가 제일 먼저 말에서 내려 베로니카 앞에 무릎 꿇었다. 에드워드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조르쥬 경, 돈 있다디?”
“출혈 지출 각오하고 왔는데 8할 이상 할인이 눈앞에 있다면 누가 무릎을 안 꿇겠습니까?”
“알뜰하기까지 하시구만.”
베로니카는 깔깔 웃었다.
“좀 보고 배워. 망나니.”
“나도 8할 할인 대행사 같은 거 보면 무릎 꿇기는 해. 대상인 게이브 뉴웰이라든가.”
“그게 누군데?”
“목욕탕보다는 돈 더 잘 버는 작자. 여하튼 월급 8할쯤 올려주면 무릎 꿇지.”
“흥. 한마디도 안 지긴.”
남녀는 곧바로 방을 갈랐다. 에드워드를 포함한 기사 삼총사, 카치운, 가르달은 간소한 옷만 입고 남탕으로 직행했다. 식사보다 탕이 먼저. 로드리고가 욕탕 종업원에게서 간단한 안내사항을 듣더니 말했다.
“해가 지고 얼마 뒤에는 다들 탕에서 나가야 한다는군요. 뭐, 하인들과 같이 씻어도 상관없다면 남아도 된다는 것 같습니다만.”
“내일도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할지 모르는데 그냥 대충 몸만 답급시다.”
에드워드의 말에 가르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금산에 얼음처럼 찬 물은 참 흔한데, 뜨거운 물은…… 안 익숙하구려.”
소금산의 물은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내려오는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뭐, 즐겨 봅시다. 탕에 몸 담그는 건 오랜만이네.”
일행의 남자조는 곧 남탕에 진입했다. 손님은 여기저기 있었는데 다들 돈 있는 티는 꽤 내는 사람들이었다. 하녀들도 있고. 아무리 개방되어 있다지만 운영을 위해 돈을 받는 이상, 쉽게 들어올 곳은 아니긴 했다.
가르달은 에드워드를 손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기사 양반은 그 손 때문에 씻는 문제가 더 간절하겠구려.”
“뭘 골고루 바르기는 어려울 때가 있소. 긁는 건 아예 꿈도 못 꾸고. 내게는 악마 새끼들보다 벼룩이나 이가 가장 큰 적이오.”
“저런.”
“뭐, 밴시 덕에 이와 벼룩을 걱정할 일은 크게 덜었지만.”
“다행이구려. 그런데 여기서는 어쩔 거요? 그 손으로는 목욕 도구도 제대로 못 쓰잖소?”
가르달은 목욕 도구를 들어 보였다. 때를 긁어내는 초승달 모양의 쇠 긁개. 물론 그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준비되어 있었다. 해면이라든가, 좀 거친 재질의 천이라든가.
그러나 무엇이건 에드워드가 손을 싸매서 쓰기는 적절한 사이즈가 아니었다. 동료에게 부탁하자니, 하인들이나 할 일이라 문화에 따라서는 그들의 품위를 손상시킬 우려도 있다.
“저승에서 반품시킨 공짜 하녀가 있지.”
에드워드는 손에 든 허리띠를 가르달에게 보여 줬다. 드워프는 떫은 표정을 지었다.
“그 망령을 유용하게 쓰시긴 하는구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바닥에 허리띠를 던졌다. 곧바로 캐슬린이 튀어나왔다.
“편리한 아이템 취급이시네.”
“아니냐?”
“뭐 그렇긴 하죠…….”
캐슬린은 툴툴거리면서 가르달한테서 에드워드 몫의 수건과 세면도구를 넘겨받았다. 그때 저 멀리서 남탕 관리인이 황급히 뛰어왔다.
“저기, 기사님?”
“응? 왜?”
“여기가 그래도 왕궁이다 보니 남녀 분리가 조금 엄격해서요. 하인으로 데려오시죠.”
에드워드는 옷을 입은 채 남탕 안을 돌아다니는 하녀들을 턱으로 가리켰다.
“쟤들은?”
“노인과 환자분들을 위한 하녀들만 예외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창부를 데리고 오시는 건 좀…….”
에드워드와 캐슬린은 동시에 떫은 표정을 지었다. 가르달은 폭소했다.
캐슬린을 창녀로 오해하든 말든 그건 상관없지만, 에드워드의 육체적 문제는 심각한 사항이었다. 때문에 그는 관리인 앞에서 긁개를 집어 들었다.
“내가 손에 병이 있어.”
잠시 뒤 관리인은 ‘힘이 너무 세져서 등짝도 못 긁는 병’을 목도하자 찍소리도 못하고 캐슬린을 통과시켰다. 에드워드는 엉망으로 찌그러진 긁개를 던지면서 중얼거렸다.
“이 저주는 일상이 참 성가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