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배를 타기 전에 (2)
짧은 소동 뒤, 에드워드는 일행이 선물 받은 송로버섯의 처분을 위해, 적당한 상회가 있는지 성묘수호기사단에 문의했다. 상인 출신인 가르달이 판매 교섭을 맡게 됐는데, 그는 자신 없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버섯은 내 전문이 아니고 시세도 잘 모르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소.”
에드워드는 뭐가 걱정이냐는 투로 말했다.
“우리랑 같이 온 상단이 버섯을 판 금액이 얼마인지 알아보면 기준이 될 것 같은데.”
“음. 그래야겠군. 그럼 그 친구들부터 도로 찾아야겠소. 거기 생각이 먼저 미쳤어야 했는데.”
“일 끝나면 여기 세워 둔 마차로 돌아와 기다리쇼. 숙소 잡거든 리안나를 보낼 테니.”
“알았소.”
가르달은 짧은 다리로 바쁘게 나갔다. 나머지 일행은 방주기사단 지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온천마을 쥐트바덴 주교의 부탁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에드워드는 향후 계획을 읊어 보았다.
“주교님 부탁대로 방주기사단의 최신 소식들 정리해서 편지 한 장 더 쓰면 볼일 끝나지? 숙소는 로드리고 경의 친척이라는 사람한테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편지를 가져온 귀족을 그냥 돌려보내진 않겠지.”
“여의치 않다면 다른 숙소를 잡아야 해. 그리고 송사 지원할 게 있나 확인 좀 해 보고…….”
“시약도 사야 해요!”
스텔라가 덧붙였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충할 물건도 있지.”
다행히 시약 상점은 방주기사단 지부로 가는 길에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먼 거리를 이동할 일은 없었다. 주황색 바탕에 하얀 삼지창을 그려놓은 문장을 쓰는 그 기사단은 무기와 보급품을 다루는 상점가를 지나 항만 쪽에 성채를 차렸다.
복잡한 길 멀리서도 보이는 성탑에 리안나는 감탄했다.
“저건 진짜 ‘기사단’ 같네요.”
“성묘수호기사단 사람들이 들으면 울라.”
에드워드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전쟁도 바다에서 하니까, 함대 정박이 가능한 주둔지로 기능하는 거겠지.”
“방주기사단의 함대라. 별칭이 ‘백색함대’였던가?”
“그건 기동대. 이 주변 해역은 ‘청색함대’가 맡아. 아무래도 ‘백색함대’의 무운이 제일 높지만.”
“그렇군. 백색이 여기 와 있으려나?”
“배치와 행동은 군사기밀이겠지.”
일행이 들른 시약 상점에서 스텔라는 눈을 빛냈다.
“와아! 비싼 시약이 가득한데요? 역시 항구라 그런가?”
상점부터 스텔라가 감탄사를 뱉었다. 에드워드는 그 내부를 보다 말했다.
“싼 거로 사. 제발. 상급 마법사는 시약 소모가 감소한단 말이 거짓말로 느껴진다니까.”
“어머, 감소하는 거 맞아요. 대신 상급 주문을 쓸 수 있는 만큼 거기 쓸 시약도 찾을 뿐이지.”
“젠장. 역시 속은 것 같아.”
“정말 돈 아끼고 싶으면 폭발 마법 같은 거 요구하지 마세요. 비전문 마법이 얼마나 소모가 심한데.”
스텔라는 눈웃음을 치면서 시약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았다. 에드워드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냥 미친 척하고 화약 만들어 볼까.’
그러나 에드워드는 화약의 제조법 같은 걸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다. 재료부터 가물가물한데, 구체적인 제조법까지 외우고 다닐 리가 없었다. 설령 알더라도 제조 과정의 노하우 같은 게 없으니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데, 그건 다 돈이다. 영지라도 가진다면 모를까, 일개 기사가 시도해 볼 기술적 모험 따윈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화약은 기사 시대를 끝장내는 데 일조할지도 모르는 것이고, 에드워드는 그 기사 문화의 최선두에 서 봤던 사람이다. 물론 화약이 등장하자마자 기사가 사라질 리야 없겠지만, 어떻게 발전할지도 모를 물건을 세상에 던져 자기 직종의 입지를 깎아 먹는 건 바보짓이었다.
“뭐 좀 좋은 거 없나? 적어도 지금까지처럼, 빈약한 건물이나 목책 정도는 날려 버릴 수 있는 쉽고 간단한 거.”
“그런 게 흔하다면 벌써 세상은 피비린내가 넘치지 않았을까요? 오크건 인간이건 서로 문짝 날려 버리며 지낼 것 같은데.”
“그런가.”
그때 뚱뚱한 시약 상점 주인이 슬쩍 에드워드에게 다가왔다.
“폭발 마법 스크롤을 찾으시는지요?”
“아니, 됐소. 그것도 비쌀 텐데?”
“전문 분야가 완전히 다른 마법사가 무리해서 비전문 마법을 쓰는 것보다야 낫지요! 한번 둘러 보시겠습니까? 물건이 두 개밖에 없지만, 전부 박사급 정품입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누구나 쓸 수 있죠!”
에드워드는 주인이 내민 스크롤들을 보고 끔찍한 기억이 떠올랐다. 1개가 작은 성 1채 값이라던 그 광역 마법 스크롤들. 그것보다야 낫겠지만 역시 비싼 가격일 것이다. 이만한 항구도시의 시약 상점에도 단 두 개뿐이라니.
스텔라가 스크롤을 받으며 물었다.
“마법사가 쓸 수 있는 건요?”
“그건 조금 더 흔하고 싸지만 지금 재고가 없군요. 기사단이 다 쓸어가서요.”
“뭐야, 전쟁하나?”
상점 주인이 에드워드와 잡담하는 사이, 스텔라는 스크롤을 풀어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잠시 뒤 눈웃음을 치더니 스크롤을 도로 말아 주인에게 건넸다.
“잘 봤어요. 그냥 시약 살게요.”
“아,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상점 주인은 토기 항아리를 꺼냈다. 그는 잔뜩 낮춘 목소리로 비밀을 속삭였다.
“물 위에서 타는 불로 유명한 ‘화염꽃’입니다. 투척용은 유성탄이라고도 부르지요. 시오니아 황금함대가 사용한다는 비장의 무기!”
베로니카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그건 시오니아의 군사기밀 중 기밀일 텐데요.”
“실은…… 유사품입니다. 연금술사들이 나프타수류탄을 기반으로 흉내를 내본 물건이죠. 그래도 나름 성능은 나온다니까요? 스크롤보다야 훨씬, 훨씬 싸고요.”
짝퉁도 정체를 밝히고 팔면 불법은 아니다. 그런 걸 유사품이라고 한다. 주인은 항아리 뚜껑을 열어 그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시커멓고 끈적한 액체가 출렁거렸다.
“나프타에 몇 가지 약품과 금속분말을 섞은 겁니다. 심지에 불 붙여 던지면 위력 하나는 보장하죠. 진품에 맞먹을 겁니다! 보시죠!”
상점 주인은 삭정이 하나를 집어다 항아리에 푹 찔러 넣은 다음, 난로에 던져 넣었다. 화르륵! 적은 양이지만 확실히 불길이 더 세졌다.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에게 속삭였다.
“진품이 사용되는 걸 본 사람 자체가 흔치 않아. 시오니아 왕립 해군 출신도 아닐 텐데. 상품을 판매하려고 과장하는 거야.”
“그럴 거 같더라고. 장사꾼들 속셈이 다 그렇지.”
폭발물이라기보다는 불 지르는 도구다. 그래도 쓰기에 따라서는 유용할지도 모른다. 에드워드는 리안나를 돌아보았다.
“너 이거 들어봐.”
“또 무슨 짓을 시키시려고…….”
리안나는 불길해하면서도 나프타수류탄을 들었다. 작은 크기지만 그래도 양손으로는 들어야 할 사이즈였다.
“우와, 무거워.”
“던지라고 하면 던질 수 있겠냐?”
“무리! 이런 걸 어떻게 던져요?”
투석에 나름 재주가 있는 리안나가 거부했다. 에드워드는 신중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상점 주인은 손사래를 쳤다.
“그런 어린애가 어찌 던집니까? 보통은 성인 남자가 끈에 매달아서 던지죠. 아니면 작은 병에 나눠 담으시거나.”
“흠. 나나 카치운이 던지면 될 거 같긴 한데.”
“기사가 그런 걸 쓰게?”
“농성전이라면 기사도 돌 던지고 쇠뇌 쏘고 별짓을 다 하는데 뭘. 그러니까 이거 비용으로 처리해 줘.”
“내가 내라고? 시약값은 네가 내기로 했잖아?”
“이건 시약 아니잖아. 사 주라.”
둘의 대화를 듣던 스텔라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어째 지갑을 아내에게 맡긴 남편 같은 대화…….”
비슷한 구도의 대화가 몇 번을 더 오간 뒤, 베로니카는 띠꺼운 표정으로 장바구니에 적재된 나프타수류탄을 보았다. 3개 사서 추가 할인. 그것들은 완충재인 지푸라기가 꽉 채워진 나무상자에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장바구니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거 새거나 불붙어서 우리 짐짝 다 태우면 순전히 네 책임이다?”
“거 불길한 소릴 다 하네.”
“저걸 대체 어디 쓸 일이 있다고 사?”
“쓸 일 없으면 모닥불 붙이는 데 조금씩 써도 돼. 설마 썩기야 하겠어?”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단순한 나프타수류탄을 진품 화염꽃에 비견해서 팔다니, 항상 그렇지만 상인들은 과장이 심하네.”
스텔라도 맞장구를 쳤다.
“칼 맞을까 봐 거기서는 이야기 못 했는데요…… 스크롤은 짝퉁이었어요. 교묘하게 만들어서 놓칠 뻔했는데, 자세히 보니 투리치 시에 돌던 짝퉁과 흡사한 구석이 있더라고요.”
“안 사길 잘했군.”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궁중백 겸 주교는 이 항구도시에서 믿을 놈이 없다고 했다. 십중팔구는 상인들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다.
“뭐, 속지만 않으면 되겠지. 그리고 방주기사단은 우리처럼 외부인이니까, 이 도시 색깔에 물들지는 않았을 거야.”
방주기사단의 성채는 도시에서 가장 먼 곳에 있었는데, 팔각형 토대 위에 건설되었고 그 토대는 방파제 겸 통행로로 항구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성채의 꼭대기는 등대였다. 확실히 군사 요새 티가 나는 곳으로, 우편과 예금을 취급하는 성묘수호기사단보다 출입절차가 더 까다로웠다.
“환영합니다, 사제님.”
서류와 편지를 살펴본 경비병이 비켜 서자 그제야 일행은 [순례자들을 인도하는 빛의 방주함대 기사수도회> 성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에드워드는 외성을 통과하면서 말했다.
“오면서 보니까 배는 없더라. 입항을 안 했나?”
“방주기사단의 활동 범위는 넓으니, 여기 배가 없어도 이상할 게 없지.”
폴라의 성묘수호기사단 지부는 여전히 수도회나 은행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방주기사단 지부는 오가는 정보와 사람이 좀 더 군사적 색채가 강했다. 누구나 모인다기보다는 들어올 자격이 되는 고급인력들, 즉 기사와 귀족들의 군사적 정보 교류 장소.
어떤 탁자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적어도 용병대장쯤 되는 지위의 사람들이었다. 어떤 기사들은 서로를 소개하거나 소개받고 있었다. 상인으로 보이는 자가 이야기하는 주제는 군대 수송선에 관한 것이었다.
에드워드 일행이 원하는 정보는 곡물수송로와 수송선에 대한 것.
베로니카는 ‘높으신 분들’과 면담 약속을 잡았다. 일부는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다 해서 그녀는 바로 응접실로 이동했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에드워드, 헬레나, 스텔라는 게시판 따위를 읽어 보았다. 대부분은 아퀴타니아어나 비텔리아어로 적혀 있었다.
“내가 비텔리아어는 아직 연습이 필요하군. 보험 어쩌고 하는 거, 뭐라 쓰인 거지?”
“어느 거요?”
스텔라가 묻자 에드워드는 턱짓을 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 아래에서 세 번째 게시물. 대충 보험 가격 안내 같은데.”
“보험 사업자들이 최근 연이은 재난에 못 이겨 보험료를 급등하거나, 지불을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니 조심하래요.”
“역시 그런 내용이군. 보험 상품 팔 때는 신나도, 보험금 낼 때는 인색해지는 게 그쪽 특성이지.”
“잘 아시는군요? 선상보험이 앵글리아에도 활성화되어 있나요?”
“아니…… 상인들이 다 그렇다고.”
스텔라는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상 반란은 선주 책임으로 보고 보험료 지급을 거부하겠다는 내용도 있어요.”
“그렇게 하나씩 빼는 거지.”
한 발짝 뒤에 있던 리안나가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말을 붙였다.
“마법사님이 비텔리아어 가능하면 제 머릿속에서 비텔리아어 지워도 되지 않을까요?”
“왜?”
“언어를 14개나 추가 입력해 놨더니 머릿속이 꼬여서요!”
“뭐 어때. 원래 밴시가 정상은 아니잖아.”
“와! 막말! 일 하나라도 덜하고 싶을 뿐이에요!”
“본심이 나왔군.”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 버리곤 다음 게시물들을 읽어 내려갔다.
“이 근방에 아르데니아 친척들 있나 본데? 엘프들 이야기 있다.”
“……바다 엘프들이군요. 만나고 싶질 않네요.”
헬레나가 말했다. 아르데니아는 엘프들끼리의 다툼에서 밀려나 더 북서쪽으로 이주한 세력이다. 인간 기준으로는 매우 오래전 일이지만, 엘프들 사이에서는 3대도 안 지난 일이다. 서로 껄끄럽게 느끼더라도 이상한 건 아니다.
“근데 그러면 꼭 만나더라.”
“만날 확률 자체야 높죠. 그들도 함대를 꾸려서 인간 함대들과 같이 활동하니까.”
“그런가?”
“바닷길은 빨라서 거리 감각이 달라진다잖아요.”
그때 베로니카가 나왔다. 그녀는 에드워드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더니, 주변을 한번 두리번거리곤 일행을 모았다.
“주교님이 들으면 난리가 날 소식이 있었어.”
“뭔데?”
“올란디니 상회의 곡물수송선이 죄다 해적에게 나포되었대. 주교님이 계약한 화물들이 싹 사라졌다는 말이지.”
“저런.”
“아직 공표되지는 않았어. 구체적인 내용은 보험회사가 조사 중이야.”
“어느 동네 해적이래?”
“아마 아주 안 좋은 케이스일 것 같아. 장물인 곡물이 시장에 안 나오고 있거든.”
식량이 급한 놈들이 털어갔다는 이야기다.
“세트렛인이나 오크들인가?”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그래도 우리 역시 나름대로 다시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아.”
“우리? 우리가 어떻게? 너 여기 아는 사람 있냐?”
“우리가 알게 될 사람은 있지.”
에드워드는 베로니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에드워드의 허리띠에 꽂힌, 일행이 배달해야 할 편지를 가리켰다.
“로드리고 경의 친척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