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해적과 해적들 (2)
기사단 분견대가 돌아오자 카프텍 섬은 다시 난리가 났다. 리자드맨들이 부랴부랴 선박과 군대를 모으는 걸 보고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 버렸다.
“기사단이 어지간히도 싫은가 봐.”
“어부와 해적을 오가며 전업하는 사람들이니까. 기사단이 언제 쳐들어올까 전전긍긍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
베로니카가 덤덤하게 말했다. 에드워드는 리자드맨들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저 섬이 아직 기사단한테 안 두들겨 맞고 독립을 유지하는 데는 어떤 뒷배가 있지?”
“도주가 마메르티니아 국왕한테서 백작 작위를, 바다엘프들의 폰티아한테서 제독 직위를 받은 게 있어.”
“오, 진짜?”
“간판에 불과하지만, 기사단에겐 간판이 먹히지.”
베로니카는 목소리 크기를 줄여 조그맣게 말했다.
“사실은 세트렛인들한테도 받은 작위가 있을걸.”
“전형적인 줄타기 변경 귀족이로군.”
“전쟁이 벌어지면 양쪽에 용병을 보내고도 남을 작자겠지.”
리자드맨들의 배는 숫자가 많았지만 기사단 갤리선만큼 크고 높지 않았다. 대개는 단층에 노잡이 50명에서 100명 정도가 타는 갤리선.
분견대장은 거의 반나절 동안 리자드맨들과 입씨름을 한 결과, 겨우 도주 알현 허가를 받았다. 그는 베로니카한테로 와서는 투덜거렸다.
“엄청나게 경계하는군요. 하긴, 먼저 밉보일 짓을 하긴 했지요.”
“어느 쪽이요?”
베로니카의 질문에 분견대장은 쓰게 웃었다.
“둘 다겠지요.”
개별 세력들이 도망친 선박을 숨겨주는 건 사실 흔한 일이라, 도주는 기사단이 그걸 왜 문제 삼는지 이해를 못 했다고 한다. 궁정백 주교와 기근 문제가 안 얽혔으면, 근래에 ‘가짜 화물선’ 해적들의 활동이 격해지지 않았다면 사실 기사단도 그리 적극적이진 않았을 것이었다.
“틀어진 관계 회복 같은 거는 우리 전문이 아닌데.”
베로니카가 걱정스레 말했다. 에드워드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기 쳐 볼까?”
“어떻게?”
“서로의 검을 부러뜨리기 대결을 해서 이기는 쪽이 길하다는 식으로…….”
“너 진짜 악당이다. 그러다 네 칼을 네가 부러뜨려 보라 그러면 어떻게 하니? 바로 사기 친 거 들통날걸.”
“아, 그렇네. 그럼 다른 방법을 써 보지 뭐.”
시답잖은 농담이 오간 뒤, 분견대장과 베로니카와 에드워드 등은 리자드맨의 항구에 상륙할 수 있었다.
리자드맨들의 마을은 대개 자연석을 깎고 쌓아 건물을 만들었는데, 해안에서 좀 더 안쪽에 위치한 도주의 저택은 아예 요새였다. 섬 전체를 요새화한 건 아니지만, 절벽과 암반을 이용하는 등 지형을 살려 지어 놓은 것이라 공략하기는 상당히 껄끄러운 형태였다.
도주 고를락은 그 요새화된 저택 가장 깊은 곳에 있었다. 그는 에드워드가 이제껏 본 리자드맨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졌고 가장 늙은 자였다. 옷은 기사들의 서코트를 흉내 냈는데, 문장은 동심원에 수많은 가시 같은 게 불규칙하게 꽂힌 것이었다.
에드워드가 알현실 좌우를 살펴보니, 오크와 세트렛인 그리고 오거로 만든 트로피가 벽에 걸려 있었다. 그 외에는 성화와 성물 등, 빛의 세력에게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선물들이 가득했다.
대놓고 ‘나는 당신들 편이니 해치지 마시오’ 하는 가구 배치.
도주 고를락은 아퀴타니아어를 못했기 때문에 비텔리아어로 말했으며, 분견대장과 베로니카도 비텔리아어로 말했다. 협상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는데, 기사단 분견대가 내놓을 대가는 없고 위협할 재료만 있기 때문이었다.
기사단과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협력해 달라.
고를락은 한창 기세를 올리는 방주기사단과 대립할 마음이 없지만, 공짜로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말씀하신 위치라면, 놈들은 세트렛 도시 ‘산벡’ 출신들이오. 그놈들도 참 멀리서 왔지. 그런데 굳이 이 시점에서 내가 산벡의 선장들과 원수져야 할 이유가 있소?”
“산벡과 돈독한 관계이십니까?”
“그건 아니지만, 괜히 세트렛인들과 기사단의 전면전을 촉발할 위험이 있지 않을까 해서…… 큰 전쟁이 벌어지면 이런 섬은 곤란해진다는 것 알잖소? 정 필요하다면, 분견대장이 아니라 제독이나 기사단장과 이야기해 봅시다.”
“큰 전쟁을 막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세트렛 함대가 모이기 시작하면 가만히 있었습니까? 기세가 오르기 전에 꺾어야 해상의 평화를 유지하지요. 본거지에 대한 공격도 아닙니다. 임시 정박지에 선공을 걸어 그 세를 줄이려는 겁니다.”
분견대장의 말에 고를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산벡은 기를 한번 죽여 놓을 필요가 있긴 하지요. 하지만 산벡의 뒤에는 ‘벰투’가 있소. 그들이 개입하기 전에 끝낸다는 조건과 전리품을 다 내놓는 조건이라면 가능하겠소만.”
리자드맨들은 상대를 봐가며 화물을 턴다. 지나치게 강한 세력의 상선이나 영토는 쉽게 건드리지 않는다. 당연히 만만한 세트렛 도시들과 그 배들 역시 리자드맨의 표적이 된다. 세트렛인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서로 동맹을 맺거나 더 강한 도시의 아래에 들어가 보호를 받는다.
“이쪽 병사들은 바닷물 마시고 해초 먹으며 삽니까? 각자의 전리품은 각자가 챙기는 거로 합시다.”
“분견대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우린 여기 남잖소? 벰투 놈들한테 변명하려면 내가 직접 개입한 게 아니라 ‘용병’이 고용되었을 뿐이라고 하는 게 최선이지. 이 조건이 아니면 관두리다.”
장식물들을 구경하던 에드워드가 말을 던지듯 끼어들었다.
“그럼 도주님은 기사단의 보호를 못 받습니다.”
도주는 부드럽게 웃었다. 리자드맨의 표정은 에드워드가 잘 알아보지 못하지만, 분명 화난 표정과 어조는 아니었다.
“교회의 기사한테까지 간섭받고 싶지는 않은데.”
“전 앵글리아 왕실의 챔피언이었습니다. 교회 기사가 아니라 저 사제에게 개인적으로 고용된 몸이지요.”
앵글리아 왕실이라는 단어에 도주는 흥미를 보였다.
“그 꺽다리왕 로버트? 그자는 명성이 자자하더군. 그의 기사라면 분명 배운 게 많겠지. 전도유망한 자일 테고. 좋아, 말해 보게. 내가 기사단의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뭐지?”
낚였다. 앵글리아 국왕의 이름은 확실히 강력했다. 에드워드는 바다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는 기사단의 군선 7척만 와도 비상이 걸리더군요. 이곳 군선들은 숫자가 많아도 크기가 작고 전사를 많이 싣지 못합니다. 도주님도 아실 것 같은데요.”
“내 군세가 볼품없는 건 겸허히 인정하지. 하지만 기사단도 세트렛도 이곳을 일거에 무너뜨릴 만큼 전력을 집중하지는 못해. 그사이에 내 친구들과 내 적들의 적에게 소식이 닿겠지.”
“글쎄요. 빛과 어둠은 경쟁적으로 강해지고, 중립이 설 땅은 줄어들고 있죠. 기사단의 왼팔을, 지금은 버틸 수 있다고 안심하는 건 오래 못 갑니다. 대놓고 ‘난 친교나 신뢰보다 이익이 우선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절도 마찬가지겠죠. 그런 속내는 감추고 ‘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나더러 편을 정한 다음, 기사단과 신뢰를 쌓아 보라고?”
에드워드는 벽에 걸린 성화를 집어 뒤집었다. 흉측한 소 대가리 악마를 그린 깃발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로버트 국왕 폐하가 성지 순례를 시작했다는 것, 아십니까?”
“소문은 들었네.”
“폐하는 남부 아퀴타니아에서 배를 탈 겁니다. 아마 금방 오진 않을 겁니다. 군대는 이동에 시간이 걸리고, 다른 분쟁에도 참여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리 멀지도 않지요. 아퀴타니아 국왕도 남부의 항구들을 되찾는다면 다시 배를 띄우겠지요.”
“항구를 되찾아줄 만큼 앵글리아와 아퀴타니아가 사이 좋다고는 못 들었네. 아마 그 항구를 두고 다시 싸우느라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어쨌든 아퀴타니아 남부 항구들은 다시 열리겠죠. 거기 들어서는 게 앵글리아 함대인지 아퀴타니아 함대인지 그게 다를 뿐. 세력추는 곧 빛을 향해 급격하게 기울 겁니다.”
베로니카도 덧붙였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앵글리아 국왕이 아퀴타니아나 트레베리아의 뒤통수를 때리는 대신 순례 원정을 출발한 이유는 교황청의 파문이 두렵기 때문이죠.”
앵글리아 국왕, 아퀴타니아 국왕, 교황청…… 도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에드워드가 덧붙였다.
“어쩌면 앵글리아 함대와 아퀴타니아 함대, 교황령 함대를 한꺼번에 다 맞닥뜨릴 수도 있을 겁니다.”
“설마! 얼마 전까지 피 터지게 싸우던 인간들끼리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이익이 되는 곳에 붙는 게 리자드맨들만의 전매특허는 아니잖습니까?”
도주는 다시 침묵했다. 에드워드는 성화를 도로 돌려놓으며 말했다.
“제가 아는 로버트 폐하라면, 사실 아퀴타니아 남부의 항구를 점령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을 겁니다. 아퀴타니아 국왕에게 돌려주는 대신 앵글리아 함대에 아퀴타니아 함대도 합류시킬 것을 요구하겠죠. 교황청까지는 몰라도 아퀴타니아 함대와 앵글리아 함대는 확실히 나타날 겁니다.”
방주기사단이 떠드는 것보다, 앵글리아 왕실의 챔피언이었다는 자가 전하는 앵글리아 왕실 사정은 좀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도주는 계속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꺽다리왕 로버트가 이단반란군에게 패배할 리는 없으니까, 아퀴타니아 국왕과 화해하기만 한다면…….”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로버트 폐하가 그저 배를 탄 채 유람하는 것으로 만족할 분은 아니거든요. 아시잖습니까? 앵글리아 본토의 오크들을 죄다 분쇄해 버린 왕가입니다. 눈앞에 적이 있으면 칼을 뽑겠죠.”
로버트 왕이 도주의 중립적 행태를 넘어갈 거라고 보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 근방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그 행보에 필요하다면 아퀴타니아 국왕과 화해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데, 제 검을 걸겠습니다.”
에드워드는 턱을 까딱거렸고, 곧바로 허리띠가 저절로 풀려 허공에 떠올랐다. 도주는 입을 떡 벌렸다.
“마법 허리띠!”
실은 망령 붙은 허리띠지만.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가리켰다.
“이건 앵글리아 왕실의 보검입니다.”
도주가 식겁하는 데는 그 말만으로도 충분했다.
* * *
알현이 끝난 뒤, 분견대장은 작게 투덜거렸다.
“바다를 주름잡는 방주기사단보다, 저 멀리서 오는 앵글리아 국왕을 더 두려워하다니! 그가 여기까지 오려면 반년은 더 걸릴 텐데!”
“꺽다리왕 로버트잖습니까? 근육형 재난으로 악명이 자자한.”
에드워드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꺽다리 로버트는 마메르티니아 원정 때 파문당한 상태였지만, 아퀴타니아군과 교황청 군대를 같이 깨부숴 버린 적도 있었다. 원정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마메르티니아 왕위가 아퀴타니아계에 넘어가는 걸 막았고, 친아퀴타니아 교황이 사망한 뒤 후임 교황한테 파문도 철회받았다. 남부까지 명성이 자자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하튼 다행이네. 앵글리아 국왕의 원정순례는 이미 소식이 다 퍼진 거라 큰 효과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하지만 다들 ‘설마 나한테 오겠냐’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단언하는데, 재난은 꼭 그런 데부터 들이닥쳐. 내가 강조한 게 그거야.”
에드워드는 엄지로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내가 그 재난이 이끄는 군세의 일부였으니까.”
“하긴.”
한동안 공백이었던 아퀴타니아 함대가 돌아오고, 먼바다에서 앵글리아 함대까지 나타난다면 바다의 세력균형이 요동치지 않을 리가 없다. 재수 없으면 앵글리아/아퀴타니아 함대가 보이는 걸 죄다 짓밟으며 밀려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방주기사단과 협력관계인 게 도주의 독립과 보신에 유리하다는 게 에드워드의 주장이었다.
“게다가 왕실 보검을 보여 준 게 유효했어. 그때가 오면 생각해보겠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앵글리아 왕실의 손과 눈이 여기까지 미친 것처럼 보이니까.”
“이미 소유권은 너한테 넘어가긴 했지만, 어쨌든 앵글리아 왕실이 준 것이니.”
왕실의 보검을 들고, 교리법무성 문장이 새겨진 서코트를 입고, 교황청 이단심문관을 호위하는 앵글리아인 챔피언. 오랜만에 쓸 수 있는 권위를 죄다 끌어 쓴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국왕 폐하가 오기 전에 사전작업 해 놓은 셈이니, 로버트 폐하가 아시면 날 좀 잘 봐주겠지?”
“너, 그게 목적이었니?”
“적어도 성지에서 재수 없게 마주쳤을 때, 바닥에 메다 꽂히는 건 피해야 할 거 아냐. 순례 끝나면 앵글리아로 돌아갈 때 동행하게 될지도 모르고. 아무튼, 이제 우리 대접이 아주 극진해질 거야. 로버트 폐하께 감사하자고.”
베로니카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캠벨 가문 이야기도 꺼내 볼걸 그랬어.”
“로버트 폐하 하나면 충분한데, 왜?”
“네가 잘난 척하는 꼴을 보니 눈꼴 시려서 그런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저녁 만찬 때 꺼내 봐. 원래 선물 보따리는 한꺼번에 푸는 게 아니야. 내가 캠벨 가문 사람인데 로버트 폐하한테 편지 몇 통 써 주겠다는 식으로…….”
분견대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에드워드와 베로니카를 보았다.
“댁들, 진짜 꺽다리 로버트의 심복으로 온 거 아니오?”
에드워드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쩌다 보니 로버트 폐하의 경로를 앞서가게 된 순례자일 뿐입니다. 진짜요.”
* * *
해적섬은 2개의 작은 섬과 1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세트렛 해적 갤리선 6척과 그 보조를 맡는 종선(從船)인 코그선들이 흩어져 정박해 있었다. 가장 큰 섬에는 옛 유적지 위에 목책을 두른 요새가 있었는데, 특별히 험준하지는 않았지만 규모는 컸다.
본진에서 너무 멀리 나온 세트렛 해적들이 잠시 머물고 주변으로 종선들을 보내 식수, 식량, 기타 보급품을 구해 오는 곳.
종선의 한 세트렛인 망꾼이 마스트 위에서 하품을 했다. 그는 전사였지만 아직 신입이었고, 코그선의 임무는 자질구레한 심부름에 불과했다. 괴롭힐 노잡이도 없었다. 전리품도 없었다. 그저 주어지는 거나 받고 나르는 심부름꾼.
그때였다. 저 멀리서 조금 전에 출항한 해적 갤리선 하나가 황급히 돌아오는 게 보였다. 노를 전부 꺼내 젓는 게 다급해 보였다. 그리고 그 해적선 뒤로는 수십 척의 크고 작은 갤리선들이 나타났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망꾼은 황급히 외쳤다.
“적이다! 방주기사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