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소 키우기
방주기사단의 군선은 대형 2단 갤리 7척. 리자드맨들의 군선은 소형 1단 갤리 21척. 그 외 잡다한 보조선박들.
세트렛인들의 해적선 역시 주로 2단 갤리. 그 수는 조금 전 기사단과 만났다 도망쳐 합류한 놈까지 7척이다. 그 외에는 보조선박이 10여 척 내외. 2단 갤리의 숫자는 같았지만, 그중 6척은 기사단 갤리보다 작았다. 외양에서도 차이가 났는데, 뱃머리의 충각이 훨씬 낮아서 수면에 반쯤 잠긴 상태였다. 그리고 맹수의 눈과 이빨을 그려놓았다.
양쪽 모두 돛과 돛대는 치운 상태로 해전 준비태세였다.
“해적 주제에 도망치질 않네?”
에드워드의 말에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적은 남의 배 옆구리에 구멍내는 데 흥미없어. 저것들은 그 산벡이라는 세트렛인 도시의 군함들일 거야.”
“해군이 부업 뛰는 건가?”
“그렇다고 봐야지. 상당히 체계적이잖아. 대놓고 우두머리 선박까지 준비되어 있고.”
베로니카의 시선 끝에는 노가 3개씩 쓰이는 갤리가 있었다. 그놈은 해적선단 중 유일하게 기사단 갤리보다도 큰 배였다. 게다가 선미루와 선수루도 높았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한테 물었다.
“저거 3단 갤리야?”
“저 크기면 5단.”
“5단? 노는 3개뿐인데?”
“위의 두 노는 노잡이가 두 명이야.”
“흠. 저 많은 노가 저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다니. 훈련을 엄청나게 시키는 건가?”
“그렇게 사람 귀하게 여기는 놈들이 아니지. 저 정도 크기면 주술사가 통제할 거야.”
잡졸 갤리처럼 내부 난입으로 노예들을 해방시켜줘봤자, 아군을 늘릴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잠시 뒤, 세트렛 갤리의 돌격으로 해전이 시작되었다. 기사단 갤리들은 그 돌격을 회피하며 투석기, 활, 쇠뇌, 투창 등 갖은 투사무기로 맞섰다. 해전에는 문외한인 에드워드가 보기에, 그것은 기묘한 광경이었다.
“큰 배들이 오히려 충돌을 피하는군. 그리고 더 빨라.”
“노잡이들이 많으니까. 그리고 저쪽은 충각이 속도를 내는 데 방해가 돼.”
베로니카의 말에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이 더 신식이란 말이군. 그런데 왜 세트렛인들은 저런 스타일을 고수하지? 역시 큰 거 한방을 포기 못하는 건가?”
“글쎄. 놈들 머릿속을 어떻게 알겠냐마는…… 아, 잠깐. 다시 멀미나기 시작했어!”
베로니카는 황급히 선실로 들어갔다. 약효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놈의 멀미.”
에드워드는 피식 웃고는 도로 해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양쪽 배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기는 했다.
세트렛인들은 사격전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는 순간, 뒤에서 가만 있던 5단 갤리선을 출격시켰다. 그건 굉장히 빨랐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탄 선박을 향해 달려오는 걸 깨달았다.
“기함 대 기함이라. 베로니카!”
“왜?!”
선실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베로니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워드는 불행한 뉴스를 전달했다.
“좀 크게 흔들릴 거야!”
베로니카가 되묻기 전에, 5단 갤리선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기사단 분견대 기함은 아슬아슬하게 옆구리를 노출시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충각을 그 5단 갤리선에 박았다. 쿠우웅! 베로니카는 선실 안에서 죽어나가는 신음소리를 뱉었다.
기사단보다 더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리자드맨 선박들이 그걸 신호인 것마냥 뛰쳐나갔다. 짧은 사격전은 끝나고 백병전이 시작되었다.
에드워드는 기함의 충각이 박힌 5단 갤리선을 한번 올려다본 다음, 투구를 썼다.
“순례하고 처음으로 성벽을 타네.”
성. 그런 표현이 모자라지 않았다. 기사단원들은 자기들보다 더 큰 5단 갤리선을 향해 판자와 사다리를 놓으며 외쳤다.
“올라가! 올라가!”
기사단원들은 충각을 통해서, 사다리와 판자를 통해서, 갈고리 달린 밧줄을 통해서 세트렛인 선박으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세트렛인들도 방향만 바꿨을 뿐,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위치가 더 높았기 때문에 아예 그냥 뛰어내리는 만용을 부리는 놈도 있었다.
에드워드는 밀고 밀리는 기사단 행렬에 따라붙었다. 헬레나, 가르달, 카치운, 스텔라도 그 뒤에 붙었다. 베로니카와 리안나는 보이지 않았다.
“리안나는?”
“멀미 환자 옆에서 시중드는 중.”
에드워드의 질문에 카치운이 대답했다. 기사는 인상을 썼다.
“도망쳤군.”
“무대가 좁은 선박이니 자길 던질 게 뻔하다고 하던데.”
밴시의 눈치가 늘었다. 카치운은 화살을 시위에 걸면서 말했다.
“저 빌어먹을 배는 너무 크군.”
피융! 화살이 날아가더니 세트렛인 전사의 겨드랑이에 맞았다. 카치운의 화살은 유독 큰 놈이라, 표적은 뒤로 쓰러져서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검은 깃의 큰 화살은 인상 깊었는지, 세트렛인들의 투사무기가 에드워드 일행이 있는 후열까지 날아들기 시작했다.
“아, 어그로 튀었네.”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가르달은 그의 앞에서 방패를 높이 들었다.
“내가 키가 좀 더 크면 경을 가려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가 숙이지 뭐.”
“꺅! 꺅! 나한테도 날아든다! 저도 방패 좀 주세요!”
고깔모자를 쓴 여마법사가 비명을 질렀다. 헬레나는 전사한 기사단원의 길쭉한 방패 하나를 바닥에서 발견해 뒤로 차냈다.
“그거 들어요!”
“아, 그거 좋아보이네. 좀 신세 지자.”
카치운은 태연하게 스텔라의 뒤로 돌아섰다. 마법사는 비명을 질렀다.
“아저씨도 방패 있잖아! 등에 진 거!”
“방패 들고 활 쏘기 힘들어. 엄호하는 동안은 버텨봐라.”
“왜 마법사를 방패수로 쓰는 건데?!”
“시작부터 마법 낭비할 수는 없고, 네가 할 수 있는 게 따로 없잖냐. 아, 그리고…….”
퍼억! 카치운이 말하는 도중에 화살 하나가 방패를 뚫고 반쯤 들어온 채 멈췄다. 스텔라는 사색이 되었다.
“……방패를 들어도 직격은 피해라.”
“전쟁 싫어!”
스텔라가 비명을 질렀다. 헬레나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럼 기사를 왜 쫓아와요?”
“아니, 마법사라면 좀 더 편하게 뒤쪽에서……!”
그때쯤 선두가 갤리선에 올랐다. 세트렛인들은 갑옷을 입어도 흉갑 정도였지만, 기사들은 전신을 철로 둘러싼 전사들이었다. 접근전 능력은 최강. 게다가 거듭된 단체훈련과 철통 같은 규율이 기사수도회의 특징이었다.
“승세다! 올라가! 올라가!”
뒤이어 기사단의 중장보병들과 선원들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선수루와 선미루는 여전히 세트렛 깃발이 휘날렸다. 갑판 위에서 난전이 벌어지고 있단 뜻이었다.
“밀려나지 않는 걸 보면 순조롭긴 한데…… 생각보다 쉽게 미는 것 같다?”
에드워드가 중얼거리며 마지막 발판을 딛던 때였다. 갑자기 사방에서 환성과 비명이 교차되는 것이 들렸다. 환성은 세트렛인들의 목소리였다. 안 좋은 소식이었다.
“시서펜트다!”
“미노타우로스다!”
기사단원들이 소리쳤다. 에드워드는 그 둘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명 받았다.
시서펜트는 바다에서 나타났는데 몸 길이가 거의 갤리선에 필적했다. 제일 높이가 낮은 리자드맨 갤리선들이 먼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창 신나게 싸우던 리자드맨들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시서펜트들 때문에 대혼란을 일으켰다.
미노타우로스는 각 갤리선 배 안에서 나타났다. 5단 노선에 나타난 것은 미노타우로스 중에서도 특히 큰 놈으로 키가 오거 수준이었는데, 검은 털빛에 황금 장식을 잔뜩 두르고 자기 사이즈에 맞는 검을 든 놈이었다. 전신이 털로 덮여 있어서 미노타우로스라기보다는 소가 두 발로 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평범한 시서펜트와 미노타우로스가 아니다.
세트렛인들이 섬기고 인신공양을 자행하는 대상은 반인반어의 악마 다곤, 소대가리 악마 몰렉.
“악마가 보낸 지원군이라. 왜 식량 수송선 찾다가 이딴 걸 만나야 되는 거지?”
“네가 여기 오자고 했잖아!”
뒤에 따라붙은 베로니카가 소리를 질렀다. 에드워드는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아, 맞네.”
“뭐, 예상 이상의 적이 나타난 것까지 우리 탓은 아니잖소.”
가르달이 말했다. 에드워드는 세트렛 갤리선의 갑판에 뛰어오르며 말했다.
“뭐, 저 소대가리부터 해결해봅시다.”
“그럽시다. 염소대가리 악마도 이겨봤는데 저깟놈쯤이야.”
가르달은 흔쾌히 말했지만, 헬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데 익숙해져도 안 되는데…….”
“왜 안 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가르달은 껄껄 웃으면서 도끼날을 들었다.
미노타우로스는 기사단원들의 무기를 쳐내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난전에 오히려 특화된 괴물. 기사단원들은 온갖 무기를 들이댔지만 두꺼운 가죽에 막혔다. 놈은 검을 높이 든 채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주문이다!”
한 기사단원이 소리쳤다. 놈의 손에서 불꽃이 치솟기 시작했다. 불꽃은 검을 삼켜 화염검을 만들었다. 불과 번개. 그게 놈의 능력이었다. 스텔라는 뒤에서 밀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뱃전으로 올라왔다.
“저건 주술이에요! 악마의 힘!”
전사 겸 주술사. 가장 흔한 패턴이지만, 만만해보이진 않는다.
“다음엔 앉아서 막자사발이라도 써주면 좋겠네.”
에드워드가 빈정거렸다. 세트렛인들은 소리 높여 환호했다.
“산벡! 산벡!”
“산벡! 몰렉!”
자기들 도시의 이름, 숭배하는 악마의 이름. 미노타우로스는 그들에게 매우 귀한 몸인 듯했다. 에드워드는 주춤거리는 기사단원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화염방어의 마법반지는 진짜 쏠쏠하게 쓰네. 이래서야 저주 받은 손의 기사가 아니라 화염 면역의 기사가 되겠어.”
미노타우로스는 에드워드를 알아보았다. 뭔가 위험한 놈. 놈은 에드워드를 향해 손을 내질렀고 곧바로 화염탄이 쏟아졌다. 사방으로 흩뿌려진 불꽃들은 갑판 여기저기에 붙어 매캐한 연기를 뿜어냈다.
“자기 배까지 불태울 생각인가, 이 얼간이 소는?”
불과 연기 속에서 에드워드는 인상을 썼다. 기사단원들 중 일부는 불꽃을 맞아 갑판 위를 구르기도 했다.
“몰렉의 인신공양은 불에 던지는 거야!”
베로니카가 황급히 소리쳤다. 그제야 에드워드는 놈의 속셈을 알아챘다.
“아, 다 태워버리고 남는 건 바다에 처박는다?”
그건 좀 긴장되는 이야기였다. 에드워드가 불에 타지는 않아도, 겨울 바다에 빠져 죽지 않는단 법은 없었다. 미노타우로스야 자기가 살 방법이 있거나 뭔 꿍꿍이가 있으니 불을 지르는 것이겠지만.
세트렛인들은 자기 배가 불타는데도 오히려 환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에드워드는 이게 좋은 징조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악마를 위해 기꺼이 죽으려는 자들.
“누구는 뭍에 남겨두고 온 애들 때문에 돈 뿌리고 다니는구만, 이놈들은 있는 애새끼도 불구덩이에 집어던질 기세네.”
“누가 들으면 경이 유부남인 줄 알겠구만!”
가르달은 소매로 입을 가린 채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연기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헬레나한테 질질 끌려갔지만.
“정신 좀 차려요, 드워프 평균!”
“이거 놔라, 평균 이상 엘프!”
“뭐가 평균 이상이란 건데요?!”
에드워드는 잡음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섰다. 산불 속에 몸을 던져도 다치지 않건만, 시간제한이 걸려 발판이 다 사라지는 조건이 덧붙은 것이다. 귀찮은 조건이다.
에드워드는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말했다.
“내가 고양이는 좀 키워서 걔들 말은 알아듣거든? 그런데 소는 안 키워봤다. 너, 나하고 말이 통할까? 세트렛인들은 소를 누가 키워?”
“무어어어어어!”
미노타우로스는 대화 거부의 외침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뭐라도 외치는 게 좋은 상황. 정해놓은 말 따윈 없으니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는 게 정석. 에드워드는 기꺼이 마주 소리쳤다.
“소는 누가 키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