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체험 교육과 산업 재해 (1)
여자 사제. 하루에 한 번씩 기적을 사용할 수 있는 고가치 표적. 다만 남자 사제보다 완력이 떨어지고, 접근전 능력도 모자란 경우가 흔하다.
보통은 그렇다.
“이 무식한 여자는 뭔데!”
사티로스가 비명을 질렀다. 그 직후 그의 정수리로 못이 빼곡하게 박힌 나무 몽둥이가 떨어졌다. 콰직!
수습 사제 디나는 직업에 안 어울리는 나무 몽둥이를 사티로스의 머리에서 뽑았다. 피와 가죽이 못대가리에 찍혀 끌려 나왔다. 에드워드가 박살 천사로 별명을 붙인 그녀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 여자가 절반인 일행의 의뢰가 하필 사티로스라니…… 불결해요! 불경해요!”
사티로스의 기원은 아무도 모른다. 악마가 만들다 버린 실패작이란 이야기도 있고, 반대로 인간의 원초적 모습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라는 설도 있다. 드물지만 빛과 어둠 양쪽에서 용병이나 일꾼으로 등장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리자드맨과 비슷한 중립 종족으로 보기도 한다.
사티로스들은 남녀 불문하고 동족애나 동료애 따윈 갖다 버린 개인주의 성향이라, 소속이 없는 뜨내기들이다. 그런데다 그 성욕과 통제 불가능성은 인간에게 해로울 때가 종종 있으므로, 서로 호의적인 관계가 아니라면, 손에 자비를 담을 필요는 없다.
“인간과 우호적일 때는 농사일도 돕고, 즐거운 밤손님이 되어주기도 한다지만…….”
“불경해요! 불경해!”
약간 뒤에 서 있던 에드워드의 말에, 디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아직 움찔거리는 사티로스의 머리통을 몇 번 더 내리찍었다. 퍼억! 콰직! 디나의 겉모습에 혹했던 사티로스들은 기겁하며 도망쳤다.
“미, 미친 여자다!”
“누가 미쳤다는 거예요?! 다들 내 속은 모르고!”
디나는 몽둥이를 뽑아 든 다음 붕붕 휘둘러댔다. 에드워드 옆에 있던 가르달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약해 보이는 외견, 울 것 같은 표정, 부정적인 성격…… 하지만 전혀 자비가 없는 손놀림이군. 마치 부정적인 감정을 전부 실어 휘두르는 듯하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마저 마이너스 덩어리라니, 엄청난 여자군.”
“난 몽둥이에 못 박아놓은 거 보고 심상찮은 여자라 생각했지. 이단자였을 때 모습은 과연 어땠을지 궁금하네.”
카치운도 한마디 얹었다.
베로니카는 남자들의 짧은 평을 듣다 말했다.
“열렬히 속죄에 임하는 모습이 아름답네.”
그 말에 남자들은 베로니카와 슬금슬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베로니카는 그들을 흘겨보았다.
“이단 심문관으로서의 감상이에요.”
도망치던 사티로스 중 하나의 등짝에 화살이 날아가 꽂혔다. 퍼억! 놈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화살은 여자 사냥꾼 리베르타가 쏜 것이었다. 마테오네 일행의 쇠뇌 병.
북비텔리아 출신인 그녀의 직업은 사냥꾼이었는데, 정확히는 가출한 사냥꾼이었다. 사냥꾼 아버지가 한참 어린 차남의 몫으로 보관해둔 쇠뇌를 훔쳐서 달아났다고. 그 후 갖은 곤욕을 치르는 걸, 사이먼 경이 구해줘서 열렬히 따라다녔다 한다. 다만, 열성이 단점까지 극복시켜 주지는 않았다.
그녀의 문제는 역시 쇠뇌라는 무기 자체의 한계와 체력 부족이었다.
“젠장! 한 놈만 더!”
리베르타는 세 번째 화살을 장전했다. 벨트의 갈고리에 시위를 걸고, 쇠뇌의 발판에 한 발을 걸고, 있는 힘껏 상체와 하체를 핀다. 숙련병도 1분에 두 발 쏘면 빠른 무기다. 대신 관통력이 높지만, 전장이 아닌 곳에서 갑옷을 안 입고 숫자로 밀어붙이는 괴물들을 상대할 때는 단점만 두드러진다.
보다 못한 카치운이 소리쳤다.
“이미 늦었다! 관둬!”
그러나 리베르타는 고집스럽게 장전을 끝냈다. 그때는 이미 사티로스들이 다 도망간 뒤였다.
단번에 달려오기는 힘든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이동한 두 일행 중, 사티로스들이 기습을 건 상대는 선두의 4인조였다. 놈들은 디나를 노렸지만, 자기들 희생자만 셋 남겼다. 수습 사제 디나한테 하나, 사냥꾼 리베르타에게 하나, 방랑 학생 빌헬름에게 하나.
셋 중 하나는 여성형인 사티레스였다. 빌헬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죽은 사티레스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이종족이어도, 여성에게 검을 꽂다니.”
“방랑 학생이 기사보다 더 기사다운 고민을 하네.”
에드워드가 말을 몰아 그들에게 다가왔다.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거리를 좁히긴 했지만, 에드워드 일행은 끝까지 개입하지 않았다.
“그 사티레스는 남성형들에게 음식이라도 받는 조건으로 끼었을 거다. 네가 안 쓰러뜨렸으면, 네가 죽어. 디나는 하나가 아니라 더 많은 숫자를 상대했을 거고.”
그랬다간 디나가 몽둥이를 휘두를 새도 없이 보쌈당했을 것이다. 사티로스의 성격상 여자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고, 길어봐야 몇 개월 뒤면 풀려나겠지만, 그게 좋은 경험일 리가 없다.
한 손 검과 카이트 실드를 든 전사 마테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다수에 기습당하고, 후열을 위협받고, 여성형과 싸우고…….”
“이번엔 순전히 디나 덕이야, 너네. 걔가 저 무식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하면서 사티로스들의 얼이 빠졌어. 덕택에 후열을 지킬 부담이 줄었지.”
두 번은 없다는 뜻이다. 사티로스들은 디나가 어떤 여자인지 이미 알아차렸을 테니까. 에드워드는 짜게 평가했다.
“일단 모두가 접근전 능력이 있어서 웬만큼 싸울 수 있는 건 나쁘지 않네. 여차하면 모두 전열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겠어. 하긴, 그 정도도 못하면 쌈박질 못 하지만.”
에드워드는 새로 장만한 서코트와 사슬 갑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 최고는 모두가 이렇게 전신 갑옷을 입는 거야.”
“그럴 돈이 어딨습니까…….”
마테오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카치운은 리베르타의 덜미를 붙잡고 잔소리를 늘어놨다.
“넌 네가 쏘는 무기도 잘 모르냐? 처음부터 그냥 도끼를 들지!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화살은 뭐야? 놓칠 게 뻔한데 왜 힘과 시간을 낭비해? 그때라도 허리춤에 찬 도끼나 단검을 들어! 그리고 주변을 경계해! 쇠뇌 못 쏴서 죽은 귀신이 붙었냐!”
“그 시간 안에 당길 자신이 있었다구요!”
“네 팔뚝을 지금보다 한 둘레 더 굵게 만들기 전까지는 무리야! 네 능력을 똑바로 직시해! 주변 사람들도 시야에 넣고! 너 몇 번이나 잡힐 뻔한 줄 알아? 마테오와 디나가 널 지켜줬어!”
“댁이 우리 아빠예요?!”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버렸다.
“그 친구는 딸내미만 둘이야!”
“와, 어쩐지 잔소리가 프로급이더라!”
리베르타는 투덜거렸다. 가르달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첫인상과 실제 활약이 순 반대야. 제일 잘 싸운 게 수습 사제고, 제일 부진한 게 쇠뇌 병이라니.”
“전 사티로스 하나 죽였잖아요! 마테오는 하나도 못 죽였어요!”
“걔는 큰 사티로스 두 놈이랑 싸웠어. 걔들 발을 묶은 것만 해도 탱커의 몫은 다 한 거야. 그 난전 속에서 넌 화살 둘 쐈을 뿐이고. 쇠뇌를 쓰기 어렵겠다 싶으면 보조 수단을 좀 더 빨리 꺼내. 디나가 까딱 실수했으면 넌 쇠뇌와 함께 납치당했어.”
디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제가 그냥 계속 싸우면서, 리베르타 양이 장전시간을 버는 방법이 잘못된 걸까요?”
카치운은 고개를 저었다.
“잘못은 아니야. 그게 더 나은 상황도 있지. 대열을 짜서 싸운다던가, 유별나게 크고 강한 놈이 있다던가. 하지만 아까처럼 사방에서 적이 튀어나오는 상황에는 안 맞는 전술이야.”
카치운은 리베르타의 덜미를 붙잡은 채 사티로스들의 발자국을 향했다.
“자, 레슨 2. 추적술이다.”
“좋아요! 이건 자신 있어요! 전 사냥꾼의 딸이었다고요!”
“그래, 그래. 제발 좀 잘 해봐라.”
에드워드는 그 광경을 낄낄 웃으며 보다가 빌헬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테오보다 키가 약간 더 크고 나이도 많은 대학 중퇴생. 아직도 사티레스를 죽인 걸 껄끄러워하는 모양새였다. 에드워드는 열쇠 검의 칼등으로 그의 모자를 가볍게 툭 쳤다.
“검 차고 다니는 방랑 학생이면 과격할 줄 알았는데, 여자 하나 베었다고 벌벌 떠네?”
“물론 쌈박질에서 물러선 적은 없죠! 학생 감옥도 신물나게 들락거렸고요! 옆 탁자의 소시지 크기를 놓고도 물러선 적이 없어요!”
카치운은 그걸 듣고 인상을 썼다.
“자랑이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버렸다.
“멋지게 잘 살았네. 그런데 왜 그래?”
빌헬름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작아졌다.
“저보다 작은 여자를 벤 적은 없었어요…….”
경험 부족. 그간 뛰어온 무대가 도시의 난장판인 방랑 검객이지, 직업 전사가 아니니 그럴 법도 했다. 게다가 사티레스는 말이 안 통하는 짐승도 아니고, 뿔 아래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은 거의 인간이었다.
“내기 결투만 했지, 직업 전사가 아니다 이거군. 뭐, 이해해. 그런데 도시 밖으로 나오면 온갖 적을 맞닥뜨려. 그게 사내놈과 괴물뿐이라고 생각하지 마. 미녀나 꼬마라고 악당이 아니란 법은 없거든.”
“미녀의 모습을 한 악령이나 악마 말이에요?”
“뱀파이어도 있고, 변신술사도 있고, 사교도도 있고, 이단자도 있지…….”
“심란하군요.”
“난 다 만나봤어.”
“맙소사.”
“내 적으로 만나면, 거죽이 어떻든 다 개새끼들이야.”
리안나는 죽은 사티로스들의 허리띠를 일일이 뒤져보았다.
“기사님! 얘들 먹을 거 갖고 있어요!”
“뭔데?”
“도토리요!”
“버려.”
그때 베로니카가 나섰다.
“다람쥐가 모아놓은 걸 지나가는 길에 털기라도 했나?”
리안나는 쪼르르 달려와 베로니카 앞에 자기가 모은 도토리들을 보여 주었다. 아직 껍질도 안 깐 것들이었다. 보통은 돼지들이나 먹는 것 취급이지만, 고블린이나 오크나 사람이 먹지 말란 법도 없긴 하다.
“재밌네. 도토리는 쓴맛을 빼야 겨우 먹을 수 있거든.”
“그래서?”
에드워드가 묻자 베로니카는 손가락으로 사티로스 시체들을 가리켰다.
“껍질을 까서 찬물에 하루이틀은 담가야 해. 즉 이놈들은 도토리 저장고와 찬물그릇을 갖고 있단 말이지.”
“거점이 있단 말이군.”
“겨울이니까. 그 거점을 습격하면 새는 놈 없이 다 족칠 수 있을 거야. 놈들 목에 은화가 걸렸으니 되도록 다 죽여.”
“사티로스들은 흩어지면 다시 온순해지니 괜찮지 않나요?”
빌헬름이 묻자 베로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약탈에 맛들이기 시작한 놈들이야. 온순해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우리가 판단할 게 아니야. 시의 문제지. 지금이라도 시청으로 돌아가서 물어볼래? 다 안 죽여도 되냐고.”
“어…….”
빌헬름은 말을 더 꺼내지 못했다. 마테오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만하고 따라와요. 이미 결정한 거잖아요.”
“그래, 그렇지…….”
마테오는 본인이 상대적으로 지적받은 게 없는 것 덕인지 활기찼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냉혹하게 평가했다.
“그런 말을 싸우기 전이나 싸울 때쯤 해야 했어, 넌. 지시 안 내리고 바로 싸우면 어쩌자는 거야. 네가 리더인데.”
“어, 그렇습니까?”
“싸우기 전에 상황 파악해서 ‘포위됐다! 접근전!’이라고 외치기라도 했으면, 저 고집 센 리베르타도 장전하는 데만 신경 썼을까? 여자 하나 죽이고 얼이 빠진 빌헬름의 독려는 누가 해야 하지? 디나가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하면 진정시키는 건 누가 하고?”
“어…….”
“그래도 이번엔 사티로스들이 널 콕 집어서 제일 큰놈들을 둘이나 보냈으니, 그건 감안해 주지. 60점. 10점만 더 올려봐.”
“큭. 다른 사람들은 몇 점입니까?”
“글쎄. 이런 걸 비교하기는 좀 어렵다만, 디나가 80점쯤?”
“여사제한테 졌다……!”
좌절하는 마테오를 보고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다 초짜인 판이니 어쩌겠냐. 두 번째 기회를 잘 살려봐.”
그때 리베르타가 고개를 들었다.
“안 따라올 거예요?”
남들이 다들 지 아래라는 투였다. 카치운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넌 10점이야.”
그래도 리베르타의 추적술은 나쁘지 않았다. 그때는 눈빛이 달라져서 카치운과도 원활하게 말이 오갔다. 쇠뇌병으로서 미숙했을 뿐이다.
“쇠뇌가 무기 숙달은 오래 안 걸리는데, 그렇다고 베테랑이 없는 무기는 아니란 말이지.”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헬레나가 그걸 듣고 말했다.
“그런가요? 전 쇠뇌도 영 아니던데.”
“그건 순전히 네 성격 문제 같은데.”
“아르데니아는 쇠뇌를 잘 쓰지 않아서, 오래 만지지도 못했어요.”
엘프야 정령의 가호가 기본적으로 들러붙는 종족이니, 그냥 활을 당겨도 웬만한 갑주는 뚫었을 것이다. 정 쇠뇌병이 필요하다 싶으면 인간 용병을 고용하면 될 일이고.
“네가 활잡이가 아닌 게 때때로 아쉽군.”
“흠. 제가 조언할 건 없긴 하네요. 카치운과 가르달과 당신이 거의 다 해버려서.”
그때 카치운이 일행을 돌아보며 손에 입을 갖다 댔다. 소굴이 가깝다는 뜻이었다. 조금 더 나아가보니, 동굴과 사티레스 경계병이 보였다. 어설프게 만든 창을 쥐고 있다.
에드워드는 마테오를 향해 말했다.
“좋아, 우린 여기서 빠진다.”
“네? 진짜요?”
“너희들끼리만 해보라고 했잖아. 시작해 봐.”
마테오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워드는 슬쩍 물러서면서 베로니카한테 말했다.
“자연동굴은 다른 출입구가 있을지도 모르지. 쟤들이 싸우는 동안 그거나 찾아보자고.”
“쟤들 끝까지 안 지켜보게?”
“사티로스 따위, 백업할 사람은 가르달과 헬레나면 충분해.”
“저도 남을게요. 돌아다니기 귀찮아…….”
스텔라의 말이었다. 에드워드는 거기 동의했다. 그렇게 셋을 남기고 나머지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다른 출입구를 찾으러 나갔다.
마테오는 일행을 모아 간단히 짠 작전을 지시했다. 의뢰에서 말하길 사티로스는 모두 열둘. 좀 전의 조우에서 제거한 게 셋. 나머지는 아홉. 경계병을 쇠뇌로 제거하면 남은 건 여덟. 숫자는 여전히 밀리지만, 대열을 짜서 밀어붙이고 계속 쇠뇌를 장전해 쏜다. 혹시라도 후미에 사티로스가 나타난다면, 디나가 몽둥이로 대응한다.
“좋아, 다들 이해했어?”
나머지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테오는 일행을 독려했다.
“이 의뢰만 해치워도 당분간 침대에서 잘 수 있어! 자다 깬 언데드 따위, 안 잡아도 돼!”
잠시 뒤 리베르타는 더 가까이 나아가 땅에 앉았다. 그녀는 몸을 뒤로 눕혀 쇠뇌를 장전했다. 사티레스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퍼억! 경계병이 관자놀이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자 마테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격!”
그 말과 함께 4인조는 동굴을 향해 달려갔다. 가르달은 그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따라 들어가 볼까?”
“혹시 불리하면 도로 물러서겠죠. 그때 개입해도 안 늦을 거예요. 소리에 귀나 잘 기울여봐요.”
헬레나가 말했다. 스텔라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추워 죽겠는데 다들 기력도 좋아.”
“적당한 장소를 골라 불이라도 피우죠.”
헬레나가 삭정이를 줍기 시작했다. 그때쯤 동굴 안쪽에서 함성 소리와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끊어지지는 않았다. 더 깊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잘 하고 있나 보구만. 아, 술 고프다. 사티로스는 술 갖고 있나?”
가르달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헬레나의 귀가 까딱거렸다. 그녀의 고개가 홱 돌았다.
“앗!”
“왜? 뭔데?”
가르달이 황급히 그녀의 시선을 쫓아가 보았다. 그러곤 숨을 삼켰다.
저 멀리서 어깨높이가 5피트 정도인 거대한 늑대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