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체험 교육과 산업 재해 (2)
“밀어붙여!”
마테오는 사티로스들을 향해 방패를 들이밀면서 소리쳤다. 사티로스의 숫자는 전해 들은 것보다 약간 더 많았다. 동굴 안에 남은 건 여덟이 아니라 열둘. 처음엔 안쪽으로 도망치던 여성형 사티레스들도 곧 항아리, 돌, 아직 태우지 않은 장작개비 따윌 들고 돌아왔다.
사티로스는 누비 갑옷도 없이 천 옷 하나 걸친 게 고작이었다. 무기도 농기구나 몽둥이 정도. 하지만 동굴엔 나무를 뾰족하게 깎아 만든 장애물을 곳곳에 두고, 방패 노릇을 하는 판자 따윌 들어 그 뒤에서 저항했다.
“우왁!”
사람 머리통만 한 항아리를 방패로 받아낸 빌헬름이 소리를 질렀다. 와장창! 얇은 토기가 깨지면서 깐 도토리 알과 냉수가 쏟아졌다. 마테오는 방패로 그를 가리면서 소리쳤다.
“물러서지 마!”
그가 말을 꺼내는 순간 리베르타가 외쳤다.
“숙여!”
퍼억! 쇠뇌의 화살이 날아가 돌을 던지는 사티레스를 쓰러뜨렸다. 디나는 자기 발밑으로 굴러온 돌을 집어다 도로 던졌다. 리베르타가 마테오를 재촉했다.
“좀 빨리 못 쳐죽여?!”
“노력하고 있어!”
마테오가 소리쳤다. 사티로스의 키가 인간보다 평균적으로 작다지만, 머리 하나 정도는 그리 큰 차이가 아니다. 그리고 마테오는 아직 성장기라, 체구 자체는 비슷했다. 그가 나름 기사 밑에서 훈련받고 강철검으로 무장한 전사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옷을 입은 게 고작인 사티로스보다는 훨씬 잘 싸웠기 때문이다.
빌헬름은 사티레스를 베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마테오보다 더 공격적이었다. 밥 먹고 싸우기만 하는 게 대학생이라는 농담을 그대로 따오면 그의 모양새에 걸맞을 것이다. 다만 방패가 작아 투석 따위에는 적잖이 몸을 사려서, 마테오의 방패에 붙기도 했다.
“아, 방패 더 큰 거 쓸까.”
“당신은 항상 말만 그러죠!”
마테오가 버럭했다.
퇴로가 없는 사티로스들은 처절하게 싸웠지만, 전세는 마테오쪽이 더 유리했다. 무기와 기술의 차이가 뭣보다 컸다. 강철검을 막거나, 방패를 뚫을 수단이 그들에겐 없었다. 쇠뇌도 마찬가지였다. 리베르타는 별다른 방해가 없이 연거푸 화살을 쏘았다. 전열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장전이 끝나는 순간 하나는 확실하게 죽인다.
“왼쪽!”
리베르타가 외치자 마테오는 바로 오른쪽으로 비켜섰다. 그 순간 화살이 날아가 적 전열 하나를 쓰러뜨렸다.
체력 문제로 그 장전속도가 계속 느려지긴 했지만, 사티로스들은 공포에 질려버렸다.
“항복! 항복!”
빌헬름 앞에서 한 사티로스가 팔을 잃고 뒤로 넘어진 채 소리쳤다. 빌헬름이 쭈뼛하는 순간, 마테오가 소리쳤다.
“항복 받아내란 말은 없었어요!”
빌헬름은 결국 사티로스의 가슴팍에 검을 내찔렀다. 그다음엔 마테오가 자기 앞을 막은 사티로스를 베었다. 이제 남은 건 여성형인 사티레스 셋뿐.
“저리 가! 오지 마!”
사티레스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집어던지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이미 던질 것도 거의 바닥이 난 참이었다. 빌헬름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물었다.
“여자들도?”
“기사님이 그러라고 했잖아요.”
“사이먼 경이라면 죽이지는 않았을 거야…….”
사이먼 경이라면. 마테오는 그 말을 곱씹었다.
사티레스들은 더 안쪽에서 인간 포로들을 끌고 나와 방패로 세웠다. 둘이었는데, 둘 다 여자였다. 재갈과 밧줄로 묶인. 디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악랄한 수단을 쓰네요. 근처 마을에서 납치당했다는 여자들일까요?”
마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인질을 썼으면 더 골치 아팠을 것 같은데.”
“쟤들도 당황했단 거겠지. 아니면 그 정도로 악랄하진 않았다던가.”
빌헬름은 다시 마테오를 향해 말했다.
“어쩔래?”
마테오는 별로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놓고 빌어도 살려줄까 말까예요.”
사티레스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빌헬름도 칼끝을 도로 올렸다.
그때였다. 동굴 입구 쪽에서 벼락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인간 꼬마들! 정리 끝났냐?”
드워프 가르달의 목소리였다. 리베르타가 바로 맞받아 소리쳤다.
“사티레스들만 남았고, 죽일까 말까 하는…….”
“안 죽여도 돼! 당장 뛰쳐나와!”
“네?”
“당장 나오라고! 바르그다! 바르그가 여기까지 왔어!”
“꺅! 꺅! 가르달 씨! 놈들이 와요!”
스텔라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마테오는 기겁해 소리쳤다.
“방향 반전!”
리베르타가 황급히 물었다.
“인질은 어쩌고?”
“어차피 사티레스들은 도망 못 가! 바르그가 먼저야!”
4인조는 동굴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가르달과 스텔라는 입구가 아니라 동굴 중간에서 만날 수 있었다.
“동굴이 좁아서 다행이군. 여기서 막는다! 엘프가 기사 양반 부르러 갔으니까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가르달이 소리쳤다. 그는 4인조가 부수거나 집어던진 장애물들을 도로 세우며 말했다.
“사티레스는 몇이나 남았어?”
“셋입니다! 인간 여자들을 인질로 잡고 있습니다!”
마테오가 대답했다.
“인질들 풀어주고! 바르그 잡는 거 도와주면 살려준다 해!”
“걔들이 그걸 믿겠습니까?”
커어어어어엉!
늑대들이 짖는 소리가 동굴 안을 울렸다. 가르달은 타들어 가는 혀로 말했다.
“이쪽 산업 재해에 휘말리기 싫으면 믿겠지.”
그 순간 바르그 하나가 돌진해왔다. 가르달은 방패를 들면서 외쳤다.
“받아쳐!”
마테오와 가르달은 방패로 바르그와 부딪혔다. 쿠웅! 마테오는 튕겨 나갔지만 가르달은 굳건했다.
“다리에 힘이 없어, 젊은 놈이!”
“죄송합니다, 영감님!”
“누가 영감이야!”
마테오는 곧바로 가르달 옆에 서서 바르그를 검으로 쳤다. 그러나 놈의 머리와 앞발은 검과 도끼에도 쉽게 상처를 입지 않았다. 곰 수준의 덩치. 바르그 중에서는 작은 놈이었지만 단단하기는 매한가지다. 스텔라는 가르달에게 말했다.
“주문 외울까요?”
“아직 안 돼! 밖에 셋은 더 있어! 고블린이나 오크들이 뒤따라올지도 몰라!”
가르달은 자기 방패를 향해 이빨을 들이미는 바르그의 코를 도끼로 후려쳤다.
깽!
놈의 코끝에서 도끼날 자국을 따라 핏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물러서면서 스쳤다. 바르그는 그 덩치를 살리는 돌격뿐만 아니라, 치고 빠지기에도 능한 맹수다. 가르달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이놈들은 마법사를 알아볼 만큼 똑똑해! 절대 한꺼번에 안 올 거야! 네가 주문 낭비하기만 기다릴걸!”
“그럼 어쩌라고요?!”
‘돌이라도 던져! 한 놈뿐이잖아!”
잠시 뒤 일행의 뒤에서 사티레스들과 풀려난 인질들이 나왔다. 스텔라는 그녀들과 함께 바르그를 향해 돌을 집어 들었다.
“들었어? 던져!”
스텔라가 신호하자마자 돌이 가르달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마테오는 놈의 머리에 맞고 튀어나오는 돌을 방패로 막으며 소리쳤다.
“안 통하는데요!”
“그럼 통할 때까지 던지는 거야!”
가르달이 소리치는 순간 리베르타의 쇠뇌가 화살을 쏘았다. 퉁! 화살이 어깨에 박히자 바르그는 아까보다 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어설프게 던지는, 돌보다는! 이게 더 확실하지!”
그러나 외침과 달리 그녀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남은 화살은 열 개 남짓했지만, 그녀의 체력에 한계가 온 것이다.
“젠장! 좀 기다려! 다음 화살을 장전할 때까지…….”
“리베르타 양한테 근력 강화 주문을 걸까요?”
“아니, 아껴!”
디나의 말에 마테오가 소리쳤다. 그때 바르그는 다른 발을 들어 올려 다시 마테오를 쳐냈다. 퍼억!
“윽!”
마테오는 그 일격을 방패로 막다가 순간 뭔가를 밟고 발이 미끄러졌다. 우당탕 뒤로 넘어진 그는 자신이 뭘 밟았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사티로스들이 찬물에 담가놨던 도토리 알들.
“이런…….”
바르그는 쓰러진 마테오를 향해 다시 앞발을 내리찍었다. 쾅! 다행히 방패가 길어서, 그리고 가르달이 다시 옆으로 움직여서 직격은 피했다.
“사내놈이 그래서 여자는 안겠냐! 결혼하면 아주 쥐여 살겠네! 에드워드 경처럼!”
스텔라가 이죽였다.
“그래도 농담할 기운은 있으시네! 그리고 기사님은 그거 때문에 쥐여 살지는 않을 것 같…….”
“아, 어쨌든 쥐여 살 거잖아!”
빌헬름이 마테오의 덜미를 잡아 일으켜 세우면서, 그는 다음 일격이 떨어지기 전에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쿵! 다시 충격을 버텨낸 다음, 이번엔 일어섰다. 그는 가르달에게 물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죽입니까?”
“찔러! 급소를 아주 깊게 찔러! 너네 힘으로 벨 생각하지 마!”
“말이 쉽지……!”
그때였다. 뒤에서 또 다른 바르그 하나가 나타났다. 선두에 선 놈보다 더 컸다.
“두 놈!”
동굴이 좁기는 해도 바르그 두 놈이 머리를 들이밀 정도는 된다. 그러면 전열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놈들이 더 공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가르달은 스텔라를 향해 외쳤다.
“안 되겠다! 주문! 한 놈은 쓰러뜨려!”
“겨우 마법사의 차례네.”
스텔라는 돌을 옆의 사티레스에게 넘겨준 다음, 주문을 외웠다. 바르그들은 마법사의 주문을 알아채고 물러서려 했지만, 상급 마법사의 시전 속도는 빨랐다. 콰르르릉! 흰 번개가 후미에 있던 바르그를 덮쳤다. 놈은 깨갱 소리도 못하고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괴, 굉장해! 이게 마법사…… 아니, 이런 마법사는 본 적 없어요! 혹시 상급 마법사세요?!”
마테오의 말에 스텔라는 몸을 배배 꼬았다.
“더 칭찬해! 더! 내가 바로, 프리시아 학당의 번개 마법 최연소 수재 스텔라 양이란다?”
“촐싹거리기는!”
가르달은 짧게 투덜거렸다. 스텔라는 입을 삐죽였다.
“그야, 기사님이 칭찬에 인색하잖아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비전문가는 전문가가 소중한 줄 모른다니까요?”
하지만 마테오도 마법사에 대해 잘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젊은 박사분이 있다니!”
그 말에 스텔라는 좌절해버렸다.
“아직 박사 아니야…….”
“주문 더 없어요? 하나만 더 쓰면 뚫는 거 아니에요?”
리베르타가 소리쳤다. 가르달은 바로 부정했다.
“밖에 더 있다고 했잖아!”
“한 놈 더 들어오면, 어차피 주문 쓸 거 아니에요? 어차피 쓸 것 지금 쓰면…….”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주문 숫자는 한정돼! 그 전에 기사 양반이 와야지!”
“아끼기만 하다 망하겠네!”
마테오는 둘의 설전을 듣다 결정했다.
“마법사님! 주문 하나 더 쓰시죠!”
“어, 왜?”
“바깥 상황을 살펴볼 수 있게 입구까지는 나가도 돼요! 거기서 싸워요!”
스텔라는 가르달을 돌아보았다. 그는 부정적이었다.
“이 동굴, 입구 쪽으로 가는 길에 약간 넓은 공간이 있어! 거기에 바르그가 더 있으면 공간 때문에 전사 두셋으로 못 막아! 도로 물러서야 돼!”
“그럼 거기까지만이라도 밀어보죠!”
마테오의 말에 스텔라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지금 여기 지휘는 누가 하는 거예요? 우리 꼬마 전사님? 아니면 드워프 아저씨? 그거부터 결정해 주시죠? 지휘관이 둘이면 마법사는 아무것도 못 하거든요?”
쿠웅! 가르달은 바르그의 앞발을 도끼로 찍었다. 바르그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서자 그가 소리쳤다.
“풋내기 말을 뭐하러 들어! 내 말대로 해!”
“이건 우리가 맡은 일이에요!”
마테오가 반발했다. 그는 바르그의 잇몸에다 검을 박아넣었다. 콱! 그러나 이빨 뿌리에 걸린 검이 튀어나왔다.
“그럼 쓰러지지나 말고 버텨 봐!”
“아깐 넘어진 것뿐이거든요?”
둘의 설전을 본 스텔라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마테오의 손을 들어줬다. 그녀는 바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걸 본 바르그는 상처투성이의 몸을 이끌고 냉큼 돌아서 도망쳤다. 놈은 스텔라의 시전 속도를 봤기 때문에 망설임이 없었다. 표적이 굴곡진 길을 떠나 시야에서 사라지자 스텔라는 주문을 도로 거두었다.
“에이, 시약만 날렸네.”
“그러게 내가 뭐랬냐! 주문 아끼랬지!”
가르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마테오는 앞으로 나섰다.
“달려요! 나갈 수 있는 데까진 나가요!”
“모퉁이 도는 순간 늑대 앞발에 채이지나 마라!”
가르달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다행히 마테오의 도박은 성공적이었다. 바르그는 모퉁이 뒤에 매복하거나, 약간 넓은 공간을 전장으로 재설정하지 않았다. 다른 무리도 없었다. 놈은 계속 입구 쪽을 향해 달렸다.
“거봐요! 잘 됐잖아!”
그 말이 나오자마자 바르그가 돌아섰다. 가르달은 욕설을 뱉었다.
“잘 되긴 개뿔! 저놈이 왜 돌아서겠어! 바르그가 더 온다는 거잖아!”
가르달의 말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바르그는 이를 드러냈다. 으르렁! 마테오는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
“그럼 다시 받아쳐요!”
“시작부터 쓰러진 놈이 호언장담하기는!”
그때, 바르그는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지독한 오줌 냄새가 풍겼다. 놈의 등을 딛고 헬레나가 나타났다.
“다들 무사해요?”
“기사 양반은?”
“밖에 있는 바르그들을 물리치는 중이요. 거의 끝났어요. 리안나가 물려가는 바람에 고생 좀 했지만.”
“걔는 산업 재해 안 당하면 이상한 애니까. 일일이 말할 거 없어.”
“리안나가 들으면 화내겠어요.”
“모두 몇 놈인데?”
“밖에 있는 것만 네 마리였어요. 두 마리는 죽였고, 두 마리는 도망쳤죠.”
가르달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죽은 바르그를 걷어차면서 말했다.
“이건 아직 성체가 덜된 놈이야. 가족무리려나?”
“그럴 거예요. 사냥 연습하러 나온 것 같더군요. 이쪽이나 그쪽이나 똑같이 체험 교육 중이었단 말이죠.”
그때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바르그 너머에서 들렸다.
“아, 바르그 새끼들. 까다롭네. 말이 겁을 먹어버리니.”
“아직 어린놈들 같은데. 크기가 비슷비슷했지? 그럼 무리가 따로 있을 거야.”
베로니카의 말도 들려왔다. 에드워드가 동굴을 향해 외쳤다.
“자, 바르그의 산업 재해 납셨다. 다들 무사하냐?”
“무사해요!”
리베르타가 외쳤다. 피 묻은 열쇠검을 든 에드워드가 곧 바르그의 등을 타 넘고 동굴로 들어왔다. 그는 4인조의 후미를 보고 말했다.
“뭐야, 사티레스들이 안 죽었잖아?”
가르달이 헛기침을 했다.
“마무리 짓기 전에 바르그가 들이닥쳤소. 협력하면 살려준다고 내가 조건을 걸었는데, 감안해서 처분해줬으면 좋겠소.”
“뭐,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오.”
에드워드는 마테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항상 시험 당하던 기사는 이제 시험하는 입장이 되어 장난스레 물었다.
“어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