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굴 사냥 (1)
에드워드의 말에 사티레스들은 사색이 되어 물러섰다. 그녀들을 곁눈질한 마테오가 물었다.
“어…… 제가 결정합니까?”
“이제까지 그렇게 한 거 아니었어?”
가르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쟤가 다 결정했소. 스텔라도 쟤 말을 따랐지. 멍청하게.”
“영감님, 뒤끝 심하시다.”
“누구보고 영감이래!”
가르달과 스텔라가 티격대는 사이, 에드워드는 사티레스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사티로스는 반항기가 심해서 노예로는 취급 안 하는 것, 알지? 드문 예지만 복수하려고 설치는 경우도 있다.”
“사티레스가 동료의 복수를 해요?”
“드문 예라고 했잖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뭐 그 정도야. 우물에 오줌 싸는 정도는 할지도 모르지.”
마테오는 검 자루를 꽉 쥐었다. 살려줄 핑계야 많다. 여성형인 사티레스들이 남성형인 사티로스보다야 위험도가 훨씬 낮다는 것, 바르그 상대로 별 역할은 못 했지만 가르달이 살려주겠다고 약속한 것 등등.
‘하지만 여기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
“남의 복수 같은 것 안 해요! 살려주세요!”
사티레스들이 무릎 꿇고 소리쳤다. 동족애, 동료애라 할 게 그리 대단하지 않은 종족이니, 진심일 것이긴 하다. 디나는 그녀들을 곁눈질하다 조그맣게 말했다.
“다들 꺼리시면, 제가 할까요? 이것도 속죄의 일환으로…….”
히이이익?!
사티레스들은 못 박힌 나무몽둥이가 움찔거리자 질겁했다. 하지만 마테오는 빌헬름을 곁눈질하다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냥 놔두죠.”
“왜? 저 말을 믿어서?”
마테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이먼 경이라면 살려뒀을 겁니다.”
“네 주인은 사이먼 경이 아니잖아.”
“에드워드 경도 제 주인이 아니시죠. 옛 주인한테서 배운 대로 하겠습니다. 지금은요.”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가. 자, 들었지? 염소다리 아가씨들. 앞으로 남정네들과 작당해서 또 사람 납치하고 물건 훔치고 그랬다간 정말 죽는다?”
사티레스들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테오는 리베르타한테 지시했다.
“죽은 것들 대가리 다 잘라내. 시청에 줘야 하니까.”
“아, 은화 세 닢 줄었네. 뭐가 사이먼 경이야? 핑계 대기는.”
“너라면 어떡할래?”
“사이먼 경 방식대로 했겠지.”
마테오는 피식 웃어버렸다. 리베르타는 칼을 꺼내 들고는 죽은 사티로스들의 목을 자르기 시작했다. 오기 전에 셋 죽인 것과 합쳐 모두 열둘. 사티레스는 은화 한 닢, 사티로스는 은화 두 닢이랬다.
모두 합쳐 계산해보니 은화 스물셋. 4분할을 하면 한 명당 여섯 닢 돌리기에 한 닢 모자란다.
“제가 다섯 닢 할게요. 소굴 안에서는 한 게 없으니…….”
수습 사제 디나가 먼저 말했다. 그러나 마테오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런 거 없어요. 세 닢은 공용으로 남기고 다섯 닢씩 나눠요.”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공금 다루는 건 대장 권한이지. 그건 묘하게 잘하는데?”
“제가 쓰려고 공금 삼는 게 아닙니다만…….”
“대장들은 다 그렇게 말해. 그러다 반드시 주머니가 터지지.”
헬레나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기사님은 공금 주머니를 베로니카 양한테 맡겨도 주기적으로 터지잖아요.”
“아, 좀 터질 수도 있지, 그게 별거냐?”
에드워드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 카치운과 베로니카는 죽은 바르그 시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베로니카는 에드워드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아직 어린놈들이고, 사냥 훈련을 하러 나왔다는 건 알겠는데…….”
“먹고 살려고 하는 훈련치고는 꽤 독하게 싸우던데. 마법사 상대로 시약 낭비를 유도했대.”
바르그는 악마가 어둠의 종족들을 위해 내려준 늑대다. 평소에는 덩치 큰 늑대일 뿐이지만, 그들과 만나면 순식간에 길들여진다. 적당한 자격이 있는 전사를 등에 태워주기도 한다. 그다음엔 먹고 살기만을 위한 사냥이 아니라, 빛의 종족을 멸절시키기 위한 전투에 나선다.
“하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놈도 오크를 태우고 나타나지는 않았어. 큰 워밴드라면 일찌감치 다른 목격담이 있었을 거야.”
“있다면 작은 워밴드와 바르그의 연합인가. 우리 전력으로 딱 맞붙어볼 만하겠군.”
“초짜들에겐 어렵고 우리 수준에선 평범한 일이란 말이지.”
베로니카는 동굴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티레스들? 안 죽였어?”
“애들이 죽이기 싫대. 역시 죽여야 되나?”
“쟤들 결정이면 내버려 둬. 문제가 생겨도 그땐 그때 사람들이 해결하겠지.”
심각한 위협 아님.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렇게 해도 되겠지.”
“넌 어떻게 평가할 건데?”
“뭘?”
“사티레스들을 살려준 것 말이야. 자비로운 아이들? 단호하지 못한 아이들? 소개장엔 써야 할 거 아냐?”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소개장이면 전자로 써줘야지.”
“네 솔직한 평가는 어떤데?”
에드워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베로니카를 돌아보았다.
“그거 중요한 문제냐?”
“아니. 그냥,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서.”
에드워드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풀어준다.”
“재미 보고 풀어준다 할 줄 알았는데?”
“너 나 그렇게 봤냐?”
“아냐?”
사티로스들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인간 사내놈들은 염소다리 여자라도 안 될 게 없다. 그리고 사티로스 남녀들은 인간과 관계할 경우, 인간의 피로 희석이 되질 않는다. 여전히 뿔 달리고 털 난 다리의 아이를 낳는다.
에드워드는 피식 웃었다.
“원래 남자가 여자한테는 가능성을 남겨두는 법이지.”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 짝짓기가 현실에서 얼마나 흔히 벌어지든 간에, 수간으로 간주 될 수도 있어.”
“넌 어떻게 보는데? 사티로스는 종족이야? 동물이야?”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베로니카는 단호했다.
“애매할 때는 하지 마. 수간으로 확 기소해버린다?”
사티로스 퇴치의뢰가 기사 등 귀족계층에게 상대적으로 인기 없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의혹의 시선이긴 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깐깐하긴. 알았어. 난 안 할게.”
그때 리안나가 쓰러진 바르그의 턱살 아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밴시 살려! 좀 꺼내줘요!”
카치운은 곧바로 바르그들의 흔적을 쫓아 떠났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를 기다리면서 정비에 나섰다.
바르그 네 마리의 시체는 한 번에 나르기 곤란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사티레스들은 음식을 받고 그걸 도왔다. 납치 피해 여성들은 일행이 약간의 자선금과 조언을 제공했다.
“혹시 사티로스의 애가 들어섰으면 교회에 연락해서 도움받고…… 무리하지는 말고…….”
수습 사제 디나가 피해자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동안, 사티레스들은 벌써 적응했는지 마을 남자들에게 수작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겨울을 나기엔 인간 마을도 나쁘지 않으니까.
마을 사람들이 수습을 도맡는 동안, 에드워드는 마을 회관 안에서 인근 지도를 펼쳤다.
“짧게 휴식하고 정비한다. 카치운이 돌아오면, 바로 출발한다. 바르그들이나 워밴드나 아직은 이걸 불운한 충돌 정도로 여기고 있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마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치운 씨는 언제쯤 돌아올 것으로 보십니까?”
“늑대는 활동 범위가 넓은 동물이지만, 사냥 훈련을 나올 정도면 그리 멀지는 않을 거다. 말로 달리면 하루이틀 정도? 보도로는 좀 더 걸리겠지만.”
방향과 지리를 보아 대충 산악지대 아니면 고대유적들이 유력후보. 어느 쪽이건 가능성이 있다.
“산악지형과 고대유적 중 어느 쪽에 맞춰 준비해야 합니까?”
“큰 차이는 없어. 횃불이나 준비해둬. 바르그가 너무 많거나, 워밴드가 생각보다 체계적이면 그냥 후퇴한다. 할 만하면 잡는 거고. 웬만하면 강행하고 싶긴 하지만.”
“무슨 이유입니까?”
“전에 방주 기사단이랑 같이 해적들이랑 싸운 게, 비용이 너무 나가서.”
대화를 듣던 리베르타가 자기 쇠뇌를 들어 보였다.
“근데, 바르그라는 건 어떻게 죽이죠? 듣던 것보다 가죽이 단단하던데요?”
“그래도 쇠뇌를 막을 정도는 아니야. 좀 더 침착하게 급소를 노려봐. 칼도 찔러 넣으면 돼. 그보다 산악 지방이건 고대 유적이건, 바다 엘프들의 영역까지 발을 딛게 될지도 모르겠군. 혹시 수틀리면 그쪽에 원군을 요청하는 것도 생각해 보자. 잘하면 일은 바다 엘프들이 해치우고 돈은 우리가 챙길 수 있어. 폰티아한테서도 사례금을 받으면 이중 보수지.”
잠자코 듣고 있던 마테오는 입을 떡 벌렸다.
“그건 좀…….”
헬레나도 부정적이었다.
“바다 엘프들과 만나면 서로 호의적으로 대화할 자신은 없지만, 사례금까지 받아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군요.”
에드워드는 코웃음을 쳤다.
“시합에서 용맹하게 싸웠는데 노획물을 챙기는 걸 잊어 빈털터리가 된 초짜 기사 이야기가 가끔 있지. 굴러다니는 돈을 줍는 건 기사 생활에 필수야. 내가 트레베리아 원정 때 배운 거지.”
“성묘 수호기사단의 마크 경이요?”
듣고 있던 리안나가 오랜만에 그 이름을 언급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앙베르에서 만났지. 잘 기억하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그분이 기사수도회에 들어가기 전, 트레베리아 원정 때…….”
“사람 되려던 기사님을 그분이 망쳤다고 했어요.”
에드워드는 리안나를 거꾸로 들었다.
겨울이 심심한 농민들과 이틀 노닥거리다 보니, 카치운이 돌아왔다. 찬바람과 함께 마을 회관에 들어선 그는 화롯불 앞에 옹기종기 모인 사티레스들과 농민들과 자기 일행들을 보고 중얼거렸다.
“역시 날이 추우면 다들 친해지는군.”
“몸 덥히고 쉬쇼. 보고는 그다음에 해도 되니까.”
에드워드의 말에 카치운은 화롯불 옆에 앉아서는 바로 입을 열었다.
“놈들 무리는 옛 아드가스 왕궁 유적에 있소. 말도 안 되게 거대한 폐허더군. 땅에 반쯤 묻혀 있던데.”
베로니카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필이면 고풍스러운 곳에 자리를 잡았네. 내부는 봤어요?”
“그러진 못했는데, 출입구와 침소의 거리는 상당한 것 같소.”
“어떻게 알아요?”
“난방용으로 불 피우는 연기가 출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나오더군. 위치를 확인해뒀소.”
바르그가 불을 피우진 않는다. 리안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야생 늑대들 주제에 개벼룩이 없더라니. 역시 워밴드가 관리하는 무리였나 보네요.”
“역시 세탁 전문 노예. 개벼룩 유무로 그런 걸 내다보는군.”
에드워드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카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였지. 오크와 고블린이오. 전체 숫자는 불명. 경계병은 항상 고블린이지만, 오크가 감시한다고 들락거리더군. 경계 중 졸았다고 고블린을 때리는 걸 봤소.”
오크와 고블린. 흔한 조합이다. 오크들이 고블린을 부리는 것이다. 그럼 오크들의 숫자는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경계병은 둘인데 바르그랑 같이 있소. 출입구가 아니라 그 밖의 잔해 중 하나에 자리 잡았더군.”
“고블린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오크와 바르그가 문제인데…… 몇 놈이나 되려나.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마테오가 질문했다.
“바르그에, 고블린에, 오크들이 먹을 거면 식량이 꽤 필요하겠지. 하지만 그 워밴드는 아직 두드러지는 활동을 보여주지 않은 듯해. 적어도 피해보고가 올라온 게 없으니까. 약간의 식량과 수렵채집만으로 겨울 생활을 하고 있단 말이지.”
“그게 됩니까?”
에드워드는 사티레스를 가리켰다.
“수렵채집의 대상을, 피해보고 따위 올릴 수도 없는 여행자나 사티로스까지 포함하면 안 될 거 없겠지?”
사티레스들은 몸서리를 쳤다. 마테오는 아차 했다. 개인주의 성향의 사티로스들이 뭉친 이유가 바르그 때문이었으니.
“하지만 얼마 전에 바르그 놈들은 사냥에 실패했어. 그것도 꽤 큰 사티로스 소굴을 놓쳤지. 슬슬 오크놈들도 활동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거야.”
“그럼 그 전에 칩니까?”
“만반의 준비를 한 놈들을 쳐서 뭐하게? 전력도 모르는데.”
“그럼 언제……?”
카치운이 말했다.
“놈들이 다시 사냥을 나간 다음. 그게 성공하든 실패하든, 놈들은 지쳐서 소굴에 다 틀어박히겠지. 그때가 기회야.”
마테오는 그 말 안에 숨은 계산을 알아차렸다.
“워밴드가 누군가를 공격하길 기다린단 말입니까? 피해자가 늘어나든 말든?”
“정의를 위해 싸우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우리가 전멸하면 무슨 소용이야.”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지금 앵글리아군으로 전쟁하는 거 아니다? 순례 중 받는 의뢰인데, 피해자가 늘도록 방치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아, 맞다.”
“그리고 내 평점이 깎이거든?”
“그간 열심히 올렸으면 조금은 깎여도 괜찮을 것 같은데.”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곤 말을 이었다.
“게다가 놈들의 습격 대상이 이 마을이 되진 않을 거라는 장담도 못 하잖아. 기회를 기다리다 오히려 불리하게 싸울 수도 있다?”
이단 심문관이자 물주의 의견에 에드워드는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군.”
그때 가만 듣고 있던 리베르타가 나섰다.
“요점은, 개활지에서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걸 꺼리시는 거죠?”
“그런데?”
“그럼 방법이 있어요. 경계병을 제거한 후 입구를 막고 기다리면 돼요. 우리가 바르그들을 좁은 동굴에서 막은 것처럼요.”
“나올 때까지?”
“굴뚝이 있다면서요?”
에드워드는 그 말에 흥미를 보였다.
“좀 재밌는 굴 사냥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