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나쁜 스승
바깥에 막 도착한 오크들은 바르그들과 고블린들의 시체를 보고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놈들은 마테오 일행이 뛰쳐나오자 짐을 다 버리고 도망쳐 버렸다. 사살은 리베르타의 화살을 맞은 놈이 하나뿐.
에드워드 일행은 전리품을 정리했다. 놈들이 버리고 간 썰매들을 분해해 더 큰 썰매로 재조립한 다음, 인근에 숨겨둔 말을 데려와 바르그 시체를 하나씩 끌어냈다. 짐이 많아져서, 오크와 고블린의 머리들은 그냥 귀만 잘라내게 되었다.
개 가죽과 곰 가죽 사이가 있다면 그게 바르그 가죽일 것이다. 제대로 무두질한다면, 나름대로 알뜰하게 쓸 수 있다.
카치운은 근처에 숨겨둔 말을 꺼내와 그 위에 올랐다.
“마을에 가서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오겠소. 바르그 소굴이 당한 줄 알면 좋아하겠지.”
에드워드가 그러라고 말하기도 전에 카치운은 빠른 걸음으로 폐허를 떠났다. 에드워드는 전리품을 확인해 보는 초짜들을 향해 말했다.
“야, 아직 긴장 풀지 마! 돌아가기 전에는 끝난 거 아냐! 헬레나, 아까 그놈들이 돌아오거나, 자기들 패거리 끌고 올지도 몰라. 경계 좀 해줘.”
“그러죠.”
헬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달은 에드워드를 향해 말했다.
“겨울이라 시체는 썩을 거 같지 않으니 애들 시켜서 똥오줌이나 대충 치워둡시다. 냄새 안 나게. 난 도로 들어가서 뭐 더 없나 좀 찾아보겠소.”
“그럽시다. 리안나, 사람들 오려면 이틀은 걸릴 테니, 천막 쳐라.”
“그냥 유적 안에서 지내면 안 되나요?”
리얼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기본으로 살아온 리안나는 지붕만 있으면 감지덕지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렇지 못했다.
“어둡고 냄새나잖아. 피와 분뇨와 연기 냄새. 아, 네가 유적을 다 청소한다면 가능하겠네.”
“당장 천막 설치하겠습니다! 빌헬름 씨, 도와줘요!”
“어, 내가?”
“마법사님은 그런 데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어머, 마법사는 원래 그런 거 안 한다니까?”
스텔라가 빈정거리자 리안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돈 없는 거지 마법사 주제에.”
“야!”
돈 없는 고용인과 고용주 노예의 쫓고 쫓기는 추격극. 에드워드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천막 빨리 안 치면 둘 다 눈밭에서 굴려버린다. 좌로 굴러, 우로 굴러 그거.”
스텔라와 리안나는 군말 없이 빌헬름과 함께 얌전히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마테오는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감탄했다.
“에드워드 경은 마법도 쓰십니까? 그건 제가 흉내를 못 낼 것 같은데.”
가르달은 오크들의 젓갈 항아리들을 뒤적거렸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들이었다. 천막을 다 친 뒤 따라온 빌헬름, 스텔라, 그리고 리안나는 코를 싸매 쥐었다. 스텔라는 항아리 중 하나의 뚜껑을 열어봤다가 말했다.
“얘들은 소금이 어디서 났을까요?”
“놈들 부락 중 하나가 암염을 캐고 있겠지. 어쨌든, 오크들도 훈제보다는 염장이 오래가는 걸 알지.”
“식욕이 떨어지는 냄새네요.”
“잘 만든 건 먹을 만해.”
“먹을 생각이에요?”
“아니, 인간이나 사티로스 고기가 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육류는 전부 안 돼.”
가르달은 항아리 속에서 뭔가 길쭉한 것을 하나 들어 올렸다. 스텔라는 그걸 보고 구석으로 달려가 구역질을 시작했다. 리안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엘프 귀네요.”
“엘프 고기군. 알뜰한 놈들. 정령의 가호를 받는 엘프를 어떻게 잡았지?”
수수께끼를 풀 방법은 없었다. 보나마나 저격, 덫, 기습, 아니면 어떤 불운의 덕이겠지만.
리안나는 방패로 막아둔 두 번째 창고의 입구를 열었다. 속을 비운 스텔라가 뒤늦게 따라오며 말했다.
“밴시는 그런 거 보고도 멀쩡하네?”
“납작하게 으깨진 4피트짜리 꼽등이 봤어요?”
“아니.”
“그 꼽등이들이 커다란 공 모양 반죽이 된 건?”
“아니, 너 대체 뭘 본 거야?”
“꼽등이 천년왕국의 몰락요. 이젠 뭘 봐도 안 역겨워요.”
말의 끝은 어딘가 피폐한 노동자의 냄새가 묻어났다. 스텔라는 창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등불 빛에 사티로스 가죽이 보였다. 위는 사람 모양이고 아래는 염소다리인 그 모습 그대로 벗겨낸 것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님 따라다니면 이런 거 계속 보려나?”
“계약 종료하고 도망가시게요?”
“아니, 그러기는 아깝지. 기사님은 크게 출세할 것 같거든. 설령 고용주를 갈아타려 해도 성지까지는 동행해야지.”
“와, 간사해.”
“후후. 후원자를 잡는 것도 능력이야. 돈 없이 시장 바닥을 기면서 뼈저리게 깨달았지…….”
가르달은 구석에 놓인 검을 검집째 집어다 스텔라에게 던졌다.
“잡담은 그만하고, 그 쓸데없는 고깔모자로 이것들 좀 감정해 봐라. 마법 무기 같은데?”
“쓸데없는 고깔모자라니, 말이 심하시다. 이건 마법사의 상징이자 의무 착용 물품이라고요?”
“고가치 표적이란 뜻이기도 하지. 너 이번에 사거리 문제로 크게 활약 못 했잖아. 감정이라도 똑바로 안 하면 기사 양반이 고용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걸.”
“흥. 그때는 또 약 올려 보죠. 색욕 죄악의 포로께서 나 같은 미녀를 포기할 건지.”
가르달은 입을 삐죽였다.
“미녀? 너 리안나 급이잖아.”
“어딜 이야기하는 거예요?!”
스텔라는 가르달의 등짝을 가볍게 때린 다음 검을 살펴보았다. 잠시 뒤 그녀가 말했다.
“별 대단한 건 아니네요. 마법이 걸려 있긴 있는데…… 유령 퇴치예요. 엘프 물건일지도. 기껏 돈 들인 마법 무기가 이런 거니, 고블린과 오크에게 털리지.”
리안나는 표정이 안 좋았다.
“그거 저한테는 위험할 것 같은데요…… 기사님 허리띠의 망령한테도…….”
“그렇겠네.”
하지만 유령을 퇴치하고 싶으면 사제나 주술사를 부르는 게 정석. 약한 망령은 횃불이나 은 등으로도 어느 정도 저항이 가능하고, 교회에서 축성한 무기를 들어 빛의 가호를 기원하는 방법도 있다. 즉, 기껏 만든 마법 무기라도 보통의 대인전에서 도움 되는 물건이 아니다. 악령 상대라는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도움이 되는 마법이다.
게다가 에드워드는 손에 받은 저주 때문에 열쇠검밖에 사용하지 못하며, 거의 자동으로 악령을 상대하는 게 가능하다.
가르달도 그 가치를 높게 쳐주지 않았다.
“미묘한 무기군. 마테오나 빌헬름 주면 되겠다.”
“그 일행에 사제 없는 것도 아닌데요?”
“어쨌든 마법 무기니까 유용하게 쓰려면 못할 것도 없겠지. 우리 일행 중엔 칼잡이 더 없잖아. 에드워드 경은 열쇠검 외엔 아무것도 못 쓰고, 카치운의 검은 스타일이 달라.”
“헬레나 양은요? 보조 무기로 주면?”
“다트와 단검 있잖아. 걔 그거보다 큰 거는 들 생각도 안 하더만.”
스텔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가 찔리는 사람한테는 비싸게 팔 것 같은데. 살인 저지르고 원혼한테서 도망치는 자라던가.”
“그런 놈이 마법 무기 살 돈이 어딨어?”
가르달은 나머지 무기와 도구들을 뒤적거렸다. 대부분은 마법사의 감정도 필요 없는 잡동사니들이었다. 가르달은 곧 흥미를 잃고 오크들의 잠자리로 달려갔다.
“오크 새끼들은 자기들끼리도 의심이 많아서, 어딘가에 숨겨놓는 게 있을 텐데…….”
“대장의 자리부터 뒤지면 어떨까요?”
“어디가 대장 자리인데?”
스텔라는 오크들이 벽돌을 쌓아 만든 난로 앞을 가리켰다. 시커멓게 그을린 가죽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제일 따뜻한 데 가죽 여러 장을 깔아놓은 데가 대장 자리겠죠?”
“흠.”
가르달은 가죽들을 한 장, 한 장 들춰보았다. 그 아래에서 장신구들이 굴러 나왔다. 가르달은 이죽거렸다.
“역시, 대장이란 놈이 독차지하고 있군.”
은반지 한 개, 금귀걸이 두 개. 소소한 노획품이다.
그 제일 밑바닥은 몇 번이고 파헤친 듯 부드러운 흙이었다. 가르달은 빌헬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어이, 대학생.”
“예?”
“이 아래 뭐가 묻혀 있을 것 같지 않아?”
“어, 그런가요? 이런 게 전공이 아니어서…….”
“아니어도 알아놔. 전공만으로 살 수 있는 거 아니니 이 짓 하는 거잖아.”
뼈아픈 지적에 빌헬름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가르달은 자리에서 일어나 리안나를 향해 말했다.
“아까 그 창고 가서 삽 꺼내와.”
에드워드는 자신의 앞에 놓인 어린애 머리통 크기의 항아리에 크게 만족했다. 그 항아리는 젓갈이나 소금이 아니라 황금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빌헬름, 스텔라, 디나, 베로니카 등 지식이 좀 있다는 사람들은 다들 달라붙어서 그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재밌네요. 아드가스 왕국보다 후대의 금화인데?”
스텔라가 말했다. 빌헬름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크들이나 인간들이 흔히 갖고 있기엔 너무 오래전의 금화군요.”
“수백 년 전의 누군가가 옛 폐허에 자기 보물을 숨겨둘 생각을 했단 말이네. 오크 놈들은 이런 걸 어떻게 찾았지?”
베로니카의 말에 가르달이 끼어들었다.
“그 반대요. 비밀 창고 따위는 기술자의 눈만 있으면 금방 찾으니 도굴꾼들에게 털린다오. 하지만 단순히 흙에 파묻어버리는 건 그런 식으로 찾기가 힘들지. 그러니까…….”
“오크들한테 수백 년 만에 발견된 것은 충분히 늦게 발견한 것이다?”
“그렇소.”
“잘 아시는군요.”
“그야, 상인들이 돈 숨기는 방법이란 게 다 그렇잖소. 가끔은 예금 계좌도 믿을 게 못 되지.”
은행 파산. 베로니카가 한숨을 쉬고는 금화를 항아리에 도로 던져넣었다.
“돈놀이보다는 바람직한 보관 방법이네요. 물론 교회라면, 천국 가는 데 방해되니 그냥 다 기부하라고 하겠지만.”
“그러니 교회가 강도 소릴 듣지.”
“가난한 자에게! 굶주린 자에게! 헐벗은 자에게! 드워프 상인들은 정말 교회의 설교를 너무 삐딱하게 받아들인다니까요.”
“죽기 전엔 하겠소.”
돈 벌면서도 지옥 가지 않을까 벌벌 떨다 자선에 나서는 게 상인들의 공통속성이긴 했지만, 드워프는 그 감각이 약간 궤를 벗어난 종족이었다. 디나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부자가 천국 가기는…….”
“아니까 진정해.”
에드워드는 디나의 발작을 제지한 다음, 마법검을 가리켰다.
“마테오, 저거 너 줄 테니까 네가 결정해.”
“뭘 결정합니까?”
“팔아서 돈 얻을 건지, 네가 쓸 건지, 빌헬름이 쓸 건지.”
“그것도 제가 결정합니까?”
“네가 대장이잖아. 잘 궁리해봐. 뭐가 가장 도움이 되는지.”
에드워드는 금화를 가리켰다.
“저건 사람 머릿수대로 똑같이 나눈다.”
“감사합니다! 근데 그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보수금을 우리가 8할을 가져가기로 했지, 전리품도 그러기로 한 건 아니잖아. 사람 머릿수대로 나누는 게 제일 합리적이야.”
“감사합니다! 전리품을 나눠주시는 데다 마법검까지 주신다니…….”
마테오는 거듭 감사를 표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전리품 분배 때는 목소리 좀 커져도 돼. 특히 미리 정한 바가 없는 경우에는. 기사나 용병끼리도 전리품을 두고 말다툼이나 결투가 벌어지는 거 흔하게 보잖아. 걔들한테 밀려서야 되나.”
“그렇긴 합니다만…….”
“그리고 마법검은 우리 중 너와 빌헬름밖에 쓸 사람이 없는 도구야. 그런 건 감사하지 말고, 너희가 가져가겠다고 강하게 주장해. 특히 싸움이 더 남아 있는 경우엔.”
스텔라가 옆에서 속삭이듯 말했다.
“나라면 팔아서 돈으로 쓸 거야. 약 살래? 점쳐줄까?”
“와, 나쁜 언니가 순진한 소년을 유혹한다. 역시 마법사는…….”
리안나가 중얼거리자 스텔라는 지팡이로 리안나의 머리통을 툭 때렸다.
“영업 방해야!”
에드워드는 그걸 보고 이죽였다.
“스텔라가 검을 쓸 줄 알면 그 검을 맡기는 건데.”
“유령 대처법 정도는 저도 알거든요? 그리고 마법사가 왜 검을 휘둘러요? 주문을 쓰면 되는데.”
“갑옷 입고 검 쓰는 마법사도 없는 건 아니잖아.”
“천박해요. 체질에도 안 맞고.”
“내가 아는 이야기 속 어떤 마법사는 지팡이과 검 들고 싸우다가 세상을 구하는데.”
“전 무리! 이야기 속 마법사라니, 너무한 거랑 비교하신다!”
스텔라의 항의에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그때 폐건물 위에서 망을 보던 헬레나가 소리쳤다.
“사람들이 와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잠시 뒤 등장한 마을 사람들은 에드워드 일행이 모아놓은 바르그 시체들을 보고 감탄했다.
“진짜 바르그군요!”
“맙소사. 우리 마을 근처에 난 발자국들이 그냥 늑대들 것인 줄 알았는데. 위험했어.”
바르그 훈련 캠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면, 사티로스 소굴 다음엔 인간 마을이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미리 챙겨온 도구들을 꺼내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바로 가죽을 벗기겠습니다. 무두장이도 데려왔거든요!”
마을 사람들이 후다닥 달려들어 바르그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공정을 듣자 하니, 벗겨낸 가죽에서 살점을 긁어내고 소금에 재운 다음 말아서 통에 넣어 나를 것이라고 한다. 에드워드는 그 과정을 구경하다가 말했다.
“하루는 더 걸리겠네.”
“느긋하게 쉬지 뭐. 이제 돌아가면 배 타야 하잖아.”
베로니카가 말했다. 에드워드는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 일이 없어. 놀 것도 없고. 젠장.”
그때 그의 눈에 사티레스들이 보였다. 호기심에 마을 사람들을 따라온 모양이었다. 그녀들은 바르그 시체 주변에는 얼씬도 안 했지만, 대신 오크들한테서 뺏은 전리품을 기웃거렸다.
흥밋거리가 생긴 에드워드는 마테오의 목에 팔을 걸었다.
그의 속셈은 간단했다. 내가 안 한다고 했지, 남한테 안 시키겠다고 한 건 아니다.
“자, 새로운 가르침을 위한 질문 추가. 전리품을 얻고 뒤풀이 축제를 시작한 때, 기사와 전사의 덕목은?”
“먹고 마시기입니까?”
“하나 더 있잖아.”
에드워드는 마테오의 시선을 사티레스들에게 돌렸다. 그녀들은 금화를 세는 가르달의 머리카락이나, 굴러다니는 오크 머리통에다 장난을 치는 중이었다. 마테오의 안색이 변했다.
“어, 그야, 남자라면……?”
“이단심문관 앞에서 뭘 가르치는 거야?!”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의 등짝을 후려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