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암구호는 인증 필수 요소
세트렛인들이 타는 것 중엔 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에드워드는 그것에 문화 충격을 받았다.
“새? 저거 새 맞아? 사람이 새를 타?!”
“공포새라는 거예요!”
스텔라가 소리쳤다. 날개는 작고 몸집은 크고 다리는 굵으며 부리는 뾰족한 새. 에드워드는 타조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문제의 새가 타조보다 크고 흉폭하다는 것쯤은 알아차렸다.
그 새에 올라탄 건 궁병이나 투창병이었다. 키는 컸지만, 일반적인 군마보다 가벼운 짐승이었기 때문에 돌격용으로는 문제가 있는 듯했다.
놈들이 투창을 던질 때마다 대충 뜯어놓은 판자들이 들썩거렸다. 다행히 놈들이 말 위에서 사용하는 투사 병기는 다들 사거리가 짧았다.
“방패로 지붕을 만들어! 화살이 위에서 날아온다!”
에드워드가 소리쳤다. 큰 새 위에 올라탄 세트렛인이 쏘는 화살은 사람의 머리보다 높은 곳에서 호를 그리며 떨어진다.
순례객들 중에 무장 순례자들인 기사와 병사들이 몇몇 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들이 전열에 나서 제대로 된 방패와 갑옷으로 투사 무기를 받았다. 그러고도 모자란 것은 화물선 안에 실린 사슬 갑옷이나 판자로 보충했다.
방패와 판자 따위에 막히는 게 영 답답했는지, 한 새는 에드워드한테 굉장히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에드워드를 향해 그 부리를 내리찍었다. 하지만 저주받은 기사는 부리를 방패로 막는 것과 동시에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콰득!
방패가 무시무시한 힘으로 회전하면서 새의 부리와 부딪혔다. 새는 비명을 지르며 단번에 나가떨어졌다. 세트렛인 기수가 굴러떨어지자 리안나가 방패 밑을 기어가 잽싸게 그의 덜미를 붙잡았다. 그녀는 손칼을 쥔 채 물었다.
“이거 죽여요?”
“심문하게 안쪽으로 끌고 가!”
에드워드가 소리쳤다. 세트렛인은 모래 위를 끌리며 대열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는 방패와 창대 따위로 두들겨 맞으며 비명을 질렀다. 리안나는 투덜거렸다.
“아, 무거워! 차라리 방패 드는 게 낫겠어요! 저도 방패 주세요!”
에드워드는 짧게 말했다.
“네가 여차하면 내 방패야!”
“너무해!”
“밴시는 화살도 튕겨내잖아!”
“하지만 아프다고요!”
밴시가 반발하는 순간 에드워드를 향해 투창이 다시 날아왔다. 퍼억! 그다음엔 카치운이 반격했다. 피융! 화살이 날아가 세트렛인의 목을 맞췄다.
표류자들의 투사 무기는 주로 활과 쇠뇌. 사거리는 세트렛인들보다 길었기 때문에, 비교적 유리했다. 그들은 방패벽 뒤에 숨어 화살을 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세트렛인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저 자식들, 자꾸 에드워드 경만 노리는데?”
카치운이 말했다.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급조 방패는 저주받은 손아귀 힘을 못 이겨서 삐걱거리고 있었다. 밧줄로 묶은 채 들고 다니다 보니, 힘을 잘못 주면 서로 맞춘 부분이 뒤틀렸다. 그걸 막자고 좀 두껍게 했더니 둔해지기까지.
에드워드는 진절머리난다는 듯 말했다.
“진짜 방패는 툭하면 손잡이를 박은 못이 떨어지더라니, 이것도 별수 없네.”
“아예 팔뚝이나 어깨에 고정하는 것도 생각해 봅시다.”
“그럼 거추장스러운데. 크기를 줄여봐야 하나.”
다행히 판자때기들은 버텨주었고, 놈들은 못 버텼다. 화살에 노출된 기병들은 희생이 커지자 달아나버렸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겼다!”
선원들이 소리치는 걸 듣고 에드워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찔러보고 물러난 거야.”
가르달은 얼른 방패벽 밖으로 나가 자신의 투척 도끼를 시체에서 빼냈다. 빗나가서 땅에 박힌 헬레나의 다트도.
“넌 좀 맞춰봐라.”
“하나 맞았어요. 튕겨 나와서 그렇지.”
“넷 던져서 하나 맞추다니 장족의 발전이군.”
“시끄러워요.”
헬레나는 대열에서 나와, 화살을 맞고 공포새에서 떨어진 세트렛 전사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에드워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생포해요? 죽여요?”
“살 수 있는 놈 보여?”
그때 한 세트렛 전사가 일어섰다. 목을 화살에 관통당했는데 꾸역꾸역 일어서는 모습이었다. 헬레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사제가 주문을 쓰거나 치료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은 게 둘요.”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일어선 놈은 안 되겠네.”
에드워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헬레나는 일어선 세트렛 전사한테 달려들었다. 그가 손에 쥔 창을 던지기 전에 엘프의 글레이브가 번뜩였다. 쐐액! 세트렛 전사의 목이 날아가고 화살이 땅에 떨어졌다.
헬레나는 화살을 주워든 다음, 그 뒤로 걸어가 땅에 엎어진 채 꿈틀거리는 세트렛 전사를 걷어찼다. 등에 화살을 맞은 그놈은 비텔리아어로 외쳤다.
“항복! 항복!”
헬레나는 놈의 덜미를 글레이브 날 끝에 걸어 일으켜 세웠다. 베로니카가 인상을 썼다.
“폐를 다친 것 같네. 주문 아까운데. 써야 돼?”
“아침이 되면 주문 하나 충전될 테니, 큰 문제는 없겠지.”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주문을 다섯까지 축적이 가능하다는 게 다행인 줄 알아.”
“항상 감사히 생각하며 그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헬레나는 베로니카한테 포로를 넘긴 다음, 카치운에게 피 묻은 화살을 던져줬다.
“안 상하게 벴어요.”
“그 다트 던지는 실력만 보강하면 완벽하겠는데.”
화살을 살펴보던 카치운이 중얼거렸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공포새 시체로 고개를 돌렸다.
공포새의 깃털은 화살도 어느 정도 막는 효과가 있었다. 때문에 기수를 노리는 것만이 정답이다. 다만 공포새도 쇠뇌를 맞을 경우엔 얄짤없이 죽었다. 에드워드는 널브러진 새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쇠뇌를 맞고 죽은 놈이었다.
그는 인간 생존의 근본적인 질문을 꺼냈다.
“이거 먹을 수 있나?”
정답은 ‘못 먹는다’였다. 정확히는 너무 질겨서 아무리 씹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날 밤의 식사는 즐겁지 않은 새고기 파티가 되었다. 카치운은 ‘고대의 무덤에서 꺼내온 닭고기’라는 평을 내렸다. 결국, 잘게 잘라서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 게 최선이었다.
“오래오래 삶으면 좀 나을 것 같긴 한데.”
카치운이 말했다. 에드워드는 뱃속을 구르는 고깃덩어리들의 감촉을 느끼며 말했다.
“그럴 여유가 어딨소?”
생존자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절대 추격을 뿌리칠 정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쫓아오든 말든 상관없이 느긋하게 있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압도적인 수에 포위당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밤늦게까지 걷고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먹는 시간도 줄이는 수밖에.
“식량보다 물이 더 문제에요.”
헬레나가 말했다. 그녀는 저 멀리서 가물거리는 불빛을 가리키며 말했다.
“놈들은 몇 명이 물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개새끼들. 보급까지 받으면서 쫓아온다고? 끝장을 보자 이거군.”
에드워드가 투덜거렸다. 그는 포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나는 리안나에게 붙잡힌 놈, 하나는 헬레나에게 붙잡혀 치료받은 놈이었다. 에드워드는 육즙 묻은 손으로 그들을 가리켰다.
“저놈들이 그거야? 환생 군단?”
“아마도.”
베로니카가 대답했다.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새고기를 질겅질겅 씹던 리안나의 덜미를 붙잡고는 포로들 앞에 섰다.
“쟤들이 뭐라고 말하면 통역해.”
“네.”
“내 말은 일일이 통역할 필요 없어. 내가 하라고 할 때만 해.”
“네.”
에드워드는 천천히 숨을 들이쉰 다음, 이 대화를 듣고 있을 사람들을 의식해 말했다.
“진짜 환생한 건지, 아닌지 확인하는 주문이 있거든. 앵글리아에서 뜬소문으로 돌아다니는 주문들이라 믿을 건 못 되지만.”
거짓말이다. 앵글리아에는 그런 소문이 돈 적 없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귀 밝은 이단심문관과 엘프를 의식해 대충 그렇게 둘러댄 다음, 포로들을 향해 저 아득한 기억 너머의 단어를, 세상에서 가장 유명했던 단어를 조심스럽게 말했다.
“맥도X드!”
대답이 없었다. 눈만 멀뚱멀뚱. 에드워드는 자신이 아는 단어 몇 개를 더 꺼내 봤다.
“코X콜라! 갓 블레스 아메리카!”
역시 반응이 없다. 에드워드는 반대로도 말해봤다.
“버X킹! 펩X! 양키 고 홈!”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환생은 개뿔.”
잠시 뒤 한 병사가 뭐라고 말했지만, 그 내용은 변변찮았다.
“무슨 저주냐는데요?”
리안나의 통역에 에드워드는 손사래를 쳤다.
“자본의 저주…… 아니다. 그냥 대답하지 마.”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비켜. 시간 날 때 심문이나 해보자.”
베로니카가 에드워드를 밀치며 말했다. 에드워드는 그녀한테 차례를 양보한 다음, 도로 모닥불로 돌아갔다. 부서져서 수리가 안 되는 판자때기들을 불에 넣던 가르달이 중얼거렸다.
“밤이 되면 다시 추워지는군. 장작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소.”
“불씨만 남기쇼.”
“마차 안의 상자들을 부숴서 땔감으로 쓰는 것도 고려해 봅시다. 내용물은 더 가벼운 자루 따위에 옮겨 담고.”
“그 방법도 있겠군.”
어쨌든 해변가는 돌과 모래밖에 없었다. 물자는 아낄수록 좋다. 무작정 동쪽으로 간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 선장과 함께 남은 물자를 점검해보던 스텔라가 암울한 보고를 올렸다.
“물이 제일 모자라요. 자칫 잘못하면, 가다가 말라죽을 판이에요.”
“어느 정도나 모자라는데?”
“아껴도 3일? 그 이상을 갈 것 같지는 않아요. 말까지 있잖아요. 기사 나리들 말 몇 마리는 죽이는 게 더 나을걸요.”
“이 정도 규모의 모래사장은 해안가를 따라가면 하구가 있을 것 같은데.”
“장담은 못 하죠. 설령 있다 해도, 그곳엔 분명 사람이 있을걸요. 그들이 우리 편이겠어요?”
아브멜렉보다 동쪽에 있는 세트렛 도시는 없지만, 그 영향을 받는 촌락이나 요새 따위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잠시 뒤 베로니카가 포로심문을 끝내고 돌아왔다. 그녀는 환생 군단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말했다.
“죽음을 걱정하지 않는 놈들이라지만, 포로로 잡히는 것도 걱정하지 않나 봐. 충격이 큰지 그냥 술술 불어버리네.”
포로로 잡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명확히 아는 사람은 싸움꾼 중에도 드물다. 기사들이야 신분을 밝히고, 몸값의 지불 의사를 밝히고, 비밀을 지키는데 나름 익숙하지만.
“최고의 척후병은 적 척후병이라더니. 그래서, 소득은?”
“세트렛 도시에도 귀족이 있어. 그 씨족 하나가 우릴 추적하는 일을 맡은 모양이야. 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아. 기사단과의 일이 남은지라, 표류자 추적 따위에 많은 전력을 쓸 수 없을 거라네. 배도 안 동원했대.”
좋은 소식이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았어. 예상이 맞아서 다행이네.”
“하지만 그래도 우리보다는 많아.”
“척후 놈들의 보급은 어디서 온 거지?”
“육지 쪽으로 더 들어가면 우물이 있대. 미리 갈라진 동료가 거기서 퍼온 거라네. 하지만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야.”
“이러다 진짜 말라 죽겠군. 다른 우물 이야기는?”
“있긴 한데, 하나 같이 해변과는 거리가 있어. 하지만 우리는 해변을 못 벗어날 거고.”
해변에서는 등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다뿐이니까. 하지만 해변가를 벗어나면, 기병을 상대로 포위당한다. 퇴로를 차단당한 채 두들겨 맞다 끝날 것이다.
베로니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말했다.
“안 좋은 소식도 하나 있어.”
“뭔데?”
“악마가 콕 집어서 우릴 지목한 모양이야.”
“우리?”
“정확히는 너와 나. 둘만.”
에드워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나 모르는 사이에 세트렛 도시에 뭐 했냐?”
“그럴 리가 없잖아. 놈들은 악마의 계시를 받은 거야.”
“악마라. 소금산이나 투리치 시의 복수인가?”
“글쎄. 도시 단위로 명령을 내리려면 꽤 상급 악마야. 하지만 투리치 시에 나타난 건 하급 악마였어.”
“놈의 배후인가 보군.”
“당시 생존자들 중에, 악마의 이름들을 들었거나 기억하는 자는 없었어. 더 자세히는 몰라.”
있어도 흥분한 군중이나 이단심문관한테 안 걸리려고 꼭꼭 숨었을 것이다. 에드워드는 의문에 빠졌다.
“내가 악마한테 무슨 원한을 샀더라?”
“소금산이나 투리치면 충분히 원한을 살 것 같기는 해. 그게 둘 다 같은 악마의 짓이라면.”
“집요한 새끼. 사기꾼들은 실패해도 다음 표적을 찾는다던데, 악마는 아닌가 봐?”
“오기가 생긴 거겠지. 어쨌든, 조만간 세트렛 놈들이 사절을 보낼 거야.”
“사절?”
“우릴 내놓으면 안전을 보장하고 물도 주겠다 뭐 그런 거겠지.”
흔들기. 약속을 지킬 리가 없지만, 인간은 그런 것에 잘 넘어간다. 에드워드는 선장과 선원들, 그리고 승객들을 힐끗 보았다.
“사람들이 쉽게 우릴 넘길까?”
“그러지 못하게 해야지.”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단은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럼 사전 작업을 좀 해둬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