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사기진작엔 항상 불순물이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기도회가 열렸다. 종교가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에서는 사기진작도 종교를 통해 이뤄진다.
승객들 중 사제는 베로니카를 포함해도 셋. 나머지 둘은 평신부였기 때문에, 가장 권위가 강한 건 베로니카였다. 악마와 어둠에 굴복하면 영원히 지옥불에서 탈 것이라는 설교 겸 경고는, 아직 버틸 만한 사람들에게 그럭저럭 먹혔다.
특히, 어린애 모양인 리안나는 제대로 이용되었다.
“저런 꼬맹이도 손가락 크기의 재단칼을 들고 세트렛 전사를 잡아왔는데, 빛의 이름 아래 있는 자들이 물러설 수가 있습니까!”
한 사제의 외침이었다. 리안나 옆에서 노획한 투창의 날을 수리하던 가르달은 남들한테 안 들리게 이죽거렸다.
“그걸로 찔렀으면, 오히려 정신 차린 세트렛놈에게 반격당했을걸.”
그러거나 말거나, 리안나는 겨우 좀 활기찬 표정을 지었다.
“연기 먹은 고블린 다음이 세트렛인 전사라니, 저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 말에 가르달은 뿜어버렸다.
“불길한 복선이군.”
한편, 에드워드는 교회의 권위를 등에 업어서 몇 안 되는 기사들 중 가장 큰 발언권을 얻게 되었다. 기도회가 끝난 뒤 그는 적 척후병들이 자백한 것에 따라 만든 지도를 제시했다.
“여기서 사흘을 더 가면 작은 하천과 유적이 나오는데…….”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한테 희망이 돌기 시작했다. 남은 물의 양이 아슬아슬하다는 것이 문제긴 했지만.
“이 하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리자드맨 마을이 하나 있고…… 거기서 다리 하나를 지나가면…….”
에드워드는 아브멜렉과 관계없거나 중립적인 촌락들까지 간략하게 언급했다. 그때 한 기사가 그에게 질문했다.
“포로들은 어쩔 거요?”
“환생을 믿는 놈들이라 죽음이 두렵지 않다…… 고 하는데, 거짓말 같소. 실제로는 상당히 흔들리고 있으니. 회개가 가능하다면 데려간다는 게 사제들의 방침이오.”
“아까운 물을 놈들에게도 주겠군요.”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절반만 줄 거요. 부족해지면 제일 먼저 끊겠소. 그리고 곧 세트렛 추격군이 돌아올 건데…….”
납득이 가능한 선에서 대충 이야기가 정리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무기와 전술에 대한 점검까지 끝나고, 간단하지만 따뜻한 식사를 한 뒤, 사람들은 다시 행군에 나섰다. 카치운은 슬쩍 에드워드 옆으로 따라왔다.
“시킨 대로 했소.”
“잘했소.”
에드워드가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카치운은 기사들 옆에서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가 꺼낸 말은 짧았다.
‘포로한테도 물을 줘야 하나?’
그걸 들은 기사가 질문을 꺼낸 것이다. 에드워드는 사제들이 요구하는 빛의 미덕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비상시에는 바로 포로들보다 생존자들을 우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여기에 사람들이 수긍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의 분배를 에드워드가 맡고 통제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발언권이 커지는 것은 중요하다.
카치운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다음 추격군 말인데.”
“문제 있소?”
“숫자가 더 늘어난 것 같소. 엘프도 알겠지.”
“밤을 샜나. 부지런한 새끼들. 선박에 남은 화물들 뒤져보느라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이쪽은 안 쉴 수가 없는데 말이오.”
그는 다른 기사들을 턱으로 가리켰다.
“기사 둘에 기병이 둘. 우리까지 합치면 여섯이오. 도박이 통할 것 같소?”
“그냥 맞고 버티면서 사흘 내내 가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그냥 그렇게 하는 게 어떻소?”
“상황 보고 결정해도 될 거요. 적진에 고가치 표적이 있다면 말이지.”
그때 헬레나가 소리쳤다.
“적습! 달려오기 시작했어요!”
“적의 수는?”
“40! 전부 그 새를 타고 있어요!”
공포새. 이 해변에 남은 생존자의 숫자가 선원까지 대충 60명. 하지만 뭔가 타고 있는 전사놈들이 더 고급전력이라고 봐야 한다. 에드워드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투 준비! 어제처럼 한다!”
세트렛인들의 전술은 숫자만 늘었지 바뀐 게 없었다. 가까이 와서 창을 던지거나 화살을 쏜 다음, 다시 물러가는 것. 생존자들이 뒤에 바다를 등지지 않았다면 아마 주변을 맴돌면서 공격했을 것이다.
전날과 달리 만용으로라도 과감하게 뚫으려는 공격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새로 합류한 놈들은 초승달 모양의 방패를 팔뚝에 묶고, 노출되는 다리 부분도 금속이나 가죽으로 만든 보호대를 찼다. 반격당하는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어설펐던 척후들보다는 능숙하고 두려움이 없었다. 아브멜렉 환생 군단의 진짜 모습은 그들에 더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생존자들도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전날 놈들의 투창을 회수해 촉을 도로 세운 투창을 던졌다. 전날 죽은 공포새에게서 뽑아낸 깃털들을 방패에 덧씌우거나 옷을 부풀렸다. 화살은 서로 사이즈가 맞지 않아 제 위력을 못 내기도 했지만 어쨌든 소중히 모아놨다.
투웅!
큼직한 투창이 한 기사의 방패에 맞고 튕겨 나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러나 어떤 투창은 판자때기에 박힌 채 촉이 휘었다. 그걸 들고 있던 한 중년 남자가 소리쳤다.
“난 예술가에 학자일 뿐인데!”
그 옆에 선 가르달이 빈정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호전적인 예술가들도 있는 법인데, 난 카드를 잘못 뽑았군.”
“나도 충분히 남성적이고 호전적이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잖소! 창 때문에 방패가 자꾸 무거워지는데!”
“진짜 호전적인 예술가가 있었지. 군중 때문에 자기 작품이 무너지자 지구는 인류의 것이라고 소리쳤다는 앵글리아 또라이…….”
“이 망할 드워프! 이 판국에 약 올리기요? 그거 내 이야기잖아!”
가르달은 입을 떡 벌렸다.
“진짜 있었어?”
“진짜라니?”
“그거 댁이었어?!”
“그렇소! 내가 그 예술가요!”
가르달은 옆을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 끝에는 에드워드가 있었다. 그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왜 사람들은 내가 본 학자와 예술가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야, 하도 희한한 것뿐이라 댁이 지어낸 것인 줄 알았지.”
등 뒤의 카치운이 중얼거렸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다른 세상 이야기 같긴 했지. 지어낸 것도 있고. 그래도 앵글리아 예술도 나름 즐겼소.”
함성보다 대화가 늘어날 때쯤, 공포새를 탄 투창기병들이 물러나고 적의 함성 소리가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드워드는 바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생각보다 일찍 물러간 걸 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도 모른다! 다들 경계를 풀지 말고, 정리 후 이동!”
사람들은 판자때기에 박힌 투창을 떼어내고 회수한 다음,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예술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댁 이야기를 들은 건 앵글리아였는데, 여기서 보는군.”
“예술가는 후원자를 찾아 떠도는 게 일이니까.”
“그렇군. 이름이?”
“자크 타일러.”
중년 남자, 자크는 투덜거리면서 투창을 뽑아 가르달에게 넘겼다. 가르달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걸 왜 나한테 줘?”
“댁이 이 창날을 두들겨서 도로 피잖소?”
“당장 이동해야 하는데 뭔 소리요? 저 뒤에 던져두쇼. 꼬맹이랑 여자들이 치울 테니.”
“귀찮구만.”
자크는 투덜거리면서 창을 가져다 놓으러 갔다. 가르달은 에드워드한테로 고개를 돌렸다.
“성지 가는 순례자는 전사, 사제, 상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오. 실은 요리사, 화가, 조각가, 가정교사도 있더라고.”
“그래도 다들 싸울 줄은 알아서 다행 아뇨?”
자유민 남자의 기본 속성은 싸울 줄 아는 것. 하지만 가르달이 보기엔 성이 차지 않는 실력들이었다.
“조각도를 들면 기사 백 명과 맞서 싸울 수 있는지 몰라도, 창과 방패를 들면 짐꾼 한 명만 못한 자들이 부지기수요.”
드워프는 인간보다는 오래 살고, 싸움이 기본 소양이며, 세심한 예술가여도 성격과 행태에서 상남자 스타일을 고수한다. 전사에 대장장이에 상인인 그가 보기에 인간 잉여인력들이 못마땅한 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안 무너지고 서 있기만 하면 되오. 그나저나 리안나 얘는 어디 간겨?”
“살려주세요!”
리안나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녀는 오만의 대가를 치른 참이었다. 부리를 쩍 벌리고 죽은 공포새 목구멍에 머리가 처박힌 것이었다. 공포새의 목이 리안나 머리통만큼 늘어나고, 그 아래로 밴시의 사지가 파닥거리는 것을 본 에드워드는 폭소해 버렸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새를 잡지?”
그때였다. 갈색 말에 탄 세트렛 기병이 창대에 흰 천을 매달고 달려왔다. 그의 등 뒤에는 꾀죄죄한 여자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생존자들의 선두까지 달려가며 소리쳤다.
“이 일행의 지휘관은 누구인가?”
여자가 통역이었다. 유창한 아퀴타니아어였다. 선두에서 다시 되돌아 후미까지 달려오는 기마병을 향해 에드워드가 소리쳤다.
“나다!”
그러자 기마병이 말을 세웠다. 그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앵글리아의 기사 에드워드 드 클레어 경이 맞나?”
“그렇다!”
기마병의 시선이 일행을 훑다 베로니카한테 멈췄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아브멜렉의 전사들은 앵글리아의 기사 에드워드 경과 그 호위대상인 이단심문관이 항복하길 원한다! 그들만 항복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쫓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전형적인 흔들기. 하지만 이미 귀띔받은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교리법무성의 문장을 걸친 기사와 그 이단심문관을 넘겼다간 교회한테 찍히고도 남을 것이다, 이 많은 사람이 비밀을 지킬 거라고는 장담 못 한다, 교회는 이런 거 심문하는 데 도가 텄다, 세트렛인들이 약속을 지킬 리가 없다 등등…….
에드워드는 바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인질 교환을 원한다면 너희 귀족부터 둘 보내라고 해라!”
인질 교환은 서로 대등한 자들끼리 하는 것이다. 세트렛인 기마병은 혀를 내둘렀다.
“패기 있군. 그렇게 전하겠다.”
기마병이 잽싸게 몸을 돌려 달아났다. 카치운이 에드워드를 돌아보았다.
“쏠까?”
“내버려두쇼. 사절을 쏘는 건 모양새가 안 좋으니까. 그리고 저쪽에도 통역이 있는 게 편해.”
“뒤에 탄 여자 이야기군. 상처투성이에 꾀죄죄한 게 딱 봐도 노예던데.”
“아퀴타니아인이겠지. 아퀴타니아어를 하는 걸 보면.”
세트렛 영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잡혀 왔다는 뜻이다. 카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된 통역은 아니지만, 노예까지 데려올 정도면 집요하긴 하겠어.”
한편 스텔라는 수많은 고객을 농락한 가짜 점쟁이의 혀로 생존자들을 향해 떠들어댔다.
“보셨죠? 보셨죠? 세트렛인들이 에드워드 경을 콕 집어서 지목한 거? 그들이 표류자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알았다면, 악마가 직접 세트렛인들에게 귀띔했다는 증거예요! 그만큼 대단한 분이 여기 있다는 말이죠!”
생존자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앵글리아 왕실의 보검을 받고 순례를 떠나, 만티코어를 잡아 엘프 도시 아르데니아를 구원하고, 드워프들의 소금산에서 전쟁 영웅이 되었으며, 투리치 시를 침공한 악마를 물리쳤으며, 백색함대를 위협한 시서펜트를 태워죽인 기사!”
화끈한 소개였다. 다행히도, 그리고 당연히도 그런 지휘관을 내놓겠다고 말하는 얼간이 생존자는 없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정보를 쥔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
그 얼굴을 본 베로니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저거저거, 또 나쁜 표정 짓는다.”
세트렛의 귀족 여전사, 펠리샤는 먼발치에서 표류자들을 보며 말했다.
“표류한 놈들 치고는 이상하게 사기가 높은데요?”
“무장 순례자들인가 보군. 그런 것 치고는 제대로 된 방패가 적지만, 어쨌든 성가시게 됐어.”
자무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펠리샤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우물마다 척후를 보내 봉쇄케 했으니 놈들은 물을 못 얻을 거예요. 하천이 나오기 전에 철저하게 괴롭히죠. 그럼 제풀에 지쳐서 단합을 깨는 놈이 나올 테니.”
“하지만 저들이 하천까지 도착하면? 게다가 거기엔 저주받은 유적지까지 있어. 저들이 거기 들어가면…….”
“살아나오지 못하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음.”
자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포로로 잡거나 죽이라고는 했지만,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지시가 내려온 건 아니지. 그래, 그 방법도 있겠구나.”
펠리샤는 공포새에 올라탄 투창기병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이 탄 공포새는 뒤에 덤불을 베어 주렁주렁 매달아 땅에 질질 끌고 있었다. 펠리시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저놈들에게 갈증이 뭔지 가르쳐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