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역지사지
물가에 머물던 선원들, 그리고 그들에게 제지당한 채 서 있던 자들이 바로 에드워드 쪽으로 뛰어왔다. 아슬아슬하게 세트렛 투창기병과 경기병들을 피한 그들 중 예술가 자크가 에드워드 쪽으로 달려왔다. 그는 에드워드의 앞에 서서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인질! 인질을 내세워서 우리가 물을 건너가게 내버려 두라 합시다!”
에드워드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 생각해 봤는데, 그러면 결국 물 건너까지 쫓아올 거야. 먼저 건넌 사람들이 안전해지질 못해. 우리도 마찬가지고.”
“빛의 영역까지 계속 인질을 잡고 버티면 되잖소!”
“지금도 우린 인질을 잡고 있는데 놈들은 계속 공격 중이지. 그게 뭔 소린지 모르겠나?”
“뭔 소리인데?”
“놈들은 환생 군단이거든. 저 여자가 죽어버려도 자기들 입장에서는 ‘구조’야. 자기들 영역 안에서 악마의 전사로 다시 환생할 거라 믿으니까.”
자크는 입을 떡 벌렸다. 에드워드는 넌더리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놈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둘이지. 하나는 저 여자가 빛의 영역까지 끌려가 회개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저거.”
에드워드는 피라미드를 가리켰다.
“다른 악마한테 먹혀버리는 거지. 결국 이곳에서만 협박이 가능해.”
“내가 회개시켜볼까?”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였다. 에드워드는 인상을 팍 찌푸린 다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베로니카가 신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있었다.
“왜 안 건너갔냐?”
“나도 모르겠으니까, 설명을 요구하지 마.”
베로니카가 짜증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물 건너를 가리켰다.
“다른 사제들은 건너게 했어.”
“역할이 바뀌었잖아. 그들이 남기로 했는데.”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단심문관이 빛의 영광을 말해놓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남겨두고 건너가?”
“그래서 내가 남았잖아?”
“너 교리법무성 사람 아니잖아. 나한테 개인적으로 고용된 몸이지.”
평소엔 에드워드가 한 말이다. 에드워드는 앓는 소리를 냈다.
“나 지금 너까지 간수할 자신 없는데? 내가 앵글리아 왕실에 캠벨가까지 원수질 거 걱정하며 싸워야 돼?”
“나도 내가 죽으면 무지무지 시끄러워지는 것쯤은 알거든? 넌 그럼 무슨 생각으로 남은 건데?”
“네 말대로 누군가는 남아야 사기 진작이 될 거 아냐! 그리고 나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 말이 그 말이야!”
베로니카는 빽 소리를 친 다음, 토라져서 궁시렁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쯤은 안다고. 아는데…… 아, 정말. 내가 왜 남았지?”
“이젠 자문자답하기냐?”
“기껏 남아줬더니 기뻐하지도 않는 배은망덕한 인간 때문에 그래!”
에드워드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은 다음 주먹으로 이마를 짚었다. 가르달은 연초와 파이프를 꺼내면서 말했다.
“부부싸움은 그쯤 하쇼. 어쨌든 배는 떠났고, 남은 사람들끼리 발버둥 쳐봐야지. 안 되면 죽는 거고.”
“아무 데나 부부싸움이라고 갖다 붙이지 말아줄래요?!”
베로니카가 소리를 질렀다. 가르달은 퉁명스레 대답했다.
“아님 뭐…… 읍읍?”
카치운과 헬레나가 가르달의 입을 틀어막은 다음, 구석으로 끌고 갔다.
“이 드워프 친구는 담배 필 때 제일 완벽하지.”
“그 외에는 입을 놀리게 두면 안 된다는 뜻이군요. 완전히 동의해요.”
에드워드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베로니카를 보내고 사제 둘을 남겨두려 했던 건 주문의 횟수와도 관계가 있다. 전속사제의 주문을 얼마나 잘 배분하고 이용하는가는 기사와 영주의 기본 소양이다. 베로니카는 분명 주문을 다섯 개나 축적할 수 있고 그 종류도 제법 다양한, 우수한 사제다.
하지만 그녀도 다른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하나의 주문만 얻는다. 싸움이 3일만 이어져도, 하나만 축적하는 일반 사제 2명이 그 횟수를 거의 따라잡는다.
에드워드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제 와서 베로니카를 탓하는 건 에너지 낭비다. 다른 계획을 세우는 게 차라리 더 낫다. 그는 스텔라를 돌아봤다.
“사상자 집계는?”
“번개 맞고 쓰러진 중기병 처리 중에 죽은 사람이 하나, 다친 사람이 둘요. 다친 사람들은 다 경상이라서 회복 주문까지는 필요 없어요.”
“그나마 좋은 소식이군.”
빈약한 장애물에 기대 수십의 기병과 맞선 것이라고 믿기지 않는 압도적 교환비다. 계속 숨겨놨던 마법사의 주문 덕이 컸다. 그러나 낙관할 수는 없었다. 같은 방법은 안 통하니까. 오히려 적의 대처를 걱정해야 한다.
스텔라가 에드워드의 속내를 뚫어보고 말했다.
“솔직히,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는 건 추천 못해요.”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남은 변수는 그것뿐이지. 안에 있는 게 미라 두목이건 악마건, 담판을 짓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몰라.”
에드워드는 스텔라를 향해 말했다.
“너도 세트렛인들에게 붙잡히면 사제보다 약간 나을 뿐, 처지는 거기서 거기일걸.”
“으. 세트렛인들은 마법사가 필요 없으려나요?”
“왜, 배신하게?”
“에이, 배신이라기보단 항복했을 때 그쪽 군대에 편입되는 걸 노리는 방법으로…….”
“넌 적 마법사를 포로로 잡으면 뭘 시켜볼 것 같냐?”
스텔라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제까지 그녀가 겪어온 악덕 영주들, 그리고 소문으로 듣던 악질 용병대장과 산적 두목들.
그리고 도적 마법사를 잡자 그를 표적판 삼아 괴롭히던 에드워드.
“결사항전하죠!”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베로니카랑 함께 피라미드 주변 조사를 해놔. 지금 정보는 많을수록 좋으니.”
“네!”
스텔라는 토라져 있는 베로니카한테로 달려갔다. 에드워드는 적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것들이 늘면 늘지, 줄지는 않을 텐데.”
에드워드의 걱정은 그대로 적중했다. 시간이 늘수록 적의 숫자는 늘었고 포위망은 촘촘해졌다. 이틀 뒤에는 물을 길러 가는 것마저 위협받았다.
게다가, 통상 전장의 주도권은 공격자에게 주어진다. 적들이 공격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잠자다가도 달려나와야 했다. 그들은 밤과 낮에 번갈아 공격했다. 물을 뜨려고 하면 공포새를 타고 달려와 방해했다.
사상자는 늘고, 사람들은 지쳐갔다. 장애물도 조금씩 망가졌다. 피라미드 주변의 돌덩이들도 장애물 전체를 보강하기엔 부족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물 건너 탈출한 사람들을 쫓아가진 않는단 이야기군.”
카치운이 적진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죽은 적의 갑옷 파편을 손아귀 힘으로 찢어 마름쇠를 만들던 에드워드가 질문했다.
“쪽배나 해군 같은 건 안 보이쇼?”
“다행히, 아직은 안 보이는 것 같소. 그런 것까지 나타나면 진짜 끝장이지.”
“그땐 어쩔 생각이시오?”
“일단 세트렛 귀족 미녀의 침실 노예로 들어간 다음에…….”
“그 다음은 안 들어도 될 계획이군.”
에드워드의 농담에 카치운은 자기 발아래를 가리켰다.
“여기도 세트렛 귀족 미녀가 있긴 있는데.”
“침실 노예로 쓰기 전에 팔다리를 다 잘라주마!”
펠리샤가 소리치자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버렸다.
“침실에 넣어주긴 하네?”
“네놈의 물건에 철침을 박아 고정시킨 다음, 암소와 교접시킬 거다!”
“그건 네 취향이냐, 몰렉의 취향이냐?”
펠리샤는 대답 없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를 비롯한 세트렛 포로들은 음식을 거의 못 먹었다. 에드워드가 식량을 아끼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포로들은 물만 겨우 얻어 마시는데, 펠리샤만 기력이 왕성했다.
에드워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마음에 안 드는군.”
그때 스텔라가 에드워드한테로 다가왔다. 그녀는 베로니카와 함께 피라미드 주변을 조사한 결과를 말했다.
“피라미드 입구에 있는 방까지는 안전한 것 같아요. 잠깐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그 방 다음으로는 못 넘어가겠더라고요.”
“왜?”
“입구에 대놓고 경고문이 쓰여 있었어요. 허가받지 않고 들어오는 자는 노예로 부리겠다나.”
“흠…… 그리고?”
“입구 쪽 방바닥에도 미라가 몇 구 묻혀 있었어요. 가르달이 파서 꺼내봤는데, 움직이진 않더군요. 사제님 말로는 경비병의 미라 같은데 뭔가 잘못되어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것 같대요.”
“흠…… 그래서?”
“연료로는 쓸 수 있겠다던데요.”
카치운이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연료가 거의 바닥나던 참인데,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기사님쪽은 무슨 성과 없어요?”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절이 한번 오긴 했어.”
“뭐래요?”
“세트렛의 마법사들이 도착했으니, 우리 마법사는 이제 아무 것도 아니란다. 항복하래.”
스텔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땐 죽더라도, 그 말은 고쳐놓고 죽어야겠어요.”
“거 참 믿음직하…….”
그때 카치운이 벌떡 일어섰다.
“적습!”
“진짜 쉴 틈을 안 주는 새끼들이네.”
에드워드가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그런데 카치운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 아래로 뛰어내린 것이다.
“엎드려!”
쿠웅!
카치운이 말하기 무섭게 폭음이 사방을 울렸다. 에드워드는 증원군으로 온 세트렛인 마법사들이 어떤 족속들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트레베리아 원정 때 본 적 있는 부류다. 에드워드가 소리쳤다.
“폭발 마법!”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빈약한 장애물을 폭발 마법으로 날려버리는 게 놈들의 목적이었다. 퍼엉!
“아, 뜨거! 아, 뜨거!”
리안나의 비명소리도 추가되었다. 그녀는 잔뜩 그을려서 에드워드한테 뛰어오더니 말했다.
“마차 지붕이 날아갔어요! 바퀴도 깨졌고요!”
에드워드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보통은 스텔라를 내세워서 항상 먼저 선빵 폭죽을 날렸는데, 이번엔 역으로 당하고 있으니. 그는 여마법사를 향해 소리쳤다.
“저 새끼들 주문 깨!”
“네!”
스텔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첫 번째 번개 주문이 날아갔지만 허공에서 사라졌다. 곧바로 스텔라의 머리 위에서 검은 연기구름이 생겼다 흩어졌다. 에드워드는 뭔가 복잡한 마법싸움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초 뒤 얼음 깨지는 소리가 스텔라의 머리 위에서 들렸다. 역으로 방해 당했다.
“꺅!”
스텔라는 도로 건물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저놈들 수준이 보통 아닌데요!”
“뭐야? 박사급이야?”
“그런 것 같아요! 사거리도 능력도 저보다 더 위에요! 주문 무효의 부적이 아니었으면 제가 당했어요!”
제대로 몰렸다. 에드워드는 카치운을 돌아보았다.
“저격 가능하쇼?”
카치운은 고개를 저었다.
“방패를 덕지덕지 붙인 전차에 타고 있소! 말을 노려보긴 하겠소만…….”
전차로 마법사, 주술사 등을 빠르게 옮기는 수법이다. 말을 통제할 마부가 따로 있고, 방어를 대신해줄 방패수나 판자 따위도 있으므로, 달리면서 주문을 완성하는 게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차의 온갖 단점들에 비하자면 장점이 딱 그거 하나뿐이라, 그걸 타고 적진 앞까지 달려오는 건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구시대적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굉장히 거슬리는 방법이다. 에드워드는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트렛인들은 클래식한 걸 좋아하는군.”
하지만 자기들 마법사의 특성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쓰는 방법일 것이다. 적 전술가를 얕볼 순 없다. 에드워드는 검을 뽑은 채 밖으로 나가보았다. 낮은 담벼락과 평행으로 질주하는 적 전차들이 보였다. 단 두 대. 말에는 마갑까지 입혀놨다.
스텔라가 바로 조언했다.
“앞서 달리는 놈이 방해꾼, 뒤가 방화범이에요!”
카치운이 뻥 뚫린 창문으로 달려가 활을 당겼다. 장전하는 것은 검은 깃의 커다란 화살. 어렵게 빈틈을 포착한 그는 바로 화살을 날렸다.
피융!
뒤에서 달리던 전차의 말 하나가 갑옷 틈새로 화살을 맞고 쓰러지더니, 전차까지 같이 넘어졌다.
우지끈!
다른 하나는 바로 방향을 돌려 적진으로 도주했다. 카치운은 인상을 썼다.
“늦었군. 이제 적 돌격 차례요.”
“온다! 온다!”
한 병사가 소리쳤다. 너덜너덜해진 장애물을 향해 저 멀리서 말과 공포새를 탄 기병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 뒤에는 증원된 중기병도 있었다. 에드워드는 바로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급조 장애물! 다 가져와! 밧줄도 다시 치고!”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다 막을 수 없습니다!”
병사의 외침대로였다. 사방에 구멍을 뚫어놓은 다음, 포위한 기병의 일제 돌격. 이걸 막을 방법은 이제 없었다. 장애물로 쓸 자재부터가 빈약했으니 예견된 파국이다. 다만 적 마법사가 둘이나 등장해서 시기가 더 빨라졌을 뿐.
“맞서라! 노예로 사느니, 명예롭게 죽고 천국에 가자!”
“신께서 우리 자리를 마련하셨다!”
기사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포로들 데리고 피라미드로 가!”
에드워드는 펠리샤의 멱살을 붙잡아 일으켜 베로니카한테 내던졌다. 저 멀리 예술가 자크가 누구보다 더 빠르게 피라미드로 뛰어가는 게 보였다. 에드워드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방어선은 포기한다! 가르달, 헬레나, 내 옆에 딱 붙어!”
“이제 어쩌시게요?”
헬레나가 외쳤다. 그 순간, 세트렛 기병들이 방어선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