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미라 군대 (1)
펠리샤는 자신이 기절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깨자마자 암흑 속에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이 미친 앵글리아놈아!”
빠악! 에드워드는 추가적인 설명 없이 펠리샤의 정수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펠리샤는 격통에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에드워드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시끄러. 나도 알아.”
생존자들은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왔다. 입구 근처의 방이 아니라, 더 깊은 곳까지 들어온 상황이었다. 세트렛인 포로들은 이미 멀어진 출입구의 빛을 보며 절규했다.
“안 돼! 내보내 줘! 여기 들어오면 안 돼!”
하지만 복도는 좁았고, 생존자들로 가득 찬 상황이었다. 그리고 생존자들은 그 자리에 가만있어 줄 생각이 없었다. 용기 또는 또라이 기질이 넘치는 세트렛인들이 뒤따라오지 말란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리안나는 사람들 사이를 쪼르르 달려와 에드워드한테 왔다.
“포로 셋, 해방 노예 하나, 일행 외 생존자 일곱!”
“선장은?”
“투창 맞아 죽는 거 봤어요!”
“젠장.”
마지막 싸움 전까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마흔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절반 이하. 대부분은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전투에 돌입했고, 싸우다 죽었다.
말라 비틀어진 경비병 미라의 팔뚝을 횃불로 만들어 방패와 함께 쥔 가르달이 중얼거렸다.
“밖에서 싸우다 죽은 자들이 부러워지는 상황만 안 오면 좋겠소.”
밖에 있는 세트렛인들이 먼저 지쳐 떠날 리가 없으니, 남은 길은 이곳에 잠든 악령이나 악마와 담판을 짓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 담판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껏 악마를 제압해도 상황 타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가능성 역시 없다곤 못한다.
“그 팔을 들고 있는 걸 보면, 미라들도 대화할 생각이 없어질 듯한데요.”
껍질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미라의 팔다리를 본 헬레나의 말이었다. 하지만 가르달은 개의치 않았다.
“대화가 된다면 말이지. 뭐, 그때 되어서 설명해 보자고.”
“설명요? 드워프식?”
“잘 아네.”
가르달은 자기 도끼를 한번 들어 보였다.
쿠웅!
그 순간 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복도를 울리더니, 출입구 쪽 희미한 빛이 사라졌다. 에드워드가 중얼거렸다.
“자동문인가?”
가르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의 특제 횃불을 보았다.
“지금이라도 버릴까?”
“불빛이 아쉬우니 일단 씁시다.”
에드워드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추적은 없었다. 펠리샤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어 일으켰다.
“자, 걷자고.”
“대체 내가 기절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지? 네 계획은 날 여기에 넣네 마네 하면서 협상을 시도하는 것 아니었나?”
“네 친구들이 쓸데없이 고압적이기에 그냥 들어와 버렸다. 됐냐?”
펠리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지 화가 나서 자살을 택했단 말이냐?”
“이단심문관도 동의했어.”
펠리샤의 눈길이 베로니카한테 박혔다. 그녀는 눈빛으로 짧게 표현했다. 미친년. 베로니카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불리한데다 믿지도 못할 협상 따위를 왜 하겠어?”
“너희, 둘 다 미쳤네. 로맨틱하게 같이 죽는 일 따위는 여기서 일어나지 않아. 이 안에 있는 건…….”
“수천, 수만의 미라와 그들을 타락시킨 악마란 말이지. 알아, 안다고. 그런데 누가 누구랑 로맨틱하게 죽는다고?”
“미친놈과 미친년이지, 누구긴 누구야. 전설에 따르면, 온갖 함정과 독극물이…….”
선두의 가르달이 모퉁이를 도는 순간 횃불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무덤에 가득한 어둠이 일부나마 걷혔다. 휘황찬란한 금은보화가 펠리샤의 입을 막았다. 에드워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시작부터 보물고라니, 이 무덤 지은 사람들은 뭔가 아는군.”
가르달은 얼굴을 찌푸렸다.
“음. 불길한데. 입구에서 가까운 방이 도굴은커녕 손댄 흔적도 없다니. 일단 수상쩍은 보물을 건드리지는 맙시다.”
베로니카와 스텔라는 탐욕보다 학구열로 주변을 정신없이 둘러보았다. 베로니카는 기름 그릇과 거울을 발견해, 거기에 불을 붙였다. 곧바로 불빛이 미리 배치된 거울과 거울 사이를 헤집고 보물고 전체를 비췄다.
“이것도 안 좋군. 미라처럼 묻어놓은 것도 아닌데, 그릇에 기름이 마르지 않고 계속 남아 있다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가르달은 전혀 흥분하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술가 자크가 투덜거렸다.
“말끝마다 안 좋네, 불길하네…… 드워프는 호쾌하다더니, 왜 이리 부정적이기만 하쇼?”
“불평은 예술가만 하라고 법전에 씌어 있든?”
스텔라는 보물들을 살펴보다 말했다.
“여긴 물건들을 임시로 갖다놓는 장소였던 것 같아요. 제대로 분류되질 않았네요.”
“어떻게 알아?”
에드워드의 질문에 스텔라는 다 녹이 슬고 바스라진 검날을 집어 보였다.
“이건 피가 묻은 채 방치되었던 것 같네요.”
“젠장. 뭔가 안 좋은 느낌이야.”
가르달이 다시 말했다.
보물고는 넓었다. 하지만 전부가 휘황찬란한 재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썩거나 녹슬어서 먼지로 돌아간 재화들도 적지 않았다. 리안나는 돌처럼 말라붙은 채 먼지만 쌓인 빵덩이를 집어 들었다.
“빵도 있네요.”
그 순간 빵은 가루로 바스라져 땅에 쏟아졌다. 리안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먼지로 만든 빵인가 봐요. 재주도 좋네.”
“어느 동네 제빵 요정의 작품인지는 몰라도, 노예로 부리고 싶진 않군.”
실은 바스라진 것이겠지만. 에드워드가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리안나는 그 말에 뚱한 표정을 지었다.
“유능한 요정은 노예가 되다니, 불합리해요.”
“무능한데 유해하면 퇴치 당하겠지.”
에드워드는 리안나의 보따리로 시선을 돌렸다.
“뭐뭐 가져왔어?”
“쉽비스킷 약간이랑, 마차 안에 있던 귀중품들요.”
“어떤 귀중품?”
리안나는 대답 대신 보따리를 풀어보았다. 그 안에 든 것들은 약간의 돈과 예금 증서들, 그리고 변신 옷이었다.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불 나면 통장과 신분증만 챙겨서 도망치라던 이야기가 생각나네. 하지만 식량과 물이 급한데.”
미리 분배를 해서 각자가 조금씩 갖고는 있지만, 보따리 안이 전부 비스킷과 물이었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이다. 에드워드는 변신 옷을 집어다 베로니카한테 내밀었다.
“그래도 이건 건졌네.”
“세트렛인들 손에 안 들어가서 다행이긴 해.”
베로니카는 변신 옷을 돌돌 말아 갈무리해서는 자기 허리띠에 결속했다. 그녀는 한 벽화로 시선을 돌렸다. 대규모 군대가 서로 맞붙는 전쟁을 묘사한 벽화였다. 에드워드가 물었다.
“뭐 정보 없어?”
“얼마나 나쁜 놈과 싸웠는가, 그런 내용의 벽화네. 세트렛인 기준이지만.”
에드워드는 베로니카의 손가락을 따라 그림을 살펴보았다. 중요 인물은 크게 그린다는 법칙에 따라, 거인처럼 그려진 게 적 장수인 듯했다. 그는 빛나는 검을 들고 세트렛인들을 후려치고 있었다. 베로니카가 그를 가리켰다.
“경전 속에 등장하는 왕들 중 하나같은데. 누군지는 모르겠어. 이름이 지워졌네.”
“그 밑에 쓰러지는 것들은?”
“세트렛 장수들이야. 깃털 모자와 공포새가 보이지?”
짹 소리를 내는 듯 부리를 크게 벌린 공포새 그림들. 그 뒤에는 말들도 그려져 있었다. 그다음은 커다란 소머리 악마, 그리고 그보다 더 커다란 세트렛인 순이었다.
“몰렉보다 더 거대한 세트렛인?”
“세트렛인 복장의 악마야. 의미심장한데. 이 악마는 몰렉보다 더 강하거나 중요했다는 뜻이야.”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피라미드의 주인이란 말이군. 이름은?”
“다쉬사베스라고 쓰여 있는데…… 뭔지 모르겠어. 칭호인지, 진짜 이름인지.”
이단심문관이라고 악마 이름을 다 아는 건 아니다. 에드워드는 보다 더 뒤에 있는 펠리샤를 돌아보았다.
“이곳 악마 이름이 다쉬사베스야?”
“모른다. 우리 측 기록은 다 지웠다고 들었다.”
불만족스러운 대답. 에드워드는 자기 허리띠를 슬쩍 쥐었다.
“뭐든지 간에, 일단 두들겨 패서 굴복시키면 되겠지?”
허리띠 캐슬린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참 편한 대로 사신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음. 보통 이런 벽화 보면 최종 보스 해치우는 법 같은 것도 적혀 있는데. 여긴 없나?”
“어떤 거?”
“저기 벽화 속 빛나는 검 같은 것.”
“그런 게 여기 있겠어? 적이 든 건데.”
“문제가 있다면 해답도 같은 무덤에 놔두는 게 클리셰긴 한데.”
“이건 희극이 아니잖아.”
그때였다. 갑자기 우르릉하는 소리가 들렸다. 출입구 쪽 빛이 사라질 때와 비슷한 소리. 멀리서 찔끔하는 예술가 자크가 보였다.
“아니, 상자 하나를 들어 올렸을 뿐인데…….”
과연 그의 손에는 겉부터 금은으로 장식한, 제일 작지만 제일 비싸 보이는 보석상자가 들려 있었다. 우르르릉! 무덤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에 에드워드는 식은땀을 흘렸다.
“귀해 보이는 거 막 건드리는 놈은 제일 먼저 죽던데.”
그다음엔 가르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물소리요! 물이 달리고 있소!”
“어디? 어딘데?”
에드워드가 묻는 순간, 보물고 한쪽 벽이 무너지더니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르달이 비명을 질렀다.
“하천이나 바다와 연결된 함정이오!”
건드리면 물바다를 만들어 침입자를 익사시키거나 내쫓고, 후속 침입자를 막기 위한 해자를 만드는 장치. 생존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보물고를 달렸다. 펠리샤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
“이 멍청한 족속들아! 빛의 인간은 다 이따위냐?!”
“뛰어, 뛰어! 물이 안 닿는 곳까지 뛰어!”
에드워드가 소리쳤다. 보물고 안에 남아 있으면 익사할 게 뻔했다. 헬레나는 보물 더미를 뛰어넘어 앞서 달려갔다.
“문을 찾았어요! 이쪽!”
행동이 빠른 엘프 덕에 헤맬 시간은 줄였다. 하지만 그건 길이 제시되었다는 뜻이지, 편한 길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느닷없이 몇 번씩 굽어진 가파른 오르막이 나오자 에드워드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물이 어디까지 차오르는 거야, 이거!”
베로니카는 합리적인 결론을 꺼냈다.
“이곳 주인도 수장되기는 싫겠지! 적정 수위가 되면 멈추게 되어 있지 않을까?”
“그게 언젠데?!”
“내가 아니?”
만약 그 장치가 마개나 덮개 따위로 물길을 막는 방식이고, 이 피라미드를 살펴보는 악령 따위가 이미 그것을 작동시켰다면, 사람들은 꼼짝없이 수장당할 판이었다. 다행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이 멈췄습니다!”
한 남자의 외침에 모두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최후미에 있던 남자가 조금 전 모두가 달려온 컴컴한 복도를 가리켰다.
“물이 차오르지 않습니다! 소리도 더 안 들립니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가르달은 제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소금산에서도 물, 투리치에서도 물, 바다에서는 폭풍에, 여기서도 물. 드워프와 물은 상극인가 보오.”
카치운은 좀 더 적극적이었다. 그는 예술가 자크의 멱살을 붙잡아 벽에다 밀어붙였다. 쿠웅!
“네놈 때문에 다 죽을 뻔했어!”
“그게 왜 내 탓이오? 저 밴시도 빵을 집어 들었잖소! 여 마법사는 녹슨 검을 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보물들을 만지작거렸는데!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을 뿐이오!“
긴 변명이었다. 가르달은 도끼 머리로 자크의 옆구리를 거칠게 찔렀다.
“그건 바닥에 널브러진 것들이고! 네가 건드린 건 대놓고 가장 비싸고 수상해 보이는 상자였잖아!”
“그걸 분간하는 방법 따위, 누가 알았겠소?!”
자크의 항변도 일리가 있었다. 사전에 먼저 주의를 해야 했다. 에드워드는 손을 들어 상황을 중재했다.
“일단 규칙을 정하지. 누구든 멋대로 아무거나 건드리지 말기. 일단 함정이 있다는 건 확인했으니까.”
“내가 말했잖아. 건드려봐야 알다니, 이래서 머저리는 상대하기 싫다니까.”
펠리샤가 짜증을 냈다. 에드워드는 다시 주먹을 휘둘러 그녀의 정수리를 타격했다. 빠악!
“왜 저 새끼는 안 때리고 날 때리는 건데?!”
펠리샤가 머리를 싸매고 항의하자 에드워드는 짧게 설명했다.
“넌 적이라서.”
그리고는 마저 말했다.
“꼭 건드려봐야 할 것이 있다면, 포로들부터 건드리게 한다.”
“뭐, 뭣?!”
세트렛인 포로들이 기겁했다. 에드워드는 그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물론 펠리샤는 제일 후순위고…… 거기 해방 노예 아가씨?”
“네?!”
지젤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에드워드는 포로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거렸다.
“순서는 아가씨가 정하게 해줄게.”
세트렛인들은 자신의 상관인 여자와 그녀의 노예였던 아퀴타니아인을 곁눈질하다 음울한 한숨을 내쉬었다. 펠리샤는 이를 갈았다.
“너, 이간책에도 재주가 꽤 있구나.”
“네가 생각이 없는 거다.”
에드워드가 짧은 말로 그녀를 비웃었다.
올라오던 길과 반대로 내려가는 길이 다시 나타났고, 일행은 아무것도 없는 미로들을 헤매었다. 진절머리가 난 자크가 다시 중얼거렸다.
“미라라도 나왔으면 좋겠네. 이 미로, 그냥 돌아다니다 지쳐 죽게 하려는 거 아뇨?”
스텔라는 분필로 지나온 길을 표시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의미 없이 만든 미로는 아니고, 분명 용도와 구획이 나뉜 길이긴 한데…… 다 비었네요.”
“좋게 생각하자고. 피라미드가 다 꽉 찬 게 아니란 말이지.”
에드워드는 긍정적이었다. 스텔라는 그를 흘겨보았다.
“빈 무덤은 예행연습에 불과하죠. 바로 아래층부터는 미라가 버글거릴지도 몰라요.”
“예행연습 좋지. 연습도 못 하고 맞닥뜨리는 것보다야.”
그때쯤 일행은 미로의 끝에 도달했다. 거대한 문. 베로니카가 그 겉에 새겨진 문구를 읽었다.
“아래층. 들어가려면 문을 세 번 두드리시오.”
“로망도 위험도 없는 안내문이군.”
“가장 깊은 곳이 수뇌부의 안식처고, 이 미로를 포함한 주변부는 쫄따구들의 영역인지도 모르지.”
“그렇겠지. 자, 포로 중 누가 해볼래? 지젤이 지목하기 전에 자원부터 받아볼게.”
당연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한 포로는 밴시 리안나를 가리켰다.
“쟤! 쟤는 죽지 않는 요정이라고 했잖소! 빛은 인명을 중히 여기니, 쟤가 문을 열게 합시다!”
리안나가 화들짝 놀라 규탄했다.
“이 간악한 세트렛인! 왜 너네 종족까지 나한테 그러는 건데!”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쁘진 않군.”
“와! 기사님, 저보다 포로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시는 거예요?!”
“단순히 문을 여는 것 정도에 포로를 쓰기는 좀 아깝잖아. 숫자가 적다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레이디 퍼스트는 원래 위험한 곳에 여자부터 밀어 넣는 게 유래래.”
“그게 그런 유래였어요?!”
“구라야. 그럴 리가 있냐.”
“근데 왜 제가 하는데요?!”
“요정에 한해서는 새로운 풍습을 정착시켜도 나쁠 것 같지 않아서.”
“너무해!”
잠깐의 티격태격 뒤, 리안나는 문 앞에 섰다. 그녀는 궁시렁궁시렁거렸다.
“어둠이건 빛이건 인간은 다 사악해. 요정 착취에 여념이 없어. 그러니 만국의 집요정은 단결해서 기득권을 타파해야…….”
에드워드는 리안나의 정수리에 손을 짚었다.
“일해라.”
“천리마 정신으로 일하겠습니다!”
리안나는 화급히 외친 다음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수천 년 동안 안 움직였을 돌문은 그걸 신호로 천천히 땅으로 내려앉았다. 리안나는 감탄했다.
“와! 위아래 자동문! 문 여는 요정이 필요 없겠네!”
“그런 집요정도 있냐?”
리안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에드워드는 어둠 속을 들여다보다 마른 침을 삼키고 검을 들었다. 야간투시의 팔찌 덕에 그 안을 남들보다 미리 들여다본 것이었다. 밤눈이 밝은 편인 사람들은 약간 더 늦게 그 안을 보았다.
수많은 미라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에드워드, 베로니카, 리안나, 헬레나, 카치운은 물론 펠리샤와 지젤과 자크까지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가르달에게 꽂혔다.
소금산의 드워프는 자신의 손에 쥔, 불타는 미라 팔을 들어 올렸다. ‘이 미라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안 움직였고, 우리에게 횃불로 쓸 가연성 재료는 이것뿐이었으며, 매우 유감스럽지만, 당신들과 굳이 싸울 생각은 없으니, 상호간의 합의를 거쳐 그냥 지나가겠다’는 요지의 드워프식 설명은 짧고 간결했다.
“안녕들 하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