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점쟁이의 혀는 진미
지젤은 새파랗게 질린 채 말했다.
“움직이는 횃불이 사방에 널린 듯 하군요.”
“드워프 양반이 할 법한 생각이지. 미라만 타는 거지, 유적이 타는 건 아니니까 큰불은 아니야. 아까 내가 시킨 대로 천에 물 적셨지? 그걸로 입 막고 따라와.”
에드워드는 불붙은 놈들을 지나쳐 이미 다 타버린 잔해들을 뒤따라갔다. 지젤과 펠리샤는 바짝 긴장한 채 그 뒤를 쫓았다. 에드워드는 잠시 뒤 가르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악마 새끼고 뭐고 숨 막혀 죽어봐라!”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다 당신들이 먼저 질식할 것 같은데.”
움직이는 미라를 도끼로 쪼개 땔감을 만들던 검은 머리 드워프가 그를 돌아보았다. 카치운과 다른 생존자 둘도 그 뒤에 있었다. 가르달은 반갑게 외쳤다.
“오, 에드워드 경! 생각보다 늦게 만났구려!”
“생각보다?”
“사방팔방에 불 지르다 보면 빨리 만날 줄 알았소. 당신은 불과 연기에 다치지 않잖소. 베로니카 양도 그럴 거고. 리안나는 아예 안 죽지. 헬레나나 스텔라나 나머지는…… 알아서 살겠지, 뭐!”
카치운은 소매로 입을 가린 채 쿨럭 거렸다.
“이 드워프 친구 말이, 우리가 질식하거나 미라들이 다 타기 전에 에드워드 경이나 베로니카 양을 찾을 거라더군. 적중해서 다행이오.”
에드워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를 닥치는 대로 불태우고 그 불빛으로 서로를 찾는다. 가르달과 카치운은 조악한 논리에 기대어 도박을 한 것이다.
“미친 앵글리아놈에 미친 드워프놈…….”
펠리샤가 중얼거렸다.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게 드워프 기준이거든.”
“애석하게도, 미라 새끼들이 대책을 찾은 것 같소.”
카치운은 칼끝으로 다른 길을 가리켰다. 반쯤 탄 미라들이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몰려오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물에 젖은 미라라.”
“저놈들이 물을 어디서 얻은 거지?”
에드워드는 카치운의 의문에 물이 가득 찬 수통을 건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기도 수도관이 있긴 있더라고.”
“흠. 이대로 말라죽을 줄 알았는데, 물이 있다니 다행이군. 미라들이 물의 존재까지 증명해 주다니, 내 계산대로요.”
가르달이 말했다. 카치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계산 안 했잖소.”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식 계산법이군. 잘 풀리면 그만.”
“바로 그거요!”
가르달이 맞장구를 쳤다. 에드워드는 열쇠검을 미라들한테 겨눴다.
“난 앵글리아의 기사 에드워드고, 이곳 주인인 악마 다쉬사베스와 평화 협정을 맺었다. 물러서라. 아니면 찬탈자의 수하로 간주하고 베겠다.”
미라들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 걸어왔다. 에드워드는 계속해서 비텔리아어, 앵글리아어 등 그가 쓸 수 있는 언어로 그 내용을 반복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미라 새끼들은 반란군이군.”
에드워드의 말에 카치운이 물었다.
“진짜 평화 협정을 맺었소?”
“중간층의 찬탈자를 죽여준다는 조건 아래. 자세한 건 이야기하려면 길어지오.”
가르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 새끼들하고 협정 맺는 거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뭐, 그렇다 칩시다. 뒤통수만 조심하면 되겠지.”
“그것도 드워프 기준이오?”
“댁이 하는 일은 항상 옳잖소.”
“잘 아시는군.”
“그러니 내가 불 지른 것도 옳은 일이지.”
“연대책임이오?”
“아니, 경이 잘못 없으면 나도 잘못 없다고.”
펠리샤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르달은 그게 뭐가 잘못이냐는 표정으로 세트렛 여전사를 돌아봤다.
“뭘 해도 우린 너보다 옳아.”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다.
“그럼. 옳고말고.”
잠시 뒤, 미라들은 팔다리가 잘린 채 차곡차곡 포개어 쌓아 올려진 동료 미라들을 보았다. 미라 장작더미는 불타는 탑으로 변한 다음, 앞으로 무너졌다. 미라가 재료인 대량 살상 병기였다. 에드워드는 그 위로 뛰어오르며 외쳤다.
“파이어 젠가 도미노! 마법이 별건가, 이게 마법이지!”
“스텔라가 들으면 항의하겠구먼!”
가르달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젖은 놈과 안 젖은 놈을 번갈아 포갠 탑은 곧 장애물을 극복할 발판이 되어주기까지 했다. 특히 젖은 놈들은 제일 중요한 밑바닥에 깔렸다.
“젖은 놈은 쓸 데가 따로 있는 법이군.”
카치운이 중얼거렸다. 펠리샤는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빛의 인간은 다 이따위로 싸우나?”
“뭐가 불만이냐? 드워프 하나와 인간 둘이서 미라 수백을 썰어버리고 있는데?”
“인간이 불에 잘 안 타는 게 다행이다 싶어서. 그랬으면 당신들은 세트렛인들도 학살하고 있었겠지.”
가르달이 그 말에 반응했다.
“근데 이렇게 약해빠진 미라를 잔뜩 모아봤자, 다쉬사베스한테 무슨 이득이 있지?”
“아, 그거 물어보는 걸 깜빡했네.”
에드워드가 진심을 담아 탄식했다. 펠리샤는 그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봤다.
“악마한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확인받았다면서, 그걸 확인 못 했나?”
“여기 나가는 것 외엔 관심이 없었거든. 악마가 미라로 백만 대군을 만들든 말든 알게 뭐야.”
카치운은 미라로 만든 다리를 건너며 말했다.
“어쩌면 이게 잘 사용하는 법인지도 모르지. 약하지만 화살도 안 통하고, 장애물을 메우는 데 써도 되는, 숫자 많은 언데드들. 솔직히, 개활지에서 싸우자면 답이 없을 것 같소.”
“하긴, 언데드 군대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그거지.”
지치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는 자들. 지젤은 횃불을 쥔 채 말했다.
“잠깐이라도 쉬었으면 좋겠어요…….”
“좀만 참아봐. 영원히 눕기 싫으면.”
에드워드는 나약한 해방 노예 여성의 요구를 묵살한 다음, 계단으로 뛰어올랐다.
일행은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유적을 통과해 각자가 흩어졌던 경기장까지 올라왔다. 다행히 그곳에는 전사 미라도, 보통 미라도 없었다. 다른 데로 이동한 듯했다. 구멍에 빠지지 않고 살해당한 사람의 시체만 남았다. 예술가 자크. 그는 유독 갈가리 찢겨 죽었다. 아직도 레버를 쥔 팔이 덜렁거렸다. 미라들이 시체를 주워가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인 듯했다.
“미라들이 이 시체는 안 건드렸군.”
사람들이 한숨 돌리는 사이, 에드워드는 자크의 옷가지와 유품들을 뒤져보았다. 두꺼운 금화 하나가 데구르르 굴러 나왔다. 에드워드는 그게 다쉬사베스의 금화임을 알아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 개X끼 보소? 어느새 건드린 거야?”
“금화?”
가르달이 묻자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 보물 창고에서 주워온 것 같소. 상자 말고도 건드린 게 더 있었단 말이지. 아니면 상자 안의 것이거나…….”
“흠. 저주받은 거요?”
그걸 분간할 재주 따윈 일행에 없었다. 스텔라도, 베로니카도 없으니까. 에드워드는 자신의 추측만 짧게 말했다.
“다쉬사베스가 이걸로 귀띔 정도는 해주는 모양인가 본데.”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오. 그 예술가놈 제정신 아니었잖소.”
“예술가는 원래 다 살짝 미친놈들이라.”
에드워드는 다쉬사베스에게 받은 낡은 지도를 펼쳐보며 말했다.
“구멍은 네 개지만, 대충 세 구역으로 갈라지는데.”
가르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람들도 셋으로 갈라졌단 말이군.”
“일단 하나는 나와 저 두 현지인, 하나는 당신과 카치운이 빠졌던 곳이오. 어디로 빠졌는지 기억나쇼?”
“아, 물론.”
가르달은 구멍 하나를 가리켰다. 실패의 도끼 자국이 가장자리에 새겨져 있었다. 정말 알기 쉬운 표식이었다.
에드워드는 남은 두 구멍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것들은 유독 컸다. 아직 에드워드가 찾지 못한 사람, 그리고 여기서 죽지 않은 사람들은 이 아래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어느 구멍으로 갈까?”
“물론 최우선 사항은 베로니카 양이겠소만…….”
가르달은 두 구멍을 번갈아 살피다 왼쪽 것을 가리켰다.
“왼쪽 안에 글레이브로 긁은 것 같은 자국이 있소.”
에드워드는 그의 손가락을 따라 구멍 안을 살펴보았다. 그 말대로 뭔가 날카로운 게 길게 긁은 것 같은 자국이 구멍 안쪽에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헬레나의 글레이브로 긁은 자국이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헬레나 맞소?”
“맞을 거요.”
“근거는?”
가르달은 자기 눈을 가리켰다.
“방금 긁힌 돌인지 아닌지 드워프가 못 알아보면 누가 알아보겠소?”
그럴싸한 말이었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뭔가 수를 쓰려고 할 만큼 우수한 전사라면 헬레나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기도 하고.
카치운도 한마디 얹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헬레나 양은 베로니카 양과 좀 떨어져 있었소. 따로 떨어졌을 것 같은데.”
가르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 올라왔다면, 베로니카를 쫓아갔을 수도 있겠군.”
“도로 올라와? 어떻게?”
“정령의 도움을 받는 엘프니까 불가능은 아니지 않겠소? 웬만한 높이는 극복해버리니까.”
둘의 대화를 듣던 에드워드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쫓아갔을까? 그냥 떨어져 버린 건?”
“어느 쪽이건 베로니카 양은 저 칼자국 없는 구멍에 떨어졌을 거요. 그녀부터 구출합시다. 우선 호위 대상이잖소. 게다가 지금 우리에겐 전사보다 귀한 게 사제요.”
가르달의 판단은 옳았다. 그때 펠리샤도 거들었다.
“누굴 찾으러 가든지, 어디로 가든지 빨리 결정해! 미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잖아!”
그 말대로였다. 에드워드는 앓는 소리를 냈다.
“어차피 다들 같은 영역에 있을 건 분명하니, 베로니카부터 찾자!”
에드워드는 구멍 아래로 금화를 내던졌다. 떽! 떼구르르! 금화는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아래로 미끄러졌다. 가르달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결심한 듯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다. 에드워드는 곧바로 펠리샤와 지젤한테 손짓했다.
“가르달 다음은 너네.”
“나도 네 호위대상인 걸 잊지 마라! 내가 살아나가야 너희도 협상할 테니!”
에드워드는 펠리샤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걸로 화답했다.
“디스 이즈 스파르타!”
“뭐라는 거야아아아아아!”
펠리샤는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고 지젤은 움찔했다. 에드워드는 그녀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2번 올빼미, 강하.”
* * *
스텔라는 자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온갖 동물과 인간의 미라를 아무렇게나 잘라다 꿰어 붙인 거대 미라가 지하를 활보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형태는 사람과 비슷하게 두 발로 걷고 두 팔을 휘저었지만, 팔다리는 여러 미라를 엮은 것이었고, 머리는 거대악어의 두개골이었다. 놈은 새 희생자들의 팔다리를 으적으적 씹으면서 이빨 사이로 피를 흘렸다.
그리고 스텔라 자신은 돌기둥에 쇠사슬로 팔이 묶여 있었다.
먼저 죽임당한 사람들은 세트렛 포로들이었다. 죽음을 두려워 않는 환생 군단이라지만, 피라미드 안에서의 죽음은 그들의 궤를 벗어난 것이다. 그 때문인지 그들이 내뿜는 공포와 절규는 더 컸고, 악마와 미라들은 그걸 아주 좋아했다.
스텔라는 절망에 부딪힌 사람들이 그러하듯, 온갖 생각을 했다. 에드워드 경과 고용 관계를 맺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굳이 성지까지 안 가고 계약 종료를 한 다음 다른 기사나 영주를 찾아보면 어땠을까, 지금 보유하고 있는 거점회귀 스크롤의 범위가 닿는 곳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등등. 물론 다 지나간 일이거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지금 가장 빠르고 쉬운 해답은 에드워드가 그녀를 구하러 들이닥치는 것이다. 스텔라는 한구석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베로니카와 헬레나 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들은 벽을 등지고 미라들에게 둘러싸인 채 분투하고 있었다. 스텔라는 베로니카한테 볼멘소리를 했다.
“사제님 남자친구 좀 빨리 데려와 봐요!”
“누가 내 남자친구예요?!”
“서로 없으면 죽고 못 사는 게 연인이지, 그럼 뭐겠어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요! 기사님 사제 것 맞잖아!”
“맞긴 맞는데 고용 관계거든요? 당신도 그렇잖아!”
“그럼 제가 기사님한테 침 발라도 돼요?”
참다못한 헬레나가 한마디 얹었다.
“이 상황에서 두 분 다 말싸움할 기력이 있으세요?!”
스텔라는 노골적으로 소리쳤다.
“그러다 엘프님한테 추월당할 걸요! 이미 기사님 예약해 놨으니까! 저거 봐요, 여유만만한 거!”
헬레나는 기겁했다.
“누가 언제 뭘 예약해요?!”
“틀린 말 아니잖아요! 기사님이랑 계약했다면서요! 게다가 밖에서 물수건으로 기사님 얼굴 닦아줄 때 손길이랑 눈길 야릇해지는 거 보니 이젠 마음도 꽤 기운 것 같던데!”
“죽기 직전인데 왜 생각이 그런 쪽으로 가죠?”
“들었죠? 부정은 못 하네! 사제님도 얼른 기사님 찾아와요! 엘프님한테 뺏기기 전에!”
베로니카는 미라의 머리통을 박살낸 다음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굳이 따지자면, 같은 개한테 물린 동지애 정도는 있는데…….”
“정신 나간 마법사의 헛소리에 관심 주지 말고 싸움에 집중하세요! 우리가 이 상황에서 에드워드 경을 어떻게 불러와요?”
헬레나가 말하는 순간, 리안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요리조리 도망 다니던 밴시는 결국 미라들의 손에 붙잡혀 스텔라보다 먼저 제단 위에 올려졌다. 리안나는 자신의 순서를 납득하지 못했다.
“늦게 잡힌 내가 왜 마법사님보다 먼저 죽어야 하는 건데! 마법사님부터 먼저 썰어 드세요!”
“야, 밴시! 넌 꼭 지옥 갈 거다!”
“여기가 이미 지옥인데요! 그러니 전 죽으면 천국 갈 거예요!”
“그럼 먼저 죽어도 되겠네!”
“나쁜 마법사! 어른이 애를 보호해 주진 못할망정!”
“네 나이가 어딜 봐서 애야! 편한 대로 취사선택하지 마!”
둘이 떠들거나 말거나, 거대 미라에게 고기를 썰어 바치던 미라 하수인은 날이 시퍼렇게 선 도축용 식칼을 리안나에게 들이댔다. 여기저기가 빠진 이로 히죽 웃는 표정을 한 미라였다. 리안나는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식칼을 보고 다시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땡.
미라는 자기 손에 쥔 식칼을 돌아보았다. 놈은 밴시의 어깨에서 튕겨 나온 식칼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꼴을 본 스텔라는 웃음을 터뜨렸다.
“야, 이 시체 새끼야! 그거 방검 밴시야, 이 새끼야!”
그러거나 말거나, 미라는 리안나를 향해 식칼을 여러 번 내리찍었다.
쿵! 탱! 깡!
잠시 뒤 식칼이 부러져 날아가고 자루만 남자 미라는 밴시의 피부를 살펴보았다. 눌린 자국은 있지만, 생채기 하나 안 났다. 리안나는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했지만.
“잘 했어, 리안나! 시간 끌었다!”
베로니카는 리안나가 듣지 못할 칭찬을 외쳤다. 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미라가 자루를 내던지더니, 이번엔 제단 옆 벽에서 이상하게 생긴 톱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베로니카는 벽에서 튀어나온 톱과 레버를 보고 자기 눈을 의심했다.
“기계톱?”
미라가 레버를 조작하자 톱이 무시무시한 소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왜 미라가 저딴 걸 갖고 있는 건데!”
베로니카가 소리쳤다. 스텔라는 감탄했다.
“와! 저거 큰 제재소 같은 데 가야 보는 건데!”
헬레나는 안색이 안 좋아졌다.
“아무리 밴시라도 저거에 갈리면 무사할까요?”
“저 톱에 마법이나 주술적 장치가 있다면 장담 못 할지도…….”
미라는 오기가 생긴 모양인지, 일부러 신체의 제일 단단한 부위인 머리를 톱날 아래에 들이밀었다. 톱날에 닿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날아가는 순간, 톱날이 무시무시한 굉음을 냈다. 때앵! 톱날은 불꽃과 함께 위로 치솟았다. 그리고는 스텔라 옆으로 날아가 박혔다. 콰직! 스텔라는 자기 옆 기둥에 박힌 톱날을 보고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밴시 머리 단단하네…….”
미라는 톱날이 날아간 기계톱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곧 표적을 바꿨다. 도구함에서 새 식칼과 집게를 꺼낸 그는 스텔라를 향해 다가갔다. 여 마법사는 기겁해서 소리쳤다.
“네 근성은 고작 그따위였어? 포기하지 마! 밴시에게 굴복한 미라라니! 고작 저런 어린애 살갗 하나 못 까면 자존심 안 상하니? 남자가 왜 그리 근성이 없어? 안 돼! 제발!”
여 마법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미라는 더 쉬운 표적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놈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불행히도, 스텔라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였다.
“여자 마법사, 말이 많은 걸 보니, 네 혀는…… 풍미가 참으로 뛰어나겠구나.”
놈이 스텔라의 입에 집게를 들이대는 순간, 스텔라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기사님! 지금 오시면 밤 서비스 진짜 찌인하게 해드릴게요!”
베로니카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걔가 종마 새끼긴 한데, 그런다고 나타날 리가…….”
와르르릉! 그 순간 반대쪽 벽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거대 미라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그 순간 한쪽으로 쏠렸다. 어둠 속에서도 그 엄청난 양을 짐작할 수 있는 모래 먼지와 연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 사이로 가르달의 호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말했잖소! 공성의 정석은 벽 밑을 파헤쳐 무너뜨리는 거라고!”
“뭐, 성벽만큼 시간이 오래 안 걸려서 다행이다 싶긴 하네.”
카치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다음은 에드워드의 목소리였다.
“여기가 진짜 성은 아니니까. 어쨌든, 기사 등장! 방금 마법사 아가씨, 뭐라 그랬어? 쩌렁쩌렁 외치는 게 다 들리더라.”
스텔라는 얼른 말을 바꿨다.
“기사님과 사제님과 엘프님의 궁합을 위한 점술 대 서비스 예약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