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유니콘은 살아 있다 (3)
“고기 주세요! 고기!”
“시끄러. 지금 빨래할 것도 아니잖아.”
리안나가 마법약병 징발에 항의했지만 에드워드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밴시가 꿍쳐놓은 꽃과 약초 꾸러미도 찾아냈다. 개중에서는 저 멀리 앵글리아에서 따다 말려놓은 꽃도 있었다.
“이 일대에서는 맡기 힘든 냄새라. 그래, 이게 있었지. 리안나, 오아시스 주변에서 딴 꽃들 말고, 본 지 가장 오래된 꽃들로 조합해 봐. 되도록이면 앵글리아의 꽃들로.”
“제가 아껴놓은 재료들인데요! 그거 다 쓰면 언제 또 어디서 구해요?”
저주를 풀어줄지도 모르는 수단이 코앞인데, 밴시 리안나의 사정을 봐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에드워드는 리안나의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노예의 재산은?”
“주인의 것입니다!”
“좋아. 어차피 꽃 따위는 성지 가면 널렸을 거야. 아까워하지 말고 팍팍 써라. 이해했냐?”
“성지가 꽃밭이길 빌어야겠네요.”
리안나는 궁시렁거리면서 꽃과 약초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 시킬 일이 있다.”
“또 뭔데요?!”
리안나가 기겁하자 에드워드가 짧게 말했다.
“너 비둘기 좋아하지?”
* * *
다음날 아침. 바람 방향이 바뀔 때. 유니콘은 이 일대에서 날 리가 없는 꽃 냄새를 맡았다. 동물 본래의 호기심 때문인지, 초식성의 본능인지, 유니콘의 특성 탓인지는 몰라도 녀석은 겨우 반응을 보였다. 놈은 천천히 물가를 향해 걸어 나왔다.
전형적인 함정 사냥이었다. 미끼를 준비한 뒤 사람들이 모두 물러간 척하는.
“와, 저게 진짜 오네요. 안 오면 재료만 날리고 억울할 뻔했어요.”
바람 방향과 다른 곳에 숨은 리안나가 중얼거렸다. 에드워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중에 있는 걸로 어떻게 해결이 되어서 다행이네.”
“그래서, 저걸 이제 어떻게 잡아요?”
“일단 베로니카의 여벌 사제복에 마법약을 듬뿍 묻혀놓고 그 근처에 카치운을 매복시키긴 했어. 혹시 몰라서 암말한테도 묻혀놨고.”
“암말요? 유니콘은 정숙한 처녀를 따른다면서요?”
“유니콘도 생물인데 사람만 보겠냐? 자기 짝도 따로 있고, 식사도 하고, 똥도 싸겠지?”
“와, 유니콘 같은 생물을 볼 때도 기사님은 기사님다운 시각으로 보시네요.”
“뭔 뜻이여?”
하지만 유니콘은 그 무거운 엉덩이와 대가리를 쉽게 함정까지 옮기진 않았다. 놈은 악어들 위를 성큼성큼 걸어, 물가로 다가왔다. 그리고 멈췄다. 에드워드는 욕지거리를 읊었다.
“더, 더 와라. 제발 좀…….”
물 위도 뻘밭 위도 그냥 걸어버리는 능력이 있는 유니콘. 생각 같아선 보다 단단한 육지까지 끌어들이고 싶다. 하지만 놈의 경계심은 에드워드의 피를 말렸다.
“참으세요, 기사님. 카치운 아저씨는 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걸요.”
“나도 알…….”
그때였다. 갑자기 바람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유니콘의 콧구멍이 벌름거리는 것을 보았다.
놈이 몸을 홱 돌렸다.
피융! 카치운의 화살이 하늘을 갈랐다. 퍼억! 화살은 제대로 명중했다. 그러나 유니콘은 바로 쓰러지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텔라, 지금!”
에드워드가 소리치자 번개의 마법사가 일어났다.
“모독당한 여자들의 복수다!”
스텔라의 번개 사슬 마법은 유니콘뿐만 아니라 물가의 악어들에게도 작렬했다. 만에 하나 유니콘에게 번개 마법이 안 통할 때를 대비한 표적 분배였다. 그리고 그 걱정은 적중했다. 유니콘에게 번개가 닿자마자 사라진 것이다.
“와! 사기!”
스텔라가 외치고 에드워드가 이를 갈았다.
“모든 독과 질병과 저주를 치료한다는 게 마법 포함이었나?”
다행히 유니콘은 벼락 맞고 날뛰는 악어들에 막혀 물 한복판으로 쉽게 못 돌아갔다. 사람들이 쫓아오는 걸 본 유니콘은 콧김을 거세게 내뿜으며 뿔을 내밀었다. 에드워드는 놈을 향해 열쇠검을 휘둘렀다.
“포니 새끼, 확 찢어버린다!”
조랑말 취급에 화가 났는지 유니콘은 뒷발굽으로 거칠게 땅을 찼다.
* * *
베로니카와 헬레나는 미끼 근처에 있다가 왔다. 다만 급하게 달려오지는 않았다. 헬레나는 유니콘을 잡는다는데 거부감을 보였고, 베로니카는 에드워드가 저주를 풀려고 시도하는 걸 못마땅하게 봤기 때문이었다.
먼저 입을 연 건 헬레나였다.
“에드워드 경이 성지 도착 전에 저주 해제를 시도하는 건 그만 포기한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러게요. 처음에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더니.”
“왜 관두게 됐는지 그가 스스로 말한 적 있나요?”
“주술사건 점쟁이건 사제건 다들 ‘성지에 가라! 회개나 해! 성지에 가서 회개나 해!’ 하더라고…….”
“쉽게 풀릴 리가 없긴 하죠.”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고는 헬레나에게 물었다.
“성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회개하기도 전에 저주가 풀린다면 그 녀석이 뭘 할 것 같나요?”
“……제 경우는 제외하고요?”
“그건 제외하고.”
“글쎄요. 가장 만지고 싶은 것부터 만질 것 같긴 한데.”
“질문을 바꾸죠. 그 녀석이 어떤 인간이 될 것 같나요?”
“당신과 만나기 전의 인간이 되겠죠. 들은 것 없나요?”
“로버트 국왕 폐하나 베레스포드 공작님께 들은 건 있지요.”
“그분들은 뭐라던가요?”
베로니카는 유니콘과 대결하는 에드워드를 시야에 넣었다. 그녀는 정신 사납게 뿔과 칼을 휘둘러대는 두 짐승을 보고 말했다.
“웬만한 여자로는 붙잡지 못할 인간.”
* * *
카치운의 지원사격은 이어지지 못했다. 유니콘의 도주를 막기 위해 에드워드가 밀착해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근처까지 달려와, 혹시라도 생겨날 유니콘의 육지 도주로를 차단하곤 때때로 에드워드를 향해 훈수까지 두었다.
“왼쪽! 더 왼쪽!”
챙!
유니콘의 뿔이 에드워드의 열쇠검과 부딪히며 쇳소리를 냈다. 서로의 공방은 상당히 빨랐다. 에드워드는 흡사 인간 검술가, 그것도 굉장히 실력 좋은 상대와 싸우는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기사님 힘내요!”
스텔라도 소리쳤다. 그녀는 그 싸움에 끼어들지는 못했지만, 심심하면 호수에 제일 약한 번개 마법을 던져서 악어들의 약을 잔뜩 올려놓았다. 이제 놈들은 유니콘이 조용히 수면 위를 걷든 말든 봐줄 수 없는 상태로 수면 위를 거닐었다.
유니콘은 때때로 에드워드나 카치운을 밀쳐내고 달아나려 했지만, 그때는 가르달이 나섰다. 쿠웅! 유니콘과 정면충돌한 드워프가 소리쳤다.
“드워프 만세! 내가 소금산에서 최초로 유니콘과 붙어본 드워프다!”
조금 더 뒤에서, 그 모든 걸 지켜보던 리안나는 세 시간 뒤 말했다.
“그래서 언제 끝나요?”
싸움은 점점 길어졌다. 에드워드와 유니콘은 잠도 안 자고 해질 때까지 싸움을 이어갔기 때문에, 상황은 점점 희극적이 되어 갔다.
“리안나, 불 피워! 안 보여!”
에드워드가 소리쳤다.
“드워프 아저씨네 숯 다 써도 돼요?”
“아껴서 써!”
바닥에 널브러져 쉬고 있던 가르달이 말했다. 잠시 뒤 카치운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가르달, 교대! 이 짓도 힘들어 죽겠네!”
“마법 써야 하는 저보다 더해요? 난 교대해 줄 사람도 없네!”
스텔라가 투덜거렸다. 가르달은 껄껄 웃으며 카치운한테로 걸어갔다.
“기사 양반만 하겠냐?”
밤이 되면서 날이 더 추워지자, 저녁까지 왱왱거리던 날벌레들은 다 사라졌다. 이곳 악어들은 동면을 하지 않는지 다수는 물가 진흙에 몸을 묻은 채 싸움을 지켜봤다.
베로니카는 리안나가 피우기 시작한 불 옆까지 와서 말했다.
“열정적인 기사들은 며칠씩 밤새며 싸우더라는 이야기가 있긴 있었는데, 그걸 여기서 비슷하게나마 보네.”
“기사 대 유니콘이지만요.”
“두 짐승 새끼들이지…… 그거 아니? 유니콘의 뿔이랑 기사의 검은 상징체계에서 때때로 남근에 대비된다는 거? 쟤들이 그걸 서로 부딪히며 싸우는 꼴에 그걸 대입해보니 웃기네.”
“오, 흥미롭네요. 그런 걸 공부하시니까 유니콘이 사제님을 무시하는군요!”
베로니카는 리안나의 발목을 두 팔로 잡고 거꾸로 들었다.
에드워드와 유니콘의 싸움은 다음날은 물론, 그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여사제를 호위하는 앵글리아 기사는 백색의 유니콘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게 이 처녀 저 처녀 가리지 말고 적당히 만족해 잡혔으면 이 고생을 왜 하겠냐, 이 유니콘 새끼야!”
유니콘은 싸우는 와중에도 쌌던, 자기 똥이 섞인 진흙을 걷어차는 걸로 응답했다. 그리고는 뒷발로 일어서 소변도 갈겨댔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서로가 알아듣는다는 걸 확인한 에드워드는 그에 지지 않고 맞섰다.
“그놈의 뿔 잘라낸 다음엔 말고기로 시장에 내다 팔아주마!”
스텔라는 3일 야근한 꼴로 선 채 꾸벅꾸벅 졸았다.
가르달과 카치운은 지겨운 표정으로 서로 교대를 했는데, 더는 유니콘이 아니라 서로 자신의 휴식 시간을 늘릴 방법과 핑계가 없는가 그쪽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가끔은 최종 해결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화살 꽂고도 저렇게 싸우는 거 보니 묘하네. 한 발 더 박지 그러셨소?”
“상대가 상대라, 두 번은 안 꽂힐 것 같은데. 그리고 잘못하면 기사 양반이 맞을걸.”
“젠장.”
베로니카와 헬레나는 커피나 마시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화제는 다양했지만, 대개 이 시대 공통의 화제인 [신랑감의 자격> 이야기.
“사제면 역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쪽을 선호하려나요?”
“보통의 여사제는 그런 것 생각 안 하지만, 출장이 잦은 이단심문관이라면?”
“육아 퇴직하실 건가요?”
“여러 가지 이유로 최종적으로 그렇게 될 것 같기는 한데 말이죠…….”
병사들과 생존자들은 스텔라가 내팽개친 주사위와 점술책을 갖고 놀았다. 리안나는 그걸 구경하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깨달음을 얻고 다시 사람들 틈바구니로 돌아갔다.
“딴 데 있다 와도 저 싸움이 재밌어지진 않는구나!”
그렇게 3일째의 해가 저물 때쯤, 유니콘이 진창 속으로 쓰러졌다. 에드워드가 그 위를 덮치자마자 스텔라는 다시 번개 사슬 마법을 최소 수준으로 시전했고, 악어들과 유니콘과 에드워드는 진창에서 감전당했다.
“끄어어어어어! 내가 이겼다, 이 새끼들아!”
주변의 악어들은 더는 호기심도 짜증도 아닌 ‘그러던가’ 정도의 감상만 드러냈다. 스텔라가 기겁해서 외쳤다.
“악어한테서 표정이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드워드는 다시 외쳤다.
“이겨도 등신, 져도 등신이라면 난 이긴 등신이 되리라!”
“넌 어디 가서 유니콘 그렇게 잡았다고 떠들지 마.”
베로니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에드워드는 유니콘 뒷다리를 붙잡고 냄새나는 진창을 벗어나 마른 땅에 그대로 드러누우며 말했다.
“여사제의 정숙함이 유니콘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호위기사가 직접 잡았다고 할게.”
베로니카는 에드워드의 가슴팍을 자근자근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숨을 씩씩 몰아쉬는 유니콘에게는 자비 없는 발차기를 시전했다.
“유니콘이라는 거 정말 싫네!”
이히히히힝!
분노한 처녀의 일격에 유니콘은 마지막 기력도 잃었다. 스텔라는 복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녀는 철야 근무에서 해방되어 에드워드 옆에 쓰러졌다.
“지금 잘 수 있게 해준다면, 그 장소가 기사님 침대여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제발 이대로 자게 해주세요.”
“안 돼. 잠들지 마.”
에드워드가 단칼에 말했다. 스텔라는 비명을 질렀다.
“악덕 고용주! 더 부려먹을 생각뿐이라 준대도 싫대!”
“나 저주 풀거든 들어와. 그러니 이것 봐.”
에드워드는 겨우 몸을 일으킨 다음, 유니콘의 뿔을 손으로 쥐어 부러뜨렸다.
콰득!
그리고는 그 뿔을 살펴보았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냐? 만지는 거로는 안 되는 것 같은데?”
“몇몇 저주나 독 따위는 만지는 것만으로도 사라진다고 듣긴 했어요.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갈아서 물에 타 마셔야 한다고…….”
“좋아. 침대에 들어올 준비해라.”
“가루로 만들란 말씀이죠? 에휴.”
스텔라는 에드워드한테서 뿔을 받고는 마차로 가서 도구를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뿔을 가공하느라 애쓰는 동안, 리안나가 에드워드를 향해 쪼르르 달려오더니 말했다.
“기사님 말대로던데요. 병사 아저씨가 가져온 전서구가 줄었어요. 근데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나 줄었던데요.”
그걸 들은 베로니카는 상황을 바로 깨달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 좋은 징조네.”
에드워드는 헬레나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다 죽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우리 따라온 요새 병사들 다 묶어. 배신자들이니까.”
푹 쉬고 있던 엘프 여전사가 글레이브를 잡고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