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옛 친구는 꼭 의심해야 한다 (2)
아무리 흥분했어도 일단은 작전회의. 일단 영주의 출병에 대한 논의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영주 일가 중 딱히 절박하게 아픈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영주라면 누가 자기 음식에 독 타진 않을까, 잠자리에 저주를 걸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기 마련이니 유니콘의 뿔은 매력적인 도구다.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영주의 세력 자체는 크지 않았다. 동원가능한 총병력은 요새에 파견된 병사의 두 배 정도지만 실제로는 훨씬 적을 것이다.
“겨울이니까. 본성도 비울 수는 없을 테고.”
겨우 분을 삭힌 에드워드가 말했다. 교회 사제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온 베로니카도 한마디 얹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기가 토착교회의 영역이지만 교황 수위권을 인정하고 교회 일치를 이룬 곳이란 사실이지.”
“사제님, 알아듣기 쉽게 설명 좀.”
“교황을 인정하고 따르는 토착교회란 뜻이야.”
“최전선이라서 교황청에게 아쉬운 소리 많이 하는 곳이라고 하면 될 것 같네. 이단심문관의 권위로 찍어누를 수 있겠어?”
베로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신학적으로는 일치한데, 정치적으로는 좀 애매하네. 사제는 존중하지만, 호위 기사와의 세속적인 다툼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하면 대응하기 힘들어져.”
“그래도 교황청 교리법무성의 후광이 통하긴 할 거다?”
“어느 정도는. 그런 고로, 트러블 회피를 최우선시하여, 유니콘의 뿔을 포기하고 손님 대접 받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
“내가 왜 내가 잡은 걸 그냥 넘겨야 되냐?”
베로니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리 목적은?”
“성지순례.”
“여기서 고꾸라지면 어떻게 된다?”
“실패한다.”
“알면 곱게 포기해. 그 뿔은 네 저주를 풀어주지도 못했잖아. 길도 제대로 모르는 곳에서 추격 당할래?”
“유니콘의 뿔은 다른 데 써도 돼.”
“너, 찰리 경 이길 자신 있어?”
에드워드는 처음으로 확답을 못했다. 사람 대 사람의 웬만한 전투는 다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찰리는 그와 동급의 기사였다. 단점이 있다면, 운이 나쁘고 성격이 괴팍한데다 남의 뒤통수 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
게다가 에드워드는 손아귀 힘 때문에 무기 제한까지 걸린 상황이다. 열쇠검은 단단하지만 검 끝이 뭉툭한 데다 무게 중심도 나빠 좋은 무기가 아니다. 동급 기사의 마상창술을 마주했다간 공격 범위부터 크게 불리해진다.
베로니카가 다시 말했다.
“찰리 경의 ‘재미’가 뭐라고 생각해?”
“혼돈의 기사래도 믿을 새끼라 장담은 못 하는데…… 아마 유니콘의 뿔과 영주 자리를 동시에 꿰차는 것이겠지. 순서는 둘째치고.”
“그래. 그러니 그의 계획이 어떻든, 유니콘의 뿔을 우리한테서 떼어내야 돼. 그리고 우린 찰리 경과 이곳 영주가 싸우든 말든 룰루랄라 떠나버리는 거야.”
합리적인 판단처럼 들렸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여전히 심통이 난 표정이었다. 베로니카는 그의 표정을 읽었다.
“둘 다 주기 싫지? 그래도 해. 이건 고용주 명령이야.”
그때 카치운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건 현명한 선택이 아닌 것 같소.”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카치운은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그 찰리라는 기사가 영주 자리를 노린다면, 어떻게 노리겠소? 내가 찬탈자라면 어떻게든 영주와 에드워드 경을 싸움 붙인 다음에, 남은 자를 노릴 거요.”
“영주 살해범 누명을 나한테 씌운다?”
에드워드의 말에 카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영주와 우리와 찰리가 한자리에 모이는 건 피해야 하는데, 유니콘의 뿔을 포기하고 손님으로 입성한다면 그건 힘들 것 같소.”
베로니카는 다급하게 차선책을 내놓았다.
“찰리가 입성하기 전에 우리가 대접도 안 받고 떠난다면?”
“영주 체면이 상하겠지. 우리가 훗날 ‘강제로 뺏겼다’고 소문내지 않게 하려면 술상이라도 하나 내야 할 테니까.”
가르달이 말했다. 그는 먼저 떠나버린 에드워드한테 보답과 대접을 할 기회를 놓칠까 봐 전력으로 질주해온 적이 있는 드워프였다.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대로 도망치자는 건가요? 도망칠 곳이 있기는 해요?”
“그러니 지금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 아니겠소? 나부터 의견을 꺼내지. 지금 당장 돌아가서 찰리의 대가리를 깨는 거요.”
“그다음엔 영주의 군대를 맞닥뜨리고요?”
“둘 다 상대하는 것보다는 쉬운 놈부터 죽이는 게 낫겠지.”
“에드워드가 망설이는 것 못 봤어요? 찰리 쪽이 영주 쪽보다 더 쉬울 거라고 장담해요?”
베로니카와 가르달의 갑론을박을 듣던 에드워드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요컨대 내가 누명 쓸 상황만 안 만들면 되는 것 아냐?”
* * *
찰리는 예상한 중간 지점에서 에드워드를 포위하지 못했다. 영주의 군대가 몰려나와 에드워드 일행을 데려갔다는 소식만 들었다. 찰리는 영주와 에드워드가 어느 마을에 남겨놓은 편지들을 읽자마자 갈가리 찢어버렸다.
“상황 끝났으니 돌아가서 요새나 지키고 있으라고? 농담하냐? 내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아?”
찰리는 바로 말을 달려 영주성까지 부대를 몰아갔다. 도착한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그는 영주성 앞에 도착하자마자 말에서 내렸다.
“서부 요새 책임자 찰리 드 맨슨이다! 나 알지? 순례자들은 어디 있나?”
성벽 위 경비병이 바로 대답했다.
“영주님께서 주최한 만찬을 끝내고 한참 전에 객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찰리는 이를 갈았다.
“영주님께 그들에 관한 급한 보고를 올려야 한다. 문을 열어!”
“예!”
성문이 바로 열렸다. 찰리와 그의 부대는 바로 성으로 진입했다. 에드워드가 아직 떠나지 않았다면, 기회는 있다.
“그 욕심쟁이 에드워드가 유니콘의 뿔을 그냥 곱게 포기할 리가 없어. 저주가 풀렸든, 아니든!”
그는 영주관으로 바로 달려갔다. 그러나 찰리의 앞을 한 가신이 막아섰다.
“찰리 경, 소란 피우지 마시오. 중요한 시점이오.”
“뭐야, 뭔데?”
“영주님의 명령이오.”
“무슨 명령?”
“모든 문을 닫고 경계를 강화하란 거요. 영주님은 순례자들을 칠 생각이거든.”
찰리는 입을 떡 벌렸다.
“쳐? 대놓고? 여기가 아무리 벽촌 오지라도 영주님이 ‘접대의 관습’을 깨면…….”
“놈들이 유니콘의 뿔을 반만 내놓았소.”
찰리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제야 그는 에드워드의 계산과 영주의 대처를 읽었다.
“반은 내놓겠다? 하지만 영주님은 그게 마음에 안 들었고?”
“그렇소. 당신이 전서구에 쓴 대로, 유니콘의 뿔은 온전히 영주님의 것이어야 하오. 게다가 불법 사냥을 한 대가도 받아내야지. 유니콘의 뿔을 절반만 받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으니.”
“그럼 처음부터 전부를 요구하지!”
“상대방에 엘프와 교황청 사제가 있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알잖소.”
“젠장.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유니콘의 뿔을 가진 자한테는 독을 써봤자 소용이 없지요. 가신들 중 하나가 계책을 내놨소. 영주님이 그 앵글리아 기사한테 여자들을 제공했지.”
남녀를 분리시킨 다음, 술과 매춘부를 보내 진을 빼놓고, 기습해서 죽인다. 전형적인 암살 계획이다. 찰리는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물었다.
“설마 여자 암살자라도 쓴다는 거요? 놈은 손에 저주가 걸려 있어 여자들을 직접 만지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소. 묶어놓을걸.”
“그 저주에 대해서도 본인한테 설명을 들었소. 그럴 여자 암살자 같은 것도 없고. 그저 힘 뺀 다음에 다수로 덮칠 거요.”
“흠, 과연. 직접 지휘는 누가 하는 거요?”
“혹여 유니콘의 뿔을 빼돌리려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고, 불법 사냥에 대한 징벌도 겸해야 하기에, 영주님이 직접 지휘할 거요.”
찰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적당한 때 난입해서 영주와 에드워드 둘 다 죽여버린다. 목격자도 웬만큼 죽여버리고 남은 건 회유한다. 그다음, 주인 잃은 유니콘의 뿔과 영주 자리를 둘 다 먹어치운다. 운이 좋으면 에드워드가 끌고 다니던 여자 손님들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영주의 후계자나 친족과 벌어질 분쟁에 나선다.
물론 이야기가 그렇게 순조롭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게 ‘재미’다. 찰리는 허리를 펴며, 웃음기 띤 얼굴로 물었다.
“그럼 언제 시작하는 거요?”
찰리는 병력이 더는 필요 없다는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예비대’로 자신의 병력을 전개했다. 물론 사심이 듬뿍 묻어나는 배치였다. 영주의 뒤, 그리고 퇴로 차단용 부대의 뒤. 영주의 허락을 얻지도 않았다. 그도 죽일 거니까.
찰리는 에드워드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배치된 영주의 병사들을 억지로 뚫고 후문으로 접근했다. 그곳 담당자인 부사관이 그를 향해 신신당부했다.
“여자들은 손대지 말라는 영주님 엄명이 있었습니다. 엘프와 사제가 있어서 골치 아파진다고……”
“알아, 알아.”
찰리는 건성으로 대답한 다음 후문을 통과했다. 그때 째지는 여자의 비명이 객관을 울렸다.
“기사님! 기사님! 찰리 경이 나타났어요! 도둑기사 찰리예요! 우릴 죽이려 해요! 사람 살려!”
당황한 찰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비명을 지르는 여자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비명은 모든 일정을 망가뜨리고 앞당겼다. 영주의 병력이 객관 정문으로 진입해 뛰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쿵쾅쿵쾅! 찰리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후문 차단조는 여자들 방을 향해 뛰어가며 외쳤다.
“빗장을 점검하고 자물쇠를 채워라! 조심해라! 엘프 전사와 마법사가 있으니 문을 부술지도 모른다! 그녀들이 나오지 못하게 해!”
찰리와 그 병사들도 뛰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잠시 뒤, 성난 영주가 소리쳤다.
“이 자식이 어디 갔어?!”
에드워드 방은 텅 비었고 꽁꽁 묶인 매춘부들만 있었다. 그녀들은 입에 재갈이 물려서 신음 소리밖에 흘리지 못했는데, 남자가 그 몸을 즐긴 흔적 따위는 전혀 없었다. 영주는 자신의 의도가 처음부터 간파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방들을 열어라!”
영주의 명령에 다른 방문들, 그리고 여자들 방문이 개방되었다.
아무도 없음.
드워프도, 유목민 전사도, 엘프도, 사제도, 여 마법사도, 요정도 없었다. 대신 벽에 큼직한 글씨 낙서가 쓰여 있었다.
[당신 뒤에 허락도 없이 선 기사는, 당신과 같은 욕심쟁이에 반역자.>예언. 영주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판을 깬 기사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찰리? 네놈은 언제 여기 왔냐?”
찰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했다.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변명을 길게 늘어놓아 무마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미 금이 간 신뢰로는 더 이상 수작질을 부릴 수 없다. 변명해봤자 에드워드 추격전에 합류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고, 이전처럼 요새에 처박힐 것이다.
그건 사양이다.
“설명하자면 길고…… 일단 받은 절반이라도 내놓으시죠, 영주님.”
찰리의 검이 번뜩였다.
* * *
에드워드는 바로 성 아랫마을에 있었다. 스텔라는 재로 불살라지는 귀환마법 스크롤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10분도 안 걸리는 이 지척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귀하디귀한 스크롤을 쓰다니…… 유니콘 뿔도 절반이나 포기하시고. 정말 이게 최선이에요?”
“스크롤이야 쓰라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건 성 한 채 값도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요…….”
“머저리들이나 ‘귀환마법은 가능한 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게 최대 이득’이라고 여기는 거야. 필요한 때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는 게 진짜 최대 이득인데.”
“과연, 지휘관다운 판단이오.”
가르달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에드워드는 성을 가리켰다.
“하나 더. 유니콘 뿔은 전부 내 거야.”
잠시 뒤, 허리띠 하나가 반 조각이 난 유니콘 뿔을 들고 쏜살같이 날아왔다. 허리띠 캐슬린은 에드워드 앞에서 촐싹거렸다.
“다녀왔어요! 기사님 말대로 소리 질렀더니, 난리가 나던데요?”
에드워드는 유니콘의 뿔을 받으며 말했다.
“앞으로 뭐 훔쳐올 때 네 별명은 네티다.”
“그게 뭔데요?”
“자기 도둑질은 신의 허락 받고 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애가 있었어.”
“뻔뻔하기가 네놈 낯짝과 같네.”
베로니카의 감상평이었다. 카치운은 그 옆에서 눈을 비벼댔다.
“유니콘 때도 그랬지만 에드워드 경은 동료를 너무 혹사시키는 타입이오. 찰리한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실행 전에 영주한테 그럴싸한 거짓말을 늘어놨을걸.”
카치운은 영주의 부대와 찰리의 부대 사이에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정찰하고 계산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피 말리는 계산이었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슬아슬했지. 수고 많았소. 그나저나 역시 찰리야. 영주가 기습을 결행하면 바로 뒤통수를 치려고 할 줄 알았어.”
에드워드는 영주와 담판을 지었고, ‘영주가 일행을 손님으로 접대한다는 조건 아래’ 뿔의 절반만 넘겼다. 나머지 절반도 욕심낸다면 편히 잠들지는 못할 거라는 경고와 함께.
하지만 영주는 절반만으로 만족을 못 했고, 접대의 관습을 무마할 핑계를 짜낸 다음 기습을 감행했다.
찰리는 다른 계책이나 시나리오를 짜낼 시간이 없었기에, 영주의 음모에 편승했다.
만약 영주가 뿔 절반에 만족하고 찰리가 다른 계략을 짜내야 했다면, 그때는 또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졌겠지만, 그건 이제 상관없다.
에드워드는 성안에서 높아지는 함성 소리와 비명소리를 즐겼다. 성하마을 사람들은 전부 집 밖으로 나와 성 쪽을 바라보았다. 설명을 바라는 사람들 사이로 통번역기 리안나가 뛰어다녔다.
“찰리 경이랑 영주님이 싸운대요!”
잠시 뒤에는 성 여기저기서 불과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사람은 우정을 소중히 하고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해.”
“네가 할 소리니?”
베로니카의 말에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며 열쇠검을 뽑았다.
“어느 쪽이 이기든, 다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