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살아남는 기사가 얻는 것
에드워드가 사태를 수습하는 동안, 찰리는 간신히 살아남은 부하 몇 명과 함께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는 형량이 결정되어 형장으로 끌려 나온 날에야 해를 보았다.
하지만 승리를 코앞에서 놓친 게 아까웠는지, 곱게 포기할 생각은 안 들었는지, 그는 에드워드를 향해 소리쳤다.
“야, 에디! 좀 들어봐! 너 여기 영주 안 할래? 영주 부인이 아직 그리 안 늙었더라?”
“여전히 유쾌해서 좋네.”
에드워드의 평이었다. 찰리는 형틀에 손과 머리가 구속당한 채 무릎 꿇렸다. 찰리는 계속 주절거렸다.
“이러니까 옛 생각나지 않아? 어느 축제였더라? 다른 녀석들이랑 한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벌칙으로 [여자한테 뺨 맞기> 이벤트했잖아!”
“[돈 내고 기사후보생의 뺨을 때려보세요> 그거?”
베로니카는 뜨악한 표정으로 에드워드를 보았다.
“너네 그러고 놀았니?”
“원래는 내가 친구들 골탕 먹이려고 만든 벌칙이었는데, 반대로 나랑 저놈이 걸렸지. 돈은 맞는 놈이 가져가는 게임이었어.”
“역시 앵글리아놈들은 이상해.”
찰리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때 돈은 내가 더 많이 벌었지.”
“패고 싶게 생긴 얼굴이잖아.”
“넌 ‘우유 파는 알레사’에게 단 일격에 기절할 만큼 맞았고.”
베로니카는 뱀눈을 떴다.
“잠깐, 알레사가 누군데?”
“어라, 에디가 그거 이야기 안 했…….”
“옛 친구, 추억은 거기까지 하세.”
에드워드는 바로 찰리의 말을 잘랐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여전히 뱀눈으로 에드워드를 흘겨보았다.
“네 첫 여자는 율리아 아니었니?”
“아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귀족 레이디와의 첫 기사식 사랑이 율리아 누님이고…… 색욕죄악은 기사 후보생들이 다들 좀 빠르게 깨치는 거고…… 사내다움이 부족하다고 상관이 오히려 돈 주고 홍등가 보낼 때도 있는 게 기사 세계의 풍토라서…….”
“말이 길어진다?”
에드워드는 황급히 베로니카한테서 한 발짝 멀어지고, 찰리한테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지금 확 죽여서 입 막아버린다?”
“친구, 좀 살려줘.”
“영주 부인이 널 살려둘 것 같냐? 뭔 수를 써도 못 살려줘.”
“영주 부인은 무시해. 지금 이곳의 승리자는 너야. 네가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고.”
“잠깐 쥔 거지. 모래 먼지를 쥔 것보다 더 허망하게 사라질 걸.”
“사람 하나 살려주는 데는 지장 없잖아. 순례라도 명령한다던가.”
“내가 널 살려줘야 하는 이유가 옛 친분 말고 또 뭐가 있냐?”
“음. 몸값?”
“지랄. 누가 내준대?”
“베레스포드 공작님은 어때? 국왕 폐하와 함께 성지순례를 한댔잖아. 편지 한 통 보내주라. 아니면 맨슨가도 있어. 나 아직 그쪽과 편지하거든. 아니면 기사가 필요하다는 곳 아무데나.”
“주인을 죽인 기사가 필요하다는 데가 있겠냐?”
“왜 없겠어? 여기도 그런 곳 중 하나였는데. 성지는 사방팔방이 싸움터야!”
에드워드는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잠깐의 침묵 뒤, 찰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린 서로 비슷하잖아. 여기까지 흘러온 기사들끼리 서로 도와야지.”
“넌 나 도와서 이 꼴이냐?”
“내가 너한테 뭘 했는데? 난 영주한테 편지를 보냈을 뿐이야. 이곳 영주에게 충성을 다했을 뿐이고. 하지만 욕심쟁이 영주가 벽면에 쓰여진 정체불명의 글귀 하나에 날 의심했지.”
개도 안 믿을 말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찰리의 생각을 대충 읽었다.
[찰리는 그저 영주에게 충성을 다했고, 욕심쟁이 영주는 스스로 명을 재촉했고, 마침 지나가던 손님인 에드워드가 수습했다.>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찰리는 직접 에드워드를 공격하지 않았다. 영주와 찰리 중 누가 먼저 칼을 뽑았느냐는 증인들의 말이 갈리겠지만.
진실이 어떻든,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찰리가 새 출발할 곳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이 소동에서 유니콘의 뿔을 지켰을 뿐, 적절한 이익을 하나도 건지지 못한 에드워드한테도 찰리의 몸값을 받아내는 게 그나마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혹하지 않았다.
“찰리, 처음부터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뭔데?”
“지금 난 너하고 같은 처지가 전혀 아니란 거야.”
찰리는 웃어버렸다.
“그야 보면 알잖아.”
“그 이전의 문제야.”
에드워드는 허리를 폈다.
“나한테 있는 것부터 꼽아보자고.
영주의 군대와 네 부대 사이의 거리를 재어보고 적절한 타이밍을 예측해 준 유목 전사,
교황청의 권위와 법관의 혀로 영주를 가로막은 사제,
말술의 주량으로 환영 만찬의 종료 시간을 조절한 드워프,
객관 안팎의 모든 상황을 눈치챌 수 있는 엘프 전사,
사소한 물건을 숨기거나, 망가뜨리며 습격 시간을 늦춘 마법 허리띠,
귀환 마법 스크롤을 사용한 여 마법사……
리안나는 뭐 했더라?”
리안나가 대답했다.
“고기 먹었어요! 맨날 이랬으면 좋겠다!”
“그래, 다행이네.”
에드워드의 말에 찰리는 얼굴이 굳었다.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부자네. 젠장. 넌 지금 잘 나가고 있다, 이거냐?”
“아직 저주는 못 풀었지만 뭔가 착실하게 쌓아 올리고는 있단 말이지. 아직도 많아. 화염 저항의 마법 반지, 야간 투시의 마법 팔찌, 유니콘의 뿔, 니코스의…… 아, 이건 빼고. 여튼 자, 옛 친구. 질문 하나. 너랑 나랑 뭐가 달라서 이렇게 차이가 벌어졌을까요?”
찰리는 이를 갈았다.
“언제부터 ‘대악동 에디’가 베레스포드 공작님 같은 소릴 다 하게 됐지?”
“내 문제가 아니라 네 문제를 이야기하는 거야. ‘똥개 찰리’. 넌 천장에 실 한가닥으로 매달아 놓은 미친 멍멍이 같은 놈이야. 멀리서 볼 때는 희극적이지. 옆에 다른 실로 같이 매달려 있을 때도 보기는 재밌을 거야. 하지만 그 아래로 지나가고 싶지는 않지. 떨어지면 요란한 소리를 내거나 누군가를 해칠 테니까.”
에드워드는 찰리의 발치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하나 더. 넌 내 친구라서, 내가 여기 올 줄 알아서 머문 게 아니야. 누가 와도 상관없었어. 그게 유니콘을 잡을 수 있는 인간이라면. 한 달이나 제자리에 머무는 유니콘이라니, 누군가 오긴 올 테니까.”
찰리는 침묵했다. 뒤이어 헬레나가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커다란 토기 주전자가 들려 있었다. 헬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
“엘프식 형벌에 비슷한 게 있죠. 죽일 정도로는 안 했지만요.”
“여기서는 좀 다르게 굴러가겠지.”
에드워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헬레나는 찰리의 머리에 그 내용물을 부었다. 달큰하고, 시큼한 냄새. 찰리는 그게 뭔지 깨달았다.
“와인?”
“대추야자즙을 섞은 와인이지. 아르데니아는 꿀과 파리를 쓴다지만. 이곳 벌레들 잘 알지? 겨울이어도 낮만 되면 기어 나오더라?”
찰리의 온몸에서 소름이 싹 돋았다.
“이 나쁜 자식아!”
헬레나는 그 외침을 무시하고, 찰리와 그 부하들의 전신에 와인을 끼얹었다. 햇볕에 달궈진 지면 위로 날아오른 수많은 벌레가, 새로운 미끼에 달려들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에드워드는 비명소리가 하늘을 찢는 순간 돌아섰다.
“쟤들 죽는 건 보고 간다. 후환 남기고 싶지는 않으니까. 감시병 세워. 풀어주는 연놈은 같은 꼴로 죽는다.”
사막의 벌레들은 독했지만, 사람의 명줄은 길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사막의 더위와 추위에, 그리고 독충에 시달린 포로들은 사나흘에 걸쳐 차례차례 쓰러져 죽어갔다. 찰리는 좀 더 오래 버텼다. 입에 달려드는 독충을 씹어 먹으면서 버티는 근성은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오래 못 갔다.
리안나는 쭉 뻗어버린 찰리의 시체를 나뭇가지로 쿡쿡 찔러보았다.
“죽었는데요! 오늘 안 죽으면 요강 내용물도 끼얹어주려 했는데!”
객관 2층 창가에서 그걸 구경하던 헬레나가 말했다.
“쟤, 점점 주인 닮아가는 것 같은데요.”
“넌 지금 누구 닮아가서 이런 서비스를 해주는 거냐?”
에드워드는 긴 의자 위에 누워 있었다. 다만 베개가 아니라 헬레나한테 반쯤 안겨 그 가슴팍에 뒤통수를 묻은 상태였다.
“옛 친구가 며칠씩 비명을 질러대는 것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더군요.”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깨워주는 거야? 그럼 옛 친구 죽이는 것도 가끔 할 만하네.”
“당신이 제시한 방법이잖아요. 기력 회복법.”
에드워드는 수면용 장갑을 낀 자기 손을 들어 보였다.
“이거 묶고 좀 본격적으로 회복해볼까?”
“그건 아직 보류하지요.”
헬레나는 덤덤한 투로 말했다. 에드워드는 피식 웃었다.
“약만 가득 올리네.”
“베로니카 양 생각이기도 해요.”
“엥? 걔가?”
“찰리 경은 이 성의 시녀들한테도 한두 번 손을 뻗었다는 것 같더군요. 자다가 칼 맞고 싶진 않으시죠?”
엘프 미녀, 그것도 전사한테 무기를 숨긴 채 접근이 가능한 시녀는 없을 테니까. 에드워드는 입을 삐죽였다.
“그 새끼도 생각해 주는 여자가 있었단 건가?”
“영주 부인이 후보를 압축해서 가능한 한 객관에서 떨어뜨려 놨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그러니 에드워드 경도 이곳 여자들은 손대지 말아요.”
“흠.”
에드워드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지금 기분이 어때?”
“성난 개 한 마리 안아서 달래고 있는 기분이네요.”
“규방용 애완견?”
“……몰양심적인 소리시군요. 당신은 그렇게 작고 귀여운 개가 아니잖아요.”
에드워드는 도발을 시전했다.
“나 안 귀여워?”
하지만 헬레나가 한 수 더 위였다.
“아기 에드워드 놀이 해드려요?”
“으익, 하지 마!”
에드워드는 손사래를 쳤다.
그때 베로니카와 스텔라가 예고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벌컥! 베로니카는 헬레나한테 안긴 에드워드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지키라고 했지, 그 녀석 좋아할 일을 해달라는 건 아니었는데요.”
“아기 에드워드 놀이를 해드릴까 겁박 중이었죠.”
거짓말 아님. 에드워드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아기는 취향에 안 맞아. 주인님으로 불리는 건 대환영이지만.”
스텔라가 킥킥 웃었다.
“엘프님이 둔감한 듯해도 이런 문제는 또 민감하시죠. 두 여성분, 자리 비켜드려요? 깊게 대화해보시게.”
헬레나는 흥미 없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
“같은 개한테 물린 동지애로 이미 이야기 끝났는데요.”
“제가 했던 말이네요. 그게 정확한 분석이죠.”
베로니카가 동의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에드워드는 입을 삐죽였다. 싸늘한 분위기가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애 취급에 종마 취급도 모자라서 이젠 애완견 취급이냐.”
“아니면 우리가 널 어떻게 감당하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멀쩡해 보이니, 다음 진로나 잡자.”
“카치운과 가르달은?”
“시체 치우기 전에 담배 피는 중. 마무리 짓고 오겠대.”
에드워드는 고개를 들어보았다. 과연 카치운과 가르달이 배신자들의 시체를 치우는 게 보였다. 잠시 뒤 자칭 인간 신장 줄이기 협회장 가르달이 도끼를 휘둘렀다. 콰직! 찰리의 대가리가 형장의 모래밭을 굴렀다. 에드워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죽었다. 이제 발 뻗고 자겠군. 어휴, 감시병을 세워놨어도 안심이 안 되긴 하더라. 자, 이제 잊고.”
에드워드는 도로 헬레나한테 몸을 기댔다. 그녀가 눈을 흘겼다.
“회복이 빠르시군요.”
베로니카도 에드워드를 한번 꼬나보고는 말을 꺼냈다.
“여기서 동쪽 내륙으로 좀 더 들어가면 시약 수집꾼들의 마을이 있대. 마법 학당과 그곳을 연결해 주는 대상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한다는 모양이야.”
“그 대상에 합류해서 도시로 돌아간다?”
“그렇지. 스텔라 양의 시약도 보충하고.”
스텔라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와 이 성에서 보충한 시약은 티끌 수준이라니까요? 저 같은 상급 마법사에게 어울리는 양의 시약을 대량으로 싸게 구매할 기회!”
“그건 좀 혹하는군.”
“그렇죠? 보통은 산지까지 가서 현지가로 살 일이 없으니까요! 기사님, 시약 팍팍 사주세요! 후원자로서 제값하실 기회!”
“뭔가 묘한 말이 끼어 들어간 것 같은데.”
보통은. 장거리 여행의 위험은 크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든 상인들이 릴레이식으로 거래한다. 마법의 시약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런 릴레이 교역의 문제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데 있다.
“뭐, 산지 직송 배송 천국 같은 거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을이긴 하군.”
“기사가 배달업까지 하게?”
“배달의 민족이라고 들어는 봤냐?”
“기사님, 배달하느니 그냥 제가 다 먹는 게 나아요.”
스텔라가 혀가 탄다는 투로 말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어버렸다.
“평생 배달부는 못 할 아가씨군. 사막의 배달부만큼 무서운 게 없는데.”
“그건 또 어느 동네 희극이에요?”
“그런 게 있어.”
에드워드는 몸을 일으켰다.
“진짜 걱정은 채집꾼 마을보다 마법 학당이 있다는 도시인데. 또 악마 소환의식 같은 거 치르고 있진 않겠지?”
“에이, 기사님. 걱정을 너무 사서 하신다. 그런 게 흔한 일이겠어요?”
하지만 베로니카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은 가는 길마다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긴 하지요.”
에드워드는 입을 삐죽였다.
“악마가 너도 지목했다던데.”
“나야 사제고, 직접 악마 쓰러뜨리고 다니는 건 너잖아.”
그 말에 에드워드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죽거나 산 기사들.
“살아남는 기사가 쌓아 올리는 건 동료와 도구와 돈만은 아니란 건가. 이기고 이겨도 문제군.”
스텔라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애인들과 사생아들 빠뜨리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