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웰컴 투 클렌다투
폰티아의 여 마법사 데스피나는 자신의 지식을 훨씬 상회하는 사태에 맞닥뜨렸다. 원래 계획은 에드워드한테 전갈들을 떠넘긴 후 유포르비아 멜란체의 씨앗들을 채취한다는 것이었다.
데스피나는 망연자실한 투로 말했다.
“저 전갈이 저렇게 활동적인 동물이었나?”
엘프 수행원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현자로 불리는 데스피나 님이 모르시는데 저희가 압니까?”
“난 저게 고대 악마의 권속 중 하나인데 활동성은 낮다고 들었거든? 근데 ‘하늘 나는 은발 요정’이 이상한 약을 뿌리더니 바로 저렇게 되어버리네? 요즘 앵글리아의 인간 기사들은 몬스터한테 오히려 활력을 주는 게 유행인가?”
“꺽다리왕 로버트의 군세라면 불가능한 기행은 아닐 것 같긴 합니다만…….”
바다 엘프들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실컷 날뛰던 거대전갈이 다음 표적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데스피나는 인상을 썼다.
“인간 기사놈, 날 실망시키는군.”
에드워드 일행은 전갈이 자기 혼자 날뛸 때 황급히 철수해서 숨었다. 그리고는 나서지 않았다.
“대형 몬스터를 연거푸 해치웠대서 쓸 만한 남자인가 했더니.”
“그럼 이제…….”
“움직이지 마. 움직이는 것부터 공격할 테니까. 저놈이 진정되면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아.”
데스피나의 계산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밴시 리안나였다. 한 엘프가 경악해서 외쳤다.
“저 꼬마 요정이 이쪽으로 날아옵니다!”
“뭐?!”
에드워드 일행이 잽싸게 숨어버린 탓에, 돌아갈 곳을 찾지 못한 리안나와 캐슬린은 그나마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게다가 하늘에서 오래 버틸 힘은 없는지 고도가 계속 낮아져서, 이미 전갈들의 시야에 들어간 뒤였다.
거대 전갈은 날파리로 전직한 밴시 리안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밴시 살려!”
엘프들은 당황했다. 데스피나는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설마 이게 저 앵글리아놈의 계산인가?!”
물론 아니었다. 에드워드는 그 광경을 훔쳐보곤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과연 캐슬린. 악령 출신답네. 혼자는 못 죽겠다 이거군.”
“아니, 쟤들은 그냥 선택지가 없는 것 같은데…….”
카치운이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추측을 내놨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거대 전갈이 돌아섰다는 게 중요하다. 에드워드는 바로 말에 올랐다.
“어쨌든 지금이 기회네! 카치운, 갑시다!”
“어쩌려는 거요?”
“전갈은 앞에서 잡는 게 아뇨! 뒤에서 꼬리부터 잡아야 하는 거야! 엄호하쇼!”
“저거 잡게?!”
“어차피 저거 못 잡으면 여기까지 온 게 다 헛수고요!”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의 논리인데!”
매몰 비용에 대해 감 잡은 궁기병과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앵글리아 기사는 산산조각이 난 전갈들의 잔해를 짓밟으며 말을 달렸다. 헬레나의 말이 약간 늦게 그 뒤를 따랐다. 베로니카도 그 뒤를 따르려 했지만, 스텔라와 가르달이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사제님! 위험한 건 남자들과 엘프 몫! 씨앗 채취는 우리 몫!”
“사제 아가씨까지 가버리면 날 누가 해독해줘? 이 돌팔이 약사?”
꿈틀거리는 전갈 잔해들, 그리고 모래 먼지 속을 구르는 전갈들을 돌아본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주문 숫자는 제한되니까 방심은 마요.”
카치운이 아직 살아 움직이는 전갈들을 활로 쏴 죽이는 동안, 에드워드와 헬레나는 전갈 꼬리로 접근했다. 먼저 뛰어오른 건 헬레나였다. 곡예사처럼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한 그녀는 글레이브를 거꾸로 잡고 자루를 아래로 내밀었다.
“잡아요!”
“안 부러질라나?”
에드워드는 자로 끄트머리를 한 손으로 살살 붙잡고는, 전갈 꼬리로 뛰어올랐다. 헬레나가 제때 당겨줘서, 그는 전갈 꼬리에 올라탈 수 있었다. 헬레나는 글레이브 자루를 살펴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금 갔네요.”
“자루 새로 사줄게.”
“당연히 그래야죠. 그래서, 이제 어쩔 거죠?”
에드워드는 전갈의 꼬리 밑동을 가리켰다.
“일단 독침 제거.”
헬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워드는 열쇠검 끝으로 내리찍어야 할 곳을 쿡쿡 찔렀다. 그 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쥐고 전갈의 꼬리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콰직!
그 직후 엄청난 화염이 전갈의 정면에서 꿈틀거렸다. 그 열기에 화들짝 놀란 헬레나가 외쳤다.
“화염 마법이에요!”
전갈이 아니라 데스피나의 마법. 피하기 늦었다 싶은 헬레나는 바로 에드워드의 멱살을 잡았다.
퍼엉!
폭발음이 지축을 뒤흔든 뒤, 에드워드는 농을 건넸다.
“내 멱살을 잡은 여자 엘프는 처음이군.”
“여자 인간은요?”
“어…… 우유 파는 알레사, 아델레 누님, 율리아 누님, 그리고 또…….”
“그럴 것 같았어요.”
“프렌드 실드 당하기는 네가 진짜 처음이고.”
“그게 뭔데요? 여자가 기뻐해도 되는 거예요?”
둘은 전갈의 등딱지 위에 쓰러져 바짝 밀착한 꼴로 화염을 피했다. 잠시 뒤 리안나와 캐슬린이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리안나는 전갈 등딱지 위에 착지하고는 비명을 질렀다.
“앞에는 불꽃에, 뒤에는 거대 전갈에! 그런데 기사님은 엘프 언니랑 장소도 안 가리고 뒹구시고! 몬스터 등딱지 위에서 애정행각 벌이는 기사가 세상천지에 어딨어요?!”
“원래 지가 죽인 몬스터 위에서 여자랑 즐기는 건 고대 전사의 로망 아니던가?”
“고대 야만 전사의 로망이죠. 오늘날 기사의 로망이 아니라.”
헬레나도 힐난조로 말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데스피나라는 그 엘프년, 우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상관없이 마법을 썼군. 다급했나 본데. 어디 갔지?”
“예비마를 미끼로 던져주고 흩어져 도망치던데요. 짐꾼과 채집꾼들도 다 도망쳤어요.”
“그래서, 걔는 무사히 도망친 것 같냐?”
“아닌 것 같아요.”
리안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갈은 자리에서 멈추더니 뭔가를 잡으려고 집게발을 휘저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했고, 데스피나가 전갈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펑퍼짐한 마법사 옷에 안 어울리는 몸놀림이었다. 에드워드는 감탄했다.
“박사급 마법 실력에, 엘프의 체술이라. 저게 설마 현자냐?”
“정령의 가호군요. 저 정도는 저도 해요.”
“그야 그렇겠지.”
에드워드의 고평가와 별개로, 데스피나는 에드워드 일행을 신경써 줄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그녀는 집게발을 피해 다시 뛰어올랐다가, 그 집게발 위에 올라섰다가, 근처 바위로 피하는 등 정신없이 움직여야 했다. 집게발만 있는 것도 아니고, 독침이 데스피나를 향해 빠르게 내리꽂히기도 했다.
“일단 도와주긴 해야겠지?”
“당신의 즐거운 밤을 위해서요?”
“뭐, 안 도와주면 우리도 여기서 못 내려가잖아. 씨앗도 못 캐고.”
퍼엉!
다시 불꽃. 이번엔 규모가 작아서 전갈의 머리쯤에서만 터졌다. 데스피나도 에드워드 일행을 의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만했다. 헬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란 인간에 대해 모르고 같이 다니는 것도 아니지만요. 뭘 하면 되나요?”
“질질 끌 것 없고, 하던 것부터 마저 하면 돼.”
둘은 다시 전갈 꼬리를 각자의 무기로 내리찍었다. 그제야 전갈은 경련을 일으키더니 자기 몸 위로 꼬리를 휘둘러댔다. 그러나 면상에 다시 폭발마법이 작렬하자, 꽁무니를 더 높이 들어 전방을 향해 독갈을 내지르는 데 집중했다.
“아, 높아졌다.”
에드워드의 탄식이었다. 전갈은 뒤꽁무니를 높이 들어 올리는 것으로 데스피나를 공격할 사거리만 얻은 게 아니었다. 뒤꽁무니가 거의 수직으로 서면서, 에드워드와 헬레나는 꼬리보다 등딱지에 더 가까워졌다.
“얼른 제압하지 않고 뭐해!”
데스피나의 목소리가 에드워드한테도 들렸다. 에드워드는 몸부림치는 전갈의 등딱지 위에서 중얼거렸다.
“검 박고 매달려 있는 게 고작인 판에 바라는 게 많군.”
하지만 데스피나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에드워드가 전갈의 뒤가 아니라, 앞에 놓였다면 비슷한 팔자였을 것이다. 집게발과 꼬리독침의 연계 공격은 상대하기 좋은 게 아니었다. 데스피나는 놈의 사각지대로 들어갈 생각도 못 했다.
“[타이탄의 멸망>에서는 창 한 번만 제대로 꽂으면 디지던데.”
“곤충 전문가는 당신이니까 알아서 해봐요!”
에드워드의 중얼거림에 헬레나가 외쳤다. 에드워드는 입을 삐죽이곤 중얼거렸다.
“이건 [스타쉽 트루퍼스>의 탱커버그에 더 가까운 것 같아. 젠장.”
그는 열쇠검을 더 깊게 박아넣은 뒤, 그 손아귀 힘으로 쥐어짜듯 돌렸다.
콰드득!
전갈이 고통을 못 이기고 더 몸부림을 격하게 치자, 에드워드는 전갈에 달라붙듯이 몸을 낮춰야 했다.
그 지경에도 간신히 균형을 잡은 헬레나가 외쳤다.
“그렇게 해서는 끊어내는 데 너무 오래 걸리겠네요! 저 끝의 독침만 노려볼게요!”
“안 돼!”
에드워드가 제지했지만 늦었다. 헬레나는 에드워드의 등을 밟고 뛰어올랐다. 글레이브 자루 끄트머리를 잡은 헬레나는 원하던 대로 전갈의 독침을 글레이브로 후려칠 수 있었다. 그러나 쇳소리와 함께 글레이브는 튕겨 나왔고, 이미 금이 간 자루도 깨졌다. 헬레나는 착지에 실패해 땅으로 나동그라졌다.
“꺄아아악!”
에드워드는 한탄했다.
“안 된다니까! 전갈은 독침이 제일 단단한 부분이라고!”
에드워드는 전갈의 상처에 손을 쑤셔 박았다. 더는 시간을 끌기 어려웠다. 몸부림치는 전갈의 시야에 헬레나가 들어가면 그것도 곤란해진다. 그는 열쇠검과 함께 상처를 더 벌렸다. 콰드득.
“리안나!”
“저 지금 바쁜데요!”
리안나는 아직도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던 새끼전갈 하나랑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녀랑 크기가 비슷하고 껍질이 아직 하얀색인 놈이었다. 리안나는 그 녀석의 독침을 왼손으로, 왼쪽 집게발을 오른손으로, 오른쪽 집게발을 왼발로 막은 채 오른발만으로 균형을 잡고 있었다.
리안나가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는 건 순전히 캐슬린 덕이었다.
에드워드는 짧게 설명했다.
“충격에 대비해라!”
“네?”
“캐시! 걔 풀어주고 돌아와!”
그 순간 밴시 리안나는 새끼 전갈과 함께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내 팔자야!”
리안나의 한탄 뒤, 에드워드는 겨우 똑바로 설 수 있었다.
“나 안 넘어지게 잘 붙들어봐!”
“굉장히 어려운 주문이네요!”
에드워드는 캐슬린의 불평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쩍 벌어진 상처를 딛고, 전갈의 머리쪽으로 달려갔다.
“마법사! 이쪽으로 뛰어들어!”
“제정신이야?! 가기 전에 독침 맞아!”
“죽기 싫으면 뛰어들라고!”
데스피나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긴 했다. 전갈이 그녀를 표적으로 찍은 이상 도망치기도 쉽지 않았고, 시약은 한정되어 있고, 정령의 가호도 계속되지는 않으니. 데스피나는 간신히 집게발의 공격을 피하면서, 전갈의 머리를 밟고 에드워드가 있는 쪽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전갈의 꼬리독침이 그녀의 위로 떨어졌다.
까앙!
에드워드는 양손으로 독침을 막았다. 독침은 데스피나의 등짝을 스치며 빗나갔다. 에드워드는 그대로 양손에 힘을 줘 독침을 부숴버렸다.
콰직!
끼이이이익!
전갈이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꼬리를 도로 들어 올렸다. 에드워드는 독침 파편을 집어던지며 호기롭게 소리쳤다.
“칼날 잡기!”
“기사가 멍청한 소리를 다 하네!”
엘프 마법사가 투덜거렸다. 에드워드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저 상처에 마법 때려 박아!”
“말 안 해도 이해했어!”
데스피나는 자신의 남은 시약과 집중력을 동원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친 탓인지, 전갈이 더 날뛰기 시작한 탓인지, 정령의 가호가 다 했는지 비틀비틀거렸다. 에드워드는 캐슬린에게 소리쳤다.
“캐시, 쟤 붙잡아줘!”
“어, 그럼 기사님은요?”
“잔말 말고 빨리!”
캐슬린이 에드워드의 허리춤에서 뛰쳐나가자, 그는 등딱지 위에 엎어졌다. 데스피나는 간신히 주문을 완성해, 손에 커다란 불꽃을 맺었다. 그녀는 전갈의 상처에 양손을 내다 꽂으며 소리쳤다.
“결국 내가 해치우게 됐잖아!”
에드워드는 이죽였다.
“그러게 누가 함부로 몹몰이 하래?”
불꽃이 등딱지 안을 질주하는 순간, 거대전갈은 끔찍한 비명과 함께 땅을 구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