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a bad knight ahead of yourself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사제와 기사
리하르트는 에드워드와 같이 싸워본 적이 없고, 듀라한과 유니콘을 상대하는 데도 서로 이견이 있었으며, 스타일도 서로 안 맞는 등 문제가 좀 있었다.
유니콘이 표적을 에드워드에서 베로니카로 바꾸자, 찰리를 감당할 수 없는 데다 에드워드와 달리 방패를 들 수 있던 리하르트는 ‘여자를 보호한다’는 기사도의 의무에 응해야 했다.
때문에 리하르트는 보다 적극적으로 유니콘과 공방을 주고받긴 했지만, 기사로서 자기 실력을 발휘하기에 큰 단점이 있었다.
“좀 진정하고 싸워요!”
베로니카가 황당해하며 말했다. 비록 목과 뿔이 사라진 유니콘이지만, 체중은 사람의 몇 배가 될 말이었다. 그 덩치가 단단한 발굽을 휘두르고 몸으로 부딪히는데, 리하르트는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때때로는 드워프만큼 저돌적이었다.
“날 여자 같다고 한 놈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그건 찰리잖아요, 유니콘이 아니라!”
“듀라한이나 그 말이나! 상처라도 생긴다면, 오히려 바라는 바입니다!”
가끔 있다. 얼굴이나 몸의 흉터를 훈장으로 여기는 부류의 기사들. 자신의 곱상한 얼굴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 리하르트라면, 기꺼이 위험에 몸을 던진다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일부러 얼굴에 스스로 상처를 내는 별종들도 있는 판이니.
물론 베로니카는 그런 걸 다 일일이 헤아려 줄 만큼 마음이 넓진 않았다.
“당신 관심사만 챙기면 다냐, 이 인간아! 그리고 지나갈 상처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일이거든요?”
신경질적인 발언이었다. 등 뒤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에 에드워드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를 겨눈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겨눈 것임이 명백함에도.
“아, 찔리네.”
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순간, 듀라한은 에드워드를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며 찌르기를 해왔다. 열쇠검으로 그걸 막는 순간, 벌레 몇 마리와 피거품이 날아들었다.
“벌레는 질릴 만큼 봤다, 이 자식아! 다른 레퍼토리는 없냐?”
에드워드가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찰리의 잘린 목에서 혀같이 길쭉한 것이 뽑혀 나왔다. 에드워드는 기겁했다.
“진짜 꺼내진 말고!”
“야, 에드!”
혓바닥이 혼자 말했다. 에드워드는 다시 한번 기겁했다.
“이런 미친!”
혓바닥은 낄낄 웃기 시작했다. 뒤이어 목의 절단면 주변에 송곳니 같은 것들도 자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온전한 머리 형태를 만든 게 아니라, 절단면에 이와 혀만 난 괴상한 몰골이었다.
“공작님이…… 이히히히! 저녁은 닭이다! 주사위는 우윳빛 해바라기…….”
되다 만 주둥이는 파편화된 문장들을 꺼냈다. 에드워드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이제 저건 찰리인지 아닌지도 분간이 가질 않았다. 실력은 여전히 찰리 그대로지만.
“뭐가 이렇게 까다로워…….”
에드워드가 투덜거렸다. 그는 베로니카한테 외쳤다.
“이런 언데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교황청이 안 가르쳐줘? 그 뭐냐, 녹색 표식 주문 안 써?”
“쟨 그런 약점 없는 타입이야! 다구리 쳐서 작살을 내고 불 질러!”
평소보다 더 과격한 어조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온몸에서 독기를 내뿜는 듀라한에 맞설 인간 기사 따위, 에드워드 외에 또 있지는 않았다. 가르달도, 카치운도, 헬레나도, 그런 재주는 없다. 게다가 그들은 몰려오는 세트렛 군대를 상대하기도 벅찼다. 스텔라도 언데드보다는 인간 상대하기가 더 낫다고 그쪽으로 빼버린 상황.
‘내부대기조 인원을 더 늘렸어야 했나.’
에드워드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부친의 복수가 달린 리하르트 정도면 백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주 약간 모자랐다. 그러나 카드가 수중에 없다고 투덜거리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쥐고 있는 카드를 내던지고 탁자를 엎어버리는 게 그의 취향에 더 가깝다.
에드워드는 찰리의 다음 공격을 쳐 흘려낸 다음, 옆구리를 깊게 베었다. 에드워드는 검을 뒤틀어 녀석의 살점을 갑옷째 크게 뜯어냈다. 산 사람이라면 괴력으로 상처를 뜯기 전에 이미 갑옷이 찢기고 죽고도 남았을 유효타였지만, 찰리는 잠시 비틀거리기만 했다.
“난 원래 옆구리가 없었어!”
“구라 치네!”
에드워드가 짜증을 냈다. 찰리는 낄낄 웃었다.
“옆구리! 유니콘 옆구리! 리하르트를 거기 둬야 하는데!”
이번 문장은 상황엔 안 어울리지만, 뜻은 좀 더 명확했고, 안 좋은 쪽으로밖에 해석이 안 됐다. 리하르트 역시 안 좋은 쪽으로 해석한 게 분명했다. 그는 격분했다.
“저놈이 아직도 주둥이를 놀리다니!”
베로니카는 강수를 뒀다.
“죽은 유니콘 처리하기 전에는 저놈에게 접근할 생각도 말아요! 에드, 너도 뭔가 수를 써봐!”
문득 에드워드는 듀라한의 등 뒤에 널브러진 벌레 조각으로 눈이 돌아갔다. 리안나가 띵똥이라 이름 붙이고 끌고 다니던 것. 에드워드는 다시 듀라한한테 시선을 돌렸다. 온갖 벌레가 꼬인 그 시체를.
“반은 도박이군.”
에드워드는 더 싸우지 않고 냅다 달려갔다. 모두가 잠시 당황했고, 듀라한 찰리가 그 뒤를 쫓았다.
“내가 머리 하나만큼 더 가벼워, 에디!”
갈수록 정신이 또렷해지는 모양이었다. 안 좋은 징조다.
그 전에 끝장낸다.
에드워드는 새끼 전갈의 잔해에서 큼직한 꼬리를 떼어냈다. 독침이 번뜩이는 것을. 전갈의 몸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그 꼬리 끝 독침.
에드워드는 듀라한 찰리를 향해 돌아섰다. 거리는 지척. 아슬아슬한 순간에 그는 검과 검을 맞대고, 다른 한 손에 든 전갈 독침을 찰리의 목구멍에 꽂아 넣었다.
콰직!
절단면에 촘촘히 난 송곳니들이 옴쭉옴쭉 독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무슨 짓이야?! 안 그래도 강한 놈한테 독을 더 주다니?!”
베로니카가 외쳤지만, 에드워드는 대답 대신 행동에 나섰다. 그는 찰리의 양팔을 붙잡았다.
“그래, 가볍겠네.”
에드워드는 와르르 쏟아지는 독충들을 무시하고 기사들 방식의 레슬링을 벌였다. 적의 품 안쪽에서 양쪽 팔을 쳐내고, 무기를 밀어낸다. 독침을 놓은 왼손이 찰리의 어깨를 훑자 썩은 살갗이 쓸려 내려갔다. 놀랍게도 에드워드의 괴력에도 뼈가 버티고 있었다.
“손 비는 놈 여기 와서, 이 새끼 쳐버려!”
그제야 베로니카는 에드워드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절단면이 축소되고 목구멍이 막히면서, 피안개가 뿜어져 나오던 부분이 확 좁아진 것이었다. 리하르트는 호기롭게 외쳤다.
“오오, 지금 이 유니콘만 밀치면…… 아니, 잠깐!”
“원하신다면, 숙녀답게 실례하지요!”
베로니카는 리하르트의 덜미를 붙잡은 다음 밀쳐내 유니콘에 바짝 붙여버렸다. 에드워드는 폭소해버렸다.
“아, 잠깐! 나 손 놓칠 것 같아!”
“닥쳐!”
유니콘과 리하르트가 뒤엉키게 한 베로니카는 황급히 찰리한테 달려갔다. 그리고는 에드워드의 괴력에도 팽팽히 맞서는 팔뼈를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빛의 영광을 보라!”
콰앙!
흰빛이 터져 나왔다. 균형을 깨는 일격이었다. 완력보다 이단심문관의 정화가 더 치명적인. 팔이 나가떨어지더니 찰리는 목구멍이 막힌 채 비명을 질렀다.
에드워드와 베로니카는 찰리가 더 제정신을 차리기 전에, 더 강한 독기를 내뿜기 전에 열쇠검과 철퇴를 번갈아 휘둘렀다. 가끔은 성인의 저주가 걸린 손도 써주고.
에드워드는 문득 B급 좀비 영화를 떠올렸다. 급소고, 뭐고 보이지 않는, 매우 강력한 강화 언데드 상대로는 전기톱이나 분쇄기 따위가 제격이더라는 식의 영화.
에드워드는 마침내 무릎 꿇은 찰리의 시체를 향해 연거푸 열쇠검을 몇 번 더 휘둘렀다.
콰직!
검날과 철퇴가 찰리의 시체를 거의 다진 고기로 만들 때쯤, 에드워드는 베로니카를 향해 말했다.
“방금 너 정말 마음에 들더라.”
“……언데드와 독충 고기완자를 만들면서 할 말이니?”
로맨틱하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했다. 에드워드는 낄낄 웃었고, 베로니카는 얼굴을 붉혔다.
“리하르트 경이나 도와줘!”
에드워드는 잽싸게 달려갔다. 베로니카는 부들부들 경련 하는 찰리의 시체를 흘겨보았다.
“내가 저런 소릴 당신 때문에 들어야겠어?”
항변하지 못하는 기사를 상대로, 여자의 분노 어린 철퇴가 다시 내리 찍혔다.
* * *
세트렛 군대의 사기를 결정적으로 꺾은 건 찰리의 서코트로 돌돌 말아 놓은, 사람 압축 고기완자였다. 거기엔 찰리의 투구와 유니콘 머리도 박혀 있었다. 투구 기증자 데스피나는 세트렛인들 사이를 데굴데굴 굴러가는 고기완자를 보면서 연초 채운 파이프를 쥐었다.
“점화.”
퍼엉!
파이프 끝에 불꽃이 튀는 것과 동시에, 고기완자도 불덩이가 되었다. 데스피나는 연초 파이프를 가르달에게 돌려줬다.
“잘 썼어, 드워프. 좋은 파이프네. 잘 관리해서 오래 쓴 파이프는 가끔 마법을 일으키지.”
“바다 엘프를 끽연 친구로 두나 했더니, 그런 용도로 쓰는 거냐?”
“왜? 불만이야?”
“그럴 리가. 연초값을 더 청구할 수 없단 게 슬플 뿐이지.”
“상인답군.”
세트렛 군대는 전투 첫날에 바로 듀라한이 박살 난 것을 알자, 미련 없이 물러섰다. 성벽 위에 올라섰던 자들은 일부만 간신히 도망쳤고, 대부분은 창칼에 찔려 죽거나 밀쳐 떨어져 죽었다.
적군이 썰물처럼 퇴각하는 모습을 본 스테판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드워드 경을 지목한 악마 레피림은 다시 망신을 당하겠구려. 그것도 이번엔 기사단의 연락망을 타고.”
에드워드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찰리가 누군지도 퍼집니까?”
“육체는 엘프의 여 마법사가 불태웠지만, 영혼은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주의하라고 알려야 하겠지요. 어차피 교황청 교리법무성에 보고가 올라갈 테고.”
스테판은 승전에 환호하는 병사들 사이에서 리하르트를 발견하곤 혀를 찼다.
“굳이 저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드오.”
리하르트는 유니콘의 말발굽에 투구가 찌그러졌고, 투구를 벗은 다음엔 왼쪽 이마가 찢어졌지만, 흉터가 안 남게 치료하는 걸 거부했다. 베로니카는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소원대로 해줬을 뿐.”
“사제님, 우리 평소 때 그런 말은 기사님 입에서 들었는데 말이죠. 기사님이랑 입술 바꾸셨어요?”
스텔라가 이죽거리자 베로니카는 그녀의 두 손으로 그녀의 양쪽 뺨을 꼬집었다.
“꺄아악! 아파요! 하지 마요!”
“손 내려요! 손대지 마요! 당신은 입과 혀에 벌을 좀 받아야 돼!”
에드워드는 낄낄 웃다가 리안나를 돌아봤다. 여전히 씩씩거리는 밴시는 전갈 집게를 기념품으로 챙겼을 뿐이었다. 에드워드는 리안나의 등을 툭 쳤다.
“고기 사줄게.”
“거대 전갈 타고 기사님한테 역습하는 꿈을 꿨는데 말이죠.”
“그 거대 전갈 내가 이겼잖아. 그리고 그거 어느 세월에 다 크겠냐.”
“반년이면 다 클 수도 있죠! 늦어도 기사님 늙어 죽기 전이라던가!”
“그걸 어느 세월에 확인할래? 헛수고 덜었지, 뭐. 고기나 먹자.”
“기사님 두 배는 먹을 거예요!”
에드워드와 리안나는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데스피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모습과 영혼을 동시에 바꿔 가는 두 기사라. 재밌는 소재지. 둘 다 ‘과적응’이라는 면에서 말이야.”
“에드워드의 모습이 변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오만한 기사긴 하죠. 인생을 막 사는 놈들 같으니라고. 당신이 말하는 ‘과적응’이 그런 뜻이라면, 동의하겠어요.”
베로니카가 동의했다. 데스피나는 이마에 붕대를 싸맨 채 ‘어떻게 하면 그 상처를 멋진 흉터로 만들 수 있는가’ 사람들마다 묻고 다니는 리하르트를 보았다.
“그렇다고 저런 소심한 변화나 꿈꾸는 기사는 당신 취향이 아니지?”
“……리하르트 경에게 실례예요.”
데스피나는 쿡쿡 웃었다.
“진짜 ‘변화’가 보고 싶다면 ‘아지지야 도서관’에 가보는 걸 추천하지. 거기엔 ‘열쇠검’에 대한 자료도 있을 테니까.”
베로니카는 얼굴을 찌푸렸다.
“별걸 다 아는군요. 그것도 폰티아의 정보력인가요?”
“이단심문관이 사방팔방에 편지를 보내 열쇠검의 내력을 추적해보고 있다는 것 말이지? 그럼. 당신 편지들 중 일부는 우리 친구들에게도 갔으니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법사라면, 지식의 탐구자라면. 베로니카는 성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지지야 방향.
“성과가 있나요?”
“성과를 낼 정도로 당신들을 캐보지는 않았어. 진지하게 경계하거나 연구한 엘프는 아직 없었거든. 나도 ‘우연히’ 당신들을 만났을 뿐이고. 열쇠검에 대한 최신 자료라면 아마 슬슬 당신도 편지 받을 때가 된 것 같긴 한데.”
베로니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표류당해 버려서.”
“편지가 다시 모이고 전달되려면 시간이 걸리긴 하겠네. 아지지야로 경로 수정한다고 미리 편지 보내긴 했지?”
“우연 맞나요?”
“아지지야의 비공개 문서고에 걸고. 난 지나가다 기사가 보이면 수작을 거는 엘프에 불과해.”
엘프한테서는 듣기 드문 자기비하성 말이었다. 베로니카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지지야 도서관의 비공개 문서고가 엘프의 명예와 진실을 걸 만한 공간이었나요? 위험한 공간으로 악명 높긴 하지만요.”
데스피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어쨌든 한번 들러보길 추천하지.”
베로니카는 싸늘하게 대답했다.
“생각해 보고요.”
여사제는 그 말을 남기고 에드워드를 따라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덤으로 리하르트한테 일갈했다.
“허튼소리 말고 치료나 받아요!”